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속에 비꼬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알 수 있다.이것은 임윤호의 인품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는 것이다.신경주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신광구와 진주의 표정도 점점 안 좋아졌다.“신 선생님!”이때, 서 비서가 황급히 들어와 공손하게 말했다.“구아람 씨가 도착했습니다.”경주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긴장한 듯 눈을 부릅떴다.사람들의 복잡한 시선은 약속이나 한 듯 문밖을 바라보았다.딱딱딱-하이힐의 날카로운 소리가 마치 경주의 마음을 밟는 것 같았다.아람이 혼자 3년 동안 살던 곳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갑고 고귀한 분위기는 마치 처음 이곳으로 온 것 같았다.순간, 경주의 시선은 황홀해졌다.이 느낌은 마치 아직 이혼하지 않은 것 같았다.“할아버지, 저 왔어요.”아람은 활짝 웃으며 반짝이는 눈을 깜박이며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경주 앞을 지날 때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마치 그들은 낯선 사람인 것 같았다.경주는 점점 숨이 막혔고 주먹을 천천히 움켜주었다. 심장도 심하게 허공에 부딪힌 것 같아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이혼 후 전처를 만날 때마다 잔인한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구아람……!”신효린은 아람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진주가 그녀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이미 달려들어 가차 없이 때렸을 것이다.“에? 임윤호 오빠잖아요. 참 우연이네요.”인윤호 곁을 지날 때, 아람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활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임윤호는 물론,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오빠? 너무 다정하게 부르는 거 아니야? 단순한 사이가 아닌가?’“아가씨, 오랜만이네요.”임윤호는 억지로 웃으며 공식적인 호칭으로 불렀다.“그러네요. 아버지를 뵈러 오지 않은 지 이미 5, 4년 되었죠? 어르신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빠를 생각했었는데. 두 집안이 친분이 있잖아요. 어렸을 때 임씨 아저씨가 오빠와 수해를 데리고 우리 집에 자주 왔었는데. 최근에는 다니지 않아서 사이가 멀어졌네요.”아람은 웃음을 머금
구씨 가문 아가씨가 우렁차게 한 질문은 임윤호의 핑계를 내던지고 배은망덕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었다.‘구씨 가문과 관계를 끝내고 싶다며? 좋아, 그럼 난 꼭 그 말을 해야겠어. 들키고 싶지 않은 속셈을 끌어낼 거야!’임윤호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아람을 보는 눈빛에는 전혀 웃음기가 없었고 심지어 싸늘했다.‘이게 임수해를 사랑에 빠지게 한 여자야? 교만하고 제멋 대로이고, 말에 가시가 돋쳤네. 이런 여자와 결혼하면 온 가족이 화목하게 보낼 수 있겠어? 아예 난장판으로 되겠지!’분위기는 답답하고 어색해졌다.신광구는 구아람이 마치 역신과 같다고 느꼈다. 매번 볼 때마다 반드시 풍파를 일으켰다.변호사로서의 임윤호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데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구씨 가문과 이런 관계가 있는지 몰라 마음이 불편해졌다.“임 변호사와 구씨 가문이 이런 남모르는 과거가 있었네요.”신경주의 말은 임윤호에게 하고 있지만 그윽한 눈빛은 여전히 아람에게서 떠나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구아람 씨가 은인의 딸이네요. 임 변호사께서 여러 번 구아람 씨와 맞서는 것이 보답하는 거예요?”아람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며 그의 말을 혀를 내둘렀다.‘나 대신 나서는 거야? 가족들 앞에서 외부인의 편을 들어줘? 결혼했을 때도 편들어주지 않으면서, 갑자기 착한 척하는 건가? 미쳤구나.’이 말을 듣자 신남준는 눈썹을 찌푸렸다.“허, 구아람 씨 말씀대로 라면, 저희 임씨 가문이 구씨 가문의 도움을 받어서, 제가 변호사가 될 수 없단 말입니까?”임윤호는 비아냥거림을 받기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는 프로페셔널한 변호사입나다. 저에게는 의뢰인과 비의뢰인 두 가지 유형의 사람만 있습니다. 신효린 씨는 제 의뢰인이에요.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겠죠. 이건 비난받을 일이 아닌 거죠? 만약 구아람 씨가 저를 변호사로 초빙한다면, 저도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건 은혜를 갚든 안 갚든 별개입니다.”경주는 남자의 의기양양한
결국, 구아람이 입방아를 찧어 임윤호까지 패배해 신효린은 더 이상 수작을 부리지 못하고 진주의 뒤에 숨는 겁쟁이가 되었다.“할아버지!”아람은 신남준 곁에 다가가 수척해진 노인의 손을 잡으며 근심 가득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이 모습은 친손녀인 신효린보다 더 사이가 좋아 보였다.“이렇게 늦은 밤에 부른 건 어디 아파요?”“걱정 마, 할아버지 괜찮아.”신남준은 그녀의 맑은 눈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손등을 툭툭 쳤다.“할아버지 괜찮아, 엄청 건강해.”아람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다행이네요.”“소아야, 할아버지가 널 부른 건 사실 별일 아니야. 널 보고 싶어서 그랬어. 그리고…… 너와 효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어. 왜 일이 커진 거야?”신남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너와 효린이는 모두 할아버지의 손녀야. 너희들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 매번 이렇게 큰일을 버리면, 너무 걱정되잖아.”하지만 아람은 그 뜻을 눈치챘다. 할아버지는 친손녀를 위해 좋은 말을 해주려는 거다.왠지 모르게 코끝이 징 해나며 울컥했다.‘아무리 잘해주어도 혈육은 이기지 못하나 봐…….’신남준이 말한 착한 손녀는 나쁜 마음을 품고 뒤통수를 치는 비겁한 사람이었다.“아버지, 효린이가 경찰서에 있었던 그 이틀은 정말 버티기 힘들었어요!”진주는 이 틈을 타서 흐느끼는 신효린을 끌어안고 울먹이며 하소연했다.“24시간 돌아가며 손녀를 심문했어요. 겁도 주고 욕도 해고, 잠도 못 자게 했어요! 봐봐요…… 아이를 얼마나 못되게 괴롭혔어요!”신효린은 확실히 많이 초췌해졌고 울상을 짓고 있어 더 불쌍해 보였다.이 큰 손녀를 어렸을 때부터 품에 안고 사랑을 주었었다. 비록 아람보다 훌륭하지 않고, 환심을 살 줄 모르고, 성인이 된 후 독립하여 신남주를 보러 온 적도 거의 없었다.하지만 신효린은 친손녀이다. 이런 연세가 든 노인은 결국 4대가 함께 모여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원한다.경주는 아람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지고 방금 보다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으로 말
경주의 뜨거운 손바닥으로 아람의 어깨를 덥석 잡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미친! 왜 또 이러는 거야, 더러운 손 치워!’그녀가 벗어나려는 것을 눈치챈 경주는 아람의 어깨뼈를 부숴버릴 정도로 세게 잡았다.전 부부가 이렇게 친밀한 것을 보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신남준만이 기쁘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우울했던 기분이 순간 좋아져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아아! 소아랑 경주가 다시 만나는 건가? 왜 소아 표정은 싫은 거 같지? 에이, 몰라. 아무튼 우리 손자가 드디어 정신차렸네! 관계가 발전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축하할 만하네!’아람은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사람들 몰래 천천히 발을 들어 세게 내리밟았다.“악-”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아람이만 들릴 수 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끙끙거렸다.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내심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하이힐로 그의 고급 수제 구두의 끝을 힘껏 눌렀다.‘휴! 속이 시원하네.’그러나 경주는 입술이 떨릴 정도로 아팠다.마음까지 아프게 한 통증으로 영혼이 나갈 뻔했다.경주는 이를 악물고 천천히 시선을 돌려 품 안에서 의기양양하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찌푸린 미간이 저도 모르게 천천히 풀렸다.‘허, 날 괴롭히는 게 이렇게 좋아? 그럼 더 밟아도 괜찮겠네.’“할아버지! 저는 모함을 당한 거예요!”이대로라면 전 부부에게 당할 것 같은 신효린은 임윤호를 끌어들여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제가 정말 죄가 있다면, 변호사님이 무죄를 받아내서 저를 풀어주지 않았겠죠! 경찰이 바보도 아닌데, 진짜 죄가 있다면 증거가 있겠죠! 처음부터 끝까지…… 구아람 이 나쁜 X이 저를 모함한 거예요!”“신 선생님, 경찰이 사건 처리하는 데는 엄격한 절차가 있습니다.”임윤호도 이때 신효린을 위해 나섰다.“저는 신효린 씨의 변호사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저의 의뢰인의 합법적 이익이 손상되지 않는 겁니다. 사실을 왜곡할 능력은 없습니다.”그리고 구아람을 바라보았다.“구아람 씨, 제 의뢰인과 무슨
구아람이 나타나면, 신씨 가문은 분명 난장판으로 될 것이며 결국 불쾌한 기분으로 물러날 것이다. 기분이 안 좋은 아람은 신남준에게 굳이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나서지 않더라도 결백한 사람은 결백하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구만복과 유민지는 임윤호의 행동거지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신효린을 경찰서에서 꺼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숨겨진 위험을 깨끗이 처리했다는 것이다. 양준호를 협박하고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도 경찰 쪽에서 마무리했다면, 당분간 사건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임윤호가 얼마나 예의 바르더라도 음흉한 존재일 수 있다.신남준 역시 그녀를 난감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람의 인품은 믿을 만하며, 금과 같은 진심을 본 적도 있었다. 만약 백소아조차 믿을 수 없다면,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믿을 가치가 없을 것이다.아람은 직접 휠체어를 밀어서 신남준을 방으로 데려다주었다. 경주는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그녀의 뒤를 바짝 붙었다. 그럴수록 아람은 더욱 짜증 나고 불쾌했다.하지만 신남준은 오늘 밤 매우 만족스러웠다. 경주 부부가 자기 곁에 있는 것을 보자 얼굴에는 항상 흐뭇한 미소를 띠었고,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활기차 보였다.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응원하는 커플을 보는 것 또한 마음이 더욱 좋아진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 뵈러 오지 못했어요. 기분이 안 좋으셨어요?”아람은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바보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신남준은 그녀의 따뜻한 손을 잡고 의미심장하게 경주를 힐끗 쳐다보았다.“젊은 사람이 자주 나가 놀고, 훌륭한 남자들을 많이 만나보아야지. 이유희, 윤 도련님…… 다 너와 친한 사이라고 하던데, 어때? 맘에 드는 놈이 있어? 있으면 할아버지한테 꼭 데려와, 내가 봐 줄게!”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가슴이 할아버지에게 세게 맞은 것처럼 답답하고 아파 났다.‘이 어르신이, 휠체어에 앉아서도
구아람은 신남준에게 건강에 대해서 몇 마디 당부하고는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그녀가 나가자마자 신경주는 급히 따라 나왔다.“데려다줄게.”그의 말은 심플했다.신남준 앞에서 화내기 난감했던 아람은 마침내 화가 터져 갑자기 뒤로 물러서더니 그의 얼굴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말했다.“가!”말문이 막힌 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아람은 부끄러워 입술을 오물거렸다. 원래‘아니’라고 하려다가 ‘가’라고 말실수를 해버렸다.‘됐어, 어차피 같은 뜻이야!’“데려다줄 필요 없어, 스무 살 넘었는데 집을 못 찾을까 봐 그래?”“너무 늦었어, 데려다줄게.”경주는 그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오늘 밤 이 남자에게 안겼다는 것을 생각하자 아람은 손을 들어 어깨를 툭툭 털었다.“신경주, 방금 내가 화내지 않은 건, 널 봐주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계셔서 그래. 선 넘지 마. 임윤호와 신효린 때문에 짜증 나서 화풀이를 하고 싶거든. 또다시 그렇게 하면 때릴 거야.”아람은 자기가 한 말이 매우 위풍당당하고 위압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이 나왔다.“임윤호가 또 널 귀찮게 하면, 나한테 알려줘. 내가 해결해 줄게.”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허, 필요 없어! 임씨 가문과 구씨 가문의 일에 외부인이 간섭하지 마. 너 나 잘해!”오늘 밤 자신을 위해 가족들 앞에서 임윤호의 체면을 구겼던 것을 떠올리자 마음속에 애매한 감정이 맴돌았다.하지만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마 경주가 자신의 이익을 고려해서 한 짓일 것 같았다.‘신광구가 임윤호를 신씨 그룹에 영입하고 싶어 하네. 임윤호가 진짜로 신씨 그룹의 법률 고문으로 된다면, 능력자 한 명이 더 생기니 신경주에게 불리해지겠네.’이런 생각이 들자 아람은 피식 웃었다.경주가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경주야!”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서보니 신광구가 다가오고 있었다.“서재로 와, 할 얘기가 있어.”“나중에 갈게요. 지금 구아람 씨를 데려다주겠어요.”
서재에는 진주와 신효린이 함께 있었다.신광구는 당연히 신남준을 부르지 않았다. 그는 늘 신경주의 편을 들어주기 때문이다.지금 부자는 완전히 맞서고 있다.경주의 어머니인 정서연이 자살한 이후, 두 사람은 명목상의 부자 관계로 되었다.두 사람의 사이도 이제 아람 때문에 더 악화되었다.이것은 진주가 가장 원하는 것이었다.‘생각해 보면, 신광구도 그 사람 자식인데, 결국 억압당할 거잖아?’두 사람이 맞서서 각자의 길을 걸어야만 혼란의 틈을 타 신씨 가문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알려줄 게 있어서 부른 거야.”신광구는 냉정하게 소파에 앉아 갓 인쇄한 임명장을 경주 앞에 내던졌다.“임윤호를 신씨 그룹의 법률 고문 겸 법무부 부장으로 정식 임명하기로 했어. 임명장은 내일 아침 일찍 전달될 거야. 내가 사인했으니 네가 할 필요는 없어.”진주 모녀는 은근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전 동의하지 않습니다.”냉기가 감돌고 있는 경주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네가 동의할 필요 없어, 내가 동의하면 돼. 임윤호는 보기 드문 인재야. 재단에서 훌륭한 변호사를 영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오늘 밤 구아람과 임윤호의 대화를 못 들으셨어요?”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차갑게 웃었다.“저런 배은망덕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파렴치한 변호사를 영입하는 건, 같은 배를 타고 싶어서였군요.”“너! 이 건방진 자식!”신광구가 벌떡 일어나며 그 충격으로 눈이 캄캄해졌지만, 다행히 진주가 제때에 그를 부축해 주었다.“오빠, 화내지 마. 몸 상하면 안 돼!”그녀는 남편의 척추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웃음꽃이 피었다.“구씨 가문은 임씨 가문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어요. 구 회장님은 온 가족을 보살펴 주셨죠. 동생마저 KS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나쁜 마음을 품고 있어요.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위해 약속을 무시렸다고요. 그런 사람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더 유혹적인 조건이 나온다면, 순순히 신씨 그룹에 남아 아버지를 위해 일할 것 같
마치 피비린내 나는 아수라장에서 본 것 같은, 인간과 악마를 구분할 수 없는 눈빛이다.신광구는 숨이 막혀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 정서연이 위층에서 뛰어내렸을 때, 어린 경주는 어머니의 피투성이 된 시신을 붙잡고 뒤늦게 온 아버지를 바라보았는데, 바로 그 눈빛이었다.혐오하고 미워했지만 두려움이 훨씬 더 컸다.지금 단지 아람 때문에 친 아버지와 감정이 틀어지려 한다.진주와 신효린은 경주를 비웃으러 온 것이지만, 웃음거리 대신 놀라움을 느꼈다.겁에 질린 그녀들은 숨을 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경주는 눈을 감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 뒤돌아서서 자리를 떠나려 했다.“신경주!”목이 쉰 신광구는 벌벌 떨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이렇게 구씨 가문의 딸을 지켜주는 것은…… 구씨 가문의 편을 들고 친아버지를 거역하려는 거야? 네가 누구 집 자식인지 잊지 마. 내가 널 지지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어떻게 권력을 가졌겠어!”자주 듣는 말이라 새롭지도 않았다.경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말을 들었고, 심지어 역겨웠다.“남의 힘을 빌려 이룬 성공은 쉽게 무너져! 감히 날 거역한다면…… 사장 자리에서 쫓아낼 거야! 힘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어!”신광구는 그야말로 히스테리를 부렸다.아내인 진주조차 이 정도로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마음대로 하세요. 정말 그럴 용기가 있으시다면.”경주는 세상과 단절된 듯한 눈빛으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구아람을 위해서라면, 신씨 가문 전체와 맞서도 상관없어요.”……서재에서 나온 경주의 넓은 어깨가 처지며 영혼이 탈탈 털린 것 같았다.“경주야.”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부릅뜨고 보니 신남준이 눈앞에 있었다.방금 전까지 복잡한 감정에 빠져서 복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신남준은 잠옷을 갈아입지 않고 여전히 입고 온 긴 셔츠를 입고 있었다. 관해 정원에서 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신광구와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