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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이혼 협의서에 사인하라고 한 건 분명 이준혁 아닌가?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준혁이 허리를 쭉 펴고 일어나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밤 본가 저택에 식사 자리가 있으니까 잊지 말고.”

이준혁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윤혜인이 뒤에서 그를 불렀다.

“대표님.”

그녀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춘 이준혁이 고개를 돌려보니 윤혜인은 아주 공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다음주 월요일은 시간이 되시나요?”

이준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가던 길 가는 건데. 왜 굳이 멈춰 서서 이런 말을 듣고 있는 걸까!

“네 마음대로 해.”

어두운 얼굴로 사무실을 나선 이준혁은 사무실 문을 쾅 닫았고 확실하게 약속을 잡은 윤혜인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해탈감이 들었다.

그를 놔주기로 결심한 만큼 윤혜인은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싶었고 이제 이혼만 하면 그녀는 더 이상 수시로 그를 마주할 필요가 없게 된다.

1년, 2년, 3년 혹은 10년, 그게 언제든 윤혜인은 자신을 치유하면서 천천히 그를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어느덧 저녁 6시가 되었고 운전 기사는 시간에 맞춰 윤혜인을 픽업한 뒤, 이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

서울의 중심 지역에 위치한 저택은 땅값만 해도 어마어마했으며 인테리어 또한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이 결혼 생활에서 윤혜인이 제일 아쉬운 게 바로 이준혁의 할아버지 이태수였다.

이준혁의 할아버지는 보통 명문 가문과 다르게 오픈 마인드였으며 계급 관념도 없었기에 단순한 윤혜인을 매우 예뻐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는 병에 걸리시게 되었고 이준혁은 할아버지에게 윤혜인과 결혼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기적처럼 좋아지더니 요 몇 년 사이에는 점점 더 건강해지기까지 했다.

이제 이혼하면 할아버지를 보러 올 수 없다는 생각에 윤혜인은 마음이 울적했다.

거실로 들어서자 집사가 윤혜인에게 할아버지가 손님을 접대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임신 때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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