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듣자, 전예은의 긴장감이 풀렸고, 의식적으로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려던 순간 또 그녀에게 제압당했다.태준은 아직 그녀를 감싸고 있다.그가 차갑게 자기를 대하는 것은 예전에 그를 버리고 외국으로 간 것 때문에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서임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신은지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턱을 들면서 눈을 내리깔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전투력이 폭발하는 싸움닭처럼: “꿈 깨, 난 절대로 전예은에게 사과하지 않아.”박태준의 얼굴에는 분노로 가득 찼고, 소용돌이치는 폭우처럼 은지를 당장에라도 휩쓸어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 “예은에게 사과하라는 말이 아니야. 아이에게 사과하란 얘기야.”자신의 온화하고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수습하려고 나서려던 전예은: “……”신은지는 이를 악물고 경시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도 좋은 아버지인 척을 하겠다는 거네.”박태준은 그녀의 비아냥거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섰고, 그의 키와 카리스마가 주는 압박감이 순간 신은지의 기세를 압도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약간 힘을 주어 잡아당겨 책상을 사이에 두고 그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사과해.”그는 얼굴에 묻은 커피를 아직 닦지 않았다. 그리고 태준에게 끌려간 신은지의 머리 위에는 그의 아래턱을 따라 흐르는 커피 몇 방울이 떨어졌다.신은지: “……”이놈이 자기만 힘들면 됐지, 남 잘되는 꼴은 못 보네.“내 말이 맞을까 꺼리면 아이를 낳지 않으면 되지. 쓰레기 같은 당신과 천한 전예은 둘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더 좋지 않아?”전예은: “신은지, 나와 너 사이 갈등은 기껏해야 여자들 사이의 허영심과 질투심일 뿐이고, 대학 시절 가끔 비아냥거린 것 외에 별다른 도를 넘는 일을 한 적이 없어. 최근에는 더더욱 없었고. 너 나한테 입을 열면 천한 여자라고 욕하는데 너무하다는 생각 안 해봤어?”전예은 말이 사실이지만, 전부 다 사실인 것은 아니다.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학과 퀸카 옹호자들이 서로 알게 모르게 기선제압을 하면서
두 사람은 안 좋게 헤어졌다. 재경그룹에서 나온 신은지는 바로 장 변호사한테 전화 했다. ”저 이혼소송 진행해 주세요 “전에 이혼소송 건에 대해 분석해 줬었기에, 장 변호사는 딴 말 없이 그녀에게 준비해야 할 서류들을 알려주었다.전화 통화가 끝난 후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신은지는 얼굴 붉히는 일 없이, 결혼할 때처럼 조용히 이혼을 마무리하려 했었다. 재경그룹과 같은 재벌그룹은 언론이 항상 주시하고 있기에, 약간의 움직임만 보여도 세상 사람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런 만신창이인 혼인 생활이 외부로 노출되어 남의 입에 오르내리고 동정받고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다만 결국에는 소송까지 가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근처 커피숍에서 간단히 식사할 음식을 주문하고, 1시간 후에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했다.오후 6시 40분경, 검은색 긴 기장의 패딩에 검은색 마스크를 한 남자가 커피숍에 들어왔고, 주위를 한번 훑어보더니 곧장 신은지를 향해 걸어왔다. ”신은지 씨.”차연우는 마스크를 벗고 웨이터에게 얘기했다. “아메리카노 한잔이요.”“한 사람을 조사해 주셨으면 해요.“ 신은지는 휴대폰을 꺼내 조사할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다.차연우는 전에 기자로 활동했었고, 당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기자들이 알아내기 힘든 내막을 폭로했고, 폭로하기 전에 예고하여 나쁜 습성을 가진 연예인과 재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나중에 무차별하게 너무 많이 폭로한 탓에 사람에게 얻어맞고, 너무 심하게 매 맞아서 죽은 개처럼 땅에 늘어져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 당시 신은지가 우연히 그를 구한 적이 있었고, 그때 그는 신은지에게 생명의 빚을 지게 되었다. 차연우는 신은지가 보여준 사진을 보면서 물었다. ”어떤 정도로 조사하면 될까요?”그에게 의뢰한다는 건 필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신은지는 사진 속의 오만한 표정의 신지연을 보며, 붉은 입술을 가볍게 열었다. ” 무너져서 다신
박태준은 말없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고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있었다.그의 변호사인 곽동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작은 사모님, 법원에서는 사모님과 대표님께서 사적으로 조정하시는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했는데 이혼소송까지 이어지면 사모님께도, 대표님께도 영향이 좋지 않습니다.”장 변호사도 이혼 소송 전에 조정 단계가 있다고 그녀에게 귀띔한 바 있다. 일종의 법률절차이다. 일반적으로 재판 며칠 전에 이루어지는데 박태준이 너무 바쁜 나머지 재판 전으로 미뤄진 것이다.신은지: “그럼 저 사람에게 이혼에 동의하도록 하세요. 그러면 제가 즉시 소송을 철회하고, 일 분도 지체하지 않겠습니다.”곽동건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얼굴에도 현저한 감정 변화가 없었다. 조금 전에 한 얘기는 그저 관례적인 질문인 듯 전혀 성의가 없어 보였다.잠시 후, 재판장은 관련 인원과 함께 조정하러 왔다. 과연 직업이 직업인지라 각종 감언이설로그들을 설득했고, 이를 듣는 신은지 자신조차 사리 분멸을 못하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같은 말만 반복했다.“반드시 이혼할 겁니다!”모두가 그녀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재판장님을 포함한 관련 직원들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은지는 신지하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발신자 번호는 국내 번호였고, 전화를 받고 목소리를 듣자, 누군지 바로 알았다. “당장 그 소송철회 해!” 신진하는 노발대발했고, 마라톤을 열 번 넘게 완주한 사람처럼 거친 숨소리로 전화에서 얘기했다. 이 얘기를 듣자, 신은지는 바로 박태준을 바라보았다……박태준은 이 순간을 기다린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그녀가 보는 그 시점에 그 역시 그녀를 보았고 서로 시선이 마주쳤다.신은지는 말없이 입 모양으로 그에게 내뱉었다. “비열해.”그가 신진하에게 쪼르르 달려가 고자질할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자기 말을 들을 거로
신은지는 처음 이렇게 자기애가 넘치는 남자를 보았다!힘껏 그를 밀었다. "더러운 것을 몸에 묻을까 봐”박태준이 일어서 그녀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신은지는 경계심을 점점 풀게 되었으며, 방금 남자가 한 말에 반격했다: "또이라니? 내가 언제 찾았었어?”"언제 그랬냐고?"남자가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스폰서 아니었어? 수십억이나 갖다 바쳤지만 지금 이혼하자고 난리 치고 있잖아, 세상에 나보다 더 한 호구가 더 있어?”신은지: "……”박태준 그 입은 정말 지독하고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_x000B_"호구 찾아다닐 생각 포기하는게 좋을 거야. 밖에서 누굴 꼬시든,걔가 얼마나 호구든 상관없어 근데 그놈 반드시 억울해서 죽을 거야.”그는 차문을 닫고 "강기사님, 사모님 집으로 보내주세요.”신은지는 뭐라도 변명하려고 했지만 참았다. 됐다. 쇠귀에 경 읽는 짓을 왜 하냐!법원을 떠난 후,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강기사에게 진유라의 중고품 가게로 데려다주라고 했다.…진유라는 그녀가 쳐져 있는 얼굴을 봐서 재판 잘 안 된 것을 예측했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잘 왔다, 가자, 술 마시러 가자.”신은지가 가게에 들어오기도 전에 진유라가 어깨를 끌어안고 밖으로 나왔다.두 사람이 오래 만났으니, 진유라의 마음을 바로 캐치했다 “나 괜찮아.”"나 술 댕겨, 우리 아빠가 요즘 뭔 찔라를 하는지, 갑자기 술, 담배를 끊재. 아니, 자기만 하면 되는데, 나까지 못 마시게 매일 날 감시해. 오늘 출장 갔어, 좋은 기회 놓치면 안 되지.”강기사님은 신은지를 데려다주고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녀와 진유라가 나오는 것을 보았고, 혹시라도 차가 필요할까 봐 잠시 세웠다. 두 사람이 멀지 않은 노래방에 들어갔다는 것을 봤다.그는 고민하다가 박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사모님이 진유라씨와 같이 노래방에 들어갔어요.”박태준은 자세한 주소를 물었다. "문 앞에서 기다리세요.”낮에 노래방은 사람이 별로 없고, 취한 사람도 더욱 없어서
신은지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박태준을 알아본 그녀가 다시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당신만 보면 짜증 나니까.”옆에서 듣고 있던 강 기사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돋았다. 평소에 신은지가 고분고분한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살기등등하게 박태준을 대하지는 않았다.그는 혹시라도 박태준이 열받아서 그녀를 이곳에 버려두고 갈까 봐 걱정했다.박태준은 짜증을 참으며 차 문을 열고 그녀를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신당동으로 가지.”“신당동 싫어!”술 취한 신은지가 발악하듯 말했다. “오네스타로 보내줘. 거기가 내 집이야.”오네스타는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었다.박태준은 그 말을 듣자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지만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못 들은 척했다.만약 지금 신은지가 술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술 취한 그녀가 그런 게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대답 안 해?”신은지가 팔을 허우적거리며 꼬장을 부렸다. 박태준은 그대로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팔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닥쳐.”신은지의 두 눈에 물기가 스며들었다.“무섭게 왜 그래.”박태준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술 취한 사람을 상대하는 게 이토록 지치는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체감하게 된 그였다.“무섭게 왜 그러냐고.”그는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섰다.“그런 거 아니야.”짝!그가 정신이 팔린 사이, 여자의 손이 날아와서 그의 목덜미를 쳤다. 긴 손톱이 그의 목덜미에 뻘건 생채기를 냈다.“아까 무섭게 소리쳤잖아. 얘기하기 싫으면 얌전히 닥치고 있을 일이지!”불과 1초 전까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눈물이 글썽해 있던 그녀가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했다.박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넥타이를 풀어 그녀의 손을 묶고 억지로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움직이지 마.”물론 얌전히 있을 신은지가 아니었다. 그가 그럴수록 그녀의 발버둥은 심해졌다.“이거 당장 풀어!”여자의
박태준은 그녀가 다가와서 핸드폰을 가로챌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핸드폰을 확인한 신은지는 화면잠금이 풀리지도 않은 것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화면에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몇 통 떠 있었다.일부러 보려고 핸드폰을 잡은 게 아니라는 걸까?그런데 왜 화면을 보고 있었지?신은지는 핸드폰을 도로 집어넣고 불쾌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내가 내 방에 있는데 무슨 문제 있어? 당신이 내 침대를 차지하고 잤으니까 여기 있지. 아니면 나랑 같은 침대에서 자지 못해서 실망했어?”박태준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는지 눈 밑이 퀭하고 옷도 구겨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야성미 넘치는 모습이었다.신은지는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생긴 건 정말 멀쩡한데 왜 입만 열면 그 모양이야? 당신 참 뻔뻔한 거 알아?”그는 분명히 다른 방으로 가서 잘 수 있었다. 굳이 소파에 앉아 유령처럼 잠자는 사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보다 현실적이었다. 대체 잠든 내 얼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신은지는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오싹해졌다.박태준은 비꼬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물었다.“핸드폰 배경화면 어떻게 된 거야?”그녀의 배경 화면은 그와 아주 흡사한 캐릭터를 그린 것이었는데 옆에 죽어 버리라는 저주의 말이 쓰여 있었다.박태준이 물었다.“날 그렇게 죽이고 싶었어?”“당연한 거 아니야? 당신은 자기가 얼마나 얄미운지 모르지?”말하는 와중에 그녀는 핸드폰을 열어 차연우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이 정도면 될까요? 부족하면 제가 더 찾아볼게요.]핸드폰을 내려놓은 그녀는 뒤돌아서 옷 방 문을 열었다.이곳에서 나간 지 몇 달이 지났고 박태준은 고용인을 시켜서 그녀의 짐을 다 버렸다고 말했기에 갈아입을 옷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너무 구겨지고 술 냄새가 진동했기에 아무거나 찾아 입으려는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뜻밖에도 그녀의 옷들은 원래 있던 자리에 색상 분류까
문을 부술 것 같이 요란한 소리가 건물을 진동했다.신은지는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밖에 얼굴을 꽁꽁 감싼 신지연이 서 있었다.“무슨 일이야?”어떻게 들어왔을까 처음에는 궁금했는데 뒤에 청소부 이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신은지는 단번에 상황을 알아차렸다.“언니, 형부한테 말해서 나 좀 도와달라고 해. 요즘 사람들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 어디서 이상한 짜집기 영상을 가져다가 인터넷에 올렸어.”신지연은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려고 했으나 신은지가 입구를 꽉 막고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신은지는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내가 널 왜 도와줘야 하지? 신지연, 우리 사이가 서로 도와줄 정도로 좋은 건 아니었잖아? 서로 머리채를 잡아도 이상하지 않을 판에 내가 대체 널 왜 도와줄 거라 생각한 거야? 넌 과거에 나한테 한 짓을 다 잊었어?”잠시 말이 없던 신지연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그 영상 네가 폭로한 거야?”신은지는 바로 답을 주지 않았다.“말해, 네가 한 거냐고? 아니, 분명히 너야. 너를 제외하고 이런 짓 할 사람은 없어.”“하!”신은지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넌 평소 네 행실이 어떤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다른 건 몰라도 영상 속에서 신지연이 협박했던 사람들만 해도 신지연을 미워할 사람은 수두룩했다.“나쁜 년.”신지연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지만 신은지는 재빨리 문을 닫아 버렸다.신지연은 그대로 주먹을 현관문에 꽂아 버렸다. 손톱이 현관문에 쓸리며 부러졌다.신은지가 말했다.“또 시끄럽게 하면 이웃들 다 불러서 네가 오늘 인플루언서 폭행 사건의 가해자라는 걸 까발릴 거야.”그 말에 신지연이 황급히 마스크를 똑바로 쓰고 주변을 살피더니 말했다.“비겁한 년 같으니라고!”그 말을 끝으로 신지연은 가버렸다.재경그룹 내부에서는 요 며칠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 직원들은 감히 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고 일에만 몰두했다.대표인 박태준이 심기가 불편한 티를 팍팍 내고 다녔기 때문이다.최근 그의 사무
박태준은 시선을 서류로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다 지나간 일이야.”전예은의 눈시울이 빨갛게 부어오르더니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그래도 2년이나 사귀었는데 진심을 들을 자격 정도는 있는 거 아니야? 나랑 사귀는 동안에는 날 좋아했어?”그녀가 한 번도 꺼낸 적 없던 질문이었다.그들이 사귀게 된 건 정말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결과였다. 어느 날 상업 파티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말이 통해서 조금 오래 대화를 나누었고 그렇게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사귀기도 전에 스캔들이 났다.기자들이 둘이 진짜 만나는 거냐고 박태준을 다그쳤지만 그는 정면으로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조차도 해명을 귀찮아하는 그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추측성 기사들을 써냈다.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전예은은 그의 여자친구가 되어 있었다.고개를 든 박태준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예은아.”“아니, 말할 필요 없어.”전예은이 그의 말을 자르고 슬픈 미소를 지었다.“내가 왜 이런 멍청한 질문을 했을까? 2년 만나면서 손 한번 잡아준 적 없는 사람인데 날 좋아할 리 없잖아? 태준 씨를 탓하는 게 아니야. 당신은 잘못 없어. 전에 나한테 그랬잖아.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언제든 떠나도 좋다고.”박태준에게서 듣고 싶지 않은 답을 듣기 싫어서일까, 전예은은 그 말을 끝으로 서류도 챙기지 않고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갔다. 박태준은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잠시 감았다가 비서실에 연락했다.“진 비서, 예은이가 나가면서 계약서 안 챙겨갔으니까 진 비서가 좀 챙겨줘.”진영웅이 계약서를 가지고 나간 뒤, 그는 맨 위층에 있는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남성용 시계 하나가 들어 있었다.L사의 로고가 박혀 있었지만 한번도 세간에 공개된 적 없는 시계였다.그 시계는 주문제작한 제품이었다.전에 나유성이 돌아왔을 때 그가 선물했던 시계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시계였다.그 시각, 신은지는 집게로 자기 조각들을 조심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