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42화

작가: 이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때, 원지민의 손목을 바라본 윤혜인은 순간 충격을 받아 얼굴이 창백해졌다.

원지민이 착용하고 있는 옥 팔찌는 바로 윤혜인이 문현미에게 돌려준 팔찌였기 때문이었다.

윤혜인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 옥 팔찌를 잠시 바라보다가 마침내 손을 내밀어 가볍게 악수를 했다.

그러고는 문현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 그럼 두 분 얘기 나누세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

“어머님”이 아닌 “아주머니”라고 부른 것만으로도 현재 그녀의 태도가 드러났다.

문현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윤혜인이 막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이준혁의 냉랭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가지 마.”

윤혜인은 걸음을 멈칫했지만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급하게 침대에서 내려오던 이준혁은 상처가 벌어져 “윽.”하고 짧게 신음소리를 냈다.

문현미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서둘러 그를 막았고 원지민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지민아, 네가 여기서 준혁이 좀 돌봐줘. 난 혜인 씨 배웅하러 가봐야 할 것 같다.”

곧 다시 눕혀진 이준혁이 창백해진 입술로 힘겹게 말을 꺼냈다.

“혜인이한테 말해줘요. 아직 할 말이 남았다고.”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문현미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밖으로 윤혜인을 따라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혜인 씨, 잠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윤혜인은 거절하지 않았고 얼마 후 문현미가 입을 열었다.

“소미 사건에 대해 다 알고 있어요.”

문현미의 표정은 그닥 좋지 않았다. 송소미가 비참하게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녀도 송소미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었으니 기분이 언짢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문미정은 이준혁을 찾아와 그가 윤혜인을 위해 송소미를 몰아붙이지 않았더라면 송소미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결국, 송소미는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친척 간에 교류가 없더라도 문현미는 사람 목숨이 걸린 일로 번지기를 원치 않았다.

그녀가 신중하게 말했다.

“지민이는 준혁이랑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43화

    윤혜인은 살짝 웃으며 거절하지 않고 말했다.“생각 해보겠습니다.”사실 윤혜인은 원래 해외로 나갈 계획이 있었고 굳이 문현미에게 불편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문현미를 진심으로 좋아했었고 자신의 어머니처럼 생각했으니 말이다.문현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할 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다시 각자 있어야 할 곳으로 떠났다.한편 병실 안.원지민은 병색이 도는 듯하지만 여전히 잘생긴 이준혁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오랜만에 만나면 꼭 한 번 세게 안아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약해진 줄은 몰랐네.”그러자 이준혁이 물었다.“왜 이렇게 꾸미고 다녀?”예전의 원지민은 항상 남자아이처럼 다녔었고 심지어 어릴 때의 이준혁은 그녀를 남자아이라 착각하고 함께 놀았었다.15,16살이 될 때까지도 원지민은 남자아이처럼 꾸미고 다녔다.그 후엔 그녀가 유학을 떠나면서 거의 만나지 못했다.이준혁의 물음에 원지민의 표정이 굳어졌다.“왜, 별로야?”이준혁은 긍정도 부정도, 아무런 평가도 하지 않았다.예쁘고 안 예쁜 것에 그닥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원지민은 처음 윤혜인과 마주쳤을 때 그녀의 미소에 마음이 녹아버렸다.조금 전 상황을 되돌려보며 웃다가 원지민은 다시 평소처럼 돌아와 어깨로 이준혁을 툭 쳤다.“보기 불편하면 그냥 예전의 원지민을 생각해. 어차피 난 변하지 않았으니까.”그렇게 원지민을 살펴보던 이준혁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꽉 잡더니 물었다.“이 팔찌 어디서 난 거야?”원지민은 손목이 아파 얼굴을 찌푸렸다.“이모가 주신 거야.”이준혁도 눈살을 찌푸리더니 가감 없이 말했다.“빼.”그러자 놀란 원지민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이준혁, 너 왜 이렇게 옹졸해졌어?”이준혁은 딱히 설명할 마음도 없었다.“얼른 빼라니까.”정말이지 화가 나서 원지민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그렇게 팔찌를 빼려고 손을 뻗었는데 너무 힘을 주다가 그만 땅에 떨어뜨렸다.“쨍그랑.”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옥 팔찌가 두 동강 났고 이준혁은 그걸 보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44화

    ‘절단이라니?! 그렇게 심각한 건가?!’윤혜인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의사 선생님이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나요?”박미선은 슬픔에 잠겨 울며 말했다.“그래요, 누구보다 유능하고 훌륭한 내 아들... 다리가 없어지면 어떻게 살겠어요!”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윤혜인도 충격을 받긴 마찬가지였다.‘그렇게 뛰어난 사람인데... 선배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이때 박미선이 갑자기 말했다.“혜인 씨, 우리 구운이 버리지 않을 거지? 혜인 씨 구하다가 구운이 이렇게 된 거잖아. 버리지 않을 거지?”윤혜인은 멍해졌다.‘우리 둘이 가짜 연인 사이라는 거... 설마 아직 알려드리지 않았나?’곧 그녀가 중얼거렸다.“아주머니, 저랑 구운 오빠는...”하지만 그녀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박미선이 통곡하며 무릎을 꿇었다.“풀썩!”박미선은 눈물 콧물을 흘리며 말했다.“혜인 씨,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인제 와서 우리 구운이를 버리지 말아줘. 절대 그 충격을 견딜 수 없을 거야. 우리 아들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콱 죽어버릴 거야!”박미선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윤혜인이 얼른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주변을 지나가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윤혜인을 마치 배은망덕한 사람처럼 보는 것 같았다.어떻게 해도 일으켜 세울 수 없자 윤혜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아주머니, 일어나서 말씀해주세요, 네?”하지만 박미선은 일어나기는커녕 오히려 한재철도 불러들였다.“여보, 빨리 와서 우리 며느리한테 구운이 버리지 말라고 빌어봐.”윤혜인은 할 말을 잃었다.다행히도 비교적 이성적이었던 한재철은 다가와서 박미선을 나무랐다.“당신 뭐 하는 거야?”한재철이 박미선을 일으켜 벤치에 앉혔지만 그녀는 계속 울고 있었다.물론 한재철의 얼굴도 좋지 않았다.“미안해요, 애 엄마가 너무 흥분해서... 많이 놀랐죠?”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이런 큰일 앞에서 누구나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법이다.한재철은 부드럽게 말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45화

    윤혜인은 한구운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말했다.“당연히 알죠. 오빠 다리가 저 때문에 다친 거니까, 제가 책임지고 치료를 도와야 해요.”그녀의 말을 들은 한구운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역시, 그녀는 단순했다. 다른 생각이 있을 리 없었다.그렇게 한구운은 후속 치료 계획을 받아들였고 해외 전문가와도 연락을 마쳤으며 이틀 후에는 수술을 위해 출국할 준비까지 했다.경찰이 나중에 기록을 작성하러 왔을 때 한구운은 그날 밤 왜 그곳에 있었는지 설명했다. 그날 밤 윤혜인이 걱정되어 집으로 갔다가 송소미가 그녀를 납치하는 것을 보고 추적하여 구해냈다고 말이다.남아있는 감시 카메라 경로와 시간대도 일치했다.시간을 계산해본 윤혜인은 휴가를 연장해야겠다는 결론을 지었다.수술과 이동 시간을 포함하면 최소 한 달은 휴가를 내야 했으나 회사에서 그렇게 긴 휴가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사직을 고려하게 되었다.주로 한구운의 이번 일에 그녀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만약 그가 없었다면, 끔찍한 결과를 맞이한 사람은 분명 그녀 자신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이게 웬일이었을까, 예상과 다르게 상사는 윤혜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녀의 자리를 남겨주기로 했다. 또 그녀가 가르치던 학생들도 전화를 걸어와 잘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특히 이하진은 180도 변한 태도로 자신 있게 그녀에게 약속했다. 그녀가 돌아오면 최소한 50등은 오를 거라며 말이다.이 말에 윤혜인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자신이 직접 가르친 학생들이기에 그녀도 쉽게 떠나기 어려웠다.떠나기 전에 그녀는 요양원에 가서 이태수를 만나, 해외로 한구운의 치료를 도우러 갈 것이라는 말 대신 학술 교류를 위해 간다고 말했다. 온전히 이태수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아니나 다를까 이태수는 매우 기뻐하며 윤혜인이 큰일을 해냈다고 칭찬했다.그 후, 그녀는 소원을 만나러 갔다. 소원은 병원에서 퇴원해 회사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어디서 돈을 마련했는지 모르겠지만 소원은 이미 은행에 160억 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46화

    윤혜인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원지민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저랑 준혁이는 그냥 좋은 친구일 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고 준혁이는 절 한번도 여자로 본 적 없습니다.”윤혜인은 원지민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이준혁의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오해한 적 없습니다.”원지민이 웃으며 대답했다.“오해하지 않았다니 다행이네요. 만약 저 때문에 두 사람이 싸우게 된다면 많이 미안할 것 같았거든요.”그러자 윤혜인이 다급히 설명했다.“저 준혁 씨랑 아무런 사이 아닙니다. 그러니 신경 안 쓰셔도 돼요.”“아무런 사이가 아니라뇨? 두 사람...”원지민이 더 말하려고 하자 이준혁이 끼어들었다.“너 갈 거야 말 거야?”그의 말투는 매우 성가신 듯했다.원지민은 말을 멈추고 윤혜인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럼 전 이만 갈게요. 나중에 기회 되면 다시 얘기해요.”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면서, 원지민이 이준혁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살짝 밀더니 웃으며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당당한 그녀의 모습은 이준혁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곧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내부에는 익숙한 차가운 향기와 함께 다른 여자의 향기가 감돌았다.그 냄새를 맡은 윤혜인은 코끝이 시큰해짐과 동시에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다.병실로 돌아온 윤혜인은 간호사가 한구운의 상처에 붕대를 갈아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여러 겹의 붕대 아래로 보이는 흉측한 상처와 약물 냄새, 강한 피비린내가 섞여 윤혜인은 속이 메슥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버티고 있었다.그때, 간호사가 그녀에게 말했다.“저기, 이쪽에 있는 붕대 좀 잡아주실 수 있을까요?”윤혜인은 겨우 대답했다.“네... 웁!”그녀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구역질이 났다.윤혜인의 격한 반응에 간호사와 한구운의 안색이 모두 변했다.“죄송해요. 아무래도 뭘 잘못 먹었나 봐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47화

    “그럴 일 없을 거예요.”윤혜인이 한구운을 달래며 말했다.“내 말은 만약에...”한구운이 잠시 하던 말을 멈칫했다. 은은한 불빛 속에서 그의 온화한 얼굴이 조금 차갑게 보였다.“너 나랑 평생 함께 있어 줄 거야?”윤혜인은 사실 그렇게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이 짧은 몇 초의 망설임이 한구운은 매우 불쾌했다.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다른 손을 꽉 잡았다.그러자 어리둥절해진 윤혜인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곧이어 한구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한 말을 기억해.”윤혜인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 순간, 한구운이 조금 낯설게 느껴져서 말이다.그때였다.“끼익!”급정거 소리가 나더니 차가 급히 멈췄고 뒤이어 차 문이 ‘쾅' 하고 열렸다.차 문 앞에 서 있던 이준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이 꽉 잡고 있는 손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혐오감이 가득 담긴 그의 눈빛에 윤혜인은 마치 온몸이 찢기는 것 같았다.“내려.”이준혁이 차갑게 명령했다.윤혜인은 거의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한구운이 꽉 잡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한구운은 이준혁과 눈을 맞추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준혁 씨, 미안하지만 저희는 비행기를 타야 해서요.”이준혁은 그를 한 번 쓱 훑어보더니 이내 무시하고 윤혜인을 강제로 차 밖으로 끌어냈다.하지만 그런데도 한구운이 손을 놓지 않아 윤혜인은 곧 몸이 두 동강 날 것 같았다.“아파요.”그녀의 외침에 이준혁은 손을 놓았고 한구운도 손을 풀었다.그 순간, 이준혁은 윤혜인을 번쩍 안아 자신의 차로 데리고 갔다.한구운은 뒤에서 담담하게 말했다.“혜인아, 기다릴게.”그 말에 윤혜인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비행기 타러 가야 하는데... 이 사람 뭐 하려는 거지?’그녀는 차갑게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이준혁 씨, 저 내려 줘요.”그러나 이준혁은 못 들은 척하고 그녀를 차 뒷좌석에 밀어 넣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48화

    그녀의 말을 듣자 이준혁은 분노가 치밀어올라 표정이 일그러졌다.곧이어 뼈를 에일듯한 차가운 기운을 띤 그의 입술이 갑자기 윤혜인을 덮쳤다.윤혜인은 목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이준혁이 거칠게 물어뜯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사람이 정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비난했으면서!’그녀는 억울하고 화가 나서 힘껏 그를 밀쳤다.“당신은 정말 쓰레기예요! 날 놔줘요!”이준혁은 그녀의 목과 가슴에 자국을 남길 때까지 무자비하게 행동하고 나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고 비웃으며 말했다.“뭘 이렇게 튕겨? 예전에는 이런 거 제일 좋아하지 않았나?”윤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우린 지금 그런 사이가 아니예요.”이를 악물고 윤혜인은 그의 모욕적인 말에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썼다.하지만 이준혁은 그녀의 턱을 잡고 더욱 악랄하게 물었다.“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로 그 자식이랑 함께 가겠다는 거야?”그러자 윤혜인은 분명하게 말했다.“네, 구운 오빠가 날 구했으니까 난 오빠랑 같이 가야 해요.”분노에 찬 이준혁이 결국 욕설을 퍼부었다.“그 자식만 널 구했어? 나도 너 구했어! 그 자식한테는 네 몸까지 다 바치면서, 그럼 나한테는 뭘 줄 건데?”가슴이 답답해진 윤혜인은 천천히 말을 꺼냈다.“준혁 씨한테도 감사해요. 하지만 앞으로 제 일엔 관여하지 말아 주세요.”그래야 그녀는 더 이상 문현미의 질책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문현미가 말했듯이, 그녀는 이준혁에게 아무 도움도 줄 수 없으니 차라리 멀어지는 게 나을 것이다.이준혁은 처음으로 심장이 차가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빛은 더욱더 어두워졌다.“감사는 필요 없어, 난 실질적인 걸 원해.”“원하시는 게... 웁...”바지 단추가 풀리는 느낌에 윤혜인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곧이어 차가운 공기가 몸으로 스며들어왔다.“당신은 정말 개자식이에요! 우리 지금 아무런 사이도 아니잖아요! 이러면 안 된다고요!”하지만 살벌해진 눈빛으로 이준혁이 몸을 낮추고 그녀를 비웃었다.“되는지 안 되는지는 네가 판단하는 게 아니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49화

    “처음 손댔을 때 저도 참을 수 없었다고요. 그래서 아주 격하게...”이준혁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가차 없이 말했다.“지금 나 일부러 자극해서 혜인이의 동정을 얻어내려는 거지?”한구운은 여전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준혁 씨, 제가 일부러 자극했는지 아닌지는 핸드폰을 보면 알 수 있을겁니다.”곧이어 이준혁은 핸드폰을 켰고 익명의 이메일에는 윤혜인의 사진이 몇 장 들어있었다.중요 부위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옷이 흐트러진 모습은 충분히 매혹적이었다.이미 여러 번 봐왔기 때문에 이준혁은 이 장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을 마친 후의 상태 같았다.“쾅!”이준혁은 핸드폰을 유리창에 세게 던져 부숴버렸다.그러고는 차에서 튀어나와 주먹을 꽉 쥐고 한구운의 온화한 얼굴에 강하게 주먹을 날렸다.그러자 휠체어가 넘어지며 한구운도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준혁은 멈추지 않고, 한 번 또 한 번 주먹을 휘둘렀다.피로 충혈된 눈을 한 채 이성을 잃은 듯 이준혁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이 미친 개새끼야! 네가 감히 혜인이를 찍어? 넌 내가 반드시 죽인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집사는 급히 차 안으로 가서 윤혜인을 불렀다.그리고 윤혜인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준혁이 한구운을 바닥에 눕힌 채 죽도록 때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그가 이렇게 미쳐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윤혜인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 그 폭력적인 기운은 마치 지옥에서 나온 악귀를 연상케 했다.“이준혁 씨, 당신 미쳤어요?!”윤혜인은 이준혁의 팔을 잡아당기려 했지만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바닥에 누워 이준혁의 주먹에 맞으면서도 한구운은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윤혜인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경찰서죠? 여기 신세계 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한 사람이... 아!”그녀의 손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날아갔다.이준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마음은 이보다 더 차가울 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50화

    한구운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혜인아, 내 말 좀 들어봐...”“의사가 오진한 건가요?”하지만 윤혜인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한구운은 변명하려 했지만,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이내 고개를 살짝 숙였다.“응.”그러자 붉게 물든 눈동자를 하고 윤혜인이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런 거예요?”그제야 한구운은 연기를 포기하고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직도 모르겠어? 난 널 사랑해. 널 내 곁에 두고 싶었어.”분노가 차올라 윤혜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거짓말로요?”한구운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널 붙잡을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시도할 거야.”“한구운 씨? 정말 한구운 씨 맞아요?”그 말을 들은 한구운의 안색이 변했지만 윤혜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 말을 이어갔다.“전 그쪽 모릅니다.”이윽고 그녀는 눈물이 그득 고인 얼굴로 급히 가방을 집어 들며 떠날 준비를 했다.“미안해요. 선배가 날 구해줬다 해도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어요. 치료비는 제가 낼 테니까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한구운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혜인아, 난 널 해친 적이 없어.”윤혜인은 어느새 문 앞까지 다다른 뒤였다.“전 거짓말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한구운의 눈빛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혜인이 넌 도망칠 수 없어.”...윤혜인이 밖에 나왔을 때,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다.그녀는 이준혁이 한구운이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의 실망과 분노가 담긴 눈빛을 떠올리며, 자신이 너무 어리석었다고 생각했다.한구운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비록 그가 자신을 해친 적은 없을지 몰라도, 한구운의 많은 행동이 지금 돌이켜보면 자신과 이준혁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던 것처럼 느껴졌다.정말 어리석었다.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해진 윤혜인은 혼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소원을 찾아갔다.한편, 육경한은 병원에서 이틀간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72화

    윤혜인이 문 앞으로 다가가 힘껏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불렀다.“엄마... 엄마...”화들짝 놀란 도우미가 얼른 달려와 윤혜인을 막았다.“아가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만하세요.”도우미가 윤혜인을 안더니 힘껏 침대 쪽으로 끌어당겼다. 윤혜인은 문을 두드릴 수 없어 큰 소리로 외칠 수밖에 없었다.“엄마. 엄마. 엄마.”윤혜인이 큰 소리로 외치자 바깥에서 들리던 웅얼거리는 소리가 달라졌다.쿵.문이 격렬하게 흔들렸다.쿵. 쿵. 쿵.휠체어로 문을 힘껏 부수는 소리와 도우미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사모님. 안 됩니다. 이러시면 안 돼요.”윤혜인이 더 높은 소리로 불렀다.“엄마. 엄마. 엄마.”방 안에 있던 도우미가 윤혜인의 입술을 틀어막자 윤혜인이 팔다리를 마구 버둥대며 웅얼웅얼 소리를 냈다.문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탈칵 하는 소리와 함께 열쇠가 망가졌다. 문이 열리더니 검은 그림자가 안으로 쌩하고 들어왔다. 윤아름은 큰 꽃병 하나를 이고 들어와 윤혜인의 입을 막고 있는 도우미를 내리쳤다. 도우미는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쓰러지더니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윤아름이 휠체어에서 겨우 일어나 윤혜인을 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윤혜인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정말 오랜만에 엄마를 다시 안아보는 거라 윤혜인도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도우미는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는 다른 도우미를 보고 윤아름을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긴 윤아름은 아까 정신이 살짝 나간 것 같았다. 게다가 원진우가 윤아름을 다치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기에 과분하게 말렸다가 윤아름이 다치는 날에는 도우미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다.이때 소식을 들은 원진우가 다급하게 걸어왔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녀를 보게 되었다. 원진우는 멈칫하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울다가 웃기를 반복하는 윤혜인은 정상 같아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멍하던 예전과 비기면 정서라는 게 생겼다. 윤혜인이 확실히 윤아름을 치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71화

    원진우는 연속 몇 시간이나 윤혜인을 관찰했다. 관찰한 시간이 오래면 오랠수록 원진우는 윤혜인이 자는 모습이 자신과 쏙 빼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낯선 곳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고 언제든 경계 태세에 들어가는 것도 말이다.“일어났으면 뭐 좀 먹어요. 도우미에게 이쪽으로 가져다주라고 할게요.”원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차분하고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만약 윤혜인에게 예전 경력이 없었다면 원진우를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적어도 그렇게 잔혹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뒤로 잘 숨긴 것 같았다.윤혜인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들었다가는 원망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았다. 정서도 도라는 게 있어 일정한 포인트까지 닿으면 되지 아니면 원진우가 오히려 경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진우는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 그저 윤혜인이 보면 볼수록 귀엽다고 생각했다.“혜인 씨, 이름은 엄마가 지어준 거예요?”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혜인의 몸에는 금패가 하나 있는데 위에 윤혜인의 이름이 적힌 금패였다. 양아버지가 길다가 그녀를 줍고 주변과 경찰서에 윤혜인이라는 아이가 실종됐는지 물었지만 윤혜인이라는 아이를 잊어버린 적은 없다고 했다. 전에 조사가 어려웠던 건 윤혜인이 원진우의 의해 먼곳에 던져졌기 때문이다. 그때는 기술이 좋지 않아 실종자를 찾는 것도 힘든 일이긴 했다. 게다가 양아버지는 인자한 사람이었기에 윤혜인의 아버지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만 말할 뿐 이기적이게 그녀의 모든 걸 묵살하지는 않았다. 원래 이름을 쓰겠다고 한 것도 어느 날 친부모님을 만나면 그들이 자기를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듣기 좋네요.”원진우가 말했다. 윤혜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원진우가 뭔가 말하려다가 방향을 잃었다.“일찍 쉬어요.”원진우가 이렇게 말하더니 방에서 빠져나갔다. 도우미가 아침을 가져다줬는데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윤혜인은 그 요리와 밥을 이미 보며 원진우가 아직 독을 타지는 않았을 거라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70화

    윤혜인은 다시 눈을 감으며 잠을 자야 체력을 보존할 수 있다고 자기 자신을 타일렀다. 오빠가 사람을 데리고 오기 전까지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 자신을 타일러도 윤혜인의 잠자리는 여전히 뒤숭숭했고 악몽만 연거푸 꿨다. 엄마가 여기 있고, 아버지를 죽인 원수도 여기 있다는 생각에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겨우 동이 틀 때까지 버틴 윤혜인이 눈을 뜨자 침대맡에 놓인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원진우였다. 윤혜인은 순간 얼굴을 굳히더니 혹시나 하지 말아야 할 잠꼬대를 하면서 마음에 담아뒀던 말을 전부 쏟아낸 게 아닌지 걱정했다.“깼어요?”원진우는 그런 윤혜인을 보며 덤덤하게 물었다. 윤혜인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매우 덤덤했다.“네.”“어제 잠을 설치는 것 같던데요?”원진우가 대수롭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차갑디차가운 눈동자에 담긴 의미가 뭔지는 알아내기 힘들었다.윤혜인은 혹시나 실수한 건 아닌지 의심되어 심장이 철렁했다. 얼른 머리를 굴린 윤혜인이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렇게 말했다.“네. 잠을 잘 자지 못한 건 맞아요. 어제 겪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무섭거든요. 나는 정말 거기서 죽는 줄 알았어요.”윤혜인이 솔직하게 말하자 원진우의 눈빛도 살짝 풀렸다.“내가 그렇게 무서워요?”원진우가 물었다.“네. 너무 무서워요. 나를 세 번이나 죽이려고 했는데 어떻게 안 무섭겠어요?”윤혜인은 두려움을 전혀 위장하지 않았다. 원진우와 말할 때도 몸을 살짝 움츠리며 뒤로 빼고는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이에 원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평소 곽진명과는 어떻게 지내는데요?”윤혜인은 원진우가 무슨 뜻으로 묻는지 몰라 잠깐 넋을 잃었다.“곽진명과도 이렇게 지내요?”원진우가 물었다. 윤혜인은 그제야 원진우가 자기를 윤혜인의 아버지로 대입해 곽진명과 비교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곽진명을 떠올리자 윤혜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아빠는 내게 무척이나 잘해줬어요. 그래서 한 번도 무섭다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9화

    원진우가 눈길을 돌리더니 차분한 표정으로 묵묵히 다짐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총명한 여자라는 걸 알아챘으니 윤혜인이 한 말과 보이는 행동을 믿으면 함정에 빠지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원진우는 윤아름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윤아름의 어깨를 잡고 힘껏 흔들었다.“아름아,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윤아름의 동공은 여전히 풀려 있었고 원진우가 무슨 말을 하든 아무 반응이 없었다. 원진우는 윤아름의 어깨를 점점 더 억세게 부여잡더니 이를 악물고 캐물었다.“말해. 말하라고. 있어, 없어?”“...”윤아름은 여전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흥흥거릴 뿐이었다. 진우희가 그렇게 된 걸 본 다음부터 줄곧 이 상태였다.원진우는 윤아름의 멘탈이 이렇게 약할 줄은 몰랐다. 양자를 총으로 쐈다는 소식부터 먼저 알려주고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진우희의 시신까지 보여줬다. 지하실에 갇혀 있으면서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윤아름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미쳐버리고 말았다. 다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하고 있었다. 곽경천도 그녀를 구하려다 총에 맞았고 진우희도 그녀를 도우려다 원진우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이 모든 건 다 그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말았고 그 뒤에 아무리 다시 이어주려 해도 이어지지 않았다. 무의식적인 흥얼거림과 가끔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은 윤아름을 모두가 알아주던 미녀에서 바보로 전락하게 했다. 하지만 미인은 미인인지라 치매에 바보가 되어도 예쁘기만 했다.윤아름은 초점 없는 동공으로 무의식적으로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때 미약하게나마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윤아름의 눈동자가 다시 초점을 되찾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넘어졌다. 원진우가 부축하려 했지만 윤아름이 그 손을 탁 쳐내더니 미친 듯이 모니터가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 화면으로 보이는 윤혜인은 어느새 몸을 웅크리고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8화

    그 누구든 오랫동안 보지 못한 아이를 본다면 차분함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윤아름처럼 아이를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윤아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멍한 표정이었다.원진우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번에는 정말 연기가 아닌 진짜였다. 윤혜인의 쓸모도 이제 끝났기에 원진우는 윤혜인의 손에 올렸던 발을 뗐고는 입을 열었다.“온도 영하 80도로 내려.”“!”윤혜인이 화들짝 놀랐다. 이건 윤혜인을 산채로 냉동시켜 저번에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겠다는 뜻이었다. 원진우가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자 윤혜인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원진우가 문밖으로 나서는 날에는 죽음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어떻게 해야만 살 수 있을까...’윤혜인은 죽기 싫었다. 살아서 엄마를 구하고 오빠가 오기를 기다리고 싶었다. 윤혜인은 윤아름의 얼굴을 떠올리다 갑자기 자지러지게 소리를 질렀다.“원진우!”윤혜인이 성까지 붙여서 부르자 아니나 다를까 원진우가 걸음을 멈추더니 윤혜인을 돌아봤다. 윤혜인은 혀끝을 꽉 깨물었다. 피비린내가 혀끝에서 느껴져서야 윤혜인은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 윤혜인의 목은 마르고 갈라져 있었다.“내가 누구 딸인지 생각해 본 적 없어요?”윤혜인을 보는 원진우의 눈빛에서 보기 드물게 두려움이 묻어났다. 비록 몇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윤혜인이 그 눈빛을 캐치하고는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머지 반이야말로 윤혜인이 살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핵심이었다. 윤혜인은 원진우에게 고민할 기회도 주지 않고 꿋꿋하게 말했다.“삼촌, 그렇게 총명하신 분이 이미 눈치채고 계신 거 아니에요? 경천 오빠랑 나랑 친 남매가 아닌 건 알고 있잖아요. 아버지가 왜 직접 낳지 않고 남자아이를 입양했는지 생각해 본 적 없어요?”원진우가 윤혜인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혹시 지금 내 딸이라고 하고 싶은 거예요?”“머리는 썼는데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그렇게 쉽게 속지 않아요.”원진우가 이렇게 말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7화

    턱에서 전해진 고통에 윤혜인은 호흡이 가빠졌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말했다.“엄마 좀 만나게 해줘요... 딱 한 번만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든 다 좋아요...”“꿈도 꾸지 마요.”원진우가 윤혜인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원진우가 여신으로 받드는 사람이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니, 이런 오점은 반드시 지워야 했다.윤혜인은 턱이 빠질 것처럼 아팠지만 여전히 울면서 애원했다.“딱 한 번만요. 한 번만 엄마를 만나게 해줘요. 제발 부탁이에요... 죽어도 눈은 감고 죽어야죠...”원진우는 윤혜인이 죽음을 앞두고 자기 걱정보다는 엄마를 만나고 싶다는 말에 흥미를 느꼈다.“혜인 씨는 만나고 싶어도 아름이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죠.”이 말에 윤혜인이 고개를 저었다.“거짓말하지 마요. 엄마가 왜 나를 만나려 하지 않겠어요?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당신이 납치하면서 나를 버리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요.”“명을 재촉하는 꼴이라니.”원진우가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그렇다면 만족시켜 줄게요.”원진우가 손뼉을 치자 대문 하나가 열렸다. 불빛이 들어와서야 윤혜인은 지금 있는 곳이 냉동창고라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원진우는 전혀 추위를 타지 않았다. 특수 제작한 옷을 입고 있어 냉동창고에 있어도 추위를 막을 수 있었다. 까만 옷을 입은 사람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왔다. 하지만 반사 때문에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누군지 잘 보이지 않았다. 원진우가 그쪽으로 다가가 휠체어를 받아와 가까이 밀고 와서야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윤혜인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릴 적 기억들이 물밀듯 밀려왔다. 여자가 자장가를 부르며 아이를 달래는 장면, 여자가 어린 윤혜인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도 여자의 얼굴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윤혜인과 자매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적지 않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6화

    “당신...”윤혜인이 이를 악물었다. 너무 흥분해서 그런지 이 말을 빼고는 다른 말이 나가지 않았다.“급해할 거 없어요. 천천히 해요.”원진우가 오히려 웃으며 윤혜인을 다독였다. 윤혜인은 손에 칼만 있었다면 앞에 앉아 있는 이 남자를 죽이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칼이 있다고 해도 절대 이 남자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경계가 삼엄한 배씨 정원에서 윤혜인을 납치했다는 건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말이었다. 윤혜인은 속으로 원망해도 흥분해도 쓸데없다고 자기 자신을 타일렀다. 이런 남자를 상대하려면 최대한 차분함을 유지하며 기회를 찾아야 했다. 윤혜인은 주먹을 꽉 움켜쥐는 것으로 최대한 차분해지려 애썼다.“왜 나를 죽이려는 거예요?”윤혜인이 물었다. 이 문제가 약간은 바보 같아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원진우가 윤혜인을 죽이고 싶어 하는 이유라면 아마도 윤혜인이 윤아름의 아이여서일 것이다. 그리고 윤혜인이 관찰한 데 의하면 원진우는 총명한 사람을 싫어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멍청한 척, 무서운 척하며 상대의 경계심을 푸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실 윤혜인도 원진우가 어떻게 윤혜인이 어릴 때 찾아온 건지 알고 싶었다.원진우는 순진해 보이는 윤혜인의 얼굴을 보며 온화하게 웃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점이 생기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죠. 윤혜인 씨의 존재가 딱 그 오점이거든요.”“...”윤혜인은 할 말을 잃었다. 원진우는 미친 게 틀림없었다. 윤혜인이 입술을 앙다물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어릴 때는 어떻게 찾아온 거예요?”“그때는 우연히 마주친 거예요.”원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양아버지가 혜인 씨를 그렇게 보호할 줄은 몰랐는데. 명이 질기네요.”원진우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웃음이 점점 음침해졌다.“춥디추운 그날 밤에도 죽지 않고 살았고, 쓰레기 봉지에 담아놔도 안 죽고 살아있으니...”윤혜인이 화들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당신이었어요...?”저 정도면 답을 준 거나 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5화

    이에 양아버지는 남자가 어린 윤혜인을 노린다는 걸 확신했다. 그 시절 화려한 옷을 입고 비싼 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를 유괴범이라 외친다면 믿을 사람도 없을뿐더러 성가신 일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작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런 짓을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니 이 남자도 대담하게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양아버지는 남자가 느긋하게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자 얼른 어린 윤혜인을 안고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린 윤혜인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케이크가 바닥에 떨어지자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아빠, 케이크... 케이크...”아이의 눈에 케이크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어린 윤혜인이 눈시울을 붉히며 망가진 케이크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양아버지의 품에서 벗어나려 하자 양아버지가 숨을 헐떡이며 다독였다.“착하지. 아빠가 다시 사줄게.”어린 윤혜인은 너무 속상해 양아버지의 몸에 엎드린 채 양아버지의 등 뒤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리를 내다봤다. 어린 윤혜인은 양아버지가 왜 갑자기 이렇게 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양아버지의 당황한 모습을 보며 이내 얌전하게 양아버지의 목을 감싸더니 어깨에 기대어 북받치는 서러움을 꾹꾹 눌렀다. 어린 윤혜인은 나이가 어렸기에 양아버지처럼 곧 들이닥칠 위험을 감지하지는 못했다. 차갑고 끈적한 구덩이에 빠져있는 어린 윤혜인은 빨간 벨벳 슈트를 입은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윤혜인은 너무 무서워 눈을 부릅뜬 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두려움과 울분이 목에 걸려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남자는 5미터쯤 떨어진 곳에 멈추더니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다리를 들더니 양아버지의 얼굴에 던져버렸다.“허허.”남자가 음침하게 웃더니 제 딴에는 재밌다고 생각하는 말을 내뱉었다.“그러게 누가 그렇게 빨리 달리래? 그러니까 다리까지 나가떨어지는 거 아니야.”남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구름이 밀려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4화

    칠흑 같은 밤과 뼈저린 추위, 그리고 아까 맞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비까지, 모든 상황이 똑같이 맞아떨어졌다. 양아버지가 어린 윤혜인을 안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달리다가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다. 작고 연약한 어린 윤혜인은 포물선을 그리다 옆에 있던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어린 윤혜인의 몸과 얼굴은 흙이 잔뜩 묻었고 무성한 갈대에 가려져 시커먼 진흙과 한 몸이 되고 말았다. 어린 윤혜인이 겨우 몸을 일으켜 양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려는데 양아버지가 어린 윤혜인을 향해 힘껏 고개를 저었다. 넘어져서 몸을 다친 양아버지는 몸이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 윤혜인을 안았던 그 자세 그대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어린 윤혜인은 그런 양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구덩이에 빠져있는 걸 양아버지도 분명히 봤는데 양아버지가 왜 그 자세 그대로 앞으로 내달리는지 말이다. 어린 윤혜인은 그렇게 넋을 놓고 한참 동안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빨간 스포츠카가 하늘이 떠나갈 것 같은 엔진소리와 함께 양아버지 뒤를 쫓았다. 앞에서 달리던 양아버지는 그렇게 차에 치여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어린 윤혜인은 양아버지의 다리가 몸에서 완전히 분리되더니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걸 목격했다. 심지어 그중 한쪽이 어린 윤혜인 앞에 떨어졌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개진 다리였다. 바닥에 쓰러진 양아버지의 얼굴도 어린 윤혜인을 향해 있었다. 눈을 부릅뜬 모습이 마치 절대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어린 윤혜인은 초점을 잃고 퀭한 양아버지의 두 눈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정말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어린 윤혜인은 죽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범퍼가 깨진 스포츠카에서 빨간 벨벳 슈틀 입은 남자가 내려왔다. 어린 윤혜인은 얼굴은 매혹적이고 잘생긴 남자가 얼마나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는지 똑똑히 보았다. 남자는 몸통이 절반 뜯어져 나간 양아버지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