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93화

Author: 이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3-13 19:00:00
이준혁은 확신에 찬 말투로 질문을 던졌다.

김성훈은 전에 자궁 냉증이 있는 여자에게 임신한 날짜도 오차가 있을 거라고 했다. 물론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이준혁은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윤혜인이 바람을 피웠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 동안 이준혁은 윤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망울에 비춰진 그림자는 언제나 이준혁이었다.

그는 턱으로 윤혜인의 머리카락에 비비적거리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혜인아, 미안해. 우리 앞으로 잘 살아보자. 응?”

다정하고 자상한 이준혁의 목소리에 윤혜인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복잡했다. 체내에 있는 가장 약한 곳이 바늘에 찔린 듯했다.

윤혜인은 매번 이준혁의 말에 상처를 받아서 마음이 아픈 것도 사실이지만 그를 온전히 내려놓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남자는 그녀가 10년 동안 사랑한 사람이다. 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그녀의 희로애락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준혁에게 받은 상처 또한 뚜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이 순간, 윤혜인은 한 마리의 어린 새 마냥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두 개의 자아가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그녀에게 뱃속의 아이는 온전한 가정이 필요하다고 설득했고 다른 한 사람은 더 이상 멍청한 짓을 하지 말라고, 이준혁이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건 그의 소유욕이 장난을 치는 거라고 타일렀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던 윤혜인은 어느새 스르르 눈이 감겼지만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안고 있던 이준혁은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야심한 밤, 윤혜인은 갑자기 외마디 비명과 함께 두 눈을 번쩍 떴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험악하게 생긴 남자가 그녀의 꿈속에 나타나 향기가 좋다고 하면서 그녀를 쫓아다녔다.

“왜 그래?”

침대 곁에 설치된 전등을 켠 이준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돌리며 물었고 입술을 꽉 깨문 윤혜인의 눈가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94화

    “왜?”이준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고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던 윤혜인은 발그레한 표정으로 말했다.“소파에 가서 자요.”무섭지만 않았다면 윤혜인은 절대 이준혁과 한 침대에서 잠을 자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는 여자와 달리 반응이 확실했다.조금 전에 많이 놀란 윤혜인을 배려하는 마음에 이준혁은 그녀를 그만 놀리기로 했다. “샤워 좀 하고 올게.”침대에서 내려온 이준혁은 욕실로 들어가 찬물 샤워를 했고 나와보니 윤혜인은 또다시 자는 척하고 있었다.윤혜인은 진짜 잠든 모습과 자는 척하는 모습이 확연하게 달랐다. 충격을 심하게 받은 그녀는 오늘밤 쉽게 잠들 수 없을 것이다.침대로 다가가 허리를 숙인 이준혁은 그녀의 귓볼을 살짝 깨물었다. 화들짝 놀란 윤혜인은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개띠에요?”왜 이렇게 자꾸 사람을 깨물지?이준혁은 핏자국이 난 팔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담담하게 말했다.“너한테 전염된 거 같은데?”윤혜인은 이준혁의 팔을 보며 반박할 수 없었다. 그에 비하면 그녀가 깨문 것이 조금 더 심각했기 때문이다.이준혁은 아무 대꾸도 없는 윤혜인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네 그 튼튼한 이에 보험 좀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 어떤 무기보다 효과가 확실했다.눈살을 살짝 찌푸린 윤혜인은 이준혁이 왜 이 늦은 밤에 잠도 안 자고 이렇게 그녀에게 시비를 거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윤혜인이 귀찮은 듯 다시 눈을 감자 갑자기 다가온 이준혁은 그녀의 허리를 확 감싸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빚 독촉하러 왔어.”“빚은 무슨…”흠칫하던 윤혜인은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설마 이 남자… 아니야! 절대 그럴 리는 없어!“날 네 번이나 깨물었으니 나도 한 번쯤은 복수해야지.”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요.”윤혜인은 팔을 내밀며 말했다. 은은한 불빛 아래 그녀의 팔은 가늘고 백옥같이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때, 이준혁은 그녀가 내민 팔을 꾹 누르더니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채 가까이 잡아당겼고 이내 고개

    Last Updated : 2024-03-14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95화

    문이 살짝 열려 있었기에 이준혁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나중에 돌아가면 너 보러 갈게. 지금은 못 가.”상대방이 무슨 말을 한 건지는 모르지만 이준혁은 조용히 듣고 있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가 통화를 하고 있다는 걸 그제야 눈치챈 윤혜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샤워 가운을 두르던 윤혜인은 오늘 입을 옷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제 입었던 옷은 여기저기 찢어졌으며 더군다나 그 변태의 손길이 닿았기에 다시는 입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이준혁이 방으로 들어왔고 전혀 눈치채지 못한 윤혜인은 그의 정장 외투를 몸에 걸치고 있었다.그의 옷이 너무 큰 탓에 소매는 그녀의 무릎까지 닿았으며 그 모습은 마치 어른 옷을 몰래 입은 어린아이 같았다.이준혁이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그의 존재를 발견한 윤혜인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말했다.“입을 옷이 없어요.”서울이었다면 이준혁은 사람을 시켜 새 옷을 준비했을 텐데 이곳은 옷을 살 곳마저 마땅치 않았다.“저랑 같이 집에 옷 가지러 가요.”윤혜인은 옷을 챙기긴 했지만 전부 집에 두고 왔다.“이대로 나가려고?”이준혁은 윤혜인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안 돼요?”윤혜인은 곁에 있던 전신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안 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준혁의 커다란 옷이 무릎까지 덮었으니 차에 타도 춥지는 않을 것이다.“뭐 문제 있어요?”윤혜인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목에 퍼렇게 멍든 자국만 제외하면 전혀 상관없었다. 이준혁 저 남자는 개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딸기를 심는다고 하던데 저 남자는 그녀의 목에 포도를 심어버렸다.입을 삐죽거리던 윤혜인은 머리카락으로 목덜미를 살짝 가렸다.이때, 이준혁이 뒤에서 그녀를 와락 안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뭘 가리고 있어?”윤혜인은 그와 말을 걸고 싶지 않아서 가볍게 무시했다. 이준혁은 손으로 그녀의 등을 살짝 누르더니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말을 보탰다.“이렇게 발가

    Last Updated : 2024-03-15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96화

    “안 돼. 아이와 이혼만 빼고 뭐든 다 들어줄 수 있어.”이준혁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윤혜인도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이 두가지를 제외하면 저도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어요.”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여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재주가 생긴 거지? 어젯밤에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듣더니.그는 지금 이 순간, 윤혜인을 침대에 눕혀 화가 풀릴 때까지 뽀뽀를 하고 싶었다.한편, 이준혁의 무릎에 앉은 윤혜인은 그의 다리 근육들이 너무 딱딱해서 엉덩이가 불편했다.“저랑 옷 가지러 집에 가기 싫으면 저 혼자 다녀올게요.”말을 하던 윤혜인이 벌떡 일어나자 이준혁은 그녀를 덥석 잡아당기더니 샤워 가운으로 그녀를 꼼꼼하게 둘러싼 뒤 어깨에 업고 호텔을 나섰다.저택으로 돌아온 윤혜인은 옷을 챙기러 안방으로 들어갔다가 엉망진창이 된 방을 보자 어제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그녀는 이준혁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가지 마요.”윤혜인을 힐끗 쳐다본 이준혁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곁에 계속 머물렀다.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 윤혜인은 문을 비스듬히 열어 두었기에 이준혁은 고개를 들자마자 그녀의 얇고 아름다운 등을 볼 수 있었다.이준혁은 자신도 모르게 동공이 흔들렸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윤혜인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이준혁은 부서진 문을 수리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저곳 찾다가 나사를 발견하게 되었고 옷소매를 위로 거두더니 기다란 손가락으로 문고리를 잡은 채 나사를 박기 시작했다.은은한 햇빛이 이준혁의 옆모습에 비춰 들었고 조각 같은 외모는 오늘따라 유난히 더 수려했다.윤혜인은 나사를 박던 이준혁을 보며 살짝 놀라웠다. 그가 이런 일까지 할 줄 알다니.“이리와.”이때, 이준혁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윤혜인에게 말했고 윤혜인이 다가가자 그는 나사 하나를 그녀에게 건넨 뒤 다시 작업에 집중했다.이준혁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한 방울의 땀은 윤혜인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괜히 부끄러워진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리며 대충

    Last Updated : 2024-03-16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97화

    이준혁은 윤혜인의 턱을 살짝 들어올리더니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내가 말한 첫경험은 남이 남긴 음식을 처음 먹는 거랑 설거지를 처음 하는 거였는데?”“일부러 그러는 거죠?”이준혁은 지금 일부러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이때, 이준혁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콧날을 톡 치더니 눈썹을 들썩였다.“하지만 그것도 사실이지.”“뭐가요?”“내 첫경험이 너라는 말.”이준혁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냈지만 윤혜인은 귀까지 빨개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첫날밤이 떠올랐고 그날 처음 잠자리를 해본 이준혁은 익숙하지 않은 듯 매우 빨리 끝났다.그때 당시 두 사람은 서로 너무 어색했고 술을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둘 다 정신은 멀쩡한 상태였다.윤혜인도 첫경험이었지만 책에서 본 것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이준혁이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준 덕에 허리만 조금 쑤실 뿐이었다.그날 밤, 왠지 울적해 보이는 이준혁의 표정을 보고 나서 윤혜인은 어떻게 된 일인지 눈치채게 되었다.그때 윤혜인은 꽤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선 그룹의 대표가 여색을 즐기지 않는 이유가 스킬이 부족해서라니.이준혁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윤혜인을 보며 그때 당시 얼굴이 퍼렇게 질려버렸다.술을 마신 데다가 첫경험이라 그는 갈팡질팡했던 것인데 상대방이 오해라도 할까 봐 이준혁은 바로 다시 윤혜인을 침대에 눕혔고 이번에야말로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었다.한편, 이준혁은 넋이 나간 채로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윤혜인의 표정에 그녀가 또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 있다는 걸 눈치채게 되었고 순간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졌다.그는 이를 악문 채 윤혜인을 살짝 꼬집었다.“옛날 생각하지 마. 딱 그때 한 번이었어.”그 뒤로 이준혁은 단 한번도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이준혁에게 안겨 있던 윤혜인은 불편한 듯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좀 비켜봐요…”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은 고개를 숙여 그

    Last Updated : 2024-03-17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98화

    윤혜인이 입을 열어 대답하려고 했지만 이준혁은 그녀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윤혜인의 턱을 잡더니 그대로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윤혜인은 두 손으로 이준혁의 가슴을 몇 번이나 밀어냈지만 되레 더욱 꽉 잡히고 말았다.그러다가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이준혁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하지만 그녀의 턱을 들고 있던 손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역시 이래야 좀 화가 덜 나네.”“이준혁 씨… 아니…”윤혜인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화를 내려고 하자 이준혁은 또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고 다리에 힘이 풀린 윤혜인이 쓰러지려고 하자 그제야 그녀를 놔주었다.“계속 말 할 거야?”이준혁은 눈썹을 살짝 들썩이며 물었다. 그녀가 한마디라도 더 하면 그는 다시 키스를 할 게 뻔하기에 윤혜인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조용해지자 만족스럽게 웃던 이준혁은 그녀를 차에 태우며 말했다.“이제 집에 가자.”차에 앉은 윤혜인은 거친 입맞춤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기에 안전 벨트를 묶어주는 이준혁에게 반항조차도 하지 못했다.이준혁은 윤혜인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말했다.“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모든 걸 나한테 맡겨.”그의 한마디에 꽁꽁 얼어붙었던 윤혜인의 마음은 또다시 격렬하게 흔들렸다.하지만 이번엔 마음 한 켠에 자꾸 불안했으며 구름 위에 둥둥 떠있다가 추락하는 듯한 이 기분이 너무 무서웠다.가는 길 내내 윤혜인은 자지도 않고 창문에 기대 바깥 풍경을 쳐다보았다.인하 마을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깨끗한 강물이 흐르고 전체적으로 고전미가 넘쳐났다.이준혁은 창밖을 쳐다보는 윤혜인에게 말을 걸었다.“너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이 꽤 예쁘네.”“예전에 인하 마을에 와본 적이 있어요?”윤혜인의 질문에 이준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역시나 전혀 기억을 못하는 이준혁을 보며 윤혜인은 눈빛이 조금 울적해졌다.하긴, 그땐 그녀가 겨우 열세 살 소녀였으니 기억이 안 날 수밖

    Last Updated : 2024-03-18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99화

    순간, 이준혁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는 매년 임세희의 생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챙겨줬는데 올해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그때 당시 이준혁이 더러운 일을 목격했을 때도 임세희의 생일날이었다. 그날 망연자실한 이준혁은 얼음장 마냥 차가운 호수에 빠져버렸고 임세희가 물에 뛰어들어 그를 구해준 것이다.그래서 매년 임세희의 생일날이면 이준혁은 아무리 바빠도 그녀와 함께 생일을 보냈다.이때, 임세희가 이준혁의 옷소매를 살짝 당겼고 이준혁이 밀어내지 않자 그녀는 울먹거리면서 말을 이어갔다.“준혁 오빠, 나 오후 세시부터 여기서 오빠 기다리고 있었어.”곧 겨울에 진입할 쌀쌀한 날씨에 임세희는 얇은 외투만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코는 빨갛게 얼어 있었고 더할 나위 없이 불쌍해 보였다.이준혁은 손을 슬쩍 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짓이야?”그의 목소리는 낮게 깔린 채 불쾌한 듯 말했지만 임세희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 말투는 분명히 그녀를 걱정하고 있는 말투다. 그녀가 이렇게 오랫동안 추위속에 서있은 보람이 있다.임세희는 고개를 살짝 돌려 차 안에 앉아있는 윤혜인을 보며 의기양양했다.저 나쁜 계집애가 준혁 오빠를 끌고 묘지로 간 것도 분명히 준혁 오빠의 동정을 유발하려고 한 짓이 확실하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준혁 오빠는 오늘 그녀와 함께 생일을 보낼 것이니까.이때, 곁에 서있던 임씨 아주머니도 말을 보탰다.“준혁 도련님, 저희 아가씨가 아침 다섯시부터 일어나서 직접 케익을 만들었습니다. 도련님과 함께 먹고 싶다면서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몰라요.”“그래서 이렇게 당신 아가씨가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걸 보고만 있은 거예요?”이준혁이 임씨 아주머니를 보며 별다른 표정 없이 담담하게 말했지만 임씨 아주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쫙 돋았다.이준혁이 임세희에게 정이 남아있지만 임씨 아주머니에게는 전혀 없으니 실수로 이준혁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도련님, 제가 아가씨를 말리긴 했는데…”임씨

    Last Updated : 2024-03-18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200화

    말을 마친 이준혁은 윤혜인의 손을 잡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추위에 떨고 있던 윤혜인의 작은 손은 이준혁 덕분에 너무 따듯했다.이때, 뒤에서 털썩 소리가 들렸다.“어머! 아가씨! 휠체어에서 떨어지셨어요!”임씨 아주머니의 다급한 외침과 임세희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이준혁은 걸음을 살짝 멈칫했다가 다시 차로 향했다.한편, 이준혁이 차에 올라타려고 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임세희는 오열하기 시작했다.“준혁 오빠, 나 너무 아파. 제발 가지 마… 나 무릎이 너무 아파… 제발 날 버리고 가지 말아줘… 오늘 내 생일이란 말이야… 내 생일이라고…”임세희는 한번 또 한번 이준혁에게 그녀의 생일이 뭘 의미하는지 각인해주고 있었다. 그건 그녀가 목숨으로 얻어낸 약속이다.결국 걸음을 멈춘 이준혁은 윤혜인을 힐끔 쳐다보며 뭔가 얘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의 안타까운 눈빛을 못 본 척하며 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잘 살고 싶다고 했잖아요?”오늘 그가 임세희를 위해 돌아선다면 앞으로도 같은 상황은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럼 윤혜인은 평생 임세희의 트라우마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이때, 고개를 숙인 이준혁은 가볍게 대답했다.“그래.”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운전석으로 올라탔지만 윤혜인은 차에 오르지 않았다.“먼저 가요.”“뭐 하려고?”“임세희 씨에게 할 말이 있어요.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이준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차에 시동을 걸고 별장 방향으로 향했고 멍하니 쳐다보던 임세희는 충격을 받은 듯 소리를 질렀다.“준혁 오빠…!”하지만 이준혁이 타고 있던 차는 멈추지 않았다.온몸이 굳어버린 임세희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멀어져가는 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녀는 오늘 분명 필승의 자신감으로 이곳에 온 건데! 준혁 오빠가 어떻게 그녀의 생일을 모른 척할 수 있단 말인가!임세희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윤혜인 탓이라고 생각됐고 윤혜인이 이준혁에게 주문을 건 탓에 이

    Last Updated : 2024-03-18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201화

    윤혜인의 차갑게 얼어붙은 눈이 그녀를 향해있었다.또 모른척하려고? 그녀에게도 그런 이들을 상대할 방법이 있다.과거에 그녀는 너무 온순하고 착했기에 그들이 외할머니에게까지 함부로 했던 것 같다.그들은 이런 악행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잘살고 있는데 왜 평생 선량하게 살아온 할머니만 고통받아야 하는가?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손녀의 불행을 지켜보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떠나야 했다.할머니는 그녀를 걱정하며 씩씩하게 잘 살아내라며 당부했다.오늘부터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정상적인 교류가 통하지 않으니 별수 없다.윤혜인의 서늘한 눈빛에 임세희는 소름이 돋았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당신이 뭘 할 수 있지? 증거 있어?”윤혜인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준혁 와이프로서 당신의 행정을 말한다면 당신이 내 남편을 유혹했다는 증거를 찾아줄 거야. 그때 되면 키보드를 두드리는 네티즌들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임세희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고얀년이 언제 이렇게 똑똑해 진 거지?저 두려움 없는 표정을 보니 이전에 온화함은 확실히 모두 거짓이었다.준혁오빠가 저 기세등등한 모습을 봤어야 했다.아무 말도 못하는 임세희를 보던 옆에 있던 임향숙은 윤혜인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아가씨와 도련님은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냈고 사이도 좋았어요. 분명 당신이 아가씨와 도련님의 사이가 나빠진 틈을 타서 도련님을 유혹해 침대에 오른 거잖아요! 그러면서 무슨 자격으로 우리 아가씨를 제삼자로 말하는 거죠? 당신이야말로 제삼자잖아요!”윤혜인은 임향숙의 뻔뻔한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그녀처럼 낯 두껍고 사상이 삐뚤어진 사람은 처음이다.윤혜인은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졌다. 그녀는 임향숙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유부남을 유혹한 짓을 이렇게 뻔뻔하게 말하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요. 아주머니의 사상이 특이한 것을 보니 임씨 가문은 정말 개방적인가봐요.”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자신을 조롱하는 윤혜인에

    Last Updated : 2024-03-18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40화

    영숙은 차갑게 말했다.“그 셋은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참을 수 있으면 참아. 아니면 피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터져도 내가 대신 해결해줄 일은 없을 거야!”소원은 바보가 아니었는지라 영숙의 말 속에 담긴 선의를 금세 알아챘다.다음에 또 그 셋을 마주친다면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결근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처럼 서로 계산만 가득한 곳에서 같은 여성이 보여주는 호의는 그녀에게 작지 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소원은 영숙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언니. 절대 폐 끼치는 일 없을 거예요.”소원이 미소 짓는 것을 보고 영숙은 잠시 멍해 하더니 어딘가 어색한 듯 담배를 끄며 고개를 돌렸다.그러고는 자리를 떠나면서 넌지시 말했다.“미친 거 아니야? 너 도와주는 거 아니라니까.”소원은 영숙이 떠난 후에도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이제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영숙은 선한 사람이었다.그녀가 왜 자신을 돕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진심과 가식은 구분할 수 있었다.그렇게 씻고 나서 소원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걸어가던 중에도 머릿속은 온통 서현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정말 현재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번 기억 상실이 현재에게 축복일까, 아니면 불행일까?’만약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서현재는 분명 싸울 것이었다.서씨 가문의 결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통제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으며 뒤편 문 근처에 도착했다.그 순간, 2층 창문 쪽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희미하게 들리던 대화 속에 ‘서씨 가문’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소원은 멈춰 서서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기로 했다.“서씨 가문에서 요즘 그 사생아를 꽤 중시하는 것 같더라.”“사생아라니? 그 자식은 사생아보다도 더 낮은 존재야. 사생아조차도 못 되는 잡종이지.”“야, 그런 말 하면 큰일 난다. 서씨 가문 어르신이 그 사람을 중히 여긴다는데... 네가 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39화

    소원은 손에 있는 10만 원의 현금을 꽉 움켜쥐었다.정말 ‘특별한 선물’이라는 게 대체 뭘 의미하는지 뻔했다.유진이, 그 아이가 그들의 손에 있다는 사실 말고 또 뭐가 있을까.소원은 고개를 약간 들어 방민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뒷모습이 멀어질수록 머릿속 생각은 복잡해졌다.그때 진아연이 우연을 가장하며 소원 곁으로 다가왔다.“체리, 무슨 일이야? 오늘 손님이 그렇게 힘들게 했어? 어쩌다 이렇게 됐대?”진아연은 일부러 따라온 것이었다. 그녀는 방금 육경한의 태도와 방민아가 말하는 것을 전부 지켜보았다.육경한이 소원에게 보이는 태도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한때 그는 소원에게 미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달랐다.현재 육경한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방민아였다.그리고 진아연의 생각에 오직 방민아만이 그와 어울릴 자격이 있었다.진아연은 속으로 흡족해했다.한때 육경한이 소원에게 보였던 미친 행동이 정말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것도 그저 지나가는 집착에 불과했던 것이다.육경한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오래된 것에 금방 싫증을 느끼는 사람이었다.‘그럼 내가 저질렀던 죄도 언젠가는 용서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소원은 아무 말 없이 진아연을 외면했다.그녀와 대화하고 싶지도, 그녀의 속셈을 지금 당장 폭로하고 싶지도 않았다.소원은 진아연이 어떤 목적으로 접근했는지 그리고 그녀 뒤에 누가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다.경솔하게 누군가와 한편이 되는 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겉으로 도와주는 척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자신을 이용해 다른 악행을 저지르려는 경우가 많았다.그리고 그런 일이 드러나면 결국 죄를 뒤집어쓰는 건 자신이었다.진아연은 소원이 말을 하지 않자 어딘가 거리감을 느꼈다.사실 그녀는 소원이 자신을 알아보는 게 두려웠지만 지금까지 소원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걸 보며 안심했다.소원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자신이 여전히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증거는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다만 그 사람으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38화

    소원은 육경한을 바라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육경한, 너희가 현재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너희 스스로가 잘 알겠지! 여기서 도덕적인 척하며 남 심판하지 마. 진짜 가장 비도덕적인 건 너희 같은 인간들이니까!”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육경한은 갑자기 손을 뻗어 소원의 목을 움켜쥐며 이를 악물었다.“그래, 내가 쓰레기라면 너네 현재는 뭐... 착한 사람이라는 거야?”소원은 목이 졸려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소원, 네가 그렇게 서현재가 착한 사람이라 믿는다면 나는 끝까지 너를 실망시키고 말 거야!”곧 육경한은 손을 거칠게 놓으며 소원을 벽에 내팽개쳤다.소원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어 헐떡였다.“똑똑히 봐. 남자는 변하지 않을 것 같지? 서현재도 변할 거야. 나 같은 쓰레기보다도 더 못한 인간으로.”그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소원은 머릿속이 하얘져 무슨 생각도 할 수 없었다.육경한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그들은 서현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자신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만들어 서현재를 평생 후회하게 할 것이다.그리고 언젠가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게 될 것이다.소원은 바닥에 주저앉아 목을 감싸 쥐었다.목이 불에 데인 듯 화끈거렸다.또각또각.누군가가 하이힐 소리를 내며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방민아가 소원을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지었다.“소원 씨, 이렇게 보니까 정말 개 같아요. 꼬리를 흔드는 한심한 개 말이에요.”소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제 가식을 벗어던진 방민아와 얘기할 가치는 없다고 느꼈다.방민아는 가방에서 10만 원을 꺼내 소원의 머리 위에 던지며 경멸스럽게 말했다.“이건 경한 씨를 대신해 소원 씨에게 주는 팁이에요. 소원 씨가 어떤 존재인지 잊지 않길 바랍니다.”클럽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서비스 요금이 바로 한 시간에 10만 원이었다.이 말은 방민아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37화

    육연주의 두 친구가 분위기를 띄우는 듯 샴페인을 마구 뿌리며 축하하기 시작했다.물이 섞인 술이 소원의 온몸을 적셨다.모두가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가운데 소원만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에 사로잡혔다.그 물기가 가슴속까지 스며들어 얼음처럼 차가웠다.마음 깊은 곳까지 차갑고 그 차가움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소원은 서현재가 과거를 잊었기를 바랐음에도 육연주가 그의 인생에 어울리지 않는 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서현재가 육연주와 함께한다면 그는 서씨 가문의 완벽한 통제 아래 놓이게 될 뿐 아니라 육연주의 지배 아래에서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지금도 서현재의 고통과 갈등이 그녀에게 보였는데 앞으로는 더 말할 것도 없을 터였다.만약 언젠가 서현재가 과거를 기억해낸다면 그것은 고통스러운 순간들의 시작일 것이다.그를 너무나 잘 알기에 소원은 미리부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약 서현재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그 고통은 그를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 분명했다.소란이 끝난 후, 모두가 술을 꽤 많이 마신 상태였다.서현재도 붙잡혀 적지 않게 술을 마셨고 육경한과 방민아 역시 몇 잔 마셨다.특히 육연주와 그녀의 친구들은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셔버렸다.육연주는 친구를 서현재로 착각하며 안긴 채 사랑을 속삭였다.“현재 씨, 나 정말 현재 씨 사랑해요... 정말로... 근데 현재 씨는 왜 나를 신경도 안 써요...”“헤헤... 그래도 결국 현재 씨는 내 사람이 됐잖아요... 이제 내 거잖아요...”친구를 안고 입맞춤까지 하며 정신없이 울부짖는 육연주의 모습이 주변 사람들조차 당황하게 만들었다.서현재는 그런 그녀를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고 자신의 상태도 좋지 않아 가슴을 누르며 비틀거리더니 방을 나갔다.소원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아무도 서현재의 이탈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밖으로 나간 그녀는 그의 뒷모습이 복도 모퉁이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36화

    “손님, 케이크 좀 드세요.”소원이 다시 한번 방민아를 불러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계속해서 케이크를 나눠주던 소원이 서현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육연주가 갑자기 그것을 가로채며 말했다.“현재 씨, 현재 씨가 사 온 케이크가 얼마나 달콤한지 한번 먹어봐요.”이 케이크는 분명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것이었다.서현재는 아무 말 없이 케이크를 받았다.이런 자리에서 굳이 육연주의 얼굴에 먹칠을 할 이유는 없었다. 비록 아무런 감정이 없어도 돌아가 서진태와 분명히 얘기할 때까지는 참아야 했다.육연주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원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케이크를 나눠줄 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그녀의 두 친구는 즉시 알아차리고 소원이 케이크를 나눠주고 돌아서기도 전에 양옆에서 그녀를 덮쳤다.“어머 어머!”모두들 단순한 생일 장난이라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두 친구는 일부러 더 심하게 장난을 쳤다.케이크를 얼굴에 던지고도 멈추지 않고 양손으로 얼굴에 더 세게 밀어붙이며 소원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연주야, 생일은 이렇게 즐겨야 재밌지 않겠어?”두 사람은 남은 케이크를 소원의 몸에 온통 문질러댔다.결국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케이크로 엉망이 되었고 마치 작은 밀가루 인형처럼 보일 때까지 괴롭힘을 당했다.곧 서현재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으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육연주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꺅!”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자 육연주는 천천히 입에서 반지를 꺼냈다.눈부시게 빛나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였다.“현재 씨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에요?”육연주는 서현재를 끌어안으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흑흑... 현재 씨, 정말 감동이에요.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이 반지는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것이었지만 서현재는 전혀 몰랐다.반지가 번쩍이는 모습을 본 서현재는 무의식적으로 소원을 바라보았다.온몸이 케이크 범벅이 되어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35화

    육연주의 이런 행동은 남자들에게 더 미움을 살 뿐이었다.그러나 정작 본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서현재가 싫어할 행동만 골라서 하고 있었다.만약 육경한이 든든히 그녀를 지원해 주지 않았다면 서씨 가문조차 그녀 같은 질투 많은 여자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방민아에게는 이런 멍청한 아군이 필요한 존재였다.그녀는 육연주의 행동에 만족하며 손을 끌어 잡고 오늘 옷차림이 참 예쁘다고 열렬히 칭찬했다.그러자 육연주는 마치 깃털을 활짝 펼친 공작처럼 더욱 자랑스러워하며 우쭐해졌다.소원이 케이크를 자르러 오자 육연주는 일부러 서현재를 향해 말했다.“현재 오빠, 내가 방금 무슨 소망을 빌었는지 알아?”서현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충 반응해 줄 생각조차 없었다.그는 자신이 이런 자리에 다시 온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느꼈다.‘이렇게 강압적이고 몰상식한 여자가 과거 내가 사랑했던 사람일 리 없어.’최근 그는 자주 꿈을 꾸었다.꿈속의 여자는 나비의 날개처럼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그녀가 웃을 때면 별조차 빛을 잃는 듯했다.그녀는 일반적인 여자들과 달리 애교를 부리지 않았고 자유롭고 거침없으면서도 용감했다.그 순간, 서현재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 폭발할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끝내 보이지 않았고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가슴 한구석의 공허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때문에 서현재는 분명 누군가를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누군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그 사람이 육연주는 아니라는 것이다.서현재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방민아가 나서며 분위기를 맞추려 했다.“연주야, 뭐 빌었는지 한번 말해 봐. 나랑 경한 씨도 듣고 싶거든.”그제야 덜 민망해진 육연주가 말했다.“현재 오빠랑 빨리 한 가족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방민아는 입을 가리더니 웃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소망이야? 두 사람은 곧 가족이 될 거잖아.”그리고 육경한을 바라보며 농담하듯 말했다.“연주가 정말 못 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34화

    소원은 순순히 점화기를 육연주에게 건넸다.곧 육연주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저리 가서 구석에 서 있어요!”오늘은 자신의 생일,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이런 재수 없는 여자가 가까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소원은 고개를 숙이고 ‘네’라고 대답한 뒤 조용히 구석으로 물러났다.어둠 속으로 물러나 섰지만 여전히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들이 따라오는 느낌이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소원은 고개를 숙이며 바닥을 응시했다.이곳에는 소원을 미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그 시선들이 더 뜨겁게 느껴졌다.육연주는 소원을 무시한 채 소망을 빌었고 이어서 서현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현재 오빠, 우리 같이 촛불 불어요. 네?”잡힌 손이 약간 굳어 있는 것을 느낀 육연주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지만 손을 더 꽉 잡았다.‘삼촌 앞이라 내 손을 뿌리치지는 못할 거야. 안 그럼 서씨 가문이 삼촌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테니까.’역시나 서현재는 살짝 손을 빼려 했지만 실패하자 더는 저항하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눈을 내리깔며 육연주를 기다리지 않고 홀로 촛불을 꺼버렸다.“불 껐어.”서현재는 무심하게 말했다. 육연주의 굳어버린 얼굴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육연주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 현재 오빠.”서현재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 앉았다.그 순간 소원이 고개를 살짝 든 것을 육연주가 보았다.육연주는 이를 악물며 억지로 웃음을 짓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소원을 가리키며 말했다.“아가씨, 와서 케이크 좀 잘라봐요.”그녀는 소원을 ‘소원 씨’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아가씨’라고 부르며 명령조로 말했다.이런 곳에서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은 명백히 사람을 비하하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소원은 평온한 얼굴로 다가가 케이크를 자르기 위해 플라스틱 칼을 들었다.그러나 육연주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잠깐! 손 멈춰요!”소원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고 육연주는 혐오스럽다는 듯 말했다.“손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33화

    육연주는 서현재와 단단히 팔짱을 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현재 오빠, 드디어 왔네요! 할아버지가 오빠 프로젝트 준비한다고 하던데 많이 힘들었죠?”서현재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팔을 뽑아냈다. 이어서 손을 주머니에 깊이 넣어 육연주가 다시 끼지 못하게 만들었다.지난번 서현재가 결혼식을 취소하겠다고 말한 이후, 육연주는 분노에 차 사흘간 그를 무시했다.그러나 사흘이 지나자 참지 못하고 서진태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예상대로 서진태는 둘 사이의 갈등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실을 알게 된 뒤 서현재를 심하게 꾸짖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서현재가 처음으로 서진태의 말에 의문을 품었다.“제가 이 여자를 사랑했다고요? 혹시 거짓말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제가 이런 여자를 사랑할 수 있죠?”서현재가 무언가 기억해낸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서진태는 속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서현재는 과거와 달리 순종적이라 서진태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예전에는 그가 서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협력을 무시하며 소원의 손에 증거 자료를 넘기고 결국 함께 도망친 일까지 있었다.하지만 기억을 잃은 후 서현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만약 약물을 과다 사용할 시 부작용이 생긴다고 의사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서진태는 서현재가 평생 기억하지 못하도록 더 많이 투여하고 싶을 정도였다.의사는 기억 상실이 일시적이며 언제든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몇 년 혹은 10년이 지나도록 기억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현재가 이렇게 빨리 의심할 줄은 서진태도 예상치 못했다.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내가 왜 너한테 거짓말하겠냐? 네가 먼저 그 애와 결혼하겠다고 고집부린 거잖아. 이제 와서 싫다고 하면 그 애는 어딜 시집가겠니? 네가 그 애의 평판을 이렇게 망쳐놓았는데.”서현재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제 안목이 그렇게 없을 리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악독한 그런 여자를 좋아할 리 없잖아요.”서진태는 한숨을 내쉬며 서현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32화

    소원은 말없이 있었지만 방민아는 내심 무척 즐거워했다.물론 그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육연주에게 다소 정색하며 말했다.“연주야,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그러고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소원에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어려운 일 생기면 꼭 말해주세요. 소원 씨랑 경한 씨 서로 동창이잖아요. 도울 수 있는 건 도울 겁니다.”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방민아는 자신이 충분히 ‘배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고 느끼며 만족한 듯했다.이어서 그녀는 작은 보석 가방을 꺼내 육연주에게 건네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연주야, 이건 나랑 네 삼촌이 같이 고른 거야.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그러자 육연주는 기쁘게 가방을 받아들며 말했다.“언니는 뭘 주셔도 다 좋아요. 언니 눈썰미는 최고니까요.”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제윤’ 브랜드 최신작 보석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이 목걸이는 단순히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등급의 회원만이 예약 가능한 특별한 제품이었다.육연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모, 삼촌, 고마워요.”이 말에 방민아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아직 그렇게 부를 때는 아니잖아, 연주야...”그러자 육연주는 장난스럽게 웃었다.“곧 그렇게 부를 날이 오잖아요. 미리 연습하는 거예요.”“어머, 이 녀석 정말...”육연주는 방민아의 손을 잡고 앉으며 말했다.“어서, 저희 삼촌이랑 이모한테 술 한 잔 따라 드려요.”소원은 이 상황에서 육연주가 자신을 쉽게 보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소원은 무릎을 살짝 굽히며 술잔을 채운 뒤 육경한에게 건넸다.“드세요.”하지만 육경한은 어딘가 허공을 응시하며 잔을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드세요.”소원이 다시 말했지만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그때 방민아가 잔을 대신 받아들며 말했다.“죄송해요. 경한 씨가 요즘 술을 끊었거든요. 담배도 마찬가지고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