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말씀이 너무 심하세요.”감정이 격해진 주영숙에 단원혁은 정희월의 몸 상태에 영향이 갈까 봐 얼른 미간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제 어머니 건강 상태가 어떠신지 잘 아시잖아요. 몇 년 전만 해도 하마터면 버티지 못하실 뻔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래서 계속 집에서 휴양하라고 하셔서 오지 못한 거예요. 너무 어머니를 나무라지 마세요.”그는 정희월 대신 상황을 설명하면서 잊지 않고 정희월을 감쌌다. 그리고 주영숙의 말을 인용하며 말을 이어갔다.“만약 사랑이를 못 찾았으면 아마 정말로 외할머니 말씀처럼 어머니께선 정씨 가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제가 사랑이에요. 제가 꽃구경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제일 먼저 와서 인사를 하지 못했네요. 너무 혼내지 말아 주세요.”행여라도 단홍우의 탓으로 돌리고 혼낼까 봐 강하랑은 얼른 말을 보태며 책임을 자신에게로 돌렸다.그녀는 이미 이후에 어떤 소리를 들을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아마도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꽃구경에 정신이 팔려!'라는 소리가 들려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다.그러나 강하랑은 예상외로 가만히 있는 정희연에 시선을 돌려 힐끗 보았다.정희연은 뜻밖에도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겁에 질린
장이나는 아무리 정희연을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놀라 슬쩍 밀어보기도 했다.“엄마, 왜 그래요?”그녀가 살짝 밀자 정희연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하지만 보기 드문 많이 놀란 듯한 모습을 보이었다.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그녀가 입을 열었다.“왜, 왜?”목소리는 작지는 않았다.소파로 향하던 사람들은 정희연의 평소와 같지 않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강하랑도 고개를 돌려 정희연을 보았다. 그리고 마침 정희연의 두 눈과 마주치게 되었다.강하랑과 눈이 마주친 정희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마치 정말로 귀신
어쩌면 영호시에 더는 발도 못 들이게 할 가능성도 아주 컸다.그런데 정수환이 다른 사람을 편애한다니, 장이나의 말은 너무나도 웃겼다. 마치 이미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 가지고도 성에 차지 않아 남은 조각까지 전부 차지하려는 모습이었다.정수환은 그런 장이나를 무시했다.욕심에 눈이 먼 사람과는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어떤 사람은 아무리 좋은 것을 가져다주고 잘해주어도 좋은 줄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욕심부린다.“하성아, 빨리 데려다주거라. 얼른 저녁을 먹어야지 않겠냐.”정수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정하성을 부르면서
강하랑이라면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교통사고가 있기 며칠 전, 정희연은 단씨 가문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강하랑은 그녀의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아무리 집안일로 정희연이 앙심을 품은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잔인한 수단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교통사고를 사주한 사람이 정말로 정희연이라면 어쩌면 다른 엄청난 일도 저지를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정희연은 아무리 봐도 그럴만한 사람은 아니었다.정희연은 돈에 눈이 멀고 욕심이 많은 사람일 뿐이었다. 동시에 겁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단씨 가문에서 같이 식사를 할 때 단이혁의
“식사 자리에서 지켜야 할 것이 많지 않단다. 다른 때에는 몰라도 겨우 이렇게 모인 한 자리에서 그렇게 예의를 차릴 것 없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속닥거리지 말고 맘 편히 해라. 불만이 있으면 이 외할애비한테 털어놔도 되고. 알겠니?”그가 말을 마치자 강하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네, 외할아버지. 전 그냥 오빠 부려먹고 있었어요.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그냥 외할아버지 솜씨가 최고라고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에요.”정수환은 그녀의 말에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난 또 네가 한남정 박재인의 선배
울먹이는 소리로 인해 식탁엔 정적이 흘렀다.강하랑은 비록 장이나의 말에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식탁엔 둘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확실히 오늘 이 식탁에서 두 어르신은 그녀와 정희월을 신경 써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서 나온 관심일 뿐이다.오랫동안 만나지 않았으니 매일 보는 가족들보다 반가울 것이다. 게다가 식탁에서 티가 나게 행동을 하니 바보가 아닌 이상 두 어르신이 누굴 신경 쓰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사실 두 어르신은 정희월 가족을 손님으로 여겨 관
그녀의 말을 대충 들어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누구도 그녀를 감싸주거나 도와주지 않았다.정희연이 옆에 없으니 맞장구를 치면서 억울한 척, 속상한 척 같이 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항상 그녀의 편을 들어주던 주영숙도 다소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아마도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해진 것 같았다.누구도 받아주는 이가 없자 장이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원망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그렇게 식탁엔 1분이 넘도록 정적이 흘렀고 완고하던 장이나의 태도도 다소 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