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는 두 볼에 눈물을 머금고 신경구를 부드럽고 애처롭게 바라보았다.“다시는 오빠를 못 보는 줄 알았어, 요즘은 죽지 못해서 살고 있었어! 너무 무서웠어…….”신광구는 아내가 초췌해진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 아픈 것은 아니었다.다만 연일 엉망진창인 일들이 쌓여 그는 그녀를 아무리 사랑해도 달래 줄 기분이 없었다.하필 이때,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방송하기 시작했다.뜻밖에도 KS 그룹 사장인 구윤이 송 시상 등 백흥타운 프로젝트의 관계자들과 계약식을 하는 장면이었다.화면 속 잘생긴 구윤은 송 시장과 계약서를 교환하고 친절하게 악수를 하고 있었다. 무대 아래에는 열정적인 플래시들이 이 중요한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신경주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찻잔을 움켜쥔 손은 핏줄이 뚜렷했고 가슴은 점점 조급해지고 화가 났다.신광구의 얼굴색도 너무 어두워졌다.‘손에 들어온 먹이가 구아람에게 이렇게 뺏기다니!’진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급히 남자의 팽팽한 팔을 껴안고 처량하게 호소했다.“구씨 가문의 아가씨가 너무 하네! 우리 신씨 가문이 뭘 했다고 프로젝트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날 감방까지 보내는 거야! 이 여자가 왜 이렇게 독해? 경주와 결혼한 그 3년 동안, 신씨 가문이 푸대접을 한 것도 아니고 나도 예의를 갖춰서 대접해 주었는데, 어떻게 배은망덕할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신경주는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몸을 기울여 찻잔을 내려놓고 싸늘하게 말했다.“예의를 갖추는 것이 구아람에게 3년 동안 밥을 지어달라고 하는 것입니까?”진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그건 그녀가 스스로 한 거야, 그 누구도 그녀를 강요한 적이 없어!”“진주야.”시종 침묵하던 신광구가 갑자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너에게 할 얘기가 있어.”진주는 순간 멍해졌다. 이 남자의 말이 마치 천둥처럼 그녀의 귓가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인사 임명이 내려졌어, 이제부터 경주가 신씨 그룹의 사장이자 이사회 부위원장이야.“오빠, 이건 무슨 말이야? 왜…….”진
병실에서 진정은 침대에 앉아 김은주를 위로하고 있었다.“이모부가 인맥을 동원하여 임 변호사를 고용해 이모를 검찰청에서 꺼낸 거야, 이렇게 보면 이모부의 마음에는 아직 이모가 있어. 이모가 도와주면 너희들은 무조건 결혼할 수 있을 거야! 요즘 그는 틈만 나면 널 보러 오잖아, 말투도 다정하던데, 사이가 분명히 좋아진 것 같아!”진정은 기분이 좋아서 눈썹을 치켜올렸다. 신씨 그룹 사장의 장모님이라는 신분을 무조건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신경주의 성격을 잘 알잖아, 널 진짜 싫어하면 그는 아마 병원에 오지도 않았을 거야!”“그렇긴 하지만, 왠지 불안하네요.”김은주는 신경주의 싸늘한 눈빛을 떠올리자 간담이 서늘해졌다.“비록 요즘 계속 곁에 있어주고 저를 잘 챙겨 주지만, 왠지 예전과 달라진 것 같아요.”“됐어, 그런 생각은 하지 마.”이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신경주가 들어왔다.김은주는 황급히 허약한 모습을 들어내며 눈물을 흘렸다.“오빠…….”신경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손을 내밀고 그에게 닿으려는 순간 그가 멈춰 섰다.김은주의 손은 허공에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창백했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이따가 회사에 가서 일 처리를 해야 돼, 저녁에 다시 올게.”신경주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그의 속마음은 전혀 알 수 없었다.“오빠…… 미안해.”김은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교 부리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너에게 폐를 끼쳤어, 다 내 탓이야.”“그런 생각은 하지 마, 몸조리 잘 해.”말을 마치자 신경주는 돌아서서 병실을 나섰다.김은주는 이불자락을 꼭 움켜쥐며 하고 싶은 말들을 참았다. 지금의 경주 오빠는 예전의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주며 고분고분 순종하는 옆집 오빠가 아니다.심지어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그녀를 떨리게 했다.그래서 김은주는 급히 진정에게 눈짓을 했다. 진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빨리 쫓아갔다.“그…… 신 사장.”신경주는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진정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입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은 건가? 나 같은 서민은 살 길이 있을까?’“아빠, 나 회의 중이야, 쓸데없는 얘기는 사석에서 하자.”구아람은 아름다운 보조개를 보이며 답답한 듯 미간을 주물렀다.“쓸데없는 얘기? 결혼 얘기가 쓸데없다는 거야?”구만복은 힘껏 흥얼거렸다.“다른 말은 나도 하기 귀찮아, 딱 한 마디만 할게. 네가 KS 그룹 사장이 되고 싶다는 얘기는 쓸데 있는 거야 없는 거야?”‘이 방법 하나로 쭉 가겠다는 거야, 또 직위로 협박하네! 이런 악랄한 수단은 신경주에게서 배운 건가!’ “좋아, 소개팅을 할게. 하지만 오늘은 안 돼, 중요한 회의가 있어.”구아람은 하루라도 밀 수 있는 한 최대한 밀어보자는 생각에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흥, 그래. 네가 매번마다 밀을 수 있을 것 같아?”구아람의 귀에는 ‘흥, 감히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넌 아직 너무 어려!’라고 들렸다.회의 후반에 사람들은 전전긍긍하며 회의를 마쳤다. 그들은 아가씨를 건드리면 현장에서 즉시 처형될까 봐 무서웠다.구아람은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답답하여 소파에 엎드렸다. 그녀는 마치 방전된 것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임수해가 커피를 들고 들어와 걱정스럽게 물었다.“아가씨, 프로젝트에 무슨 문제가 생겼어요?”“구회장…… 이 음흉한 늙은이!”구아람은 소파에 누워 불그레한 입술을 삐쭉거리며 소파를 힘껏 내리쳤다.“내가 호텔 뒷수습을 깔끔하게 했고 KS 그룹을 도와 큰 프로젝트까지 따냈는데. 혜택을 주지 않는 건 둘째치고 소개팅 얘기를 꺼내다니! 넷째 오빠의 방법이 아직 먹힐 려나, 나도 특수 요원을 하러 가서 구회장을 독거노인으로 만들어 버릴까!”“아가씨가 가장 효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회장님이 연세가 드셔서 그룹에서 점점 물러나고 있고 또한 자녀들이 곁에서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아가씨는 절대 예전처럼 떠나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구씨 가문과 회장님을 지킬 겁니다.”임수해는 맑은 눈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커피를 내려놓고 구아람 옆
구회장의 따뜻한 정이 아닌 불화 반목의 주선으로 소개팅이 부랴부랴 일정에 올랐다.구아람은 욕실에서 메이크업을 하며 준비하고 있고 임수해는 밖에 서서 아이패드를 들고 오늘의 스케줄을 보고하고 있다.“점심 11시 30분, H 그룹 장 사장님과 점심 식사. 오후 1시 30분, S 그룹 오 회장님의 장남과 애프터눈 티. 오후 3시 30분, Z 그룹 유 회장님의 차남과 뮤지컬 관람…….”소개팅은 두 시간에 한 번씩 있다. 세상 그 누구도 이 정도로 바쁘지 않을 거다!한참 지나서 욕실의 문이 열렸다.정성스럽게 차려입은 구아람이 임수해의 앞에 나타나자,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가씨, 너무 심하신 건 아닙니까!”아가씨는 닭장 모양의 폭탄 머리 가발을 쓰고 얼굴에 곰보 더미를 그렸고 코밑은 수염이 난 것처럼 검었다. 왼손은 문틀을 짚고 오른손은 코딱지를 파는 척하는 모양은 그야말로 여화와 똑같았다.“이게 심하다고? 난 입에 칼자국 두 개를 더 붙이고 싶었는데.”구아람은 빙그레 웃으며 검은 앞니를 드러내며 임수해를 향해 손짓을 했다.“손님, 어서 오세요. 무조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예요.”수석 비서인 임수해는 일할 땐 늘 엄숙한데, 이번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배꼽을 잡으며 웃고 있었다.톡 튀는 성격의 소유자는 역시 구아람뿐이다.구아람은 성이 차지 않아 핸드폰을 들고 셀카를 한 장 찍어 오빠들과의 단톡방에 올렸다.순간, 단톡방의 분위기는 물고기가 뜨거운 기름 솥에 들어간 것처럼 달아올랐다.[구윤: 누구세요?][구아람: 맞춰보세요, 오빠.][백신우: 푸하하하하하! 너무 웃겨! 아람아 참 대단해!][구진: 헉! 아침부터 놀라서 하마터면 혼이 빠질 뻔했네! 바지에 실수할 뻔했어!][셋째 오빠: 아람아, 아무리 주성치 배우님을 모방하고 싶어도 캐릭터를 고려해야지…… 왜 여화를 따라 하는 거야? 여연을 따라 해야지!] [백신우: 구향을 따라 해! 내가 당백호를 할게! 아람이와 꼭 붙어있을 거야!]그러자 넷째 오빠는 곰 두 마리를 껴 안
‘분장도 나의 매력을 가릴 수 없는 건가, 아니면 이놈들이 구만복의 데릴사위가 되고 싶은 건가, 내가 봐도 토할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밥이 넘어가는 거지?’‘권력의 힘은 참 대단하네, 이것을 위해 장님인 척하다니.’‘흥, 하지만 난 여지를 남겨 두었지.’첫 번째 맞선 상대와 같이 식사를 하던 중, 구아람은 솜씨를 자랑하겠다고 상대방의 맥을 짚어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이제 서른 살밖에 안 됐으면서 70세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화가 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즉시 데이트를 끝내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그리고 두 번째 소개팅을 할 때, 구아람은 계속 맞선 상대의 뒤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 남자를 소름 돋게 했다.“구아람 씨, 무엇을 보고 있어요?”“도련님, 꼬마 아이가 계속 뒤에 서서 당신을 쳐다보고 있어요, 같이 식사하자고 부르지 않을 거예요?”구아람의 말투는 점점 음산해졌다.“너무…… 불상해 보이네요.”그러자 그는 차도 마시지 못한 채 겁에 질려 도망을 쳤다.세 번째 소개팅을 할 때에는 뮤지컬을 보고 있었기에 구아람은 그와 많은 교류를 하지 않아 화기애애해 보였다.마침내 뮤지컬이 끝나자, 유 도련님은 공손하게 그녀에게 물었다.“구아람 씨,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함께 저녁식사를 하실래요?”“좋아요.”그러자 구아람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캔버스 가방을 멨다.유 도련님이 그녀와 뮤지컬을 보러 올 때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자세히 보니 가방에는 큰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해문시 정신치료센터 기념.’“도련님, 왜 안 가세요?”구아람은 순진하게 눈을 껌벅이며 물었다.겁먹은 유 도련님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연신 뒤로 물러섰다.“저기…… 갑자기 회의가 있다는 걸 깜빡해서요, 다음에 만납시다!”……이때, 구아람과 임수해는 오늘 마지막 데이트 장소에 도착했다.고풍스러운 찻집은 조용하고 우아하며 공기 중에 부드러운 차 향기가 떠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이곳은 해장원의 느낌이 났다. 이
“왜, 왜 여기에 있어요?”구아람은 어안이 벙벙했다.얼굴의 주근깨와 어수선한 가발은 살짝 귀여운 허당미가 느껴지게 하였다.윤유성은 입꼬리를 올리고 눈웃음을 지었다.“제가 맞선 상대면 안 되는 건가요?”구아람은 입술을 오므리고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몰랐다.이건 너무 직설적인 물음이다.그러나 그의 부드러운 눈웃음은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고 그저 품위를 손상하지 않을 정도의 농담이라고 느끼게 하였다.“앉아도 돼요?”윤유성은 신사적으로 물었다.“네, 앉으세요.”구아람도 대범하게 응답했다.오늘 그녀를 만나러 온 윤 도련님은 첫 만남 때와 별다름이 없었다. 네이비 바탕에 잔 스트라이프의 고급 슈트를 입고 금테 안경을 쓴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고상했다.“구아람 씨, 오늘 스타일이 너무 귀엽고 개성 있네요.”윤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하지만 제 앞에서는 분장을 하지 않아도 돼요. 원래 모습대로 하세요.”구아람은 어색한 듯 가볍게 기침을 했다.“저의 맞선 상대가 당신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저를 다시 보고 싶어 할 거라는 것을 알고 왔어요. 마침 저도 그렇고요.”윤유성은 안경을 치키며 가볍게 웃었다.정말 곰곰이 생각할 수 없는 말이다, 그 안에는 많은 뜻이 숨겨져 있다.“좋네요, 지난번에 헤어지고 나서, 당신의 신분이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다시 만나보고 싶었어요.”문득 구아람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윤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 윤유성.”윤유성은 놀라서 무릎 위에 올려진 손을 떨면서 강렬한 기쁨을 억누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오랜만이에요”놀란 구아람은 곧 예의있게 응답했다.“네, 오랜만이네요.”비록 그들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고 사이좋게 지냈지만, 십여 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나보니 구아람은 이 남자가 낯설기만 했다.그녀는 어린 시절의 윤유성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그는 키도 작고 엄청 말랐으나 이목구비가 뚜렷했고 피부가 눈처럼 하얬다. 게다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다
윤유성이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리고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모습은 마치 옛 그림에서 나온 귀공자 같았다.두 사람은 잠시 잡담을 나누었다.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윤유성이 S 국에서 요양하고 있는 어머니의 곁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점점 몸을 가누지 못했다. 성주로 돌아올 기회가 많았지만 그는 어머니를 위해 S 국에 남아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구아람은 윤씨 가문의 형편이 많이 복잡하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윤씨 가문에는 아이가 네 명이 있고 윤유성에게 형 두 명과 누나 한 명이 있다. 그러나 형, 누나들은 모두 윤 회장의 본처가 낳은 아이이고 윤유성만이 후처가 낳은 아이이다.그녀는 윤씨 사모님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 두 가문이 친하게 지냈고 윤씨 가문의 별장에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사모님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올해는 왜 갑자기 돌아온 거예요?”구아람이 물었다.“고향으로 돌아와야죠, 전 윤씨 가문의 아들이잖아요, 이번에 와서 저만의 것들을 돌려받고 싶어요.”윤유성은 고개를 숙이고 갸름한 손끝으로 아담한 컵을 만지작거렸다.구아람은 그의 뜻을 깨닫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귀족 출신인 아이들은 권력의 핵심에 들어가지 않으면 약육강식을 당하고 마지막엔 뜯겨서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구씨 가문처럼 화목한 귀족 가문은 아마 소설에서만 볼 수 있을 거다.“저녁 식사를 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뭐 하면 좋을까요?”윤유성은 갑자기 웃으며 물었다.“네?”너무 갑자기 약속이 잡힌 것 같아 구아람은 어리둥절했다.“석양에 비낀 장미를 보러 갈래요?”천천히 그녀에게 몸을 기울인 윤유성은 성심성의로 말했다.“저에게 개인 장미 정원이 있어요, 오늘 공개 전시가 하는 날인데, 같이 구경하러 갈래요?”‘장미?’구아람은 마음이 흔들려 눈이 반짝거렸다.그것은 구아람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해장원의 뒷마당에 그녀가 전문적으로 장미를 심는 작은 꽃밭도 있다. 그녀가 없는 동안 줄곧 민지 이모 등
윤유성만 아니었더라면 구아람은 성주 서구에 이렇게 큰 장미 정원이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이곳은 윤씨 가문의 소유가 아닌 그의 개인 자산이다. 수백 묘의 꽃밭에는 다마스크 장미만 재배되었다.유화처럼 짙은 석양 아래 푸른빛이 물씬 풍기고 핑크색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이 구아람의 시선을 끌었다.정원에서 한가하게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는 커플도 있었고, 심지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도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은 구아람이 일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었다.두 사람의 뛰어난 미모는 관광객의 부러움을 샀다.누가 봐도 그들은 천생연분인 커플이다.구아람은 몸을 숙이고 두 손으로 마치 연인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듯 부드럽게 장미 한 송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코끝을 움직이며 냄새를 맡더니 향기에 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윤유성은 슬쩍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람, 이름이 본인과 참 어울리네요, 정말 꽃보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어요.”구아람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호탕하게 웃었다.“저도 제가 예쁘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도 칭찬해 줘서 고마워요.”“어렸을 때처럼 제가 아람이라고 부르면 당신도 예전처럼 유성이라고 불러줄 거예요?”윤유성은 기대하는 듯 눈을 반짝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러나 구아람은 그를 등지고 있었고 여전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아직도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그녀에 대한 감정은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그 추억 속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다시 만나게 된 윤유성은 그녀에게 낯선 사람과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정하게 말했다.“우리가 친해지면 그렇게 할게요.”“우린 어렸을 때처럼 친해질 거예요. 기다릴게요.”구아람은 이 분위기가 살짝 이상한 것 같아 말을 돌려 정색을 하고 물었다.“도련님, 이 장미들의 매년 총생산량이 얼마예요? 그리고 재배하는 원가는 얼마예요? 지금 어느 회사랑 전속계약을 맺었어요?”“구아람 씨, 저랑 협력할 생각이 있으세요?”윤유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