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강하랑은 간과했다. 연유성은 절대 그녀를 쉽게 보내 줄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그래서 넌 날 욕하고 때리러 여기까지 온 거야?”연유성은 손수건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전보다 훨씬 진정된 말투와 눈빛으로 강하랑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네가 정확히 어떻게 최악인지 설명이라고 해주지 그래?”“하,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설마 벌써 잊었어? CCTV 영상을 언론사에 보내 나를 엿먹여 놓고 설명을 해달라?”강하랑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더니 빨개진 눈으로 연유성을 노려봤다. 그러자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
“맞아요, 이제는 참아줄 가치도 없네요.”강하랑은 진작 알바생이 지긋지긋해졌다. 강세미도 말 한마디 안 하는 상황에서 주제도 모르고 나대니 말이다.“가서 남은 월급 정산 받아요. 한남정에서는 꼴도 보기 싫으니까요.”강하랑은 원래 홀 직원의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한남정에 남겨봤자 누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바로 박재인에게 문자로 알바생의 아이디와 함께 사정을 설명했다.알바생은 당연히 강하랑이 허풍 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보다 더욱 기세등등해서 콧대를 높였다.“당신이 가라면 내가 가야
이때 박재인이 무거운 표정과 함께 직원들을 데리고 다가왔다. 그리고 알바생의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네가 우리 선배님 음식을 잘못 올린 알바생이지? 아직도 안 나가고 뭐 해. 내가 직접 끌어내야 나갈 거냐?”‘제기랄, 음식을 잘못 올릴 거면 차라리 나한테 올리던가. 나도 못 먹어본 하랑 선배님의 음식을 감히 개자식한테 올려?!’박재인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이가 바득바득 갈릴 지경이었다.알바생은 박재인의 얼굴을 몰랐다. 그래서 불쌍한 표정으로 그의 뒤에 서 있는 매니저만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어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연유성의 안색은 무섭게 어두워졌다. 박재인은 처음부터 그를 적대적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강하랑과 어떤 사이인지 물었다고 정색하지를 않나, 이혼이나 빨리하라고 재촉하지를 않나... 특히 천상의 조합이라는 말은 누가 들어도 비꼬는 말이었다.물론 그 ‘누가’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바로 한 쪽에서 싱글벙글 입꼬리가 귀에 걸린 강세미 말이다.강세미는 박재인의 말이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 모른다. 안 그래도 마음이 급해지던 참이라 그녀는 연유성과 강하랑이 빨리 이혼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이야말로 연유성의 운명의 상대라고
하지만 이제 와서 보면 자신의 선택이 백번 천번 맞았다고 강세미는 생각했다. 강하랑이 왜 아직도 살아있는지 답답하기도 했다.강세미는 주먹을 꼭 쥐며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 그리고 연유성의 앞에 서서 빨간 눈시울로 그를 바라봤다.“유성아, 인제 그만 솔직히 얘기해줘. 나랑 결혼하기 싫지? 너 혹시 아직도 언니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네가 이혼하기 싫다고 해도 괜찮아, 난 강요하지 않을 거니까. 근데 하면 한다, 안 하면 안 한다, 나한테 얘기는 해줘야 할 거 아니야. 나도 언제까지 너만 기다릴 수는 없어.”연유성은 미간을 찌
핸드폰을 차 안에 뒀던 연유성은 강하랑에게 구박받을 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몰랐다. 하지만 어렴풋이 예상가는 바는 있었다.역시나 핸드폰 잠금을 풀자마자 강하랑과 성세혁의 기사가 물밀듯 흘러나왔다. 그중 어떤 내용은 연유성도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였다.‘어쩐지 바락바락 성질을 내더라니... 누군진 몰라도 참 더러운 수를 부렸네.’두 사람의 이혼 소식은 진작 기사화되었기에 성세혁을 불륜남이라고 부르는 건 당연히 틀린 일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혼하지 않았다고 해도 주택가의 CCTV 영상을 함부로 언론사에 파는 것은 틀린 일
‘명배우면 뭐 어때? 내 연기를 깎아내리는 사람은 전부 지옥에 떨어져야 해! 언제는 내가 참석하는 활동을 절대 참석 안 하겠다고 한 적도 있었지? 이걸 어쩌나~ 이제는 참석하고 싶어도 못 참석하게 생겼네~ 그러게 사람이 마음을 곱게 먹어야지, 하하하!’강세미는 애써 씰룩대는 입꼬리를 누르면서 자신의 공식 계정으로 불륜 소식을 가장 먼저 터뜨린 언론사의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다. 덕분에 성세혁을 불륜남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더욱 많아졌고, 그가 강세미와 연기하기를 거절한 사건도 재조명되었다.각종 악플이 난무하고 있었지만, 감히 성
연유성은 지승우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그를 휙 스쳐 지나가면서 짧게 물었다.“왜?”원래도 그다지 좋지 않던 기분은 강세미의 음침한 속내를 발견하고 나서 더욱 나빠졌다.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답답한 것이 연유성은 지금 그저 혼자 있고 싶었다.연유성의 생각을 알 리가 난무했던 지승우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불륜 기사로 가득했다. 그래서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너 처남을 건드렸어.”연유성은 지승우를 확 노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지승우, 넌 네 일이나 알아서 해. 동네방네 여자나 건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