호텔로 돌아온 뒤 강하랑은 잊지 않고 며칠 전에 산 선물을 팀원에게 나눠주었다.전에는 줄 기회가 마땅치 않았지만, 오늘 마침 함께 식사했으니 선물 주기엔 적당한 시기였다.팀원들은 강하랑의 선물에 놀란 반응을 보이며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 덕에 강하랑은 조금 부끄러웠다.그녀는 알지 못했다. 정중하게 고마움을 전한 사람들이 뒤에서 어떤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 말이다.강하랑이 작별인사를 하며 먼저 호텔 방으로 들어가자 팀원들은 바로 환호했다. 새로 만들어진 단톡방에서도 이상한 대화와 사진이 오갔고 핸드폰이 망가질 정도로 미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어느 부잣집 딸 같았고 단유혁은 마치 그녀를 지키는 경호원 같아 보였다.강하랑의 스트레스 지수는 최대치를 찍고 있었다.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관객이 많이 모이지 않았고 대부분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밖에 있었기에 그녀의 개량 한복 차림은 그다지 튀지 않았다.경기장은 조금 어두웠다. 강하랑과 단유혁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사회자가 마침 결승전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드레스를 입은 사회자는 한국어로 먼저 소개를 하곤 다시 영어로 똑같이 반복했다. 전문적인 모습에 현장에 있
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단유혁은 거절했다.게스트는 예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거절당해도 화가 난 기색이 전혀 없었고 멋쩍은 듯 대충 인사를 하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경기를 보았다.강하랑은 선을 지키며 대화하는 이런 사람 덕분에 기분도 아주 좋아졌다.안성에 처음 와서 지하철을 탔을 때 건들거리며 말을 걸어온 양아치를 떠올리며 다음에 게스트처럼 예의를 지키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다.그것이 연기라도 말이다.강하랑은 묵묵히 자신의 핸드폰을 단유혁에게 들이밀었다.핸드폰 화면엔 글이 있었다.[오빠, 왜 같이 사진 안 찍어주는
익숙한 연유성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경기장 안이 어둡긴 했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연유성을 연바다로 착각하지 않았다.어쩌면 말만 하지 않았어도 연바다로 착각했을 것이다.“여, 여긴 어떻게 왔어요?”강하랑은 연유성을 한참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반대로 고개를 돌리니 단유혁이 보였고 꿈인가 싶어 허벅지를 살짝 꼬집었다. 느껴지는 고통에 꿈이 아님을 확인하게 되었고 의문 가득한 모습으로 연유성을 보았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연유성은 나직하게 웃었다.“왜요? 뜻밖이에요?”강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조금요.”
“대표님, 그런 말 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 대표님과 근로계약서에 사인했었잖아요. 전 계약서에 적힌 대로 시간을 지킬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든든한 단씨 가문이 있어 직장을 잃는다고 해도 딱히 속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돌아가면 그녀의 가족들은 아주 기뻐할 것이다.하지만 그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사실 이렇게 놀러 나온 것도 아이디어를 찾기 위함이기도 했다.이틀 전의 상태로 작품을 구상한다면 분명 예쁘지 않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 뻔했다.물론 예외는 있었다. 재능이 넘쳐나는 사람이라면 극도로 스
그녀의 목소리에 옆에 있던 연유성은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한참 생각하더니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지 물었다.“제 기억대로라면 단오혁 대표님은 상대 팀에 있는 거 아닌가요? 사랑 씨가 응원한 선수는... 라이벌 팀 여자 선수죠?”“네, 맞아요.”강하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연유성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시선은 여전히 SUN이 나오고 있는 대형 스크린에 고정되었다. 카메라 감독은 다음 선수에게 카메라를 돌리기 아쉬운 듯했다. “햇살 언니는 비록 플립스 맴버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진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우리 오빠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 해요. 일단은 지켜보죠. 어쩌면 새로운 대책을 세웠을지도 모르잖아요. 다들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온 사람인데 믿어보자고요.”대화를 나누는 팬들은 몇 년 동안 경기를 봐온 골수팬이었다. 비록 걱정하긴 했지만, 말투를 들어보니 마음가짐은 아직 괜찮은 것 같았다.다만 사람들은 한가지 확신하고 있었다. XH의 팀이 진 것은 절대 실력 문제가 아닌 어느 한 선수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이라고 말이다.실수의 원인을 선수의 컨디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여하간에 경기든, 수능이든 컨디션이 좋아야 제 실력을 전부 발휘
단오혁은 이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첫판에서 졌으니 팀원들은 당연히 기분이 안 좋을 것이다.예전에 새로운 어린 신입 게이머들을 영입하지 않았을 때 그는 더 심각한 분위기도 느껴봤었다. 그랬기에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그들이 느끼고 있는 불만은 첫판에서 본 황당한 실수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팀에는 상대 팀의 약점을 알려주는 팀원이 있었다. 약점을 듣고도 도리어 당했다는 것은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가 할 실수는 확실히 아니었다.첫판은 이미 끝났으니 불만을 말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더군다나 아직 경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