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여름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하준의 전화를 받았다. 상당히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와서 빌어. 나하고 이혼만 해주면 건설사 문제는 내가 다 해결해 줄게.”“됐어요. 내 쪽에서도 다 해결할 방법이 있거든.”여름은 담담히 거절했다.하준이 비웃었다.“당신 방법이라는 게 건설사 늙은이들하고 만나는 수 밖에 없는 거잖아? 그런데 지금 그쪽에서 다들 전화도 안 받지?”여름이 웃었다.“거 나랑 이혼하려고 꽤 애쓰시네. 그 건설사들하고 뒤로 다 얘기가 되어 있겠지.”“다 자업자득 아냐?”하준의 말투가 사뭇 비열했다.“그렇게 경거망동하면서 사사건건 지안이를 건드리지만 않았으면 나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지. 빨리 빨리 사인하고 빨리 빨리 끝내는 게 나을걸. 내가 아주 하루하루 피를 말려줄 테니까.”“보아하니 그 집 백여시가 미주알고주알 다 이르고 있구나.”여름은 개의치 않는다는 말투였다.“말리고 싶으면 실컷 피 말려 보셔.”여름이 너무 덤덤하니 하준은 되레 더 화가 났다.‘어쭈, 아직 입이 살았군. 그래 3일 뒤에 기한이 되면 얼마나 후회할 지 두고 보자고.’----오후 4시 반.여름은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마케팅 팀 하 팀장이 백지안에게 붙어서 알랑거리는 꼴을 보게 되었다.여름이 다가가자 백지안이 얼른 말했다.“오해하지 말아요. 나랑 하 팀장은 그냥 일 얘기를 하는 중이었으니까.”하 팀장이 눈썹을 치켜 세웠다.“굳이 해명할 거 있나요? 그냥 백 대표님이랑 얘기만 하고 있는데. 오늘이 강 대표님 회사에 나오는 마지막 날일 수도 있어요.여름은 냉랭한 시선으로 하 팀장을 훑어봤다.상사의 아우라에 하 팀장은 살짝 불안해졌지만 곧 에라 모르겠다 표정이 되었다.‘버티겠다, 이거지? 누군 할 줄 몰라?’“그냥 나랑 애기 좀 한 거뿐이에요. 나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저 분들에게 풀지 말아요.”백지안 뒤로 직원 둘이 서 있었다.‘그러니까, 저것들을 내쫓는다면 일자리에서 사적인 복수를 하는 거다, 그런 말이지?’“대체 여기서 뭐 하시는
“최하준, 이 세상에는 CCTV라는 게 있어. 남 누명 씌울 시간이 있으면 가서 CCTV를 좀 돌려보지 그래? 과연 부딪힌 건지?”여름이 지극히 침착하게 말했다.백지안의 눈에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하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시종 여름을 힘껏 노려보고 있었다.“당신 말은 내 눈을 믿지 말고 제대로 된 각도 안 나온 CCTV나 믿으란 말인가?”“……”여름은 마른 세수를 했다.‘저기요, 그쪽에서 보신 각도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각도는 아니었거든요.’여름은 백지안이 하준의 뇌에 최면만 건 것이 아니라 지능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됐어, 준. 난 이제 싸우고 싶지 않아. 그만 가자.”백지안이 하준의 손을 잡으며 애원했다.하 팀장도 얼른 맞장구를 쳤다.“회장님, 백 대표님은 그냥 저에게 서류 전해주러 오신 것 뿐이에요. 그리고 서류에는 써 있지 않은 내용을 좀 더 덧붙여서 말씀해 주시고 저는 듣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강 대표가 뭔 백 대표가 쇼를 하니, 꼴보기 싫으니 어쩌니 하면서 저희가 근무시간에 무슨 하면 안 되는 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막 말한 거예요. 뭐 그것까지도 그렇다고 치더라도, 거기다가… 또….”“또 뭡니까?”하준의 눈이 가늘어 지며 한기를 뿜어냈다.하 팀장은 이를 악 물고 말을 이었다.“오늘 자기가 입은 속옷이… 회장님이 사주신 거라며….”백지안이 고개를 숙였다.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지안아, 오해야. 어제는 사정이 있었어. 너에 대한 내 마음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지금 난 강여름 꼴도 보기 싫다고.”하준은 당황했다. 어제 자신이 충동적인 일을 벌이는 바람에 백지안에게 상처주는 일을 만들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이때 여름이 뚫어져라 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주변에서 이 상황을 구경하던 직원은 갑자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제 보니 최 회장이 강여름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 봐. 심지어 싫어하는 것 같은데?’‘큰일났네. 줄 잘못 섰네. 진작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나도 준비를 해야겠네.”“……”여름은 팔짱을 끼고 있다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나도 여러분에게 미안하네요. 내가 돌아오는 바람이 회사가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집에 가서 잘 생각해 볼게요.”“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마쇼!”구 이사는 이미 너무 화가 나서 여름의 체면따위는 생각도 해주지 않았다.“물론 최 회장과 백 대표에게 용서를 구하면 살길을 만들어줄 지도 모르지.”“그건 안 되겠네요. 차라리 회사가 망하게 내버려둘지언정 저런 인간들에게 고개는 못 숙여요."여름은 완강하게 말하더니 모두가 손가락질 하는 가운데 회사에서 나갔다.집으로 돌아온 후.여름은 천천히 커피를 내렸다. 엄 실장은 이제 자기가 더 몸이 달았다.“대표님, 지금 우리 그룹과 협력하는 업체 하나하나 다 전화를 넣어봤습니다만 모두 손을 끊겠다고 합니다. 정말 뭔가 방법을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급할 거 없어요.”여름은 천천히 커피를 저었다.“엄 실장, 내가 큰일 할 기회를 줄게요.”“무, 무슨 기회를요?”엄 실장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여름은 담담하게 지갑에서 블랙 카드를 꺼냈다.“이 카드랑 이틀 시간을 줄 테니까 지금 다른 이사들 손에 있는 주식을 몽땅 사들여요.”엄 실장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대표님, 그, 그 많은 자금이 다 어디서 났습니까?”‘이건 너무 멋지잖아. 3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어떻게, 이 기회를 안 잡겠어요?”여름이 물었다.“다,당연히 해야지요.”엄 실장은 여름이 완전히 존경스러웠다.“지금 이사진이 굉장히 당황한 상태이니까 낮은 가격에라도 팔려고 내놓겠지요. 대표님, 혼자 그 주식을 다 사들이시면 회사에 이제 이사는 대표님 한 분 뿐이고, 절대 결정권자가 되시겠죠. 그렇지만 최 회장이 대표님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리면 어쨌거나 화신은 미래가 불투명한데 그 많은 돈을 써가며 굳이 주식을 살 필요가….”“화신에 미래가 없다고 누가 그래요?”여름이 엄 실장을 흘겨봤다.“이미
다음날 새벽.해변 별장.이모님이 아침 식사를 날랐다. 백지안은 다정하게 하준에게 우유를 데워 주며 망설이듯 말했다.“오늘이 6일 째인데, 이제 화신이 더는 못 버티지 않을까?.”하준의 검은 눈이 백지안을 훑었다.“마음 여리기는.”백지안은 쓴 웃음을 지었다.“어쨌든 내 청춘의 2년을 거기에 부었잖아.”“밥이나 먹자.”하준이 백지안에게 계란을 까주었다.“준.”백지안이 복잡한 심정으로 말을 이었다.“정말… 강여름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어? 나한테는 속옷 사는데 조차 같이 가준 적 없잖아. 요 며칠 나 혼자서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고 있지만 견디기 힘들어. 생각할 때마다 심장이 아파서 숨도 못 쉬겠어.”“없어.”하준은 단호하게 말했다.“미안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인간이랑 오해 받을 짓으로 엮이지 않도록 조심할게.”“응.”백지안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하준은 속이 말이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더 심하게 강여름에게 복수하고 백지안에게 잘해주겠다고 결심했다.“회장님, 화신 그룹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이때 상혁이 들어오며 낮은 소리로 보고했다.“어떻게 된 일이야?”하준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상혁이 눈을 끔뻑거렸다.“오늘 오전 7시에 Hazle(헤이즐) 사에서 홈페이지를 통해서 화신과의 합작을 정식으로 발표했습니다.”백지안은 어쩐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헤이즐이 유명한 회사인가요?”상혁이 설명했다.“유명하기만 한 게 아니고 역사가 오래되어서 전세계 최고의 건축 설계사를 1000여 명 보유하고 있습니다. 헤이즐은 전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큰 건축회사이면서 AAA급 신용도를 가지고 있어 세계 각지의 1급 건축 프로젝트들은 모두 헤이즐의 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산하 디자이너와 설계사들은 10년 연속 국제대회의 모든 대상을 다 휩쓸고 있고요.”포크를 쥔 백지안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지만 자신은 자각하지 못했다.“그런 회사가 왜 강여름이랑 합작을 한다는 거죠? FTT를 모르나?”상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냥 단순한 선후배 사이가 아니라던지?’여름이 다른 남자와 친하다는 생각을 하니 어쩐 일인지 죄다 엎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일었다. 상혁은 어이가 없었다. 이간질하는 백지안의 능력은 정말이지 너무나 원숙해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것은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다.“아 참, 이번에 저가로 화신 주식 사들인 자의 정체를 좀 알아 봐.”하준이 문득 생각난 듯 분부했다.“알겠습니다.”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런 것은 관련 부서에 전화 한 통화만 넣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상혁은 곧 복잡한 얼굴로 돌아왔다.“배후의 구매자는 강여름과 정호중이라고 합니다.”“어머!”백지안의 눈이 커졌다.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준비되어 있었던 게 틀림없네. 일부러 이사들을 다급하게 만들어서 싼 값에 주식을 내다 팔게 만든 거지. 그렇다면 이제 화신은 강여름과 정호중 손에 들어갔네. 그리고 정호중은 강여름의 사람이잖아.”상혁이 답했다.“그렇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앞으로 화신의 주가가 8번 정도 상한가를 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챙!국그릇에 숫가락이 떨어지면서 금속성 소리가 났다.하준은 벌떡 일어나 의자를 발로 찼다.얼굴에 가을서리처럼 차가운 기운이 깔렸다. 어둠에서 걸어 나온 악마같았다.‘아하하!내가 정말 강여름을 너무 얕잡아봤군.이번에 내가 아주 크게 한방 먹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되레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다니. 분명 내 블랙리스트에 올라감으로서 절벽 끝에 몰린 것으로 보였는데 뒤에서는 암암리에 아주 깔끔하게 회사에서 말 안 듣는 이사들을 몰아내고 자기가 유일한 책임권한자로 올라섰군. 심지어 곧 상장가는 엄청나게 올라갈 거고 말이야.강여름, 정말이지 완전히 새로운 전법이로군.’백지안도 남몰래 얼마나 이를 악물었던지 이가 부서질 지경이었다.전에는 언제든 강여름을 한 손으로 눌러 죽일 수 있는 개미처럼 생각했는데 지금의 강여름은 3년 전의 강여름이 아니었다.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상대가 되어 있었다.----
사무실에서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여름이 고개를 들었다.“여러분, 나는 애초에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처음 돌아와 미팅을 했을 때 분명히 말씀드렸죠. 이 회사는 최하준이 것이아니라고요. 하지만 여러분은 어땠나요? 최하준과 백지안을 받들어 모시기 바빴지요.며칠 전 회사 로비에서 최하준과 백지안이 내게 삿대질 할 때 여러분은 두 사람을 핥느라 바쁘시더군요. 저더러 꺼지라고 한 분까지 있었죠? 그렇게 최하준과 백지안이 좋으시다니 그 두 사람에게 가시면 되겠습니다.”“우리도 다 회사를 생각해서 그 두 사람에게 밉보이면 안 되겠다고 판단을 한 거지.”구 이사가 뻘쭘해서 말을 받았다.“진작에 당신이 다른 건설사를 알아봤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우리가 그렇게까지 강 대표에게 야박하게 안 굴었지. 다 회사를 위해서 그런 거라니까.”“그렇지. 게다가 요 3년 동안 우리는 물불을 안 가리고 회사를 위해서 뛰어 다녔는데 그 동안 당신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느냐 말이야?”“오늘 주식을 우리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걸어서 이 문은 못 나갈 줄 알라고.”“그래요? 한번 볼까요? 무슨 수로 못 나가게 할 지?”여름이 웃었다. 이때 갑자기 입구에 장정 20여 명이 나타나 이사진을 둘러쌌다.이사는 젊어야 40~50대였다. 보디가드들의 기세를 보고는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다.왕 이사가 눈알을 굴리더니 무릎을 꿇었다.“강 대표, 우리에게도 살길을 좀 열어줘. 이 나이에 배당금이라도 나눠 줘야 우리도 먹고 살 게 아닌가?”“그래, 앞으로 강 대표 말을 잘 들을 테니까.”“서로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자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여름은 미간을 문질렀다.‘세게 나오는 게 안 먹히니 이제는 인정에 호소하시겠다?’“됐어요. 왕 이사님, 어젯밤에도 백지안에게 선물 바치러 다녀오셨죠? 그 연세에 매일 백지안에게 다녀오는 건 안 피곤하세요? 그렇다고 백지안과 업무 관련 내용을 이야기 나누시는 것 같지도 않고. 보통은 만나서 제 뒷담화 하기 바쁘시더군요.그리고 구
하 팀장이 그러고 나가자 엄 실장은 부아가 치밀었다.“저런 인간에게는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됐어요. 내가 이미 처리했거든.”여름이 덤덤하게 말했다.------30분 뒤.하 팀장이 물건을 챙겨서 막 문을 나서는데 경찰이 와서 양쪽에서 팔을 잡았다.“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공금횡령 혐의가 있습니다. 같이 서로 가주시죠.”“아니거든요. 전 아니에요.”하 팀장이 소리를 질렀다. 다들 본체만체 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 경찰에 고발을 당했다면 이건 얘기가 달랐다. 이제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특히나 백지안이 뒤를 봐주는 동안 하 팀장은 뒷돈을 적잖이 해먹고 있던 참이었다.“시끄러워요. 가서 확인해 보면 알겠죠. 갑시다.”곧 하 팀장이 끌려갔다는 소문이 회사에 쫙 퍼졌다.엄 실장은 그 얘기를 듣고 바삐 움직이고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저녁.스포츠카 한 대가 회사 앞에 섰다.여름이 차에 올라 오랜만에 보는 선배의 얼굴을 보고 다정하게 웃었다.“오랜만이에요, 선배.”예전에 동성에서 강태환 부부에게 막혀서 동성 건축계에서 갈 곳 없이 막막한 상황이 되었을 때 도재하가 일자리를 주었던 은혜는 평생을 가도 잊을 수 없었다.“어째 점점 더 멋있어지네. 3년 못 본 동안에 완전 몰라보게 근사해졌는걸.”도재하가 호탕하게 웃었다.“가자. 합작을 축하해야지. 내가 한 턱 쏠게.”“제가 대접해야죠. 이번에 전국에서 우리 화신과 협력하게다고 흔쾌히 나서준 건 딱 한 회사밖에 없었거든요.”여름이 진지하게 말했다.“선배는 제 은인이세요.”“됐어. 다른 사람들은 네가 헤이즐 건축 디자인 이사인 걸 모르니까 그렇지.”도재하가 장난스럽게 받았다.“쉿쉿!”강여름이 검지를 입술에 대고 비밀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두 사람은 동시에 까르르 터져버렸따.1시간 뒤 차는 어느 한옥으로 들어섰다. 소담한 풍경이 펼쳐졌다.뜰에는 수퍼카가 몇 대 서 있었다.여름은 이런 고급 요리집이라면
도재하가 웃었다.“잊어버렸구나. 동성에 있을 때 회사를 설립하고 요 몇 년 같이 일하면서 친해졌어. 이번에 너 만난단 얘기 듣고 같이 곧 죽어도 따라온다잖아.”“서머, 정말 너무해. 난 진짜 자기가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다고. 연락도 안 주고, 정말 내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고. 죽음을 위장할 수도 있지. 그렇지만 이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었잖아. 내가 최양하보다 더 깔끔하게 처리해 줬을 텐데.”이지훈이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최양하는 또 어떻게 아세요? 이 일을 조사한 거예요?”여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아, 지난 번에 단톡방에서 애들이 얘기하더라고. 난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보기만 했어. 솔직히 자기 없어지고 나서는 걔들하고 어울리기도 싫더라고.”이지훈이 고개를 저으며 감탄한 듯 말했다.“하준이랑 영식이는 백지안만 싸고 돌지. 주혁이는 시아만 끼고 있지. 망할, 시아가 대체 뭐가 좋다고. 옛날에는 그냥 보잘 것 없는 가수였는데 이제는 아주 대스타로 떠받들어지더라고. 다들 보는 눈이 그렇게 없나”“그러게 말이에요.”여름은 저도 모르게 백소영을 떠올렸다.그 차분하면서도 세심하던 친구.‘어딜 봐도 소영이가 그 표리부동한 시아보다 훨씬 낫지.휴우, 이주혁은 정말 보는 눈이 없다니까.’“그래서 서울을 올라와도 걔들하고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이지훈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만날 때마다 백지안 아니면 시아를 데리고 나오니까. 그 둘을 보고 있으면 난 영 거북해서 말이지.”여름이 푸흡하고 웃었다.“이 대표님, 존경스럽네요. 어쩜 그런 쓰레기들 사이에서 그렇게 안목을 지키고 계신지.”“에헤이! 내눈에는 나쁜 놈 필터가 있어서 다 거른다고.”이지훈이 하하 웃었다.“여기 이러고 있지 말고 앉자. 여기 한정식이 아주 끝내주거든. 송이랑 여러 가지 버섯을 아주 잘 쓰는 집이야. 향기가 얼마나 좋다고.”곧 직원에 상을 차려냈다. 여름은 버섯탕을 맛보고는 정말 맛이 좋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맛있어?”이지훈이 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