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배달 음식을 받은 후 이미연은 집주인처럼 얼른 와서 밥 먹으라고 나와 신호연을 재촉했다.“빨리 와서 밥 먹어. 아무리 힘들어도 밥은 챙겨 먹어야지. 한국인은 밥심인 거 몰라? 배부터 채우고 생각해. 그리고 한지아, 지금 네 꼴을 봐봐. 사람이 나뭇가지처럼 말라 있잖아.”이미연은 내가 속을 엄청 많이 태워 몰골이 말이라는 티를 팍팍 냈다.신호연은 나를 힐끔 보더니 음식을 짚어 내 밥그릇에 담아줬다.“신호연,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일을 수습할 방법을 찾아. 지금 지아뿐만 아니라 너희 회사까지 피해를 보고 있어. 그렇다고 회사가 망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이미연은 정확히 신호연의 약점을 명중했다.“이런 여론이 퍼지기 시작하면 항상 회사에도 영향이 가는 법이야. 신흥 건재가 얼마나 힘겹게 세워지고 또 너희가 신흥 건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였는지 다 봐온 사람으로서 하는 충고야.”“나도 생각했었어, 하지만...”신호연은 더는 참지 못하고 나를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지아가 속상해할까 봐 얘기 못 했어.”“어휴... 쓸데없는 변명은 그만하고 얼른 말이나 해. 지아가 속상해하는 걸 걱정하면서 바람을 피워? 애초에 그런 생각을 했다면 바람을 피지 말았어야지.”이미연은 신호연을 향해 팩폭을 했다.신호연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검은 물감처럼 어두워졌고 어금니를 깨물면서 화를 참고 있는 듯했다. 이를 깨문 힘이 얼마나 컸는지 안면 근육이 다 일그러졌다.“지아도 나랑 말하지 않아서 너희 회사 상황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게 별로 없어. 아니, 한지아...너 입에 자물쇠라도 걸어뒀어? 내가 네 절친이 맞긴 해? 어쩌면 나랑 한마디도 안 할 수가 있어?”이미연은 불만을 토로했다.“아무튼, 이 시국에 제일 급하고 제일 중요한 건 이번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하는 거야.”이미연은 신호연을 보면서 물었다.“신호연, 네 생각도 한번 말해봐.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우리도 빨리 해결책을 생각해 내야지! 아무리
이미연이 내 쪽을 한번 힐긋 쳐다보자 나는 그녀를 보며 눈을 깜빡이었다. “지아야, 너도 너무 화내지는 마! 이미 일은 이렇게 됐고... 함께 이겨내 나가자.” 그녀가 따뜻하고 친절한 말투로 나를 위로하자 나의 눈시울이 붉어져 급히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서강훈에게 카톡을 보내고 한 번 더 세수를 마친 뒤 다시 나갔다. “너희가 말해줘. 나 어떻게 할까? 나... 진짜 뻔뻔하게 할 거야.”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눈물이 또 흘러나왔다.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이때 갑자기 신호연의 전화가 울렸다. 깜짝 놀란 그는 재빨리 누구인지 확인한 후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안에서 도대체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가 바르르 떨리는 입술 사이로 차갑게 말을 뱉어냈다. “알았어!”전화를 끊은 뒤 그는 고개를 푹 떨구고는 의기소침해 있었다. 나는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자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는 나를 바라보는 이미연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잠시 후 신호연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급하게 말을 꺼냈다. “나 잠깐 처리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나갔다 올게. 금방 돌아올 거야! 이미연, 지아 좀 챙겨줘.”“뭐 하러 가는데?” 나는 일부러 살짝 불쾌한 말투로 물어봤다.“걱정하지 마. 금방 올 거야! 응?”그는 나를 달래고는 급하게 뒤 돌아 나갔다. 그의 발걸음 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나는 얼른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음만 들려 올뿐 받는 사람이 없었다.이미연은 귓속말로 소곤소곤 물어보았다. “쟤 얘기도 아직 안 끝났는데 어디를 가는 거야? 설마 이렇게 그냥 가는 건 아니겠지?”“걱정하지 마. 내가 다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둔게 있으니까.” 나는 다 계획이 있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땐 누군가 내 전화를 받았고 나는 바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하는 대화 모두 다 녹음해 줘요!”이미연은 입을 딱 벌리고 물었다. “... 한지아, 설... 설마 이거 다 네가
그녀는 ‘쾅’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녀는 정말 흉악한 모습을하고는 나에게 소리쳤다. “한지아씨, 정말 자유로워 보이네요. 한가하게 여기서 남을 부려 먹으면서 사모님 행세나 부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나는 의자에 앉아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때 서강훈이 들어오면서 그녀를 말렸다. “아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일이 있으면 집에 가서 해결하면 안 돼요? 보는 눈이 이렇게나 많은데... 회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요!”“무슨 영향을 끼친다고 그래? 저 사람이 그런 걸 무서워할 거 같아? 쟤가 뭔데?” 신연아는 입이 정말 거칠었다.나는 유리창 너머로 거실 사무실의 사람들이 모두 일어서서 우리를 보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나는 서강훈에게 말했다. “저들을 조기퇴근 시켜버려요. 지금 당장!”서강훈은 서둘러 나가 구경하는 직원들을 해산시켰다. 그들은 모두 마지못해 꾸물대며 사무실을 나갔다. 예전 같았으면 2시간 미리 퇴근시키는 게 아니라 20분만 앞당겨도 부리나케 사무실을 나가던 사람들이였는데...나는 여유롭게 앉아서 신연아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계속 말해봐. 아까 한 말들 계속 말해보라고.”눈치가 빠른 서강훈은 만일에 대비해 우리 둘 사이에 서 있었다. 신연아는 도대체 무슨 소문을 들은 건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너 진짜 내 앞에서 가식 작작 떨어. 이렇게 큰 사달이 났는데 넌 그냥 손 뻗어서 돈만 가지면 다야? 혹시 네가 수작 부린 건 아니야? 도대체 우리 오빠한테 무슨 약을 먹인 거야?”나는 이제야 그녀가 왜 화났는지, 무엇을 보고 그렇게 달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방금 입금된 저축금 때문이었다.“너도 사태가 심각하다는걸 아나 봐? 그럼 도대체 이 사태는 누가 냈는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히 그녀에게 되물었다. “사태가 아무리 심각해진다 해도 이건 우리 부부 사이의 일이야. 네가 뭔데 그리 급해해?”나는 여전히 의자에 평온하게 앉아
“됐어! 다들 조용히 해!” 신호연은 또 나를 향해 소리쳤다.“너 또 쟤 편드는 거지? 넌 정말 오빠로 딱 맞아. 맨날 자기 품 안에 숨겨주고, 사사건건 쟤가 하라는 대로 하고... 나는 쟤가 네 여동생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야. 딱 보니까 쟤가 네 아내네. 쟤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하잖아!”“한지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언제쯤이면 좀 철이 들고 관건적인 일을 위해 고려할거야?” 신호연은 순간 얼굴색이 변했고 나를 세게 밀쳐냈다. 이에 나는 살짝 비틀거렸고 그걸 본 서강훈이 깜짝 놀라서 나를 붙잡아 주었다. “지아누님...”나는 다시 똑바로 서서 신호연을 바라보았다.“오빠, 오빠도 봤지? 쟤는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자기밖에 생각할 줄 모른다니까... 언제 한 번이라도 오빠를 걱정해 준 적이 있어?”신연아는 신호연의 뒤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한지아, 기억해. 신흥은 우리 신씨 가문의 회사라. 법인은 신호연이고 당신이랑 아무 상관이 없다고. 오늘 이후 신 씨 가문의 회사 빼앗을 꿈도 꾸지 마. 당신이 창시자라고? 풉.”“신호연, 이거 네 뜻이야? 응?” 나는 신호연을 바라봤다.신호연의 얼굴색은 누렇게 변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어금니를 꾹 깨물고 나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신호연. 만약에 쟤 말대로 네가 정말로 배은망덕하고 흉악무도한 사람이라면 지금부터내가 하는 말 똑바로 들어. 내가 처음에 신흥을 어떻게 일으켜 세웠는지 난 다 기억하고 있어. 나보고 지금 또 신흥을 하나 더 세워라 해도 난 똑같이 세울 수 있어. 나는 걔가 네 여동생이든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든 관심없어. 다시 한번 내 앞에서 떠들어 대면 네 여동생이 절대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결과를 보게 될거야!”그러고는 지금도 신호연 뒤에 붙어서 의기양양해하는 신연아를 보며 말했다. “신연아,너도 잘 들어. 날 너무 얕잡아 보지마. 신호연 아직 내 남자야, 네가 그렇게 급해봤자 소용이 없어! 네가 어떤 물건이든 어떤 사람이든 가지고 싶거든 나라는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산들로 에워싸여 있고, 강줄기가 굽이굽이 흘러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여기는 어디예요?” 나는 조심히 물어봤다.“도원경이에요.” 그의 굵은 목소리 톤은 매우 매력적이고 인상 깊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 사람이 곁에 있어 나는 안정감을 찾은 것 같았다. 나의 심장이 속도를 더해 가며 가쁘게 뛰었다. 그와 함께 있을 때면 혼이 쏙 빠진 것처럼 자아가 없어지는 것 같고 무조건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최근에 나의 삶은 평범한 것 같지만, 위태로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곧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한테서 버림받게 될 여인인데, 그 와중에 또 다른 사람한테서 의문의 감정이 들다니 정말 염치가 없다. 눈에 들어온 건 끔찍하리만치 잘생긴 얼굴이었다. 시선을 확 잡아챌 정도의 날렵한 얼굴 옆선과 강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사람을 현혹한다.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는데, 나는 틀림없이 바보같이 멍한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내 얼굴의 잔 머리카락을 살며시 뒤로 넘기면서 말했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살이 더 빠진 것 같네요. 너무 마르면 저녁에 사람들이 귀신이라고 착각하겠어요.” 나는 코웃음을 치며 그의 손을 피해 아무 일 없듯이 가뿐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여신은 몸무게가 백을 넘어서지 않는데요! 나름대로 여신관리법이에요.”내 말에 나 자신도 소름이 돋았다. ‘여신 소리하고 있네. 주제 파악도 잘 못 하는 상황에...’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곳의 공기조차 달콤하게 느껴졌다. “여기 너무 아름다워요!”먼저 전망대에 올라가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서울에 몇 년이나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지는 몰랐어요. 예전의 저는 바보와 같이 남을 위해서만 힘들게 살아왔는데, 지금 다시 되돌아보니 남는
내가 몸을 돌리는 찰나에 그는 내 손목을 잡았다. 마치 내 손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꽉 움켜쥐었다.더 이상 그의 눈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 꼭두각시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가지도 못하고, 남아도 난처한 상황이다. 우리는 한참을 꼼짝하지 않고 대치 중이었는데 그가 살짝 힘을 주더니 다시 나를 그의 품으로 끌고 왔다. 자연스럽게 나의 얼굴이 그의 가슴에 파묻혔다.“그 사람한테서 빨리 벗어나세요!”이 말이 촉매제가 되어 내가 막 쌓아 올린 단단해진 마음의 벽을 동요시켰다.“직접 제 손으로 복수하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아야만 지금까지 제가 허비한 시간을 보상할 수 있어요. 지옥 끝까지 쫓아가더라도 그들이 저랑 제 딸한테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잃은 모든 것도 되찾을 것이에요.”나는 두 팔을 벌려 배현우의 허리를 두르고 그의 품에 꼭 안기며 안정을 찾으려 했다.“저는 이 치욕을 스스로 씻어낼 거예요. 저를 이해할 거죠?” 고개를 들어 눈물을 머금은 채 배현우를 바라본다.“그래야만 나 자신과 나를 위해 희생하신 부모님께 떳떳할 수 있단 말이에요!”“저를 따라오세요.”배현우는 내 손을 잡고 아름다운 경치를 지나 별장에 도착했다. 휴양지가 아닌가 싶은 곳이었다. 가는 곳마다 정성 들여 가꿔 놓은 듯 장인의 손길이 느껴졌다.그러나 지금의 나는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배현우는 나를 위층에 있는 넓은 스위트룸으로 데려갔다. 나를 소파에 앉힌 뒤 자료 한 다발을 건넸는데, 모두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한 소개였다.나는 그를 한 번 보고 무슨 의도인지 눈빛으로 물어봤으나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계속 보라고 손짓했다.배현우는 나만 방에 남긴 채 나갔다.나는 몸을 한번 풀고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첫 문장부터 나의 관심을 일으켰고 나는 금세 자료에 몰입했다. 받아온 자료를 확인하는 내내, 배현우의 정보력에 감탄했다.어느덧 날이 어두워졌고 배현우가 다시 들어오면서 불을 켰다. 뒤에는 웨이터가 같이 들어오면서 한창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를 보며 물었다.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배현우는 실소했다. 갑자기 내 곁으로 다가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주물렀는데 마치 방 안이 금방 햇볕으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꽤 사람 가슴을 심쿵하게 하는 동작이었다. 배현우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흔드는 부류다.“제가 지아 씨를 좋아해요.”나는 얼굴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지금의 나는 애 엄마지만 어떻게 봐도 잘생긴 남자가 아무 거리낌 없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정말 감당할 수 없다. 그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이런 감언이설은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애를 속이면 넘어갈 수 있지만, 내 딸도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될 나이인데... 지금 나한테 고백하니...나의 실패한 결혼생활이 곧 끝나가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돌싱’ 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남자가 나에게 사랑 고백하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나 자신도 알고 있다. 갑자기 숨이 막힌 듯 답답했다. 그는 내가 차가운 얼굴로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나를 끌어안았다. “왜 자신을 괴롭히고 그래요? 한 사람을 좋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 거예요.”나는 그를 한 번 흘겨보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 이렇게 맛있는 저녁 식사를 앞에 놔두고 낭비하고 있다니, 제대로 즐겨야 한다는 생각에 그를 더 이상 관여하지 않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그는 내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피식피식 웃었고 내 기분도 따라서 좋아졌다.식사를 마치고 그는 벨을 누르고 웨이터가 들어와서 테이블을 거두었다.배현우는 프로젝트들에 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여기는 전체적인 핵심 프로젝트 방안이지만, 그중 한 조각은 이미 나눠서 외주 처리를 했고, 계약한 그 회사가 바로 신예 건축이다. 이름 듣고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신예?”그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당연히 신예를 알고 있다. 신예 건축은
나는 이런 헛된 생각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은 모두 신호연과 신연아의 구차한 장면들, 그리고 그 둘이 험상궂은 얼굴로 나와 내 딸을 괴롭히는 갖가지 모습들로 가득했다.울다가 깰 때까지 마음속에 맺힌 악을 발산할 수 없었다.아침 햇살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새의 노랫소리는 나를 점점 평온하게 만들었다.일어나서 씻고 아래로 내려왔다.‘아직 이 아름다운 단지를 제대로 구경도 못 했네. 이렇게 좋은 경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배현우가 나를 찾을 때 하늘은 이미 노을빛으로 가득했고 해가 떴다. 또 새로운 날이 되었다.“잘 주무셨어요?”배현우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네, 잘 잤어요. 감사합니다.”“또 그러네! 저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요.”배현우는 말하고 나서 내 손을 덥석 잡았다.“배고프죠? 아침 먹으러 가요 우리!”이곳의 아침 식사는 매우 푸짐했고, 나는 또 돌아가서 모든 것을 마주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해 빨리 먹기 시작했다.돌아가는 길에 배현우는 나한테 말했다.“자신을 잘 지키고 너무 집착하지 말아요.”나는 그가 말하는 '집착'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고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신호연이 집에 있는 상태에서 밤늦게까지 돌아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사무실과 집 중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다시는 회사에 가서 사람들의 복잡한 시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나는 조용히 있고 싶었다.그런데 집에 들어온 순간, 나는 생각지도 못한 신가네 가족들이 다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순간, 나는 마치 내가 무슨 부끄러운 일을 한 것처럼 불안했다.신호연은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다가와 나를 잡아끌었다.“드디어 돌아왔군. 어젯밤에 대체 어디에 갔었어? 어디에서도 당신을 찾을 수 없었고 핸드폰도 꺼져있어서 내가 당신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그의 말이 진실같이 느껴져. 과연 그가 진짜 나를 걱정했을까?’신호연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미안했던 마음이 사라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