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혁은 소파에 기대어 담담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결코 진시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가 그녀에게 온 것은 단지 약간의 정신적 위로가 필요했을 뿐, 사랑하지는 않는다.그는 그녀를 난감하게 만들지 않고 재킷을 집어들며 말했다. “나 가볼게.”“좀 더 쉬다 가지 그래요? 밖에 비가 저렇게 많이 오는데.”진시아가 일어나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조금만 더 있다 가요. 비가 그친 후에 가요.”그녀의 말에 동의라도 하는 듯 밖에 천둥소리가 요란했다.조은혁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딱히 그녀를 쓰지 않고 계속 뉴스를 보았다.하지만 진시아는 얌전하게 굴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어깨에 기대고는 손으로 그의 가슴을 만지며 남자의 민감한 곳을 건드렸다. 동시에 붉은 입술로 그의 귀 뒤끝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그가 여기에 가장 민감하다는 것을 안다. 건드리면 짐승과 다름없이 변한다.조은혁은 검은 눈동자를 살짝 내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잠시 그녀를 제지했다.“시아야, 이러지마.”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진시아는 매력적인 눈매로 그를 보며 남자의 욕구를 대담하게 부추겼다. 이러한 자극을 막아낼 수 있는 남자는 거의 없다. 게다가 그는 술을 마시기까지 했으니 생리적 욕구가 더욱 왕성했다.그는 박연희와 계속 부부생활을 했다.그러나 남자는 단순한 욕구 분출로는 만족하지 못했고,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는 것을 갈망했다.진시아가 그에게 말했다.“한번만. 은혁 씨 우리 한 번만 해요.”더 이상 참으면 남자가 아니다.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자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그의 몸 전체가 끌어오르며 미치도록 관계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의 손이 진시아의 왼쪽 다리에 닿았을 때 뻣뻣한 의족이 만져졌고, 그에 그의 정욕은 한순간 산산조각 났다.순간 그는 재미가 없어졌다."미안해."그는 여자의 몸을 놓고는 자신의 반쯤 열린 셔츠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소파에 기대어 담배 한 개비를 피웠다.그는 담배를 천천히 피우며
박연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는 찔리는 게 있던 터라 들어와서 침실문을 닫고 그녀에게 부드럽게 물었다.“깼어?”박연희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잠시 후,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처럼, 나도 아직 안 잤어요.”더 이상 시치미 떼는 건 의미가 없었다.조은혁은 소파에 다가가 앉았고 그 귀한 보석함을 꺼내 박연희에게 주었다.“이리 와서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봐봐. 맘에 안들면 다음에는 네가 직접 가서 골라.”박연희가 아침 햇살 속에 서 있었다.그녀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조은혁 씨, 이제 와서 무슨 애틋한 척 해요. 그때 제가 아주머니와 두 아이를 데리고 제네르바에 가서 당신과 진시아가 잘 지내게 비켜줬잖아요. 근데 당신이 제네르바까지 쫓아와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고요. 당신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진시아를 제가 보는 곳에서 케어해주는 거였어요?”“정말이에요. 전 당신이 다른 여자 만나는 거 신경 안 써요.”“하지만 진시아는 안돼요.”...박연희가 직접적으로 말하자 조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손바닥을 모아 턱을 괬다. 그 모습이 매우 근사하고 늠름했다. 그가 눈을 들어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진시아와 자지 않았어.”사진 한 묶음이 그의 앞에 던져졌다.가정적이고, 따뜻하고, 열정적인 것도 있었다.그리고 몇 장은 어젯밤에 찍은 것이었다.아파트의 통창 앞 주방, 그는 진시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마치 평범한 부부 같았다.격정적인 사진도 몇개 있었다.진시아가 그의 몸에 앉아 그에게 매달려 키스를 하고, 그는 여자의 몸을 계속 어루만지는 모습.그가 여자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뜨거웠다. 박연희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알았다. 매번 조은혁은 여자와 자려고 할 때마다 이런 노골적인 눈빛을 보였다.조은혁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다 보고 그 사진들을 탁자 위에 던지며 고개를 들었다.“진시아가 사람을 시켜서
박연희는 몸을 뒤척이며 도망치려 했지만 조은혁은 그녀의 가는 다리를 붙잡고 쉽게 끌고 왔고, 이어 그의 넥타이를 그녀의 가는 손목에 묶은 채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게 했다.박연희가 흐느끼며 싫다고 했다.그는 침대 옆에 서서 그녀의 못난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흘겨보며 손을 들어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그녀의 몸은 희고 보들보들했고 그는 키가 컸다. 그 대비되는 화면이 매우 임팩트가 있었다.그는 그녀의 몸을 끌어당겨 턱을 조이고 허리를 굽혀 키스하면서 말로 그녀를 모욕했다.“박연희, 네가 신경쓰는 거 그거 맞잖아. 너 정말 겉과 속이 다르구나.”하얀 침대 시트 위에 박연희가 가로놓여 있다.검은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고 능욕당하는 연약한 미를 자아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남자들을 견딜 수 없게 만든다.그녀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박연희는 웃을 때 송곳니를 드러냈다. 예전엔 그 모습니 사랑스러웠지만 어느새 눈매와 몸에서 여인의 정취가 묻어나 그가 모르는 사이에 성숙한 여인이 됐다.박연희는 몸을 옆으로 돌렸다.그녀는 가는 흰 손가락을 뻗어 그의 오똑한 이목구비를 쓰다듬으며 그가 한 말을 일부러 되풀이했다.“신경쓰여요?”“겉과 속이 달라요?”“조은혁 씨, 설마 내가 평생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그래요, 여자들은 모두 젊고 사랑에 미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정신이 돌아오면 다 알게 되죠. 무슨 정이니 사랑이니 모두 개뿔이죠. 한동안 나도 당신을 떠나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난 다시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당신이 내 진심과 감정을 매번 짓밟은 후에 전 깨달았어요. 다리 세개짜리 개구리는 찾기 쉽지 않아도 다리 두개 있는 남자는 거리에 가득해요. 당신과 진시아의 뜻이 맞는... 미안해요, 내가 잘못 말했죠. 당신과 진시아는 서로 사랑하잖아요.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제가 당신들을 만족시켜 준다니까요!”“그래서 난 당신을 그 여자에게 양보할 거예요.”“당신이 자랑하는 그
박연희가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그녀는 몸을 기울여 그 보석함을 열었는데 안에는 진귀한 루비 보석 세트가 등불 아래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그녀는 이걸 싫어할 여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박연희는 한참을 보고 있었다.조은혁은 그녀가 원한다고 생각해서 시원하게 말했다. “원한다면 가져가. 원래 너한테 주려던 거야.”박연희는 조롱 섞인 웃음을 자아냈다.그녀는 손을 들어 그 진귀한 보석들을 전부 땅에 엎어 흩어지게 했다.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약지에 끼어있는 핑크 다이아몬드도 벗어 한꺼번에 던졌다.그녀는 이 보석들을 마치 쓰레기를 대하듯 했다.조은혁의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연희야, 네 마음속에서 내가 그 정도 가치도 없어? 내가 주는 건 다 싫다고 하고! 우리의 과거도, 넌 전부 신경 쓰지 않는거야?”박연희가 싱겁게 웃다.“우리에게 무슨 과거가 있겠어요.”“상처와 기만 말고 또 뭐가 있죠?”“조은혁 씨, 당신이 나를 어떻게 대하면 내가 당신을 어떻게 대해요. 뭐 문제 있어요?”...그녀는 단호하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조은혁은 소파에 앉았다. 아침 햇살이 방 창문으로 들어와 그의 얼굴을 비스듬히 비췄다. 얼굴의 한쪽은 밝고 한쪽은 어두웠다.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박연희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작은 트렁크를 들고 거실 문을 나섰다.뒤에서 조은혁이 손을 내젓자 진귀한 도자기 항아리 하나가 쨍그랑 소리와 함께 깨졌다.도자기는 정교하고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그저 땅에 널부러진 파편에 불과했다. 마치 그들 사이의 관계처럼.조은혁은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연희야, 넌 날 벗어날 수 없어.”박연희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녀는 점점 더 빨리 걸어서 조은혁에서 벗어나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짓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1층 정원에는 번쩍이는 검은색 캠핑카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고 짐은 이미 다 놓여 있었다. 장숙자와 두 아이도 모두 차에 탔고 박연희가 아래층으로 내려올
장숙자는 마음이 불안해졌다.그녀는 여러 해 동안 사모님을 보살폈다.박연희가 풋풋한 소녀였을 때 그녀는 물고기도 못보고, 피를 조금 흘려도 한참 동안 놀랬다. 그랬던 그녀가 지난번에 그런 큰 일을 저질렀으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하지만 장숙자는 다시 생각해도 그녀가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박연희가 조은혁을 보며 말했다.“이제 출발해야해요. 점심에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어차피 갈 바에야 시간을 지체하지 말죠.”조은혁의 검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밖보다 어두컴컴한 차 안에서 그는 애써 그녀의 얼굴에서 아쉬움이라는 감정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보아하니 그녀는 지체 없이 그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진시아는 핑계일 뿐이고, 진작에 참지 못했던 그녀는 바로 이날을 기다렸을 것이다.조은혁은 차문을 닫았다.검은색 차가 서서히 떠나가며 바퀴가 겨울 서리를 밟아 미세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미세한 소리조차도 모래를 긁듯이 조은혁의 가슴을 긁었다. 아픔을 참기 어려웠다.그는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줄곧 서 있었다.한참 후 도우미가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대표님, 밖이 추우니 방으로 돌아가시죠.”조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어가면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술에 물고 고개를 숙이고 불을 붙이며 한 모금 길게 들이마셨다. 폐에 니코틴 냄새가 가득해지자 그제야 살아있다고 느껴졌다.별장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도우미들은 오가며 일을 할 때도 주인님을 건드릴까 봐 살금살금 다녔다.조은혁이 2층에 왔다.안방 문을 밀자 어수선하게 깨진 도자기 조각들, 그리고 그가 선물한 보석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그는 한참을 보다가 쪼그리고 앉아 하나하나 주웠다.제일 마지막으로 그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쥐고는 가만히 보았다.얼마 전 그는 많은 노력을 들여서 그것을 다시 사왔다. 그때 박연희의 손가락 사이로 다시 반지를 끼워줄 때의 기분을 그는 기억한다. 하지만 그녀는 반지를 뺄
진시아가 문을 열고 깜짝 놀라며 그의 품에 안겼다.“은혁 씨, 다시는 안 올 줄 알았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매혹적인 느낌이 가득 차 있어서 어떤 남자도 들으면 아마 밀어낼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조은혁은 그녀를 밀쳐냈다.진시아는 어리둥절했다.조은혁은 그녀를 지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전과 다름없이 식탁 위에는 갓 끓인 국이 놓여 있었다. 진시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은혁 씨, 배고파요? 배고프면...”그녀가 아직 말을 끝내지도 못했을 때 조은혁이 대답했다.“집에서 먹었어.”집에서...진시아가 멍해졌다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곳이야말로 당신 집이죠. 여긴 그저 당신이 가끔씩 생각나면 오는 곳에 불과해요. 지금 전 온전한 여자가 아니니까 당신은 더더욱 날 마음에 두지 않겠죠.”조은혁은 부인하지 않았다.어쨌든 한때는 좋았으니 끝날 때까지 싸우고 끝내고 싶지 않았다.그가 소파에 앉자 진시아가 슬리퍼를 가져와 신겨주려고 했다. 그러자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몇 마디만 하고 갈거니까 신발은 안 갈아 신어도 돼.”진시아는 한참 동안 반응이 없었다.그녀는 그의 뜻을 알아들었다. 지금 조은혁은 그녀와 인연을 끊으려고 한다.그녀가 목이 메어 물었다.“내가 뭘 잘못했어요?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그냥 가끔 와서 같이 있어줘요. 당신과 박연희 사이의 감정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했잖아요.”조은혁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회색 연기가 천천히 올라왔고 그는 연기너머로 그녀를 보았다.잠시 후, 그가 조용히 말했다.“연희가 알게 됐어. 난 연희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앞으로는 여기 안 올거야. 하지만 넌 여기에 계속 살아도 돼. 내가 돈 좀 더 줄 테니까 나중에 괜찮은 남자 만나면 시집가. 시아야, 과거는 이미 지나갔어. 이제 우리의 삶은 정상으로 돌아가야 해.”그는 수표를 꺼내서 고액의 숫자를 썼다.400억.그리고 수표를 그녀에게 건넸다.“이 돈 받고, 나 잊어.”진시아는 애걸하듯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박연희는 무려 300평이 넘는 집으로 이사했다.장숙자가 끊임없이 감탄했다.장숙자의 침실은 그녀 혼자 쓸 수 있는 방이었는데 화장실도 딸려 있었고 전체 면적을 합치면 40평 정도였다. 장숙자는 너무 기뻐서 어쩔줄 몰랐다.박연희는 그녀에게 걱정말고 잘 쓰라고 했다.그리고 그녀는 아파트를 자신의 돈으로 샀다고 말했고, 평소에 모은 돈 외에도 그녀의 오빠 박연준이 그녀의 계좌로 4000억 원을 이체하여 그녀더러 맘껏 쓰게 했다고 말했다.“4천...? 사모님,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박연희가 웃음을 머금고 다시 말하자 장숙자가 놀라서 말했다. “4천 억은 말할 것도 없고, 저한테 40억만 있어도 이 늙은이는 피곤한 몸 편히 뉘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누가 저더러 일을 하라고 해도 소용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전 여전히 우리 진범 도련님이랑 민희 아가씨를 직접 어른 될 때까지 키우고 싶어요!”장숙자가 말하고는 빙그레 웃었다.박연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새로운 가구, 새로 놓인 꽃. 꽃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는 그녀가 지향하는 자유의 향기였다.그녀는 베이비시터 두 명을 고용하여 낮에 아이들을 보게 하고 저녁에는 그녀와 장숙자가 아이를 돌보았다.새해가 다가오면서 그녀는 여전히 갤러리 일로 바빴고 밸런타인데이에 있을 개업식을 준비했다. 황 사모님 쪽에서도 조은혁으로 인해 그녀들의 협력에 지장이 생길 일은 없다고 장담했다.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저녁 무렵, 황혼이 드리웠다.인테리어를 도와주신 노동자들이 퇴근한 후 박연희는 자리에 남아 야근을 하며 장부를 계산했다. 어느새 손에 있던 커피가 절반 이상 식어버렸다.그때, 신입 인턴이 물건을 건네며 박연희에게 말했다.“방금 택배를 받았어요. 누가 보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장님, 지금 뜯어보시겠어요?”박연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먼저 거기 놓으라고 했다.그녀는 일을 끝내고 나서야 그 물건이 생각나서 커터칼을 들고 포장을 자르고 종이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 약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박연희가 말했다.“제가 언제 달라고 했어요?”그녀의 눈에는 흔들림이 없었다.“왜 내가 바람피는 남자의 관심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조은혁 씨, 당신의 그 관심은 필요한 사람에게나 줘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조은혁이 놓아주지 않았다. “나랑 집에 가자!”집?박연희는 잠시 멍해졌다가 눈을 내리깔고 냉소했다.“당신도 돌아가지 않으면서, 거기가 어떻게 집이죠?”그들의 손바닥은 마치 그들의 감정처럼 어둠 속에서 뒤엉켰다. 꽉 쥐려고 할수록 모래가 흐르듯 더 빨리 사라졌다.박연희는 그를 필사적으로 뿌리쳤다.그녀는 한 걸음 물러서서 그와 어둠 속에서 눈을 마주쳤다.그녀의 희고 작은 얼굴이 네온 등을 받아 빛났다. 몇 년 전 그들의 첫 데이트와 비슷했지만 서로의 마음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랐다.박연희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약간 잠겨있기도 했다.“당신이 가진 재산 때문에 당신 주변에는 여자들이 늘 흘러넘치죠. 그래서 당신은 본인이 놓아주지 않는 한 여자들은 영원히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겠죠. 그래요, 마치 진시아처럼.”“하지만 조은혁 씨, 난 달라요.”“22살의 박연희는 당신을 원했지만 지금은 원하지 않아요. 당신은 항상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지 안 사랑하는지 신경썼죠. 하지만 갓 결혼하고 반 년 뒤 나는 당신 옆에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나도 한때는 굽히고 들어갔고, 한때는 내가 당신에게 더 순종적으로 맞추기만 하면 당신이 밖에서 여자를 만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가 잘못 생각한거죠. 바람을 피우려는 남자는 어떻게 하든 막을 수 없는 거였는데.”...박연희는 한 발 물러섰다.“따라오지 마요. 우리... 이미 충분히 한 거 같아요.”그녀는 어둠 속에서 떠났다.걸으면 걸을수록 찬 밤바람이 목 안으로 들어오는 듯 해 그녀는 손을 뻗어 목도리를 여미며 찬바람을 꽉 막았다.한때 그녀의 세상은 맑았다.그러던 세상에 조은혁이 나타나 그녀에게 갑자기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