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야, 왜 그래?”구아람은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그녀는 임수해가 이렇게 비참하고 불쌍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눈이 붉어지고 입술이 하얗게 질려 마치 비 맞은 강아지 같았다.“수해야, 진주 일 때문에 온 거야?”구윤은 차분한 발걸음으로 구아람에게 다가갔고, 눈빛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는 햐얀 손수건으로 길고 아름다운 손을 닦고 있었다.구아람이 힐끗 보더니 흰 손수건에 묻어있는 핏자국이 보였다.‘어휴’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한눈을 판 사이에 오빠가 먼저 손을 썼다.또 한 번 그녀가 실력을 보일 기회를 빼앗았다.“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임수해는 그저 사과만 하며 허리를 깊이 수그렸다.구아람이 어리둥절한 사이에 구진의 전화가 급하게 걸려왔다.“오빠?”“아람아, 방금 진주가 풀려났어.”구진은 어처구니없는 듯 매우 자책하였다.“팀원들과 며칠 동안 진주가 직권을 남용하고 뇌물 공여의 증거를 수집했었어, 그러나 그녀가 이미 대비를 한 것 같아, 모든 책임이 진교에게 있어. 게다가 신광구가 실력이 어마 무시한 임씨 가문 도련님인 임윤호에게 변호를 맡겼어. 그 녀석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특히 빈틈을 잘 파고들더라. 증거가 부족해서 진주를 풀어 줄 수밖에 없었어.”“괜찮아, 오빠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우리 목적도 달성했어. 백흥 타운 프로젝트만 잡을 수 있다면 다른 건 천천히 의논해도 돼.”지금 상제보다 복재기가 더 설워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진주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비록 그 여자는 확실히 돼먹지 못한 년이다. 그러나 아가씨는 ‘속히 이루려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도리를 잘 알고 있다.그리고 신광구가 진주에게 푹 빠져 있으니, 반드시 온갖 수단을 써서 아내를 구할 것이다. 프로젝트를 위해 두 재단 간의 갈등을 격화시켜 사람들을 동원하고 백성을 혹사하고 재물을 낭비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그…… 아람아, 수해 그 녀석이 나에게 전화를 했었어, 애가 하마터면 울뻔했어, 네가 잘 위로해 줘, 이
“일단 김은주와 엄명준의 사생아를 찾아야지. 그러나 그전에 먼저 그들이 스스로 그물에 걸려들게 해야 돼.”구아람은 교활한 눈빛을 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엄명준이 말했었잖아. 김은주의 어머니만이 그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그럼 진정에게 길을 안내해라고 해야지. 우리가 직접 조사할 필요도 없어.”구윤은 가만히 웃다가 물었다.“그럼 김은주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사람을 망쳐 버리려면 먼저 그를 미쳐버리게 해야 돼.”구아람은 조금 졸려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작은 손으로 입을 막고 하품을 하였다.“곧 신경주와 약혼식을 한다잖아. 그녀를 높이 세우지 않고는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겠어.”“아람아, 신경주는 정말 눈이 삐었네.”구윤은 엄명준의 말이 떠오르자 또 화가 나기 시작했다.“에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가 눈이 삐었든 말든, 난 다시 자유를 되찾았으니 됐어, 이런 나쁜 남자들은 제발 다 꺼져!”구아람은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라 급히 핸드폰을 꺼내 몰래 찍은 윤유성의 사진을 찾았다.“참, 오빠, 이 사람 봐봐. 아는 사람이야? 엄명준에게 찔린 그날, 이 사람이 도와준 덕분에 가벼운 부상만 입었어.”구윤은 깜짝 놀랐다.“그래? 너무 고마운 사람이네.”“그런데 그가 엄청 비밀스러워, 누군지 물어봐도 안 알려줘. 더 중요한 건 이 사람이 날 알고 있었어!”구아람의 머리속에 얼굴빛이 곱고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얼굴이 떠오르자 더욱 궁금해졌다.비록 그녀는 딸이지만 뼛속에는 남자다운 통제 욕구가 있어 사람이든 일이든 그녀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했다.구윤은 그녀에게 몸을 기울리며 사진속의 남자를 자세히 보았다.순간 그는 눈을 부릅뜨고 놀란 눈빛으로 구아람를 바라보았다.“아람아, 정말 누군지 모르겠어?”“응?”구아람은 어리둥절했다.“내가 알아야 될 사람이야?”“어렸을 때 너희들이 사이가 좋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뭐?”구아람은 놀란 눈으로 사진을 꿇어지게 쳐다보았다.낯이 익긴 한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거의 일주일 만에 진주는 마침내 검찰청에서 풀려나왔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얼굴은 꾀죄죄하여 온몸에 창백한 기운이 맴돌았다.메이크업을 하지 못한 그녀의 피부는 누렇고 칙칙해 보였다. 줄곧 관리를 잘 받아온 얼굴은 순간 십 년은 더 늙은 것 같았고 흰 머리카락이 몇 가닥이나 나왔다.몰려드는 기자들을 피했지만 차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신광구에게 이 꼴을 들키면 애써 지켜왔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그래서 신효린은 그녀를 데리고 몰래 피부숍으로 갔다. 먼저 샤워를 하고 새 옷을 갈아입은 후 흰 머리카락을 뽑고 기운을 돋우는 누드 메이크업을 하고 나서야 사람을 만날 용기가 있었다.“일단 집으로 가지 말고 김은주에게 가보자.”진주는 거울을 보며 귀밑머리를 빗었고 눈빛은 더없이 음침했다.“그녀는 내 조카잖아, 목숨까지 걸었는데 모른 척할 수 없어. 너희 아버지에게 너그럽고 착한 마음씨를 보여줘야지. 25년 동안 세워둔 이미지인데, 절대 무너져서는 안 돼.”“엄마, 김은주가 어떻게 자살까지 할 수 있어?”비록 신효린은 김은주를 싫어하지만 피범벅이 된 욕실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신경주가 이 고육지책에 속을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녀를 제때에 발견하지 못했으면 죽을 수도 있었잖아, 참 독한 사람이네.”“허, 왜 제때에 발견 못 하겠어.”진주는 손거울을 걷어치우고 비아냥거렸다.신효린은 잠시 멍해 있다가 문득 깨달아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설마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진주는 입을 다물라는 듯 검지를 입술 사이에 세웠다.김은주가 자살로 신경주를 몰아붙이는 이런 극단적인 방법은 바로 그녀의 아이디어였다.그 당시 진주도 이런 방식으로 신광구의 동정심과 보호 의욕을 불러일으켜 성공적으로 신씨 가문에 들어갔기에 지금의 생활이 있는 것이다.더구나 신경주가 우울증에 시달리던 시절, 그의 곁에 있어주며 그늘에서 빠져나오게 한 사람도 김은주이다.그 당시의 악몽을 반복되게 하면 그는 김은주의 은혜가 다시 생각이 날 것이다. 비록
진주는 두 볼에 눈물을 머금고 신경구를 부드럽고 애처롭게 바라보았다.“다시는 오빠를 못 보는 줄 알았어, 요즘은 죽지 못해서 살고 있었어! 너무 무서웠어…….”신광구는 아내가 초췌해진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 아픈 것은 아니었다.다만 연일 엉망진창인 일들이 쌓여 그는 그녀를 아무리 사랑해도 달래 줄 기분이 없었다.하필 이때,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방송하기 시작했다.뜻밖에도 KS 그룹 사장인 구윤이 송 시상 등 백흥타운 프로젝트의 관계자들과 계약식을 하는 장면이었다.화면 속 잘생긴 구윤은 송 시장과 계약서를 교환하고 친절하게 악수를 하고 있었다. 무대 아래에는 열정적인 플래시들이 이 중요한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신경주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찻잔을 움켜쥔 손은 핏줄이 뚜렷했고 가슴은 점점 조급해지고 화가 났다.신광구의 얼굴색도 너무 어두워졌다.‘손에 들어온 먹이가 구아람에게 이렇게 뺏기다니!’진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급히 남자의 팽팽한 팔을 껴안고 처량하게 호소했다.“구씨 가문의 아가씨가 너무 하네! 우리 신씨 가문이 뭘 했다고 프로젝트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날 감방까지 보내는 거야! 이 여자가 왜 이렇게 독해? 경주와 결혼한 그 3년 동안, 신씨 가문이 푸대접을 한 것도 아니고 나도 예의를 갖춰서 대접해 주었는데, 어떻게 배은망덕할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신경주는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몸을 기울여 찻잔을 내려놓고 싸늘하게 말했다.“예의를 갖추는 것이 구아람에게 3년 동안 밥을 지어달라고 하는 것입니까?”진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그건 그녀가 스스로 한 거야, 그 누구도 그녀를 강요한 적이 없어!”“진주야.”시종 침묵하던 신광구가 갑자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너에게 할 얘기가 있어.”진주는 순간 멍해졌다. 이 남자의 말이 마치 천둥처럼 그녀의 귓가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인사 임명이 내려졌어, 이제부터 경주가 신씨 그룹의 사장이자 이사회 부위원장이야.“오빠, 이건 무슨 말이야? 왜…….”진
병실에서 진정은 침대에 앉아 김은주를 위로하고 있었다.“이모부가 인맥을 동원하여 임 변호사를 고용해 이모를 검찰청에서 꺼낸 거야, 이렇게 보면 이모부의 마음에는 아직 이모가 있어. 이모가 도와주면 너희들은 무조건 결혼할 수 있을 거야! 요즘 그는 틈만 나면 널 보러 오잖아, 말투도 다정하던데, 사이가 분명히 좋아진 것 같아!”진정은 기분이 좋아서 눈썹을 치켜올렸다. 신씨 그룹 사장의 장모님이라는 신분을 무조건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신경주의 성격을 잘 알잖아, 널 진짜 싫어하면 그는 아마 병원에 오지도 않았을 거야!”“그렇긴 하지만, 왠지 불안하네요.”김은주는 신경주의 싸늘한 눈빛을 떠올리자 간담이 서늘해졌다.“비록 요즘 계속 곁에 있어주고 저를 잘 챙겨 주지만, 왠지 예전과 달라진 것 같아요.”“됐어, 그런 생각은 하지 마.”이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신경주가 들어왔다.김은주는 황급히 허약한 모습을 들어내며 눈물을 흘렸다.“오빠…….”신경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손을 내밀고 그에게 닿으려는 순간 그가 멈춰 섰다.김은주의 손은 허공에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창백했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이따가 회사에 가서 일 처리를 해야 돼, 저녁에 다시 올게.”신경주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그의 속마음은 전혀 알 수 없었다.“오빠…… 미안해.”김은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교 부리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너에게 폐를 끼쳤어, 다 내 탓이야.”“그런 생각은 하지 마, 몸조리 잘 해.”말을 마치자 신경주는 돌아서서 병실을 나섰다.김은주는 이불자락을 꼭 움켜쥐며 하고 싶은 말들을 참았다. 지금의 경주 오빠는 예전의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주며 고분고분 순종하는 옆집 오빠가 아니다.심지어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그녀를 떨리게 했다.그래서 김은주는 급히 진정에게 눈짓을 했다. 진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빨리 쫓아갔다.“그…… 신 사장.”신경주는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진정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입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은 건가? 나 같은 서민은 살 길이 있을까?’“아빠, 나 회의 중이야, 쓸데없는 얘기는 사석에서 하자.”구아람은 아름다운 보조개를 보이며 답답한 듯 미간을 주물렀다.“쓸데없는 얘기? 결혼 얘기가 쓸데없다는 거야?”구만복은 힘껏 흥얼거렸다.“다른 말은 나도 하기 귀찮아, 딱 한 마디만 할게. 네가 KS 그룹 사장이 되고 싶다는 얘기는 쓸데 있는 거야 없는 거야?”‘이 방법 하나로 쭉 가겠다는 거야, 또 직위로 협박하네! 이런 악랄한 수단은 신경주에게서 배운 건가!’ “좋아, 소개팅을 할게. 하지만 오늘은 안 돼, 중요한 회의가 있어.”구아람은 하루라도 밀 수 있는 한 최대한 밀어보자는 생각에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흥, 그래. 네가 매번마다 밀을 수 있을 것 같아?”구아람의 귀에는 ‘흥, 감히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넌 아직 너무 어려!’라고 들렸다.회의 후반에 사람들은 전전긍긍하며 회의를 마쳤다. 그들은 아가씨를 건드리면 현장에서 즉시 처형될까 봐 무서웠다.구아람은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답답하여 소파에 엎드렸다. 그녀는 마치 방전된 것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임수해가 커피를 들고 들어와 걱정스럽게 물었다.“아가씨, 프로젝트에 무슨 문제가 생겼어요?”“구회장…… 이 음흉한 늙은이!”구아람은 소파에 누워 불그레한 입술을 삐쭉거리며 소파를 힘껏 내리쳤다.“내가 호텔 뒷수습을 깔끔하게 했고 KS 그룹을 도와 큰 프로젝트까지 따냈는데. 혜택을 주지 않는 건 둘째치고 소개팅 얘기를 꺼내다니! 넷째 오빠의 방법이 아직 먹힐 려나, 나도 특수 요원을 하러 가서 구회장을 독거노인으로 만들어 버릴까!”“아가씨가 가장 효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회장님이 연세가 드셔서 그룹에서 점점 물러나고 있고 또한 자녀들이 곁에서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아가씨는 절대 예전처럼 떠나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구씨 가문과 회장님을 지킬 겁니다.”임수해는 맑은 눈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커피를 내려놓고 구아람 옆
구회장의 따뜻한 정이 아닌 불화 반목의 주선으로 소개팅이 부랴부랴 일정에 올랐다.구아람은 욕실에서 메이크업을 하며 준비하고 있고 임수해는 밖에 서서 아이패드를 들고 오늘의 스케줄을 보고하고 있다.“점심 11시 30분, H 그룹 장 사장님과 점심 식사. 오후 1시 30분, S 그룹 오 회장님의 장남과 애프터눈 티. 오후 3시 30분, Z 그룹 유 회장님의 차남과 뮤지컬 관람…….”소개팅은 두 시간에 한 번씩 있다. 세상 그 누구도 이 정도로 바쁘지 않을 거다!한참 지나서 욕실의 문이 열렸다.정성스럽게 차려입은 구아람이 임수해의 앞에 나타나자,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가씨, 너무 심하신 건 아닙니까!”아가씨는 닭장 모양의 폭탄 머리 가발을 쓰고 얼굴에 곰보 더미를 그렸고 코밑은 수염이 난 것처럼 검었다. 왼손은 문틀을 짚고 오른손은 코딱지를 파는 척하는 모양은 그야말로 여화와 똑같았다.“이게 심하다고? 난 입에 칼자국 두 개를 더 붙이고 싶었는데.”구아람은 빙그레 웃으며 검은 앞니를 드러내며 임수해를 향해 손짓을 했다.“손님, 어서 오세요. 무조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예요.”수석 비서인 임수해는 일할 땐 늘 엄숙한데, 이번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배꼽을 잡으며 웃고 있었다.톡 튀는 성격의 소유자는 역시 구아람뿐이다.구아람은 성이 차지 않아 핸드폰을 들고 셀카를 한 장 찍어 오빠들과의 단톡방에 올렸다.순간, 단톡방의 분위기는 물고기가 뜨거운 기름 솥에 들어간 것처럼 달아올랐다.[구윤: 누구세요?][구아람: 맞춰보세요, 오빠.][백신우: 푸하하하하하! 너무 웃겨! 아람아 참 대단해!][구진: 헉! 아침부터 놀라서 하마터면 혼이 빠질 뻔했네! 바지에 실수할 뻔했어!][셋째 오빠: 아람아, 아무리 주성치 배우님을 모방하고 싶어도 캐릭터를 고려해야지…… 왜 여화를 따라 하는 거야? 여연을 따라 해야지!] [백신우: 구향을 따라 해! 내가 당백호를 할게! 아람이와 꼭 붙어있을 거야!]그러자 넷째 오빠는 곰 두 마리를 껴 안
‘분장도 나의 매력을 가릴 수 없는 건가, 아니면 이놈들이 구만복의 데릴사위가 되고 싶은 건가, 내가 봐도 토할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밥이 넘어가는 거지?’‘권력의 힘은 참 대단하네, 이것을 위해 장님인 척하다니.’‘흥, 하지만 난 여지를 남겨 두었지.’첫 번째 맞선 상대와 같이 식사를 하던 중, 구아람은 솜씨를 자랑하겠다고 상대방의 맥을 짚어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이제 서른 살밖에 안 됐으면서 70세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화가 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즉시 데이트를 끝내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그리고 두 번째 소개팅을 할 때, 구아람은 계속 맞선 상대의 뒤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 남자를 소름 돋게 했다.“구아람 씨, 무엇을 보고 있어요?”“도련님, 꼬마 아이가 계속 뒤에 서서 당신을 쳐다보고 있어요, 같이 식사하자고 부르지 않을 거예요?”구아람의 말투는 점점 음산해졌다.“너무…… 불상해 보이네요.”그러자 그는 차도 마시지 못한 채 겁에 질려 도망을 쳤다.세 번째 소개팅을 할 때에는 뮤지컬을 보고 있었기에 구아람은 그와 많은 교류를 하지 않아 화기애애해 보였다.마침내 뮤지컬이 끝나자, 유 도련님은 공손하게 그녀에게 물었다.“구아람 씨,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함께 저녁식사를 하실래요?”“좋아요.”그러자 구아람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캔버스 가방을 멨다.유 도련님이 그녀와 뮤지컬을 보러 올 때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자세히 보니 가방에는 큰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해문시 정신치료센터 기념.’“도련님, 왜 안 가세요?”구아람은 순진하게 눈을 껌벅이며 물었다.겁먹은 유 도련님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연신 뒤로 물러섰다.“저기…… 갑자기 회의가 있다는 걸 깜빡해서요, 다음에 만납시다!”……이때, 구아람과 임수해는 오늘 마지막 데이트 장소에 도착했다.고풍스러운 찻집은 조용하고 우아하며 공기 중에 부드러운 차 향기가 떠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이곳은 해장원의 느낌이 났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