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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화

정오. 여름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하준의 전화를 받았다. 상당히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와서 빌어. 나하고 이혼만 해주면 건설사 문제는 내가 다 해결해 줄게.”

“됐어요. 내 쪽에서도 다 해결할 방법이 있거든.”

여름은 담담히 거절했다.

하준이 비웃었다.

“당신 방법이라는 게 건설사 늙은이들하고 만나는 수 밖에 없는 거잖아? 그런데 지금 그쪽에서 다들 전화도 안 받지?”

여름이 웃었다.

“거 나랑 이혼하려고 꽤 애쓰시네. 그 건설사들하고 뒤로 다 얘기가 되어 있겠지.”

“다 자업자득 아냐?”

하준의 말투가 사뭇 비열했다.

“그렇게 경거망동하면서 사사건건 지안이를 건드리지만 않았으면 나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지. 빨리 빨리 사인하고 빨리 빨리 끝내는 게 나을걸. 내가 아주 하루하루 피를 말려줄 테니까.”

“보아하니 그 집 백여시가 미주알고주알 다 이르고 있구나.”

여름은 개의치 않는다는 말투였다.

“말리고 싶으면 실컷 피 말려 보셔.”

여름이 너무 덤덤하니 하준은 되레 더 화가 났다.

‘어쭈, 아직 입이 살았군. 그래 3일 뒤에 기한이 되면 얼마나 후회할 지 두고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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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반.

여름은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마케팅 팀 하 팀장이 백지안에게 붙어서 알랑거리는 꼴을 보게 되었다.

여름이 다가가자 백지안이 얼른 말했다.

“오해하지 말아요. 나랑 하 팀장은 그냥 일 얘기를 하는 중이었으니까.”

하 팀장이 눈썹을 치켜 세웠다.

“굳이 해명할 거 있나요? 그냥 백 대표님이랑 얘기만 하고 있는데. 오늘이 강 대표님 회사에 나오는 마지막 날일 수도 있어요.

여름은 냉랭한 시선으로 하 팀장을 훑어봤다.

상사의 아우라에 하 팀장은 살짝 불안해졌지만 곧 에라 모르겠다 표정이 되었다.

‘버티겠다, 이거지? 누군 할 줄 몰라?’

“그냥 나랑 애기 좀 한 거뿐이에요. 나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저 분들에게 풀지 말아요.”

백지안 뒤로 직원 둘이 서 있었다.

‘그러니까, 저것들을 내쫓는다면 일자리에서 사적인 복수를 하는 거다, 그런 말이지?’

“대체 여기서 뭐 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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