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이라면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교통사고가 있기 며칠 전, 정희연은 단씨 가문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강하랑은 그녀의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아무리 집안일로 정희연이 앙심을 품은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잔인한 수단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교통사고를 사주한 사람이 정말로 정희연이라면 어쩌면 다른 엄청난 일도 저지를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정희연은 아무리 봐도 그럴만한 사람은 아니었다.정희연은 돈에 눈이 멀고 욕심이 많은 사람일 뿐이었다. 동시에 겁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단씨 가문에서 같이 식사를 할 때 단이혁의
“식사 자리에서 지켜야 할 것이 많지 않단다. 다른 때에는 몰라도 겨우 이렇게 모인 한 자리에서 그렇게 예의를 차릴 것 없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속닥거리지 말고 맘 편히 해라. 불만이 있으면 이 외할애비한테 털어놔도 되고. 알겠니?”그가 말을 마치자 강하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네, 외할아버지. 전 그냥 오빠 부려먹고 있었어요.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그냥 외할아버지 솜씨가 최고라고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에요.”정수환은 그녀의 말에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난 또 네가 한남정 박재인의 선배
울먹이는 소리로 인해 식탁엔 정적이 흘렀다.강하랑은 비록 장이나의 말에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식탁엔 둘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확실히 오늘 이 식탁에서 두 어르신은 그녀와 정희월을 신경 써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서 나온 관심일 뿐이다.오랫동안 만나지 않았으니 매일 보는 가족들보다 반가울 것이다. 게다가 식탁에서 티가 나게 행동을 하니 바보가 아닌 이상 두 어르신이 누굴 신경 쓰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사실 두 어르신은 정희월 가족을 손님으로 여겨 관
그녀의 말을 대충 들어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누구도 그녀를 감싸주거나 도와주지 않았다.정희연이 옆에 없으니 맞장구를 치면서 억울한 척, 속상한 척 같이 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항상 그녀의 편을 들어주던 주영숙도 다소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아마도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해진 것 같았다.누구도 받아주는 이가 없자 장이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원망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그렇게 식탁엔 1분이 넘도록 정적이 흘렀고 완고하던 장이나의 태도도 다소 누그
그들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바로 정수환에게 다가갔다.식탁의 분위기는 혼란스러웠다.분위기를 혼란으로 만든 주범은 오히려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멀뚱히 서 있기만 했다.그러나 누구도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주영숙은 눈물을 흘리며 계속 “하느님,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중얼거리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정수환을 불렀다.정희월과 정하성 부부도 다급한 모습으로 얼른 구급차를 불러라면서 젊은이들에게 외쳤다.정시우는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구급차를 불렀다.“어머니,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구급차가 곧 온다고 했어요. 일단 할아버지를
“내 앞에서 더는 우는 척하지 않는 게 좋은 거다! 외할아버지를 쓰러지게 한 것도 모자라 지금은 나까지 병원에 보냈고 싶은 거냐?”“아니에요. 외할머니, 정말 그럴 생각은...”장이나는 급하게 변명하려 했다.하지만 주영숙은 그런 그녀의 변명을 들어줄 인내심이 없었다.주영숙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장이나는 성정이 좋은 애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몇 년을 같이 살았지만 장이나는 결국 바르게 자라지 못했다.정희연과 장이나와 한 집에서 몇 년을 같이 살았고 두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전부 그녀의 착각이었다.
솔직히 주영숙은 재산 분할을 원치 않았다.정씨 가문에도 무조건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라는 규칙 같은 것은 없었고 그녀의 친정 가문에서도 이런 규칙은 없었다.예전은 한 가족이 전부 한집안 안에 같이 살면서 함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갔다. 이렇게 재산을 받기 위해 싸우지 않았다는 소리다.오늘 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녀는 다른 마음을 품기도 했다.자식들에게 사이좋게 서로 도우면서 살라고 말할 생각이었다.최소한 그녀와 정수환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한 가족끼리 모두 모여 단란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니 말이
그리고 이내 긴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어두운 정원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난 네가 네 엄마랑 다를 줄 알았다.”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정희연에 곁에서 컸고 정희연이 계속 그런 모습을 보이니 장이나라고 다를 리가 있겠는가?장이나는 그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채곤 미간을 찌푸렸다.“외삼촌, 그게 무슨 말이에요?”정하성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마치 근심이 가득한 가장의 모습을 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처음 칼을 잡았을 때 내가 한 말을 기억하니?”장이나의 마음속에 피어올랐던 불쾌감이 순간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