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헛된 생각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은 모두 신호연과 신연아의 구차한 장면들, 그리고 그 둘이 험상궂은 얼굴로 나와 내 딸을 괴롭히는 갖가지 모습들로 가득했다.울다가 깰 때까지 마음속에 맺힌 악을 발산할 수 없었다.아침 햇살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새의 노랫소리는 나를 점점 평온하게 만들었다.일어나서 씻고 아래로 내려왔다.‘아직 이 아름다운 단지를 제대로 구경도 못 했네. 이렇게 좋은 경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배현우가 나를 찾을 때 하늘은 이미 노을빛으로 가득했고 해가 떴다. 또 새로운 날이 되었다.“잘 주무셨어요?”배현우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네, 잘 잤어요. 감사합니다.”“또 그러네! 저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요.”배현우는 말하고 나서 내 손을 덥석 잡았다.“배고프죠? 아침 먹으러 가요 우리!”이곳의 아침 식사는 매우 푸짐했고, 나는 또 돌아가서 모든 것을 마주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해 빨리 먹기 시작했다.돌아가는 길에 배현우는 나한테 말했다.“자신을 잘 지키고 너무 집착하지 말아요.”나는 그가 말하는 '집착'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고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신호연이 집에 있는 상태에서 밤늦게까지 돌아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사무실과 집 중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다시는 회사에 가서 사람들의 복잡한 시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나는 조용히 있고 싶었다.그런데 집에 들어온 순간, 나는 생각지도 못한 신가네 가족들이 다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순간, 나는 마치 내가 무슨 부끄러운 일을 한 것처럼 불안했다.신호연은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다가와 나를 잡아끌었다.“드디어 돌아왔군. 어젯밤에 대체 어디에 갔었어? 어디에서도 당신을 찾을 수 없었고 핸드폰도 꺼져있어서 내가 당신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그의 말이 진실같이 느껴져. 과연 그가 진짜 나를 걱정했을까?’신호연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미안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목적에 달성했다. 신호연은 그들더러 돌아가라고 했고 나는 배웅조차 하지 않았다.그가 '시끌벅적' 하게 파티를 열고 싶다고 하니 이 파티는 내가 무조건 시끌벅적하게 해줄 것이다. 이미 망신당한 마당에 내가 두려울 게 또 뭐가 있겠는가!’신호연은 나를 달래고 난 뒤 기분 좋게 회사로 갔다.나는 바로 서강훈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됐는지 물었고, 서강훈은 하는 수 없이 말했다.“지아 누님, 저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가 말하지 않으니, 저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원하시는 것을 녹음했습니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그리고 신호연이 지아 누님과 천우 그룹의 배현우 씨와 데... 데이트 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얘기... 하, 직접 들어보세요.”말을 마친 서강훈은 전화를 끊고 나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 녹음은 바로 그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소리였다.“사장님, 배현우가 오늘 밤 다른 사람과의 회식이 있는데, 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그들의 식사 내용을 알아봐.”“제품 품질검사 서류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요? 그... 그 형수님 명의는 확실히 설득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의 문제는 이번 제품 품질검사에서 설득력이 없는 것인 것 같습니다. 일단 상대방이 조사가 들어온다면 우리는 분명 손해를 볼 것입니다. 은행 측에서 만약 우리와 협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낸 증명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사장님 부부의 재산증명은 사실이 아니고 쉽게 발각될 수 있습니다. 그럼 절대 안 됩니다. 사장님... 제 생각엔...”“겁먹지마. 제품 품질검사에 문제가 있을 리 없어, 처음 경쟁 입찰한 것도 아니고 과거에 이런 것들이 잘못된 적이 없으니, 이번에도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없어. 천만 명의 개인 재산과 자금 흐름, 이건 신흥의 규모에 절대적으로 부합해.”이어 신호연은 짜증 난다는 듯 말을 이었다. “ 최근 한지아의 반응이 좀 이상해 연아가 사람을 시켜 지아를 미행한 적이 있는데 지아가 천우 그룹의 배현우를 만난 적이 있어. 너 왜
내가 전화를 받자 신연아는 여전히 위세를 부리며 말했다.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잠깐 나와 봐요.”“왜 아까 집에서 말 안 했어요!” 나는 비굴하지 않고 물었다.“우리끼리의 대화인데 집사람들이 듣기에는 불편해서요. 다크 바."신연아는 내 말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나는 전화기를 들고 생각에 잠겼다.‘지금 신연아가 또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지? 도대체 뭐가 그리 불편한 얘기인지 들어봐야겠어!’벌떡 일어나 시간을 보니 정오가 다 되어 갔다. 술집은 아직 정식 영업시간이 되지 않았다.혹시나 해서 한지아는 청바지와 티셔츠에, 흰색 플랫슈즈 한 켤레로 갈아입고 길을 나섰다.차에 타서 이미연에게 전화를 걸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 했지만 공교롭게도 이미연은 다른 데로 가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한참 동안 전화기를 쥐고 있다가 배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신연아는 내가 배현우를 사적으로 만난 것을 미행하여 알게 되어 그만두었다.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고 차는 이미 다크 바에 도착했다.솔직히 이런 데는 처음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안에 어두운 불빛이 너무 불편했다. 이 술집은 지하에 있어 내려가는 계단은 좁은데 안의 공간은 넓었다.지하 1층에 있는 술집 로비에 도착한 후 나는 문 앞에 서서 적응한 지 오래돼서야 안의 상황이 잘 보였다. 지금은 정식 영업 시간이 아니어서 아직 손님이 없었다.바텐더 안의 노란 불빛 아래, 바텐더로 추정되는 젊은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저... 사람을 찾으러 왔는데 여기 영업 시작했나요?”그가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맞은편을 가리켰는데 내가 뒤돌아보니 그가 가리키는 방향에 넓은 복도가 있었고 양쪽으로 많은 방이 있었다.나는 또 어느 방에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분은 전혀 묵과하고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은 모습이어서 나는 그만두고 돌아서서 홀을 가로질러 안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신연아는 이런 곳을 자주 드나들었구나, 그렇지 않으면 나를 여기로 초대하지 않을 것이야.’
신연아가 그 말을 할 때 표정에 사악한 미소가 섞여 있어서 분명 좋은 뜻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다.“여기라고 뭐 별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한테 할 말이 있지 않아요? 빙빙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바로 얘기해요.”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은 모습으로 받아쳤다. “하하, 새언니. 새언니는 늘 그런 식이에요. 뭘 해줘도 싫어하고, 방어적인 태도와 높은 곳에서 사람을 깔보듯 한 자세를 취하니 말이죠. 그거 되게 재수 없는 거 알아요? 오빠는 새언니 그런 모습이 제일 싫대요. 언니는 행동은 늘 공주 같은데 애교도 모르고 너무 재미없다고 했어요. 목석같이 굳어있다고!”신연아는 한 대 쳐주고 싶을 정도로 뻔뻔하게 웃어 보였다. 나는 그녀의 모습에 화가 너무 났다.“염치가 뭔지 모르죠? 내 평생 정말 아가씨처럼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봐요!”“한지아! 내 앞에서 가르치려 들지 말라고! 새언니 되게 침착하고 잘 참는 성격 아니었나? 왜? 우리 오빠 지갑에 들어있는 콘돔은 못 보았나 봐? 그걸 보고 놀라지 않았다는 게 나는 믿기지 않네. 그렇게 살면 안 힘들어? 오빠가 그러는데 두 사람 콘돔을 전혀 안 쓴다면서.”그녀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있자니 역겨워 토 나올 지경이었다. 나는 신호연이 우리 부부 사이의 이런 비밀스러운 얘기까지 신연아한테 말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 둘의 모습은 정말 역겹기 짝이 없었다. 나는 화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신연아는 손에 든 술잔을 흔들며 나를 보며 오만방자하게 웃었다.“어머, 화났어요? 그거 내가 일부러 거기 놔둔 거예요, 오빠 모르게.”그녀는 마치 본인의 장난이 의도대로 선방했다는 듯이 기고만장하게 웃었고,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귀에 거슬렸다.그녀는 내가 알고 있던 신연아가 아니었고, 언제 사람이 이렇게 비열하게 변했는지 모르게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내가 신씨 집안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녀는 뼈만 보일 정도로 약한 몸에 누런빛 얼굴을 한 여자아이였다. 작은 두 눈으로 끊임없이 나를 훔쳐보았고, 그 뒤
신연아의 모습은 정말 나로 하여금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마녀가 따로 없었고, 나는 마음을 전혀 진정할 수가 없었다.“비밀? 당신같이 파렴치한 사람이 또 무슨 비밀이 있어?”“한지아! 말이라고 함부로 하지 말라고. 똑똑한 사람이잖아. 궁금하긴 했어, 내가 이쁜 사진도 많이 보내줬는데도 별 반응 없어서 인내성 대단하다 싶었고. 다 알면서도 오빠 앞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건 계속 옆에 붙어서 떠나고 싶지 않다는 건가?”그녀는 나를 직시하며 술을 한 모금 들이켰고 약을 올리듯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이런 악마 같은 여자를 앞에 두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조차 모르겠고 당장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자. 이거 마시고 진정 좀 하시고.”그녀는 나더러 술을 마시라고 했고 나는 경계 태세를 풀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가식적인 웃음을 띠며 말했다.“아직도 나를 경계하는 건가? 내가 술에다가 뭐라도 탔을까 봐? 같은 병에 든 술이고 나도 마시는데 뭐가 두렵다고?”그녀는 비꼬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여전히 꼼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됐네요. 마시든지 말든지!”그러더니 다시 나를 보고 가까이 다가와 뻔뻔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혹시 그거 알아? 나랑 오빠랑 우리가 몸의 대화를 처음 나눈 데가 여기 소파라는 걸.”한 대 맞기라도 한 듯 ‘윙’하고 머리가 울렸고, 나의 머릿속은 뒤죽박죽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친남매가 한 침대를 뒹굴 수 있을까 싶어서 수없이 혼자 부정해 왔지만, 신연아 자신이 이렇게 사실이라고 못 박을 줄 몰랐고, 나는 이런 인륜을 거스르는 불륜을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충격적인 고백에 나의 양쪽 귀에서는 소리가 울렸고 눈앞의 모든 화면이 흔들렸다. 목에서는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는데 온몸이 통제되지 않았다. 나의 손은 술잔으로 향했고, 목을 젖혀 한입에 술을 들이켰다. 신연아는 나의 행동을 보더니 앙칼진 목소리로 크게 웃어 보였다. “하하하. 바로 그거야. 마셔보니 어때, 새언니
나는 있는 힘껏 몸을 일으켰으나, 그들의 손에 눌렸고, 손과 발을 다 쓰며 죽어라 몸부림쳤지만, 점점 힘은 다 빠져나갔다. 결국 커다란 역겨운 손들이 나의 몸을 터치했고 티셔츠가 찢겨나가는 소리가 들렸다...옷이 찢어지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억압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온몸이 주체를 못 하고 부르르 떨려왔다.“비켜... 손 치워... 살려 줘...”나는 절망에 갇혀 울부짖었고 힘이 다 빠져 더는 저항도 못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자들은 늑대와 같이 달려들었고 내가 몸부림친다고 해서 그만하지는 않았다. 커다란 손 하나가 이미 나의 청바지 단추를 풀었고, 다른 한 남자가 바지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바지가 벗겨질 때쯤 ‘쾅’하는 소리가 밖에서 났고 큰 진동을 동반했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러 온 것임을 직감하고 힘껏 소리쳤다. “살려... 살려주세요. 살려줘요...”이어서 지진이라도 날 것 같이 방이 흔들리며 또 한 번 쿵 하는 문소리가 났다. 나는 나를 잡고 있는 그 손을 내 손으로 할퀴고 긁으며 떼려고 아등바등했다.“이거 놔... 살려 주세요...”그때, ‘펑’하고 또 한 번 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곧 두 사람이 달려 들어왔다. 그 중 한 사람이 나를 누르고 있는 남자를 주먹으로 얼굴을 내리쳤고, 다른 두 남자도 뒤엉켜 육탕전이 벌어졌다.나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마구 손으로 긁어대기 시작했다.‘ ... 아... 구해줘요...’“한지아 씨. 겁내지 말아요, 저예요!”누군가 내 팔을 잡더니 나를 든든한 품에 안았다. 나는 펑펑 울었다. 낯익은 그의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속삭였다.“걱정하지 마요. 내가 있어요!”온몸이 뜨거웠던 나는 그를 꼭 껴안고는 염치없게 들릴 수 있는 말을 중얼거렸다.“날 안아주세요. 제발 놓지 말아요...”그의 얼굴이 내 눈앞에서 아른거렸고, 그 사람은 힘줘서 껴안고 있는 내 손을 애써 풀어헤치며 코트를 벗어 나를 감싸 안았고 일으켜 줬다.“병원으로 가요.”“싫어요... 구해줘요.
링거를 다 맞을 때쯤, 내가 배현우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하기도 전에, 이미연이 부리나케 뛰어 들어왔다.“지아야! 이게 대체...”그녀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멈춰 서더니 내 옆에 있는 배현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눈을 크게 뜨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딱 봐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것 같아서 나는 바로 그녀의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찾아왔어?”“지아 씨가 의식을 잃었을 때 전화가 왔었고 내가 대신 받았어요. 너무 걱정하길래 대충 상황을 얘기해줬어요.”배현우가 대신 답을 해줬고 이미연은 그런 배현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전화를... 받은 사람이 당신... 이였어요? 누구신지? 소개 좀.”빨개진 얼굴을 한 나는 얼른 두 사람을 소개해 줬고, 둘은 의례적으로 악수를 청했다. 이미연은 궁금증을 못 참고 추궁하듯 물었다.“그 외투도 이분 꺼?”나는 뭐라도 들킨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고 배현우를 보며 미연이가 나를 챙기면 된다고 그만 들어가 보라고 했다. 배현우는 몇 마디 당부만 하고 먼저 병실을 나섰다. 이미연은 그제야 모든 과정을 꼬치꼬치 물었고 나는 간단명료하게 다시 한번 반복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연은 미친 듯 화를 냈고 나한테 이제 증거도 확보했는데 왜 그 미친 여자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지 물었다. “그건 너무 싸게 후려치는 거니까!”“내가 원하는 건 신연아를 다시 옛날로 돌려보내서 곤경에 처하는 게 뭔지를 보여 주는 거야. 그 인간이 본인이 살아야 할 삶이 뭔지 느끼게 한 다음에 감방에 보내 반성하게 만들어야지.”나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말했다. 나는 이미연에게 나를 회사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사실 신씨 노부부가 사는 본가로 가려다가 사무실에서 일을 처리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씨 집안에 전화해서 신호연 사무실로 불렀다. 차에서 내리기 전, 이미연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또 물었다.“혼자 괜찮겠어, 정말?”“걱정하지 마! 나 할 수 있어.”말을 마치고 차 문을 열고
신호연은 무슨 일이 있음을 예감했는지 차가운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한지아,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야?”나는 홱 하고 고개를 번쩍 들어 앞에 서 있는 신호연을 째려보며 말했다.“소란을 피운다고? 내가? 신연아가 오면 알겠지. 이 소란은 누가 피우는 건지?”신호연은 강경한 나의 태도에 고개를 돌려 이미연을 쳐다보았다. “이미연, 이 사람 대체 왜 이러는 건데!”이미연은 팔짱을 끼고 내 뒤에 서서 시큰둥한 얼굴로 신호연을 바라보았다.“나한테 물으면 난 누구한테 물어볼까? 이따 여동생 오면 물어보면 되겠네.”순간, 사무실 분위기는 상당히 냉랭해졌고, 다들 내가 좋은 의도로 이러는 게 아님을 눈치챘다.마침 신연아가 요염하게 걸어들어왔고 아직도 얼굴엔 승전의 표정이 담겨 있었다. 사무실 안의 많은 사람들을 보고 그녀도 약간은 놀란 듯했고 나를 보며 쌀쌀맞게 물었다.“새언니, 이게 무슨? 뭐 하자는 거예요?”눈앞에서 원수를 보게 되니 나의 분노는 더 치밀어 오르는데, 신연아는 되레 아무 일 없는 척했고, 그 모습을 보니 갈기갈기 찢어 놓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나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쌀쌀맞게 말했다.“뭐 하자는 거냐고? 일은 신연아 네가 저질러 놓고. 나한테 물으면 안 되지. 네가 한 일을 찬양이라도 해줘, 내가? 왜? ㄴ겁이나?”“하... 내가 뭘 겁씩이나! 남자한테 안겨 간 건 내가 아니라 한지아 당신 아닌가?”그녀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뻔뻔스럽게 적반하장으로 나를 내몰았다.“오빠. 두 시간 전쯤에 새언니가 웬 남자한테 안겨 갔고, 바람이 났는지 뭔지 여러 사람 보는 데서 그것도. 두 시간 동안 어디서... 뭔 짓을 했는지 알 게 뭐야!”신연아의 말은 내가 진짜 뭔 짓을 한 것처럼 들렸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연은 놀라운 속도로 신연아의 뺨을 때렸다.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응하기도 전에 힘을 다해 세차게 때렸다.신연아는 ‘악’하는 소리와 함께 비틀거리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응석 부리듯 말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