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유성의 안색은 무섭게 어두워졌다. 박재인은 처음부터 그를 적대적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강하랑과 어떤 사이인지 물었다고 정색하지를 않나, 이혼이나 빨리하라고 재촉하지를 않나... 특히 천상의 조합이라는 말은 누가 들어도 비꼬는 말이었다.물론 그 ‘누가’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바로 한 쪽에서 싱글벙글 입꼬리가 귀에 걸린 강세미 말이다.강세미는 박재인의 말이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 모른다. 안 그래도 마음이 급해지던 참이라 그녀는 연유성과 강하랑이 빨리 이혼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이야말로 연유성의 운명의 상대라고
하지만 이제 와서 보면 자신의 선택이 백번 천번 맞았다고 강세미는 생각했다. 강하랑이 왜 아직도 살아있는지 답답하기도 했다.강세미는 주먹을 꼭 쥐며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 그리고 연유성의 앞에 서서 빨간 눈시울로 그를 바라봤다.“유성아, 인제 그만 솔직히 얘기해줘. 나랑 결혼하기 싫지? 너 혹시 아직도 언니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네가 이혼하기 싫다고 해도 괜찮아, 난 강요하지 않을 거니까. 근데 하면 한다, 안 하면 안 한다, 나한테 얘기는 해줘야 할 거 아니야. 나도 언제까지 너만 기다릴 수는 없어.”연유성은 미간을 찌
핸드폰을 차 안에 뒀던 연유성은 강하랑에게 구박받을 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몰랐다. 하지만 어렴풋이 예상가는 바는 있었다.역시나 핸드폰 잠금을 풀자마자 강하랑과 성세혁의 기사가 물밀듯 흘러나왔다. 그중 어떤 내용은 연유성도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였다.‘어쩐지 바락바락 성질을 내더라니... 누군진 몰라도 참 더러운 수를 부렸네.’두 사람의 이혼 소식은 진작 기사화되었기에 성세혁을 불륜남이라고 부르는 건 당연히 틀린 일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혼하지 않았다고 해도 주택가의 CCTV 영상을 함부로 언론사에 파는 것은 틀린 일
‘명배우면 뭐 어때? 내 연기를 깎아내리는 사람은 전부 지옥에 떨어져야 해! 언제는 내가 참석하는 활동을 절대 참석 안 하겠다고 한 적도 있었지? 이걸 어쩌나~ 이제는 참석하고 싶어도 못 참석하게 생겼네~ 그러게 사람이 마음을 곱게 먹어야지, 하하하!’강세미는 애써 씰룩대는 입꼬리를 누르면서 자신의 공식 계정으로 불륜 소식을 가장 먼저 터뜨린 언론사의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다. 덕분에 성세혁을 불륜남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더욱 많아졌고, 그가 강세미와 연기하기를 거절한 사건도 재조명되었다.각종 악플이 난무하고 있었지만, 감히 성
연유성은 지승우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그를 휙 스쳐 지나가면서 짧게 물었다.“왜?”원래도 그다지 좋지 않던 기분은 강세미의 음침한 속내를 발견하고 나서 더욱 나빠졌다.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답답한 것이 연유성은 지금 그저 혼자 있고 싶었다.연유성의 생각을 알 리가 난무했던 지승우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불륜 기사로 가득했다. 그래서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너 처남을 건드렸어.”연유성은 지승우를 확 노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지승우, 넌 네 일이나 알아서 해. 동네방네 여자나 건드리
“이혼하면 적어도 기회는 있겠지. 근데 네가 친 사고 때문에 그 기회도 사라질 것 같다... 어휴...”이번 사건은 성세혁을 생사존망의 갈림길에 세울 정도의 사건이었다. 만약 그가 유전자 검사 보고서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다시는 연기를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성세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소중한 여동생을 연유성의 친구인 지승우에게 시집 보낼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참이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연유성을 향해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참, 그 영상 네가 보낸 게 아니라고 했지? 그럼 누가 보냈
강하랑은 지승우를 팔로우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해명 글이 나오기도 전에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지승우의 댓글이 인상 깊어 저도 모르게 낯선 계정을 기억했을 뿐이었다.해명 글이 나온 다음 대부분 사람이 단세혁의 계정 아래에 댓글을 달았지만 오직 지승우만 꿋꿋이 강하랑의 계정에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지승우’라는 닉넴으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 되기도 했다.강하랑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승우의 계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확실히 지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었다. 팔로우는 그의 계정을 염탐하고 나서 나가는
언론사에 영상을 판 사람은 연유성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와 연관있는 일인 건 확실했다. 범인이 강세미라는 것을 밝힐 필요를 느끼지 못한 그는 자신이라도 대신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신바람 난 지승우와 답장 없는 강하랑,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연유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떠보듯 문자를 하나 더 보냈다. 하지만 이번 문자는 보내지지도 않았다.자신이 차단당했음을 알아차린 연유성은 마음마저도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았다. 철저히 머저리로 전락한 듯한 기분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는 핸드폰을 한쪽으로 던지며 차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