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은 윤혜인의 턱을 살짝 들어올리더니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내가 말한 첫경험은 남이 남긴 음식을 처음 먹는 거랑 설거지를 처음 하는 거였는데?”“일부러 그러는 거죠?”이준혁은 지금 일부러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이때, 이준혁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콧날을 톡 치더니 눈썹을 들썩였다.“하지만 그것도 사실이지.”“뭐가요?”“내 첫경험이 너라는 말.”이준혁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냈지만 윤혜인은 귀까지 빨개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첫날밤이 떠올랐고 그날 처음 잠자리를 해본 이준혁은 익숙하지 않은 듯 매우 빨리 끝났다.그때 당시 두 사람은 서로 너무 어색했고 술을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둘 다 정신은 멀쩡한 상태였다.윤혜인도 첫경험이었지만 책에서 본 것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이준혁이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준 덕에 허리만 조금 쑤실 뿐이었다.그날 밤, 왠지 울적해 보이는 이준혁의 표정을 보고 나서 윤혜인은 어떻게 된 일인지 눈치채게 되었다.그때 윤혜인은 꽤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선 그룹의 대표가 여색을 즐기지 않는 이유가 스킬이 부족해서라니.이준혁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윤혜인을 보며 그때 당시 얼굴이 퍼렇게 질려버렸다.술을 마신 데다가 첫경험이라 그는 갈팡질팡했던 것인데 상대방이 오해라도 할까 봐 이준혁은 바로 다시 윤혜인을 침대에 눕혔고 이번에야말로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었다.한편, 이준혁은 넋이 나간 채로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윤혜인의 표정에 그녀가 또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 있다는 걸 눈치채게 되었고 순간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졌다.그는 이를 악문 채 윤혜인을 살짝 꼬집었다.“옛날 생각하지 마. 딱 그때 한 번이었어.”그 뒤로 이준혁은 단 한번도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이준혁에게 안겨 있던 윤혜인은 불편한 듯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좀 비켜봐요…”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은 고개를 숙여 그
윤혜인이 입을 열어 대답하려고 했지만 이준혁은 그녀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윤혜인의 턱을 잡더니 그대로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윤혜인은 두 손으로 이준혁의 가슴을 몇 번이나 밀어냈지만 되레 더욱 꽉 잡히고 말았다.그러다가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이준혁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하지만 그녀의 턱을 들고 있던 손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역시 이래야 좀 화가 덜 나네.”“이준혁 씨… 아니…”윤혜인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화를 내려고 하자 이준혁은 또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고 다리에 힘이 풀린 윤혜인이 쓰러지려고 하자 그제야 그녀를 놔주었다.“계속 말 할 거야?”이준혁은 눈썹을 살짝 들썩이며 물었다. 그녀가 한마디라도 더 하면 그는 다시 키스를 할 게 뻔하기에 윤혜인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조용해지자 만족스럽게 웃던 이준혁은 그녀를 차에 태우며 말했다.“이제 집에 가자.”차에 앉은 윤혜인은 거친 입맞춤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기에 안전 벨트를 묶어주는 이준혁에게 반항조차도 하지 못했다.이준혁은 윤혜인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말했다.“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모든 걸 나한테 맡겨.”그의 한마디에 꽁꽁 얼어붙었던 윤혜인의 마음은 또다시 격렬하게 흔들렸다.하지만 이번엔 마음 한 켠에 자꾸 불안했으며 구름 위에 둥둥 떠있다가 추락하는 듯한 이 기분이 너무 무서웠다.가는 길 내내 윤혜인은 자지도 않고 창문에 기대 바깥 풍경을 쳐다보았다.인하 마을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깨끗한 강물이 흐르고 전체적으로 고전미가 넘쳐났다.이준혁은 창밖을 쳐다보는 윤혜인에게 말을 걸었다.“너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이 꽤 예쁘네.”“예전에 인하 마을에 와본 적이 있어요?”윤혜인의 질문에 이준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역시나 전혀 기억을 못하는 이준혁을 보며 윤혜인은 눈빛이 조금 울적해졌다.하긴, 그땐 그녀가 겨우 열세 살 소녀였으니 기억이 안 날 수밖
순간, 이준혁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는 매년 임세희의 생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챙겨줬는데 올해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그때 당시 이준혁이 더러운 일을 목격했을 때도 임세희의 생일날이었다. 그날 망연자실한 이준혁은 얼음장 마냥 차가운 호수에 빠져버렸고 임세희가 물에 뛰어들어 그를 구해준 것이다.그래서 매년 임세희의 생일날이면 이준혁은 아무리 바빠도 그녀와 함께 생일을 보냈다.이때, 임세희가 이준혁의 옷소매를 살짝 당겼고 이준혁이 밀어내지 않자 그녀는 울먹거리면서 말을 이어갔다.“준혁 오빠, 나 오후 세시부터 여기서 오빠 기다리고 있었어.”곧 겨울에 진입할 쌀쌀한 날씨에 임세희는 얇은 외투만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코는 빨갛게 얼어 있었고 더할 나위 없이 불쌍해 보였다.이준혁은 손을 슬쩍 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짓이야?”그의 목소리는 낮게 깔린 채 불쾌한 듯 말했지만 임세희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 말투는 분명히 그녀를 걱정하고 있는 말투다. 그녀가 이렇게 오랫동안 추위속에 서있은 보람이 있다.임세희는 고개를 살짝 돌려 차 안에 앉아있는 윤혜인을 보며 의기양양했다.저 나쁜 계집애가 준혁 오빠를 끌고 묘지로 간 것도 분명히 준혁 오빠의 동정을 유발하려고 한 짓이 확실하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준혁 오빠는 오늘 그녀와 함께 생일을 보낼 것이니까.이때, 곁에 서있던 임씨 아주머니도 말을 보탰다.“준혁 도련님, 저희 아가씨가 아침 다섯시부터 일어나서 직접 케익을 만들었습니다. 도련님과 함께 먹고 싶다면서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몰라요.”“그래서 이렇게 당신 아가씨가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걸 보고만 있은 거예요?”이준혁이 임씨 아주머니를 보며 별다른 표정 없이 담담하게 말했지만 임씨 아주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쫙 돋았다.이준혁이 임세희에게 정이 남아있지만 임씨 아주머니에게는 전혀 없으니 실수로 이준혁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도련님, 제가 아가씨를 말리긴 했는데…”임씨
말을 마친 이준혁은 윤혜인의 손을 잡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추위에 떨고 있던 윤혜인의 작은 손은 이준혁 덕분에 너무 따듯했다.이때, 뒤에서 털썩 소리가 들렸다.“어머! 아가씨! 휠체어에서 떨어지셨어요!”임씨 아주머니의 다급한 외침과 임세희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이준혁은 걸음을 살짝 멈칫했다가 다시 차로 향했다.한편, 이준혁이 차에 올라타려고 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임세희는 오열하기 시작했다.“준혁 오빠, 나 너무 아파. 제발 가지 마… 나 무릎이 너무 아파… 제발 날 버리고 가지 말아줘… 오늘 내 생일이란 말이야… 내 생일이라고…”임세희는 한번 또 한번 이준혁에게 그녀의 생일이 뭘 의미하는지 각인해주고 있었다. 그건 그녀가 목숨으로 얻어낸 약속이다.결국 걸음을 멈춘 이준혁은 윤혜인을 힐끔 쳐다보며 뭔가 얘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의 안타까운 눈빛을 못 본 척하며 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잘 살고 싶다고 했잖아요?”오늘 그가 임세희를 위해 돌아선다면 앞으로도 같은 상황은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럼 윤혜인은 평생 임세희의 트라우마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이때, 고개를 숙인 이준혁은 가볍게 대답했다.“그래.”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운전석으로 올라탔지만 윤혜인은 차에 오르지 않았다.“먼저 가요.”“뭐 하려고?”“임세희 씨에게 할 말이 있어요.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이준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차에 시동을 걸고 별장 방향으로 향했고 멍하니 쳐다보던 임세희는 충격을 받은 듯 소리를 질렀다.“준혁 오빠…!”하지만 이준혁이 타고 있던 차는 멈추지 않았다.온몸이 굳어버린 임세희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멀어져가는 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녀는 오늘 분명 필승의 자신감으로 이곳에 온 건데! 준혁 오빠가 어떻게 그녀의 생일을 모른 척할 수 있단 말인가!임세희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윤혜인 탓이라고 생각됐고 윤혜인이 이준혁에게 주문을 건 탓에 이
윤혜인의 차갑게 얼어붙은 눈이 그녀를 향해있었다.또 모른척하려고? 그녀에게도 그런 이들을 상대할 방법이 있다.과거에 그녀는 너무 온순하고 착했기에 그들이 외할머니에게까지 함부로 했던 것 같다.그들은 이런 악행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잘살고 있는데 왜 평생 선량하게 살아온 할머니만 고통받아야 하는가?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손녀의 불행을 지켜보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떠나야 했다.할머니는 그녀를 걱정하며 씩씩하게 잘 살아내라며 당부했다.오늘부터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정상적인 교류가 통하지 않으니 별수 없다.윤혜인의 서늘한 눈빛에 임세희는 소름이 돋았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당신이 뭘 할 수 있지? 증거 있어?”윤혜인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준혁 와이프로서 당신의 행정을 말한다면 당신이 내 남편을 유혹했다는 증거를 찾아줄 거야. 그때 되면 키보드를 두드리는 네티즌들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임세희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고얀년이 언제 이렇게 똑똑해 진 거지?저 두려움 없는 표정을 보니 이전에 온화함은 확실히 모두 거짓이었다.준혁오빠가 저 기세등등한 모습을 봤어야 했다.아무 말도 못하는 임세희를 보던 옆에 있던 임향숙은 윤혜인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아가씨와 도련님은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냈고 사이도 좋았어요. 분명 당신이 아가씨와 도련님의 사이가 나빠진 틈을 타서 도련님을 유혹해 침대에 오른 거잖아요! 그러면서 무슨 자격으로 우리 아가씨를 제삼자로 말하는 거죠? 당신이야말로 제삼자잖아요!”윤혜인은 임향숙의 뻔뻔한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그녀처럼 낯 두껍고 사상이 삐뚤어진 사람은 처음이다.윤혜인은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졌다. 그녀는 임향숙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유부남을 유혹한 짓을 이렇게 뻔뻔하게 말하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요. 아주머니의 사상이 특이한 것을 보니 임씨 가문은 정말 개방적인가봐요.”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자신을 조롱하는 윤혜인에
“저리 안 꺼져!”임세희는 인상을 쓰며 소리 질렀다.“이 년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당장 오빠더러 와서 보라고 해.”임향숙도 보란 듯이 울음을 터뜨렸다.“아이고....아이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죠? 머리도 아프고 얼굴도 아파 죽겠네...” 윤혜인은 가식적인 그들을 더 이상 마주하기 싫어 자리를 뜨려 했다.그러자 앞쪽에서 이준혁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윤혜인은 씁쓸했다. 예상대로 그의 마음속엔 여전히 임세희가 살고 있었다.이준혁을 발견한 임세희는 구세주를 만난 듯이 재빨리 휠체어에 탄 몸을 움직이며 그에게로 향했다.그리고 멈춰서 이준혁에 울면서 불평하기 시작했다.임향숙도 불쌍한 얼굴로 임세희의 맞장구를 쳤다.주인과 하인의 모습은 비참해 보였다.반면에 윤혜인은 당당한 모습이었다. 고집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마치 괴롭힌 사람처럼 보였다.가까이 다가온 그는 무덤덤하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송휘재는 그에게 묻는 줄 알고 급히 대답했다.“전 방금 도착해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임향숙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빨갛게 부은 얼굴로 이준혁에게 하소연했다.“도련님, 혜인 아가씨가 방금 우리 아가씨에게 도련님을 유혹한 제삼자라며 인터넷에 폭로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그저 좋은 말로 타일렀는데 이렇게 손찌검을 당했어요. 제 얼굴은 아파도 상관없지만 우리 아가씨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것은 참을 수 없잖아요? 도련님이 대신 단단히 혼 내주셔야 해요?”“무슨 말로 타일렀죠?”이준혁이 물었다.“네?”임향숙은 당황했다.윤혜인이 아가씨를 괴롭혔다고 그녀가 말했는데 먼저 아가씨를 걱정해야 하지 않나?왜 자신이 한 말을 궁금해하는 걸까?임향숙은 말을 더듬었다.“그, 그게....”이준혁은 굳은 얼굴로 다시 물었다.“뭐라고 타일렀는지 내가 지금 묻고 있잖아요?”임향숙은 그의 차가운 눈빛에 떨며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낀 임세희는 급히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아줌마는
좋아?뭐가?임세희와 임향숙은 서로 마주 볼 뿐 감히 말하지 못했다. 그들은 이준혁의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이준혁이 입을 열었다.“한 글자에 한 대씩 때려. 휘재 네가 잘 보고 있어. 한대도 빠지면 안 돼.”“준혁 오빠.”임세희는 두려움에 떨었다.이준혁이 이 년을 감쌀 줄 몰랐다. 임향숙을 때리는 것은 그녀를 때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만약 오늘 임향숙이 맞으면 그녀는 이준혁에게서 아무런 존중도 받지 못할 것이다.안 된다!그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임향숙은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도련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 주제에 혜인 아가씨를 훈계하면 안 됐어요.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네요...”이준혁의 눈빛이 사나워졌다.“윤혜인은 내 와이프예요. 누구도 함부로 대해선 안 되죠.”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말투는 위압감 넘쳤다.임세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준혁은 임향숙은 물론 그녀에게까지 경고하고 있는 것 같았다.모두 이 년 때문이야!그녀는 증오심을 억누르며 가여운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다.“오빠, 아줌마는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저를 보살핀 사람이에요. 이미 60세가 넘었는데 백번 넘게 맞으면 죽을지도 몰라요.”이준혁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임세희를 똑바로 볼 뿐이었다.눈에 드리운 깊은 그늘이 차갑게 식었다.“주변의 사람을 이제 바꿔야겠어. 이런 사람들은 그저 임씨 가문에 먹칠할 뿐이야.”임세희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리고 말았다.그녀를 아끼던 오빠가 이렇게까지 그녀의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녀에게 이제 일말의 감정도 남지 않았단 말인가?시선을 거둔 이준혁은 윤혜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빨개진 그녀의 손을 보던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한테 맡기라고 했잖아? 손 아프지 않아?”한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던 윤혜인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아프지 않아요.”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겼을 때 임세희가 짓던 그 도발적인 미소.그녀의 심장은 예전처럼 산산조각이 나 아파야 했다.하지만 조금 견딜 수 있을 것 같다.아마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수도 혹은 이미 버려짐에 익숙했을 수도 있겠다....어느쪽이든 나쁘지 않다...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몸을 따뜻하게 한 후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집에 도착한 윤혜인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위층으로 올라가 이미 오래전에 정리한 트렁크를 찾았다.트렁크에 막 손이 올려지는 그때 커다란 손에 제지당했다.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았고 빈틈없이 품에 앉았다.“어디 가려고?”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머리위로 들려오자, 윤혜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임세희를 돌보러 가지 않았나?이준혁은 그녀를 돌려세워 마주 보게 했다. 남자의 눈이 위험하게 가늘어졌다.“체인이라도 사서 묶어놔야지, 안 되겠어.”그렇지 않으면 한 눈판 사이에 놓쳐버릴 수도 있으니까.그는 강한 소유욕을 감추지 않았다.윤혜인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맑은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그 도우미가 한 말이 맞아요. 모두 내가 한 말이에요. 만약 걱정된다면 지금 달려가서 위로해줘요.”그녀는 거짓말이 싫었다. 했으면 했고 아니면 아니다.이것 때문에 이준혁이 그녀를 처벌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것이다.이준혁의 눈빛은 어두운 물웅덩이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의 손이 다시 트렁크를 잡았다.누군가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은 고문이었다.그녀는 지금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녀가 막 걸음을 옮기려 하자 이준혁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 재빠르게 입술을 탐했다.너무 격렬한 움직이는 그의 입술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했다.윤혜인은 숨을 쉴 수 없었다.그의 입술은 항상 너무 공격적이었고 거칠어서 그녀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했다.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그를 밀어냈다.이준혁이 드디어 그녀를 놓아주며 입술을 뗐다.“만족해?”윤혜인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