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의 단오혁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왜 이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금방 막 업계에 발을 들인 터라 첫 경기도 나가보기 전이었고 기대가 가득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경기에서 상대 팀을 이길 수 있을까, 승리의 희열감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다음 생에 돈 많은 집 자식으로 태어나 폐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그보다 나이 많은 선배와 팀원들은 지금 이 생활에 만족하며 살라고 한다.그는 어쩌면 몇 년 후의 미래에서야 선배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끔은
그도 경기 분석을 하면서 점차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승리를 향한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다.단유혁은 그간 단오혁에게 많은 도움을 줬었다. 배울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회사 대신 단오혁에게 맞춤형 스케줄을 짜주기도 했었다.이때의 두 사람은 여전히 미성년자였기에 앞날이 창창했다. 경기에서 활약을 보인다면 나중에 다른 좋은 팀으로 옮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우승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그렇게 단오혁은 그 팀에서 끝까지 버텨냈다.그런 그의 모습에 팀원들도 처음에는 별말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와 함께 연습하
단오혁은 매주 월요일에 있는 팀원 회의에 분명하게 말했다.평소에 다들 아지트에 모여있긴 하지만 대부분 신경을 게임에 쓰고 있지 않다고 말이다.누군가는 방으로 올라가서 놀거나, 발코니에 있는 거북이랑 논다거나, 게임을 연습해야 할 컴퓨터로 게임 스트리머를 보면서 선물이나 쏜다거나, 심지어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와 데이트를 했다.월요일은 휴식일이었다. 평소라면 당연히 각자의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했다. 다만 매달 첫째 주 월요일엔 항상 매니저가 팀원들을 데리고 회식을 했다. 회식하고 난 뒤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을 즐기거나 아지트와 집
단오혁은 입술을 틀어 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말이다.좋은 성적을 따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들의 나이와 실력을 고려하면 우승은 당연히 그림의 떡이었다.플레이오프로 진출해 추가 상금을 받는다고 해도 N 분의 1을 하다 보면 정작 손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세금까지 깎고 나면 차라리 누군가의 일일 대타를 하거나 일일 놀이 상대를 하는 것이 벌이가 더 짭짤했다.심지어 연속 패배를 하고 나서 이긴 후 방송을 켜 방송에서 받은 선물이 그
식사는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어쩌면 단오혁이라는 사람이 불편하게 느껴진 것일지도 모른다.마치 따돌리는 것처럼 더는 단오혁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고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자기들끼리 회식을 이어갔다.처음 왔을 때와 달리 단오혁은 그 순간이 꿈만 같았다.그렇다고 해서 속상해하거나 슬럼프에 빠지지 않았다.돌아간 뒤에서 여전히 하고 싶은 대로 했다.자신이 짠 스케줄대로 평소와 같은 나날을 보냈다.팀원과의 대화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단오혁은 아지트에서 계속 투명 인간처럼 지냈다.그는 이번 시즌 경기만 끝내고
매니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퉁퉁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상대해 주었다. 그가 팀을 바꾸겠다고 했을 때도 거부하거나 승낙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담담하게 그를 받아주는 팀이 있으면 바로 계약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단오혁은 이번 시즌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다른 게이머들의 연락처를 알고 있었고 바로 연락할 수 있었다.빠르게 그는 답장을 받았다. 패배한 팀이긴 했지만, 포인트 순위는 5위였다.패배했기에 경기가 끝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어떤 선수는 기말고사 기간이었기에 돌아가 시험을 치기도 했고
“이적료를 내줄 회사가 없다면 제힘으로 위약금을 물어도 되나요?”단오혁의 목표는 분명했다.그는 경기에 출전해 상대 팀과 짜릿하게 맞붙는 느낌을 좋아했다.그래서 1년 동안 은퇴를 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1년 뒤에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그는 경기장의 모든 것을 즐겼다. 승리에 환호하는 관객들의 목소리와 승리 후 얻게 되는 그 기분을.길은 그가 걸을 길이니 그에게 선택권이 있었다.현재 앞길엔 전부 가시밭길로 가득하니 어떻게든 이 가시밭길을 없애야 했다.단오혁의 말에 매니저는 살면서 처음 들어본 소리 마냥 믿을 수 없다는
“그래서요?”단유혁이 하는 얘기를 들은 강하랑은 어느새 심취한 채 얼른 그때의 그 시간대로 누군가로 빙의해 살이 출렁출렁한 매니저를 혼내주고 싶었다.어리다고 사기를 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치밀었다.사람마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그 사람의 자유였다. 멋진 사람이 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그들은 우승을 위해 노력하는 기미도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편하게 놀고먹으면서 남의 꿈까지 방해했다.단오혁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라곤 없는데도 말이다.그러나 그 사람들은 꿈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채 경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