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준이 여름의 볼을 잡고 살랑살랑 흔들었다.“제발 얌전히 내 말 좀 들어요, 난 강여름 씨가 화신을 손아귀에 넣고 날 부양해 주기만 기다리겠습니다.”귀에 착 달라붙는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해대니 여름의 방어력이 제로가 되어 버렸다.옆에서 듣고 있던 차윤의 시선이 사뭇 이상했다.여름이 그걸 봐뒀다가 최하준이 출근하자 웃으며 물었다.“원래 쭌을 알았어요?”‘쭌’이란 말을 듣더니 차윤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다가 황급히 공손한 말투로 고쳐서 대답했다.“네.”여름이 다시 물었다.“그럼 여자친구 있었는지도 알겠네요? 몇 명이나 있었어요?”“변호사님께 여쭤보는 게 좋겠습니다.”차윤이 간단히 말을 돌려버렸다.여름은 지나치게 성실한 이 보디가드가 영 마음에 안 들었다.이날부터 여름은 도하건축디자인을 그만두고 화신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강태환의 집.강 회장이 어느 주주의 전화를 받고 매우 기분이 좋았다.“구 이사께서 드디어 날 지지해 주시는군요. 하긴 뭐 이사장 자리를 내가 아니면 누가 맡겠소?”“여보, 축하해요.”이정희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최근 강태환이 화신의 대주주 신분이 된 뒤로 자신을 깔보던 사모들이 와서 알랑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득의양양했다.“당신이 이사장 되고, 여경이랑 현일 군이랑 결혼하면 이제 우리가 동성 제일 재벌 되는 거지.”“좋지. 내가 전에는 내내 이성이니, 주화에 주눅이 들었었는데, 이제 우리가 곧 그 그룹들 다 능가하고 동성 제일이 될 거야. 앗하하!”생각할수록 신이 나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강여경도 웃었다.“아빠, 현주 이모는 찾았어요? 현주 이모를 남겨두면 화근이 될 거예요.”“그러게, 그 여자는 뭘 너무 많이 안단 말이야.”이 여사가 걱정스럽게 답했다.“알면 어쩔 거야? 내 지위가 이렇게까지 올라갔는데, 여름이 고 사기꾼 녀석이 이제는 날 어쩌지 못해.”강태환이 신경 안 쓴다는 듯 냉소를 지었다. “배후에 최하준이 있다고 해도, 그놈도 얼마 안 남았어.”“아빠, 윤정
총회가 시작되었다. 강태환은 곧장 구 이사 오른쪽으로 가서 앉았다.구 이사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물었다.“다들 오셨나?”“정호중 이사 빼고는 다들 오셨네요.”천 이사가 답했다.“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정 이사는 주주총회에는 참석을 안 하시고, 회사일에는 일절 간섭도 안 하시고 배당만 받으시죠.”“그럼 주주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구 이사가 입을 열었다.“내가 이제 나이가 일흔이 되었습니다. 몸도 예전 같지 않고 해서 이제 좀 쉬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 이사장 직은 능력 있는 분이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올해 강옥경 어르신께서 별세하시고 60%에 해당하는 어르신의 주식이 아드님인 강태환 이사에게 갔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 회사의 최대 주주로서 절대적인 지배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방 안에 있던 주주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이 일시에 강태환에게로 향했다.태환의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부러워 해봐야 다 소용없지. 팔자는 타고나는 거야.’류 이사가 웃었다.“강 이사님은 아직 젊으시면서도 진중한 분이니 저는 이사장 자리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그럼, 우리도 찬성합니다.”“강 이사로 하시죠. 이견 없습니다.”“…….”회의실 여기저기서 지지 선언이 나왔다.구 이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선거니까 정상적인 코스는 밟아야겠죠. 다들 거수로 표결에 부치겠습니다.”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구 이사장이 거수자의 손을 셌다.“주주 15분 가운데 10분이 지지하셨습니다. 이사장 자리는 강 이사가 맡으시는 수밖에 없겠군요. 아니, 이제 강 이사장이시군.”강태환이 으쓱해 하면서 일어섰다.“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제가 이사장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반드시 우리 화신을 일류기업으로 키워 여러분의 수익을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우린 강 이사장을 믿습니다.”다들 박수치며 환영했다.강태환은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내내 TH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지만 사실 화신에 비교하면 TH는 새 발의 피였다.
강태환은 그 사람이 어쩐지 낯이 익었다. 그러나 누군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았다. 구 전 이사장이 일어섰다.“정 이사, 그간 ‘해주’에서 지내지 않았습니까? 오늘 어쩐 일입니까?”강여경의 표정이 굳었다. 이 사람이 그 미스터리의 인물 정호중이라는 걸 알아챘다.그러나 그가 가진 지분은 10%였다. 60%를 가진 강태환에 댈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제 강태환은 이사장이다.그런 생각을 하니 상대가 우스워 보여 비꼬았다.“이사면 들어오셔야지. 그렇지만 이사라고 쓰레기를 막 달고 오시면 어째요?”그러면서 여름을 한 번 쏘아 보았다.여름의 눈썹이 올라갔다.“쓰레기라니, 본인 얘기를 하시는 건가?”“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봐?”강여경이 비웃었다.“우리 아빠가 이제 화신 이사장이야. 이제 내가 여기 오고 싶으면 오는 거지? 어디서 네까짓 게 그따위 소리야?”“난 표결에 참석도 안 했는데, 어쩌다 저 사람이 이사장이 됐습니까?”정호중이 침착하게 의자를 하나 빼서 앉았다.“그렇긴 한데...”구 전 이사장이 난처해 했다.“이제 강태환 이사가 이사장이 됐습니다. 바꿀 수는 없어요.”“강 이사장이 최대 주주라고, 60%를 보유하고 있어. 당신이 뭔데?”누군가가 비웃었다.“누가 당신이 최대 주주랍니까?”정호중이 웃었다.“기껏해야 30%밖에 보유하지 못 했으면서!”강태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가지고 계시던 주식은 다 내 소유요.”“무슨 말씀!”정호중이 손에 든 서류를 테이블에 탁 던졌다.“어르신께서 생전에 남기신 유언장이오. 돌아가시고 나면 보유하신 60%의 주식을 당신과 강여름 씨에게 30%씩 남긴다고 하셨습니다. 왜? 그걸 혼자서 다 꿀꺽하시려고 했나?”그 말이 떨어지자 온 회의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강태환과 강여경의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 구 이사가 급히 서류를 들여다보더니 낯빛이 어두워졌다.“확실히 그렇군요. 그리고 강옥경 어르신의 도장과 친필사인도 확실합니다.”“말도 안 돼!”강태환이 책상을
강태환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곧 냉정을 되찾았다.“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냐? 주식은 이미 다 내 명의가 되었어. 네가 아무리 떠들어 봐야 소용없다. 오늘 내가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어.”“누가 그러던가요?”여름이 씩 웃었다.“아직 정확하게 안 찾아보셨나 본데, 30%는 이미 내 명의로 들어와 있습니다.”강태환의 얼굴이 확 변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1분도 안 돼서 눈빛이 흉악하게 변했다. 강여름을 찢어 죽일 기세였다.여름이 모두를 바라봤다.“정말 공교롭지 않습니까? 강옥경 여사께서 갑자기 중풍에 걸리시고, 갑자기 돌아가시고, 심지어 돌아가셨다는 소식조차도 저는 이틀이 지나서 식구에게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야 강신희 씨와 저의 인연을 알게 됐고요. 아니었으면 제 주식은 모두 외삼촌의 것이 될 뻔했죠.” 다들 소곤소곤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그러고 보니 어르신 돌아가신 정황이 너무 수상쩍은걸.”“그러게나 말이야. 여름에 뵈었을 때만 해도 어르신 아주 정정하셨거든.”“쯧, 정말 악랄한 사람이군. 친어머니인데 말이야.”“앞으로 가까이 못 하겠어. 무서운 사람이군.”“......”다들 강태환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강태환이 테이블을 탕 내리쳤다.“강여름, 한 번만 더 헛소리해 봐!”“외삼촌, 제가 딱히 삼촌을 꼭 집어서 말씀드리진 않았는데, 그렇게 흥분하시는 걸 보니 찔리는 게 있는가 보네요?”여름의 눈썹이 쓱 올라갔다. 눈빛은 사뭇 싸늘했다.“설마하니 친어머니를 죽였다고는 생각 못 하겠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할머니는 돌아가셔도 눈을 감지 못 하실 거예요.”강태환의 얼굴이 떨렸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더니 기분 나쁘다는 듯 얼른 화제를 돌렸다.“대체 뭘 어쩌겠다고 왔느냐?”“당연히 이사장 후보로서 외삼촌하고 경쟁하러 왔죠.”여름이 모두를 둘러보았다.“저와 강태환 이사님이 주식을 30%씩 보유하고 있으니 저도 후보 자격
여름이 실소했다.“강태환 전 대표의 조카인 이민수가 리베이트 자금을 횡령하는 것을 밝혔던 게 바로 저입니다. 건물 하나 제대로 짓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개발업자가 되려고 하는데 누가 분양을 받으려고 하겠습니까?”“맞습니다. 안 되는 말이지요.”임 이사가 나서서 맞장구쳤다.“저도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화신의 평판이 나빠지면 여러모로 곤란합니다.”“……”주주들의 반응이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자 여름이 완곡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여러분 말씀대로 저는 아직 어립니다. 아직 모자라지만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여기 계신 선배님들께 한 수 배워보려고 합니다. 화신이 이 위치에 오기까지는 쉽지 않았습니다. 강태환 이사가 어떤 걸 미리 약속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최종 목표는 화신이 앞으로 계속 승승장구해서 배당금 수익이 높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옳습니다.”마침내 정 이사도 호응했다. 목소리에는 위엄이 넘쳤다.“상장사의 오너 리스크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강여름 씨가 대표 자리에 오르면 저는 성심성의껏 보좌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제가 강신희 대표를 보좌했던 시절을 기억할 겁니다. 강신희 전 대표가 있었기에 오늘의 화신도 있는 것임을 명심하십시오.”“암, 정 이사 능력이야 우리가 인정하지.”임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다시 거수로 투표를 진행할까요? 구 이사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호중 이사가 말했다.“내가 구 이사님과 대표자리를 놓고 경쟁하려고 했다면 오늘까지 이렇게 편안하게 자리를 보존하지 못하셨을 겁니다?”“그렇겠지요.”구 전 이사장이 강태환의 눈길을 피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자, 그럼 거수를 진행합니다.”거수로 표결이 시작되었고, 강여름이 9표를, 강태환이 7표를 얻었다.“강여름 신임 이사장님, 축하합니다.”정호중이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강태환은 책상을 탁 치며 벌떡 일어서 노기 어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이사장 선출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결과가 이랬다 저랬다 바뀌
“꼭 그렇게 만들 거야.”강여경이 이를 갈며 말했다.“하지만 일단은 보류해야 할 것 같아. 갑자기 강여름이 나타나서는… 방금 대표이사로 선출됐어.”“뭐?”진현일이 놀라 펄쩍 뛰었다.“무조건 당선된다고 하지 않았냐? 뭘 어쨌길래 강여름 하나를 못 당해내?”강여경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했다.“정호중하고 엮인 줄 누가 알았겠어. 우리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됐어. 내 여자친구가 화신그룹 대표 딸이라고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녔는데, 이제 얼굴 못 들고 다니겠군.”“…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오빠.”강여경이 풀이 죽어 울먹였다.“무슨 말이 그래? 우리 아버지가 화신그룹 대표가 아니면 날 버리겠다는거야?”현일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쨌거나 강여경은 화신그룹 이사의 딸이니 매년 배당금만해도 엄청난 액수다. 황급히 멋쩍은 듯 웃었다.“그럴 리가 있나. 별 생각을 다한다, 너. 난 그냥 네가 그런 일을 당했다니 너무 화가나서 그랬어. 내가 좋아하는 건 강여경이야. 누구누구의 딸이 아니라.”“안심해 오빠. 조금만 기다려주면 상황이 바뀔거야. 강여름이 대표이사 자리에 앉긴 했지만, 오래가진 못할거니까.”강여경이 악에 받쳐 이를 갈았다.“그렇겠지. 자리를 보존하는 게 그렇게 쉽지 않으니까.”진현일이 음흉하게 웃었다.“나도 있는 힘껏 널 도울게.”“고마워, 오빠.”******12시 20분.드디어 회의가 끝났다.주주들이 한사람 한사람 여름과 정중하게 악수를 나누고 자리를 떠났다.“대표실로 모시겠습니다.”비서인 노선경이 여름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네, 그럴게요.”여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태환이 여름과 정면으로 마주섰다.어둡게 일그러진 얼굴로 여름에게 소리를 질렀다.“천하에 배은망덕한 것! 네가 지금 다 가진 것 같지? 그래, 너한테 잠시만 양보하지. 곧 다시 내 자리가 될 테니…”“시끄러워요!”여름이 소리쳤다.강태환은 여름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신이 어질어질했다.화가 머리 끝까지 나
“무슨 헛소리야!”강태환이 노발대발하며 벌떡 일어났다.“네 할머니는 병환으로 돌아가셨다.”“그런가요? 부검했으면 사인을 알았을 텐데 화장을 해버려서 증거가 다 사라져 버렸죠.”여름이 비아냥거렸다.“이건 알아두세요. 이대로 그냥 못 넘어갑니다. 할머니의 한, 지금까지 나한테 했던 모든 악행들, 하나씩 다 갚아줄 거예요.”여름은 휙 몸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의장을 나갔다.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이를 꽉 물었다.지금까지 강태환 집안 사람들에게 갖은 모욕과 천대를 받았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목숨까지 노렸다. ‘오늘부터 강여름은 강해 질 거야. 이제 나 자신도 지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거야.”******대표실에 도착했다.여름은 노선경에게 회사 중역 자료를 모조리 가져오게 했다.“숨 좀 돌리고 시작하시지요. 먼저 식사부터 하시고요. 식당에 식사 준비를 시켰는데요.”“여기로 가지고 오라고 해줘요.”노선경이 나가자 여름이 차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마워요. 오늘 차윤 씨가 아니었으면 무사하지 못했을 거예요.”“별말씀을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대표님을 경호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차윤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인사를 하시려거든 최하준 변호사님께 하십시오.”안 그래도 오늘의 굉장한 소식을 최하준에게 한시라도 빨리 알리고 싶었다. 핸드폰을 들어 하준에게 전화를 했다.“쭌, 뭐해요?”“밥 먹습니다.”대답은 아주 간결했다.여름은 기분이 상했다. ‘뭐야….’“오늘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지도 않아요? 나한테 관심도 없나봐. 흥!”“1시간 전 문자로 이미 보고받았습니다.이제 강여름 대표가 화신그룹 이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다닐테니, 나는 잘나가는 총수 와이프를 둔 남편으로 편하게 지낼 수 있겠군요.”최하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이제는 제 지위가 많이 높아져서요, 남자들이 아마 줄을 설 거에요. 내 말 안 듣고 철없이 굴면 확 남편을 바꿔버릴 지 몰라요~.”여름
“조 이사가 어떤 사람인지 나한테 귀띔 좀 해주겠어요?”노선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시작했다.“조 이사는 우리 회사 요직에 앉은지 10년 가까이 된 인물입니다. 재임 기간 중 매출을 10%나 올리는데 기여해서 주주들이 무척 만족스러워 합니다. 해임시키려면 주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라 예상됩니다.”“알겠어요. 그만 나가보세요.”여름은 말없이 서류를 계속 들여다 보았다.그리고 오후에는 각 부서를 일일이 방문하며 시찰을 돌았다.해 질 무렵이 되어도 중역은 한 명도 코빼기를 보이지 않았다.날이 완전히 저물자 여름이 차윤에게 말했다.“나 좀 도와줘요. 스파이를 색출해내야겠어.”******저녁 7시.여름은 서류를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최하준은 편안한 실내복을 입고 팔짱을 끼고 거실에 앉아 있었다. 실내복인데도 위엄이 넘쳤다. 김상혁이 옆에 서서 정중하게 무언가를 보고하고 있었다.여름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최하준의 입에는 웃음기가 없었다.“아, 강 대표님, 오셨습니까?”“지금까지 회사에서 야근하다 오느라고요. 밥 먹었어요?”최하준의 불편한 심기를 간파한 여름이 선수를 쳤다. 아무 말 않는 주인을 대신해 이모님이 얼른 변명했다.“제가 한 요리는 안 드시잖아요. 꼭 사모님이 한 것만 드시려고 해요.”여름은 말없이 한숨을 쉬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최하준의 어깨에 기대어 앉았다.“쭌~, 나 온종일 얼마나 힘들었다고요. 기운이 쪽 빠져서 움직일 힘도 없어요. 이모님 음식도 맛있으니까 오늘은 그냥 먹으면 안돼요?”“왜, 일이 잘 안 풀렸습니까?”최하준이 고개를 돌려 여름을 바라보았다. 여름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그윽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네, 회사 간부들이 모두 날 무시해요. 아무래도 한 판 거하게 붙어야 할 것 같아요.”든든한 어깨에 기대어 있으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졌다.최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즉시 김상혁에게 지시했다. “내일 화신에 가서 정리 좀 하지. 내일 하루 안에 좀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