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야! 너, 너 이게 무슨 뜻이야? 설마 우리를 가두려고 하는 거야? 너 지금 우리를 용의자로 삼은 거냐고?!” 진주는 이러다 모든 일이 드러날까 봐 화를 내며 극력 반대했다.“아주머니, 용의자란 말은 너무 심하죠. 난 단지 당신들이 협조하여 집에 숨어 있는 이 범인을 잡는데 도왔으면 해서요.”신경주의 검은 눈동자는 새까맸고, 신광구라는 가주보다 더 카리스마가 있었다.“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죠. 만약 마음이 찔리지 않는다면 없다면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없을 텐데.”“맞아!”신남준은 정신을 차리고 노발대발했다.“이렇게 창피한 일이 생겼으니 우리 신씨 집안은 절대로 이렇게 넘어갈 순 없어!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하지! 소아와 구 대표한테 사실을 알려야 해!”신효린은 당황하여 이가 떨렸고 진주도 할 말이 없었다.“신 사장님!”이때 한무는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그 하녀를 끌고 왔다.그가 손을 뿌리치자 하녀는 두 다리가 나른해지더니 여러 사람들 앞에서 넘어졌다.“다행히 제때에 명령을 내리셨어요. 저는 사람을 데리고 CCTV를 찾아 앞뒤 문을 봉쇄했고, 얼마 후 이 여자가 뒤쪽 화원의 구멍에서 기어나가려 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바로잡았고요!”구아람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이 남자는 언제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동작이 너무 빠르잖아!’“쳇, 이건 자백하는 것과 같지.”이유희는 하녀를 흘겨보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뭘 심문해, 누가 쓸데없이 구멍으로 도망을 간다고.”“아니.”신경주는 눈빛이 빙하처럼 차가웠다.“내가 잡으려는 사람은 그 미끼를 던지는 사람이야.”“신, 신 사장님…… 제가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앞뒤 문이 잠겨 있었으니 정원에서 기어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몰라요!”하녀는 부들부들 떨며 변명을 했다.“우리에게 술을 가져다준 사람은 바로 너야.”이유희가 말했다.“나더러 방에 가서 오빠를 돌보라고
모두의 날카로운 시선에 신효린은 질식할 것만 같았다!“효린아, 정말 네가 한 거야?!” 신남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유희는 고운 눈을 가늘게 뜨고 으스스 하게 놀라는 신효린을 바라보았다.만약 신효주가 그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이유희는 지금 이미 이 음험한 여자에게 당했을 것이다!오직 구아람 만이 눈을 드리우며 붉은 입술을 가볍게 들어올리더니 모든 음모를 꿰뚫어본 듯 나른하게 말했다.“이 나쁜 년이! 감히 나를 모함해?!”신효린은 큰 소리로 외치며 화가 나서 달려들려고 하다가 진주가 한사코 붙잡았다.“난 신씨 집안의 아가씨야! 네가 내 명예를 더럽히면 어떤 결과 가져올지 잘 생각해 봐!”비록 입으로는 강경했지만, 신효린은 정말 두려워 죽을 지경이었다.하필이면 그녀는 김은주를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자신이 약을 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신효린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더니 그제야 반응했다. 그녀는 김은주에게 제대로 당한 것이었다!“너란 여자 어떻게 심보가 이렇게 악랄하지? 우리 집안은 모든 하인을 잘 대했는데, 넌 뜻밖에도 약을 써서 두 도련님을 꼬시려고 하다니! 악행이 발각되었는데도 내 딸에게 뒤집어씌워! 정말 고약하군!지난번 효린은 단지 몇 마디 나무랐을 뿐인데, 넌 한을 품고, 이 기회를 잡아 내 딸을 물에 빠뜨리려고 하는 거야?! 꿈도 꾸지 마!”말하면서 진주는 신광구의 팔을 힘껏 잡아당기며 초조해했다.“여보! 빨리 경찰을 불러서 이 악독한 마음을 가진 여자를 잡아요! 그녀는 우리 딸을 모함하고 있잖아요!”신광구도 자연히 자신의 딸이 이런 비열한 행위를 하리라고는 믿지 않고 엄하게 소리쳤다.“여봐라! 즉시 그녀를 통제하고 경찰에 신고해라!”“아니에요, 셋째 아가씨가 시켜서 그랬어요! 일이 성사되면 큰 돈을 주겠다고 했고요! 저도 더 이상 하인을 할 필요가 없단 말이에요!신효린! 넌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지?! 분명히 이유희 도련님을 꼬시려는 사람은 너 자신이잖아! 말해봐! 신효린!”하녀는 붉어진 눈
생일잔치는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시작했지만 결국 집안 망신으로 마무리를 지었다.이렇게 징그러운 일이 일어났으니 신남준도 더는 생일을 쇨 마음이 없었고, 구씨 부녀도 더는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신씨 집안 사람들은 구아람와 구만복을 배웅하였는데, 신경주는 줄곧 묵묵히 구아람의 곁에서 걸으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몇 번이나 말하고 싶었지만 멈추었다.구만복은 줄곧 곁눈질로 신경주를 훑어보았다. 만약 그의 눈이 기관총이라면 신경주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이 녀석은 전생에 무엇을 구했길래 뜻밖에도 내가 가장 아끼는 딸과 결혼한 거야! 아주 로또 1등에 당첨한 것보다 더 말이 안 돼!’‘생긴 것만 잘 생겼지, 아무런 쓸모가 없어. 퉤!’“구 회장님!”김은주는 얼른 쫓아왔다.“오늘 밤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했어요. 저는 백소아가 구 회장님의 딸인 줄 정말 몰랐어요…… 저는 백소아와 구 대표님과의 관계를 오해했고요.”구만복은 화가 잔뜩 나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 말은 즉 아람이가 내 딸이 아니라면, 넌 불난 집에 부채질하면서 시비를 일으킬 수 있다, 이건가?”“그, 그런 뜻이 아니에요.”김은주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신경주는 김은주가 구 회장과 할아버지 앞에서 구아람와 구윤이 침대를 뒹굴고 있다고 고발할 때의 그 표정을 떠올렸다. 그 눈빛은 음험하여 그를 한없이 낯설게 했다.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큰 실망이 밀려왔다.“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입 좀 다물고 있길 바라는군. 혀에는 뼈가 없지만, 사람을 가장 아프게 할 구 있거든.만약 오늘 아람이가 아니라 다른 아가씨였다면, 넌 그녀로 하여금 어떻게 자신을 위해 설명하라는 거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남을 해치는 거 아닌가.”구만복은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김은주는 한을 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심지어 신경주도 멈추지 않은 것을 보고, 김은주는 찬물을 맞은 것처럼 몸을 벌벌 떨었다.문밖에는 4
계약 결혼?!구만복은 눈이 어두워지더니 화가 나서 신경주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하지만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역시 자신의 딸이었다.구만복은 자신의 그 마왕 같은 딸이, 전쟁터에 가서 폭탄에 산산조각이 날 위험을 무릅쓰고 부상자를 구하는 것은 이미 충분히 과장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사라진 지 3년, 구아람은 뜻밖에도 자신 몰래 결혼을 했다니! 결혼 상대는 심지어 라이벌의 아들이었다. 그것도 계약결혼!지금, 구만복은 정말 구아람의 머리를 파내어 그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신경주는 눈시울을 붉혔고, 가슴은 철판에 눌린 듯 숨을 쉴 수 없었다.일이 지금까지 이르러 구아람은 이미 철저히 자신을 떠나려 했다. 3년간의 속박은 할아버지의 뜻대로 되지 않은 생일잔치와 함께 바람처럼 사라졌다.그러나 신경주는 얼떨결에 결혼하고 또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답을 원했다.“만약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3년 전에 우리는 처음 만났어. 그때 할아버지가 나와 결혼하라고 하셨을 때, 너는 왜 거절하지 않았지? 왜?”구아람은 맑은 눈을 길게 뜨더니 이렇게 매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이미 이혼하려는 이상, 이런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3년 전 내가 배불리 먹고 심심해서 남자 하나 찾아 결혼생활을 체험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마침 할아버지가 이 기회를 주셨고요.”“구아람!”신경주는 잠긴 목소리로 그녀의 본명을 부르며 눈동자를 붉혔다.“나는 단지 대답을 원해. 솔직한 대답!”“신 사장님, 지나간 일은 그냥 지나간 대로 내버려둬요. 우리 모두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앞을 봅시다.”말하면서 구아람은 대범하게 신경주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앞으로 다시 만나면 우리도 라이벌일지 모르겠네요. 나는 당신의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고, 신 사장도…… 우리의 관계를 고려하여 자신의 실력을 감추지 마요.”그녀는 원래 옛정을 고려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는 지금까지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었고,
비록 그들 신씨도 성주에서 명성이 자자한 명문이지만, 만약 구씨와 혼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 주가는 얼마나 올라갈지 모른다!그러나 지금,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되었다.……어두운 밤, 구아람은 차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빛은 실의에 빠졌고, 가슴은 서늘했다.구아람은 신경주의 그 질문을 할 때의 그 눈빛을 되새겼다. 애틋함, 답답함, 불쾌감에 휩싸인 그 눈빛은 마치 그녀가 그를 버린 것 같았다.구아람은 열 손가락을 꽉 쥐고 고개를 힘껏 흔들었다.‘남자를 동정해서는 안 돼. 남자를 동정하는 것은 비극의 시작이야.’신경주는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다. 만약 그녀를 사랑할 수 있었다면 3년의 시간이 부족했을까? 지금 그런 표정을 지은 것도 아마 구만복이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매정하고 의리가 없는 그 자신에게 핑계를 찾고 싶었을 것이다.“그래서, 왜 그와 결혼했어?” 구만복은 이를 악물고 딸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구아람은 눈을 부라렸다.“됐어요, 구 회장, 꼬치꼬치 캐묻지 마요, 다 지나갔어요.”“지나가긴 개뿔!”구만복은 소리를 지르며 기사와 조수석의 임수해를 깜짝 놀라게 했다.“나 구만복의 가장 귀한 딸이 소리도 없이 신씨 집란 그 녀석에게 3년이나 시집갔는데, 지금은 이혼까지 했어! 넌 내가 만약 이 생일잔치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날 평생 속일 작정이냐?!”“그래서 왜 오셨어요? 신 회장님이 초청장 보냈어요?” 구아람은 화제를 돌렸다.“말 돌리지 마!”“아…….”구아람의 물오른 손끝이 아랫입술에 닿았다.“잘생겼잖아요.”“잘생기긴 뭐가 잘생겨! 내 아들들 중 어느 아들이 그 자식보다 잘생기지 않았니?!”“근데 아빠 아들들 중 어느 누구도 나와 결혼할 수 없잖아요.”구만복은 말문이 막혀 계속 분개했다.“그 집 예물은 얼마 줬어? 주얼리는? 주식 그리고 고급차는 얼마나 준 거야?!그들 신씨 그룹 대표님이 결혼하는 이런 큰 일을, 나는 어째서 기사 하나도 보지 못했을까? 신광구 그 자식의 성질이라면, 너처럼
생일잔치가 끝난 후, 신남준은 신효주가 걱정되어 자신의 개인의사를 찾았는데 별일이 없다고 확인한 후에야 마음이 안정되었다.복도에서 아름다운 두 남자가 창턱에 기대어 서 있었다.신경주는 이유희에게 담배를 달라고 했고, 불을 붙인 다음 세게 빨아들이며 담배연기가 피어올랐다.“소아의 본명이 구아람이고 구만복의 그 전설속의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딸이라고?!” 이유희는 지금까지도 꿈처럼 느껴졌는데 이는 너무 환상적이었다.“음.” 신경주는 담뱃재를 튕긴 손가락을 가볍게 떨었다.“이야, 경주야, 너 정말 로또라도 맞았네! 왜 이렇게 큰 기회가 네 머리 위에 떨어졌어?!”이유희는 큰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고 고운 눈동자가 반짝였다.“너는 뜻밖에도 구만복의 전 사위로 되었다니. 너 만약 그녀와 이혼하지 않았다면 지금 더 대박나는 거 아니니?해문 구씨 집안의 힘이 있다면, 네 아버지와 네 그 앙심을 품은 계모도 앞으로 네 눈치를 살펴야 할 거 아니야? 신씨 그룹은 아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겠지?”“구아람이 없어도 신씨 그룹은 이미 내 손에 있었어.”신경주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이유희를 힐끗 보았다.“설마 네 눈에, 난 여자에 의지하여 올라가는 등처가란 말인가?”“그건 아니야, 너는 등처가가 될 운명이 아니야. 일 중독이었으니 고생하는 운병이지.”“너무 아쉽네. 구씨 집안의 힘으로 너는 10년은 적게 고생할 수 있었을 텐데!”이유희는 손목을 잡고 길게 탄식했다.신경주는 담배꽁초를 끈 다음, 마음이 텅 비어 아쉬운 느낌이 들었지만, 이유희와 말하는 느낌과 달랐다.“나는 그녀가 그 당시 왜 나와 결혼했는지 모르겠어.”“나도 모르겠어. 너처럼 성질이 고약하고 인정사정도 모르고 마음에 다른 사람까지 있는 사람에게 시집갈 바에 차라리 나한테 시집가는 게 더 낫겠다.” 이유희는 속사포처럼 말했다.“이유희, 구만복이 널 마음에 들어할 것 같니? 넌 구아람에게 어울릴 만하니?”신경주는 눈빛이 무거워지더니 사람을 꼬집고 싶은 충동이
신경주는 이 세상에 우연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김은주를 생각하면, 그는 본능적으로 이 모든 것이 정말 우연이길 바랐다.“신 사장님!”한무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핸드폰을 신경주에게 건네주었다.“이것은 저에게 조사하라고 한 오늘 밤 모든 부인들, 셋째 아가씨 그리고 김은주 아가씨의 행동 노선 모니터링이에요. 모두 정리했으니까 한번 보세요!”“이야! 참 빠르구나!” 이유희는 듣자마자 가지 않고 다가가 보았다.신경주는 눈을 드리우며 자세히 보았고, 숨조차 멎었다.“동영상에서 김은주 아가씨는 오늘 밤 부인뿐만 아니라 셋째 아가씨와도 사적으로 접촉했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한무는 눈빛이 무거워졌다.“저는 구 대표와 구아람 아가씨의 방에 들어가기 전후의 CCTV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김은주 아가씨는 그 근처에 전혀 나타난 적이 없었습니다.”“허, 이거 정말 재미있구나.”이유희는 입술을 구부리고 비웃었다.“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데, 구 대표가 아람이와 함께 있다는 일을 누구한테서 들었을까?”신경주는 가슴이 떨리더니 마치 정면으로 몽둥이를 맞은 것 같았다.……다른 한편, 신씨 집안 일가족은 김은주를 포함해 모두 거실에 모였다.신효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몸이 불편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오늘 밤 일에 놀랐다.다행히 신광구는 무조건 그녀를 지지해주었고 진주도 그녀의 편을 들었기에 신효린은 혐의에서 벗어났다.지금 신효린은 애꿎은 표정을 하고 있는 김은주를 째려보았고, 이 위선적인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허, 정말 뜻밖에도 우리 집안에 사기꾼이 들어왔다니.”진주는 신효린의 어깨를 껴안고 소파에 앉았다. 오늘 밤 위세를 떨친 구아람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러게요, 정체를 숨기고 경주 오빠와 3년 동안 부부로 지냈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이거 사기결혼이라고 할 수 없어요?” 김은주는 일부러 걱정스럽게 물었다.“허허, 잘들 하네. 내 생일에 왜 이렇게 장기자랑을 하지 않는 게야?
몇 마디 말은 담담하면서도 평온했다.그러나 김은주를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녀는 멍해지더니, 얼굴이 화끈거렸고, 마치 여러 대 뺨을 맞은 것 같았다!신광구와 진주도 멍해졌다. 신효린 만이 음험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오늘 밤의 일을 통해 신효린은 김은주의 사람 됨됨이를 철저히 간파한 셈이었다. 자신을 이용하면서 스스로 총명하다고 여기는 이런 여자는 신씨 집안 사람이 될 자격이 없었다!‘뭘 또 다시 얘기해? 차라리 영원히 신세 고치지 못하게 해야지!’“경주 오빠, 나 버리는 거야, 경주 오빠?!”김은주는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그녀는 신경주의 팔뚝을 한사코 잡아당기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백소아가 구씨 집안 아가씨라서? 그래서 날 버릴 거야? 후회한 거야?!”“그녀가 백소아든 구아람이든 모두 우리의 결혼과 상관없어.”신경주는 느리지만 단호하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아름답고 놀라운 눈은 싸늘했다.“애초에 내가 그녀를 더 이상 귀찮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넌 뭘했지?누차 그녀를 모함하고, 매번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일을 일으켜 그녀를 해쳤지. 나는 네가 왜 이렇게 그녀를 미워하는지 모르겠어.”“아니야! 오빠! 나는 단지 너에게 백소아란 사람이 어떤지 알려주고 싶어서 그래, 더 이상 그녀에게 현혹되지 말라고!”김은주는 허겁지겁 달려들었고 경주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서더니, 그녀는 허탕을 치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널 속였잖아! 그렇게 앙큼한 나쁜 여자를 위해 우리 십여 년 동안 우리의 감정을 끊어야 하다니. 양심이 있긴 한 거야?!”“그녀는 나를 속였지만, 나를 해친 적이 없고, 그 누구도 해친 적이 없어.”신경주에게만 찬란하고 밝게 웃었던 얼굴을 떠올리며 그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차가운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했다.“이렇게 하자, 너와 나 모두 헤어지고, 진정 좀 헤. 우리가 도대체 함께 있는 게 적합한지 아닌지.”김은주는 남자가 떠나는 것을 빤히 보면서 보이지 않는 큰 손에 목이
이런 말들은 아람이 경주의 입에서 듣고 싶어도 꿈속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 이제 경주가 밤낮으로 붙어 다니고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귀에 대고 중얼거려 점점 지치기도 하고 짜증이 났다.하지만 경주가 매번 다가오고 만지고 키스를 할 때, 마음속에서 불꽃놀이처럼 빛나고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 그저 경주의 괴롭힘을 당하며 유혹에 넘어간다. 그래서 사랑하든 아니든 아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그저 아람의 반응을 보면 된다. 얼굴이 붉어지는지, 가슴이 설레는지, 몸이 이성을 잃고 행동하는지만 보면 된다.아람은 경주의 키스에 엉망이 된 숨을 가라앉히고 삐죽이면서 경주의 넥타이를 잡는다.“신경주, 너 예전에 꽤 괜찮았잖아. 지금 왜 이렇게 사랑에 굶은.”이런 비유가 좋은 것 같지 않아 아람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정말 사람에 굶은 사람이라도 말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네. 체면은 지켜주자.’예기치 않게 경주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진다. 눈빛 아래는 짙은 사랑의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경주는 아람의 뒷목을 문지르며 이마를 대었다.“아람아, 난 네 노예야.”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름다운 얼굴이 붉어지며 손가락으로 경주의 튼튼한 가슴을 찔렀다.“그만해. 널 욕하면 나까지 욕하는 거 같잖아.”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람의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오늘 벤을 타서 자리가 넓어. 충분히 커. 우리가 놀기에 충분해.”“우린 복수하러 온 거지, 야한 짓을 하러 온 건 아니야!”아람은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경주의 이마를 힘껏 때리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참, 오늘 왜 이씨 가문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이유희가 이제 사장님인데, 이런 장소에 끼지도 않아? 윤씨 가문이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있어?”“이씨 가문은 이소희가 남긴 구멍을 메우고 있어. 계속 여론의 끝에 있어서 지금 나오면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어.”“허, 자각이 대단하네.”경주는 머리를 기울이고 가까이 다가가 코끝으로 아람의 뺨을 문지르며 간지럽혔다.“유희가 말했어. 이
“내가 네 와이프야, 왜 보면 안 돼?”윤민주는 의원 아내의 이미지를 신경 쓰지도 않고 주성택의 멱살을 잡고 미친 듯이 흔들며 히스테리로 소리를 질렀다.“내가 너한테 이렇게 잘하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양심 없는 놈아!”말을 하며 주성택의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주성택은 윤민주의 손목을 붙잡고 격렬하게 뒤로 밀쳐냈다.“아!”윤민주의 몸이 흔들리더니 문 패널에 부딪혔다. 아픈 윤민주는 숨을 들이쉬며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너 감히 나를 때려? 난 윤씨 그룹 아가씨야. 어떻게 나한테 손댈 수 있어? 내가 아빠랑 오빠한데 말할 수도 있어. 네가 날 괴롭힌다고!”“말해, 마음대로 해! 이제 나도 너 같은 년이 지쳤어!”주성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윤민주의 멍한 얼굴을 가리켰다.“곧 선거가 다가오잖아. 망치고 싶으면 망쳐. 수년간의 비즈니스를 망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알려주는데, 이제 우리는 한 사람이 부귀해지면 모두 부귀해지고, 한 사람이 망하면 같이 망하는 거야. 내가 망하면 너도 끝장이야!”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멍해졌다. 윤민주는 힘들게 키운 남자가 자신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동안 네가 아가씨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나를 억압하고 모욕했어. 하지만 난 다 참았어. 사람들 앞에서 다정하고 사랑하는 척해달라고 해서 나도 모두 만족해 주었어. 앞으로 내 일을 상관하지 마. 의원의 아내가 해야 할 일이나 잘해. 그래야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우린 헤어지는 거야!”그 말은 주성택이 이제 대단한 사람이니 신경 쓰지 말고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주성택은 윤민주에게 잡혀 엉망이 된 옷깃을 정리했다. 더 이상 윤민주를 보기 싫어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윤민주는 바닥에 멍하니 앉아 비참하게 눈물을 흘렸다. 한참 후, 윤민주는 일어나서 악의적으로 눈물을 닦고 거울에 기괴할 정도로 뻣뻣한 미소를 억지로 드러냈다.“그래, 그래! 그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난
윤진수가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앞니를 치료하며, 윤씨 그룹의 보호에서 자유롭게 지냈다. 타박상과 부은 얼굴이어도 윤씨 가문 저택에서 여전히 파티를 했다. 예쁜 모델들을 찾아 술을 마시며 즐거움을 추구했다. 하지만 보기만 하고 행동하지 못했다. 저번에 아린에게 성추행할 때 발기가 되지 않아 자신이 없었다. 그러자 윤진수는 정력제를 10캡슐이나 먹었다. 결국 약물 중독으로 눈의 흰자위를 까뒤집으며 흰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켰다. 밤새 위 세척을 하느라 병원에 있었다.이 일을 알고 윤정용은 화가 나며 불안해하지만 윤진수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사적으로 아들에게 치료하는 방법을 계속 찾았다. 구씨 가문이 소송을 취하한 것에 대해 윤정용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이 시점에서 윤정용이 복수를 하고 싶어도 먼저 시간을 두고 당분간 여론을 피해 다녀야 했다. 하지만 임윤호는 더 나쁜 상황에 처했다. 그날 밤, 죽도록 맞았고, 강지구는 하면 한다는 사람이다. 정말 부하들에게 임윤호의 입에 똥을 싸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임윤호는 며칠 동안 밥을 한 입도 먹지 못했고, 먹는 모든 음식이 똥 맛이 났다. 또한 계속 구역질을 하며 담즙을 거의 다 토해냈다. 심지어 답답해서 고열까지 났다.‘이런 굴욕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날 죽여!’임윤호는 아무리 생각해도 몰랐다. 도대체 누가 이런 비겁한 짓을 하며 똥을 먹였는지 몰랐다. 마침내 어느 날 밤, 자고 있던 임윤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순간 생각이 났다. 당시 맞고 있을 때 깡패 중 한 명의 옷깃에 브로치가 꽂혀 있었던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무슨 빨간 새였던 거 같은데? 주, 주학? 성주 제 1 파벌, 남성?’“아!”임윤호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순간 겁에 질려 머리를 움켜쥐고 입술을 벌벌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오늘 다섯 개 1선 도시 대표단과 최고 지도자들이 성주에 모여 시장과 시의원들을 만나기로 했다. 한마디로 중요한 자리였다. 시의원의 아내인 윤민주는 일주일 전부터 드레스
“꺽, 젠장, 진주의 사건이 망하지 않았더라면, 신성한 제1 변호사인 내가 이런 더러운 술자리에 참석할 것 같아?”임윤호는 화를 내며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두고 봐, 진주의 사건이 재판에 회부되면 내가 멋지게 승소할 거야. 그때가 되면 네가 무릎을 꿇고 빌게 될 거야. 난 널 안중에 두지도 않을 거야!”임윤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핸드폰을 찾아 대리를 부르려는 순간, 어두운 곳에서 화려한 와이셔츠와 슈트를 입은 청년 네 명이 손에 막대기를 들고 웃으며 임윤호를 중앙에 에워쌌다.“너희들, 뭐 하는 거야?”임윤호는 순간 술이 깨며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모르겠어? 널 때리려고.”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윤호의 등을 향해 막대기를 휘둘렀다. 그러자 임윤호는 바닥에 쓰러졌다.“켁, 너희들, 내가 누군지 몰라?”임윤호는 척추가 부러질 정도로 너무 아팠다. 겁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아 부들부들 떨었지만 체면 때문에 고집을 부리며 소리를 질렀다.“난 유명한 변호사야! 난 신씨 그룹의 법률 고문이야! 윤씨 그룹 사장님도 나랑 사이가 좋아! 감히 날 때려? 성주에서 더 이상 지낼 수 없게 만들 거야! 평생 감옥에 가둬버릴 거야!”“하하하, 누구한테 허풍을 떠는 거야? 우리가 정의를 위해 하는 거야. 죽도록 때려!”임윤호는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웅크린 채 네 남자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당했다. 임윤호는 마치 야구공처럼 막대기에 맞았다.“아아아!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불과 몇 분 만에 임윤호의 몸에는 이미 뼈가 여러 개 부러졌고 머리에는 피가 흘린 채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리무진이 조용히 주차되었다. 강지구는 차 창가에 엎드려 영상을 찍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강소연에게 미션 결과를 보냈다.[아가씨, 어때요? 뭐 좀 더 추가할까요? 예를 들어, 입에 똥을 싸버릴까요?]문자를 보내며 강지구는 하트를 하고 있는 곰돌이 이모티콘까지 보냈다. 남성 보스의 신분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다음 날, 고급스러운 나이트클럽의 최고급 룸에서 퇴폐적이고 음탕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임윤화는 아름다운 여성들과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 이보다 더 만족스럽고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았다. 임윤호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다름이 아닌 현재 윤씨 그룹의 후계자인 윤성우였다. 윤성우에게 초대를 받아 오늘 밤 술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은 윤성우의 인정을 받았고, 윤씨 그룹의 라인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신씨 가문과 윤씨 가문의 줄을 타서 일을 해결할 수 있는데, 구씨 가문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어?”“윤 사장님. 전 그저 사소하게 도와주었을 뿐인데, 정말 너무 친절하시네요.”임윤호는 미녀를 품에 안고 활기찬 표정을 지었다.“와인 몇 잔일 뿐인데, 별거 아니에요.”윤성우는 와인 잔을 흔들며 웃는 듯 마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임 변호사의 박력만하겠어요? 고의 상해죄를 친동생에게 씌워주고. 제 동생 진수를 위해 화풀이해 주셨어요. 진수가 겪은 고통에 대해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임수해와 아린 아가씨의 관계를 방해할 수도 있어요.”“당신 어머니는 자식을 끔찍하게 사랑해요. 죽어도 자기 아들이 구씨 가문 첩의 딸과 결혼하게 하지 않겠죠? 일석이조 방법이 참 좋네요.”‘당분간 신경주와 구아람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주변 사람들부터 처리해야겠어. 진수가 가지지 못하는 여자를 임수해가 원해? 꿈 깨!’“하하하, 그건 윤 사장님께서 관대하셔서 그런 거예요.”주색에 임윤호의 깔끔하고 훌륭한 위장이 벗겨졌다. 눈빛에서는 배신적이고 탐욕스러운 빛이 반짝였다.“제 동생을 처리하는데 가격을 크게 제시했잖아요. 저야 당연히 사장님의 원대한 계획에 전적으로 협조해야죠.”“임수해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친동생인데, 마음이 안 아파요?”윤성우는 웃으며 물었다.“허, 임수해는 제 동생이 아니에요.”임윤호는 이를 악물며 악독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저 구아람이 키운 개예요.”“윤 사장님, 저 임윤호가 법조계와 정치계에서 꽤
수해가 아무리 아린의 곁에 있고 싶어도 결국 유혜령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혜령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격렬한 대규모 가족 윤리 드라마가 끝난 후 큰 거실의 분위기는 차갑고 무거웠다. 초연서의 오른손은 옷깃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유민지의 팔을 잡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연서야, 너, 괜찮아?”유민지는 초연서의 차가운 팔을 문질렀다.“괜찮아.”초연의 목소리는 떨렸다.“비록 윤씨 가문도 나쁜 놈들만 모였지만, 임씨 가문도 좋은 사람은 아니야!”유민지는 화를 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만복이가 초창기에 임씨 가문을 도와줘서 우리 가족에게 진심으로 정말 고마워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지금 보니 배신자를 키운 거네! 수해는 좋은 사람이지만, 부모가 참, 큰형도 참. 어휴. 아린이가 시집가면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이야!”“언니, 그만해.”초연서는 눈물을 머금고 눈을 감고 자책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수해 탓이 아니야. 누구 탓도 아니야. 모두 내 탓이야. 내가 능력이 없어서 딸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도 줄 수 없어.”하지만 세 사모님이 모르는 일이 있었다. 2층의 어둠 속에 아린이 숨어서 조용히 모든 것을 목격했다. 임씨 가문 유혜령과 수해의 가혹한 대화도 들었고, 수해가 자신을 위해 열심히 가족에 맞서 싸우려는 모습도 보았다. 그 때문에 아린의 마음은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팠다.아린은 절뚝거리는 노인처럼 벽을 붙잡고 어두운 구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몸을 웅크린 채 숨어버리고 싶었다.“아린아, 아린아? 너가 거기에 있어?”강소연은 소리를 따라 찾자, 아기 고양이처럼 웅크려 앉아서 조용히 울고 있는 아린을 보았다. 자식이 없는 강소연의 모성애가 폭발하여 눈시울을 붉히고 아린을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왜 여기서 혼자 울어.”아린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모습을 보자 강소연은 가슴이 너무 아팠다.“소연 이모, 나와 수해 오빠는 더 이상 같이 있지 못해요? 임씨 사모님께서 저를 많이 싫어하는
유민지도 너무 화가 났다. 근처 화분에서 흙을 한 줌 집어 유혜령의 더러운 입에 넣고 싶었다.“엄마,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수해는 눈 깜짝할 사이에 계단에서 유혜령에게 달려갔다. 분노에 찬 검은 눈으로 노려보며 온몸이 타오르는 불처럼 보였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어요?”수해의 왼쪽 눈은 거즈로 감싸고 있고 얼굴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멍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유혜령은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릴 뻔했다.“아들아, 왜 이렇게 됐어? 누가 널 다치게 했어? 엄마가 그놈과 싸울 거야!”말을 하며 유혜령은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수해의 얼굴을 만지려고 하자 수해는 손을 피했다.“만약 제가 계속 엄마라고 부르게 하고 싶다면, 방금 하신 심한 말들을 가슴속에 묻고 다시는 하지 마세요!”수해는 화를 억지로 참아 핏줄이 갈라지는 듯했다. 오른쪽 눈이 엄청 빨개졌다.“그리고 아린은 제 여자예요. 이번 생에 아린이 아니면 전 결혼 안 해요. 그러니 더 이상 아린과 윤씨 그룹 그 쓰레기와 엮지 마세요!”“수해야, 너, 너!”유혜령은 구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수해에게 반박당하자 체면을 잃은 것 같아 화가 나서 말을 똑바로 하지 못했다.“수해야, 지금 뭐 하는 거야!”임윤호는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유혜령을 부축하며 든든한 형인 척 걱정했다.“엄마가 널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 네가 사고 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네가 윤씨 가문에게 고소당했잖아!”유민주와 초연서는 깜짝 놀랐다. 오직 수해의 잘생긴 얼굴만이 동요하지 않고 냉정하게 되물었다.“그래서? 너랑 무슨 상관이야?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해결? 네가 어떻게 해결해? 넌 그저 일만 망칠 거야!”임윤호는 증오에 찬 표정으로 수해의 얼굴을 가리켰다.“윤씨 가문이 이제 너를 고의 상해죄로 기소할 거야. 그들이 남긴 수단은 피해도 피할 수 없어. 네가 그들과 싸우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아. 그리고 네가 부상을 왜 입었는지
수해의 심장이 가라앉아 쏜살같이 아래층 거실로 달려갔다. 오늘 구만복이 집에 없었다. 말을 듣지 않는 딸 아람이 몰래 경주를 만나러 가기 위해 건물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자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불같이 화를 내며 기 비서와 함께 성주로 갔다. 하지만 차가 중간쯤에 도착하자 구윤과 신우에게 저지당했다. 신우는 구만복이 아람과 경주를 만나러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억 원의 롤스로이스 타이어를 망가뜨렸다. 지금 구윤과 신우가 구만복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지금 무슨 상황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집에는 여자들만 남아있었다.“엄마, 몸도 안 좋으신 데 천천히 와요.”인윤호는 안색이 초췌한 임씨 사모님인 유헤령을 소파에 부축하며 다정하게 안심시켰다.“수해가 요즘 아린 아가씨와 함께 있는 것을 알았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수해도 곧 30세예요. 연애는 처음이라서 완전히 사랑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할 거예요. 아들을 키우시면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해요.”“이제 결혼도 할 거예요. 하하. 하지만 수해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 우리 형제 셋 중에서 수해가 부모님한테 제일 효도했어요. 그래서 이 일 때문에 화내시지 마세요. 건강을 챙기는 게 제일 중요해요.”임윤호는 비록 위로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강 건너 불구경이고 더욱 사태를 악화하고 있다. 유혜령의 안색도 점점 어두워졌다. 가슴을 움켜쥐고 기침했다.“네 동생이 정말 네 말처럼 그럴 것 같아. 내가 더 이상 나서지 않으면 수해 안중에 이 엄마가 있긴 하겠어? 임씨 가문이 있긴 하겠어?”“에이, 엄마.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세요.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아요.”임윤호는 유혜령을 등을 토닥여 주었다.“네 말이 맞아. 수해가 여자를 너무 적게 만났어. 연애에 경험이 없어서 구아린 그 계집애한테 정신을 못 차리고 빠져버린 거야!”유혜령은 화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만약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자기가 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를 거야. 그럼 엄마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 아니겠어?”“당하고 있
경주는 턱을 아람의 머리에 대고 부드럽게 문질렀다.“우리 자기가 저 여자를 먼저 해결하고 싶어 하는 데, 준비해야지.”...“아린아, 왜?”수해가 소송 취하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침대 옆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아람의 땀에 젖어 촉촉한 손을 꼭 잡았다.“내가 네 대리 변호사가 될 수 있어. 너를 위해 윤씨 가문과 싸울 수 있어! 이번 소송은 반드시 이길 거야. 왜 우리가 물러서야 해? 윤씨 가문과 끝까지 싸워야 해!”“수해 오빠, 미안해.”아린은 무릎을 껴안고 침대에 웅크리고 눈물을 흘리며 수해를 바라보았다.“오빠 마음 알아. 하지만 미안해.”아린이 사과할수록 수해의 심장은 잔인한 손바닥으로 짓누르는 것처럼 아팠고 피조차 고통스럽게 짜내는 것처럼 아팠다. ‘아린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잘못을 한 건 죄인을 방종하고 나쁜 사람을 도와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야. 윤진수 그 짐승이라고!’“수해 오빠, 이 일은 이제 그만하자. 나 때문에 더 이상 나서지 마.”아린은 눈물을 머금고 끊임없이 고개를 흔들었다.“난 결국 아빠의 딸이야. 윤씨 그룹은 날 건드릴 수 없어. 하지만 윤씨 가문이 오빠를 노리면 앞으로 어떡해? 만약 윤씨 가문이 몰래 오빠의 가족에 손 대면 오빠는 어떡해? 게다가 난 윤진수에게 모욕을 당했어. 비록 마지막에 이루지 못했지만 이 일이 커지면 오빠 가족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아린아.”수해는 멍해졌다. 가슴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순간 수해는 깨달았다. 아린이 치열하고 복잡한 일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고 여론의 뭇매를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임씨 가문이 자신을 무시할까 봐,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다. “수해 오빠, 내가 어렸을 때부터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었어. 지금까지도 그러고 싶어. 내 이름 앞에 오빠의 성이 있었으면 좋겠어.”아린은 손을 들고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알아, 오빠 가족은 나를 싫어해. 그래서 깨끗한 몸으로 오빠의 부모님 앞에 서 있을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