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박재인의 말을 듣고도 머리 한 번 들지 않았다. 그녀의 신경은 온통 거의 다 완성된 요리의 마지막 플레이팅에 있었다.“돈 쓰러 온 손님을 내쫓는 도리가 어디 있어요? 받을 건 전부 받아내야죠.”한남정의 VIP 카드는 돈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그리고 VIP 카드로 예약하고 예약비를 내는 것만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 들었다. 연유성이 예약까지 하고 와서 돈을 쓰겠다는데 강하랑은 당연히 거절할 리가 없었다.한주시는 연씨 가문의 구역이다. 만약 강하랑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연유성을 내쫓는다면 한남정이 영향받을 수도 있었다. 그
음식이 전부 완성된 지금 강하랑은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래서 룸으로 걸어가는 내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룸 문이 열린 순간 사라져 버리고 말았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싸늘한 냉기밖에 없었다.‘연유성이랑 강세미가 왜 여기에 있지?’“언니?”연유성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강세미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강하랑을 바라보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골목 식당에서 서빙이나 할 줄 알았어! 저녁에는 이 남자 저 남자 꼬시고 다니더니, 유성이한테 버림받으면 그냥 이 꼴 나는 거야. 뭐, 저녁
알바생은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은 메뉴판으로 주문하지 않으셨어요. 이미 내온 음식이 입맛에 맛으신다고 같은 요리사의 음식을 이어서 내오시라고 하셨거든요.”강하랑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싸늘한 시선으로 알바생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른 손님의 주문은 안중에도 없고 이쪽에 꼬리 흔들러 왔다, 그 뜻이죠?”“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알바생은 인상을 쓰며 언성을 높였다. 비록 강하랑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연유성이 듣는 데서 말하는 건 도리에 어긋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강하랑은 피식 웃
알바생은 눈치 없이 메뉴판을 들고 엉덩이를 흔들어 대며 연유성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연유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나가!”알바생은 몸을 흠칫 떨며 멈춰 섰다. 그러자 연유성은 그녀를 힐끗 노려보면서 말을 이었다.“못 들었어? 나가라고!”알바생은 겁먹은 듯 머리를 푹 숙이더니 뒷걸음질 치면서 말했다.“나, 나가겠습니다...”룸에서 나간 다음에도 알바생의 놀란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연유성에게 꼬리 칠 생각은 완전히 접은 채 말이다.연유성의 앞에 앉아 있던 강세미도 적지 않게
그들은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살펴보기 시작했다.신비주의 명배우 성세혁과 연관된 일이라 그런지 인터넷은 지나가던 개도 한 번 짖고 지나갈 정도로 떠들썩했다. 각 플랫폼은 전부 성세혁의 기사로 도배 되었고 타이틀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자극적이었다.「불륜남으로 타락한 배우 성세혁」「강씨 가문 양녀 불륜설」「강씨 가문의 양녀가 가문에서 쫓겨난 속사정!」「강하랑 연유성 이혼설」...강하랑의 이름 석 자가 언급된 모든 기사가 엄청난 주목을 이끌었다. 기사 하나 보는 것도 핸드폰에 렉 걸릴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그녀는 금방
단세혁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슬슬 팬들에게 결혼은 언제 하냐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오래전 그를 남자친구처럼 여기던 팬들도 이제는 가정을 이뤄 엄마의 입장으로 그에게 연애 좀 하라는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단순한 연애설은 단세혁에게 영향을 줄 수 없었다. 다만 이번은 연애설이 아닌 불륜설이라는 게 문제였다. 불륜남이라는 오명을 쓴 이상 앞으로 얼마나 훌륭한 연기를 하든 그는 악플만 받게 될 것이다.단세혁의 연예계 생활에 영향 주지 않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남매 사이라는 걸 밝히는 것과 강하랑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 두 가지 방법밖
단세혁과 강하랑의 유전자 검사 결과와 함께 해명 글이 올라간 순간 인터넷은 또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단세혁의 팬덤은 소속사가 나서기도 전에 해명 글의 순위를 불륜설보다도 높은 위치로 올라가게 해줬다. 불륜설에 연루된 다른 사람의 이름도 함께 말이다.하지만 강하랑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밖으로 나간 그녀는 씩씩대며 연유성의 룸으로 향했다. 단세혁까지 건드린 그를 속으로 욕하면서 말이다.연유성과 강세미야말로 진정한 불륜이었다. 강하랑도 참고 지나간 진짜 불륜을 내버려 두고 가짜 불륜을 만들어 내 그녀를 엿먹인 연유성이 그녀는
강하랑은 강세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시선이 연유성에게 향해 있는 채로 심드렁하게 말했다.“지금 기분 나빠하는 사람한테 불륜녀라고 한 거야.”“야!”강세미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연유성을 바라봤다.“유성아, 넌 알지? 우린 네가 이혼한 다음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잖아... 어제도 차에서 내린 사람은 나였어. 근데 언니는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어?”강세미는 강하랑과 단세혁의 일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핸드폰을 보지 않았던 그녀는 정확히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