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주는 그룹 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뚫고 김은주를 사장실로 데려갔다.문을 닫자마자 김은주는 눈물을 머금고, 그의 품에 푹 안겨서는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오빠가 데리러 와줘서 다행이에요. 아까는 정말 놀랐는데……”신경주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편 김은주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손으로 천천히 그녀를 밀어냈다.“경주 오빠……?”은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너 왜 그랬어?”경주는 냉랭하고 싸늘한 말투로 얘기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사람을 짓누르듯 느껴졌다.“뭐가요?”“를 찾아서 결혼 스캔들 터뜨린 거 말이야, 왜 그랬냐고?”은주는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고는 경주를 안으려 했다.“나는 오빠랑 하루빨리 결혼하고 싶은데, 오빠는 아니에요?”“나도 그러고 싶어, 근데 이러는 건 아닌 것 같아.”경주의 표정이 싹 굳어지면서 예전의 따뜻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왜? 뭐가 아닌데요? 오빠는 백소아랑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요!”“아직 완전히 끝을 본 사이가 아니야. 그리고 우린 할아버지 80세 생신이 지나고 정식으로 이혼하기로 할아버지와 합의를 봤다고…….”경주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발을 빼기 시작했다.“그전까지, 소아는 명의상으로는 아직 내 와이프고, 네가 오늘 터뜨리는 결혼 스캔들 때문에 세명 모두 영향을 받을 거야. 물론 할아버지도 자연스레 너를 더 탐탁지 않아 할 거고.”그는 너무 솔직했다. 모든 일을 처리할 때 이득과 손실부터 저울 재기 일쑤였다. 어릴 적부터 채워지지 않은 마음속 사랑을 뒤로하고, 유일하게 은주에게만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해 왔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말들은 한결같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소꿉친구이기에, 김은주는 자신이 이러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 여인은 주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너무 화난 경주는 눈언저리까지 붉어졌다.“세 명이나 영향을 받아요? 경주 오빠,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이 백소아가 상간녀라고 말하는 걸 보니까 기분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금빛 구름들이 유난히 눈부시는 저녁, 경주는 피곤한 기색으로 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사장님, 사모님의 가짜뉴스를 터뜨린 마케팅계정은 제가 이미 다 처리했습니다. 계정정지와 함께 고소장을 보냈고, 아마 그쪽에서도 성가셔 할 겁니다. 다만 결혼 스캔들은…… 실시간 검색어에서 아무리 내리려고 해도 쉽게 내려가진 않습니다. 꽤…… 어려울 듯합니다.”한준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경주는 어둡고 음울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이 길에 들어설 때까지 그는 여러 번 소아에게 충동적으로 전화를 할 뻔했다. 하지만 저번의 마지막 만남에서 좋게 헤어지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 결국 행동을 멈췄다. 역시나 이번에도 구윤을 통해야만 연락이 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다소 부담스러웠다.만약 전화를 걸어서 그녀가 받았다면, 뭐라고 입을 떼야 할가?오늘의 일을 사과해야 하나?말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또 마음이 바위에 짓 눌린 듯 무거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롤스로이스가 공원부근에 막 도착했을 때, 경주는 한 곳에 눈길이 쏠렸다.“차 세워.”기사가 차를 멈춰 세웠다.한준희는 아무 말 묻지 않았지만, 경주는 이미 문을 열고 발을 내딛었다.그는 길을 건너고 곧장 복고풍의 한 양복점으로 향했다.환한 창문밖으로 잘 제작된 양복이 걸려있었다. 머리위 간판에는 ‘구념’이라는 붓글씨가 고풍스럽게 쓰여 있었다.경주는 문득 백소아가 전에 자신한테 선물해줬던 선물박스에도 이 두 글자가 써져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그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가게를 들어섰다. 풍경이 하늘하늘 소리를 냄과 동시에 한 늙은 재봉사가 마중 나왔다.“옷을 찾으실 건가요, 만드실 건가요?”경주는 멍하니 서있다가 한참을 머뭇거리고 서야 입을 떼였다.“아마 약 한달전에 스무 살 정도 되는 여인이 이 가게에서 남자 양복을 만든 적이 있지 않았나요?”“아! 맞아요. 그 아가씨! 아이구, 손재주가 너무 좋아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재봉사는
“참, 저 예쁜 아가씨 옆에 앉은 남자, 혹시 해문 KS그룹의 구윤 회장 아니야?”이유희의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썹은 흥미진진한 스캔들이라도 발견한듯 위로 들썩이고 있었다.“듣자니…… 구윤은 향락을 좋아하지 않는 깨끗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오늘밤은 어찌하여 속세로 내려오셨을까?”이유희와 신경주 모두 인상의 착오가 생긴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애초 구아람의 오빠 넷은 네 쌍둥이였고, 그중 첫째 구윤과 둘째 구진은 외모가 너무나도 닮아 가족들조차도 구분하기 어려웠다.“젠장, 질투 나네, 저렇게 예쁜 여자는 내 애인으로 삼았어야 했는데…… 저 여자도 그래, 뭐 얻을 것이 있다고 구윤 옆에 딱 붙어있어?” 이유희는 말할수록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아래층에 위치한 구아람은 달콤한 미소로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경주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졌다.한때, 그 웃음은 그만의 단독 소유였다.더욱 화가 나는 것은 온갖 구설수가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그녀는 지금, 속 편하게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반면 그는 하루 종일 팽이처럼 돌아가며 여러가지 이슈들을 수습하기 바빴고, 또 어떻게 그녀에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 생각하기 바빴다.“에잇, 차라리 오늘 밤 내가 그녀를 갖는 게 좋겠어, 구윤의 여자인 게 마음에 걸리긴 하나,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지. 골키퍼가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까!”이유희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그녀를 건드릴 생각 마, 저 여잔 내 아내니까.”이유희의 두 눈은 놀라움으로 크게 휘둥그레졌다.“아니, 이젠 전처인가?”신경주는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말을 내뱉은 신경주는 목구멍에 날카로운 가시라도 박힌 듯 따끔해졌다.“엥? 저 사람이 바로 그 목석 같다던 형 전처라고? 눈이 삐었어? 아니면 머리가 고장 난거야? 저렇게 예쁜 여자를 마다 하다니……. 내가 보기엔 그 무슨 김은주보다 백배천배 예쁜 거 같은데……?”신경주가 싸늘한 눈빛으로 이유희를 힐끗 쳐다봤다. 깜짝 놀란 이유희는 황급히 변명했다
“이 미친 년이, 감히 나한테 술을 퍼부어? 너 내가 누군지 알아?”김인후는 얼굴에 묻은 술을 거칠게 닦고는 구아람을 향해 윽박질렀다.“네가 누구던 그런 건 상관 안해, 감히 여자한테 약 탄 술을 줄 생각을 하다니, 짐승만도 못한 새끼…….”구아람은 긴 머리를 뒤로 살짝 넘기며 말했다.여유로운 얼굴로 자신을 조롱하는 모습을 본 김인후는 더욱 열이 받아 씩씩거렸다.주위에 사람들만 없었다면 무조건 눈 앞의 저 여자에게 손찌검을 했을 것이다.소란스러운 상황에 바깥을 지키고 있던 김씨 가문의 보디가드 두 명이 자리로 달려왔다.김인후는 그들을 향해 그녀를 끌어내리라고 슬쩍 눈치를 주었다.이렇게 무례하게 군 여자는 매가 답이다. 그러나 그 매도 침대에서 맞으면 더 그 값어치를 할 것이다.키가 큰 경호원 두 명이 구아람을 둘러쌌다. 비록 취하긴 하였으나 그녀는 흐트러진 정신을 다잡고 그들의 공격을 슬쩍 피했다. 그 바람에 건장한 남자 두 명은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이렇게 느려서야…….”구아람은 지루한 듯 하품을 했다.“빨리 저년 잡아!”김인후는 얼굴을 닦으며 남성들을 향해 소리쳤다.김인후의 재촉에 보디가드 중 한 명이 잽싸게 일어나 구아람의 어깨를 세게 잡아당겼다.순간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구아람의 어깨에 올린 그 남자의 팔을 꺾어 뒤로 넘겼다.180센치가 넘는 거구의 그 남자는 눈 깜박할 사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날렵한 움직임이군……. 딸꾹!”구아람은 딸꾹질을 한 후 몸을 뒤로 젖혔다.순간 한 남자의 강인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뜨거운 숨소리가 그녀의 귀 부근에 맴돌았다.“우…… 누구야? 감히 나한테 손을 대다니!”구아람은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백소아, 눈 뜨고 자세히 봐봐, 내가 누군지…….”익숙한 목소리.냉담하고 침착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충분한 매혹적인 목소리.구아람은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킨 후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신경주의 무심하지만 매력적인 두 눈을 바라보았다.어쩐지
그 말을 들은 김인후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신 회장의 숨겨진 전처가 바로 이 여자라니!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여동생인 김은주조차 감히 비비지도 못할 만큼 뛰어난 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신경주와 돈독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김은주는 이 여자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신 회장님의 전처라 하더라도, 제가 먼저 사과할 이유는 없는데요!”김인후는 체면을 지킬지 언정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만약 저 여자가 먼저 제게 사과를 한다면, 저 또한 없었던 일로 해드리죠!”“내가 한 걸음라도 늦게 왔다면 너희 쪽 사람들이 이 여자한테 무슨 짓을 했을지도 몰라.”신경주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하여 네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야. 그러니 어서 사과해.”김인후는 속으론 두려움에 벌벌 떨었으나, 그 놈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서서히 취기가 올라온 듯 구아람의 작고 하얀 얼굴엔 붉게 홍조가 물들었다.전처가 어떻고 또 사과가 어떻다는 거야…… 혹시 나보고 머리 숙이고 저년한테 사과하라는 거야?저년의 목을 비틀어버려도 시원찮을 판에!이유희는 잘생긴 얼굴에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부하들을 이끌고 걸어왔다.“나를 왜 때려? 이 나라엔 법도 없는 거야?”이유희의 모습을 본 김인후는 두려움에 목소리까지 덜덜 떨려왔다.이유희가 손가락을 까딱하자, 아까 김인후와 같이 술을 마시던 여자가 주춤주춤 다가오더니 이유희 뒤에 몸을 숨겼다.“첫번째, 내 가게에서 여자들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출순 있으나 접대행위는 할 수 없다. 너희들이 돌아가며 이 여자한테 술을 먹인 건 이미 여기 룰을 깨뜨린 거야.”“두번째, 여기선 일체 마약을 금지하고 있어. 내가 평생 제일 혐오하는 것이 내 가게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거야. 누가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고, 감히 이런 일을 저지른다면 난 필시 담궈버릴 테니까.”“넌 여기 있는 아가씨한테 고마워해야 할 거다. 이 아가씨가 아니었다면 넌 이미 죽사발이 되어서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구아람은 옆에 있는 남자를 오빠인 구진으로 착각하고 주저앉아 흐느꼈다 .“신경주는 왜 날 싫어하지……대체 왜…….”그녀의 입에서 자신이 이름이 나오자 신경주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였으나 입을 꽉 깨문채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난 정말 노력했어…… 난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어……. 근데 내가 노력을 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나를 매몰차게 대해…… 대체 왜 그러는거지…… 제발 말해줘!”흐느끼며 울고 있던 구아람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남자의 품에 확 안겼다.그리고 그의 품안에서 눈물 코물 다 흘리며 훌쩍이고 있었다.그의 깔끔한 티셔츠가 구아람의 눈물과 화장으로 인해 얼룩져 버렸다.갑작스러운 포옹에 신경주는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그에게 안긴 구아람이 눈물 흘릴때마다 그 역시 그 눈물이 심장에라도 박힌듯 마음이 아파왔다.한참을 그렇게 있은 후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구아람에게 물었다.“너 정말 신경주를 좋아해?”구아람은 울어서 발그스레 해진 얼굴을 들어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그녀의 앵두같이 빨갛고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그 매혹적인 모습에 신경주는 침을 꿀꺽 삼키며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 가까스로 자신을 절제시켰다.심지어 그는 이 질문을 한걸 굉장히 후회했다.그녀가 그를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이혼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였고 그의 평생의 동반자는 앞으로 김은주가 될것이다.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문이 활짝 열렸다.“신경주!이 파렴치한 놈,김은주로도 모자라 또다시 얘를 꼬시려고?!”구진은 두눈을 부릅뜨고 달려와 구아람을 도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평소 성품이 온화하고 너그러운 구회장이 이렇게 화난 얼굴로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전처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각별한지 느낄수 있었다.알수없는 답답함에 신경주는 숨이 가빠져오기 시작했다.“구회장님,그녀가 주량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바람에 여기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신다면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구아람은 또다시 화장실로 직행했다.“아람아, 예전엔 주량이 꽤 세지 않았니? 왜 이렇게 술이 약해진 거야?”구진은 얼른 생수를 건네고 또 그녀를 위해 숙취해소제를 준비해 두었다.“3년 동안 술을 입에도 갖다 대지 않았는데…… 갑자기 많이 먹으니 힘들 수 밖에!”구아람은 신경주가 술을 많이 마시는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그의 마음에 들려고 아예 술을 끊어버렸다.“술 아니었다면, 임신한줄 알겠네.”구진은 장난스럽게 아람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허…… 내가 정말 신경주의 아이를 가졌다면 오빠들 어떻게 할 거야?”구아람은 슬픈 눈동자를 한 채 이렇게 물었다.“뭘 어떡해? 넌 우리가 애지중지 키운 막내 여동생이야, 그 애 몸에 누구 피가 흐르던 그 애 잘못은 아니잖아, 우린 다 감당할 수 있어.”구진은 신경주를 뼈에 사무칠 정도로 싫어했지만, 법조인답게 훌륭한 직업소양을 갖추고 있었다.“그럴 일 없으니까 안심해, 신경주는 나랑 2세를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아.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젠 내가 사양하겠어.”구아람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머리도 식힐 겸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아, 맞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안나?”구진이 물었다.“내 기억으로는 내가 김인후한테 시비를 걸었고, 그때 신경주가 오긴 한 거 같은데…… 그후로는 기억이 안나.”“정말 기억이 안 나?”“음…… 되게 잘생긴 남자를 본 것 같기도 해, 그 잘생긴 남자가 아마 날 도와주었지? 에잇, 술 취하지만 않았다면 그 남자 연락처 한번 물어보는 건데.”“그 남자는 이유희라고 하는 남자야, 어제 우리가 갔던 곳은 걔가 새로 오픈한 클럽이고.”그 남자의 이름을 들은 구아람은 순식간에 흥미가 사라졌다.“그럼 됐어. 그 녀석은 개도 쳐다보지 않을 만큼 답이 없는 녀석이야.”“너 신경주랑 같이 남자화장실로 들어간 건 생각 안나?”구아람은 예상치 못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전까진 둘이 뭔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들어갔을
‘나 구아람은 같은 함정에 두 번이나 빠지지 않아!’비밀조직에서 연락이 왔다.[구윤: 아람아, 어제 오후에 너에 관한 뉴스들, 전부 삭제했어. 널 괴롭히던 스토커 같던 번호들도 전부 처리했고.][구윤: 이 모든 게 전부 신경주가 꾸민 짓이야.][구아람: 응 알고 있어. 그래서 그 집 조상 귀신들 한 테 아주 고마워 죽을 지경이야.][넷째 오빠: 근데, 그게 지운다고 전부 해결될 것 같아? 정말 순진하긴.][셋째 오빠: 오늘 아침에 주식 개장 후 주가를 봤는데, 안타깝지만 신씨 그룹 주가가 그렇게 크게 변동하진 않았어.][구진: 아람아. 지금 당장 신씨네 그룹을 무너트릴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 김씨 집안은 당장 손 좀 봐줘야지.][구아람: 당연하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 단 말 알지?]“수해야, 들어와.” 구아람은 전화에 대고 호출했다.임수해가 호출을 받고 바로 들어왔다. “아가씨. 찾으셨습니까?”“내가 말한 자료와 증거는 준비됐어?” 여사장 은 두 손을 의자 손잡이에 걸치고 앉아 가죽 의자를 유유히 돌리고 있었다.“다 준비되었습니다. 관련 부서에 언제든 제출할 수 있습니다.”“아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어.”구아람은 다리를 꼰 채로 백옥 같은 피부를 뽐내며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우선 구씨 그룹과 친한 언론사들을 좀 수소문해봐. 예를 들면 ‘해문뉴스’, 정말 진짜뉴스처럼 내보내서 사람들의 이목을 좀 끌어봐. 다음 얘기는 뒤에 하지.”“언론을 끌어들이면 일이 복잡하게 꼬일 까봐 염려됩니다. 차라리 직접 김씨 그룹을 직접 치는 게 더 쉽고 빠르지 않을까요?” 임수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는 명분이 중요한 사람이야. 난 일단 사냥감을 잡으면 단칼에 죽이지 않아, 천천히 괴롭힐 수 있는 만큼 괴롭히다가 고통스럽게 죽이는 걸 좋아해.” 구아람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옥 팔찌를 매만지며 차갑고 독한 기운이 서린 눈빛으로 말했다.중요한 건 이번 일이 밝혀지면 김씨 집안은 물론 김씨 집안 정도의 레벨
“신 사장님 다음에 호텔에서 하면 안 돼? 허리가 너무 아파.”경주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호텔에서 하면 허리가 안 아파?”아람은 부끄러워 경주의 가슴을 내리쳤다.“아람아, 주말의 연회에 성주 유명 가문들이 거의 다 올 거야.”경주는 엄숙하고 진지하게 말했다.“너와 사귀는 것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싶어. 그래도 돼?”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눈을 바라보더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람이 싫어하는 줄 알고 손을 꼭 잡았다.“사실 프러포즈를 하고 싶어. 하지만 네가 준비가 안 되고 너무 서둘러서 널 곤란하게 할까 봐 걱정돼.”“왜 그날이야?”“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경주는 울컥하며 수천 가지 감정이 솟구쳤다.“모든 사람에게 난 네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수해는 피곤한 몸을 끌고 임씨 가문에 돌아왔다. 아람한테서 아린이 울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여러 번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결국 아린은 핸드폰을 꺼버렸다. 수해는 낯까지도 행복했는데 왜 저녁에 만나지 말자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우리 착한 동생, 오늘 구씨 가문 아가씨와의 데이트가 즐거웠어?”임윤호는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수해는 냉정하게 바라보았다.“즐겁지 않았나 보네, 안색이 너무 안 좋아.”임윤호는 다가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왜, 손에 들어온 행복이 무너질 것 같아?”“누군가 했더니, 신씨 가문의 개구나.”수해는 차갑게 웃으며 임윤호의 조롱을 무시했다.“내가 개라도 내 실력으로 벌고 있어. 난 당당해.”임윤호는 뻔뻔하게 계속 조롱했다.“여자에 기대어 올라가는 너보다 훨씬 나아. 역시 비서가 다르네. 구씨 가문 아가씨를 꼬시더니 이제 아홉째 아가씨를 만나? 귀족 가문에 장가가고 싶어서 우리 동생이 최선을 다하네. 대단해!”수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을 쥐고 임윤호의 다친 코를 더 때리고 싶었다. 그러자 유혜령이 제때 나서서 말했다.“수해야, 그만해!”화나 있는 수해는 말을
하지만 어떻게 해야 구만복의 마음을 바꾸고 아린과 유성의 결혼을 막을 수 있을지 몰랐다. 아람은 숨을 고르며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경주에게 말해주었다. 구만복과 싸운 일은 자연스럽게 생략되었다.경주는 단단한 팔로 아람의 허리를 감싸안고 눈썹을 찌푸렸다.“나랑 만난다고 구 회장님께서 동생을 윤씨 가문과 결혼시켜? 아무리 애착이 있다고 해도 너무 갑작스럽네.”“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아람은 답답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화가 나서 경주의 가슴을 잡았다.“아빠가 엄청 음흉해. 전에 너랑 만나는 거 싫어했었어. 전부터 이미 윤 회장님과 윤씨 그룹과 혼인을 결정했을 수도 있어. 지난번 경마 대회에서 수해한테서 들었어. 구만복과 윤유성이 사이가 좋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어. 그것도 계획일 수 있어. 그저 이씨 가문이 문제를 일으키고 진주가 잡혀서 계획이 틀어졌을 수도 있어. 아니면 아빠처럼 강한 성격으로 경마대회에서 나와 윤유성의 결혼을 발표했을지도 몰라! 완전히 아빠가 할 수 있는 짓이야!”경주는 피부가 따가웠다. 아람에게 잡혀 아팠지만 그것마저 행복했다.“아람아, 괜찮아. 구 회장님께서 정말 그렇게 하셨다고 해도 내가 너와 윤유성 그 자식이 엮는 것을 보고만 있었을 것 같아?”경주는 아람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하더니 뜨겁게 바라보았다.“무슨 대가를 치르던 널 뺏어올 거야.”‘뺏을 필요 없어. 난 네 것이야.’아람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하며 눈을 깜빡였다.“하지만 이소희가 난동을 부린 덕분에 아빠가 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 아니면 나와 아린 모두 윤씨 가문에 시집갔을 수도 몰라. 내 생각에는 윤 회장님이 아빠한테 뭐라고 했을 거야. 압박을 해서 아린이가 대신 시집을 간 거야. 젠장!”경주는 아람이 화난 것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아람아, 비록 말하기 싫지만, 윤유성이 너에 향한 마음이 깊어 동생과 결혼하지 않을 것 같아. 너를 뺏으려면 혼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지금 윤진수도 폐인이 되었는데, 구 회장님은 아홉째
아람은 전화도 끊지 않고 옷도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새장에서 날아오르는 새처럼 해장원의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늦은 밤, 불빛만 비쳐 있었다. 강직하고 훤칠한 그림자가 눈빛을 반짝이며 기대하고 있었다.오늘 밤 일기예보에 폭우가 쏟아진다고 했지만 경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주에서 일을 마친 후 홀로 차를 몰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왔다. 이제 하루가 지났지만 너무 보고 싶었다.“경주야!”아람은 무거운 물을 밀치고 눈물을 흘리며 경주를 향해 달렸다. 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행복한 미소는 아름답고 달콤했다. 경주는 두 팔을 벌려 맞이하려 했지만 아람은 이미 경주의 앞에 달려왔다. 경주는 든든한 팔로 아람을 깊숙이 안았다. “서둘러 왔어. 늦으면 네가 잠들어서 못 만날까 봐 걱정했어.”경주의 뜨거운 숨결이 아람의 귀에 뿌려졌다. 오른팔로 아람의 허리를 안고 왼손으로 등을 토닥이며 다정하게 말했다.“하지만 괜찮아. 온밤 기다리면 돼. 그저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보고 싶어.”“경주야.”아람은 킁킁거리며 눈이 빨개졌다. 바다의 고래처럼, 숲의 새처럼, 이 세상에 경주의 품만큼 아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았다.“응? 아람아, 울어?”경주는 깜짝 놀랐다. 아람의 턱을 들고 뜨거운 얼굴을 치켜들었다. 촉촉한 눈과 마주치는 순간 경주의 가슴이 아파 났다.“정말 울어? 누가 널 괴롭혔어?”아람은 경주의 가슴에 손을 놓고 옷을 잡았다. 구만복의 잔인한 말을 떠올랐다. 아린이 윤씨 그룹에 시집가는 건 경주와 만나는 것을 허락해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자 아람은 눈물이 차올랐다.“우리, 만나면 안 되는 거 아니야?”경주는 긴장하며 입술을 떨었다.“아람아, 왜 그래?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우리가 만나면 사람들이 계속 억울하게 당하는 거 아니야?”아람은 말할수록 눈물이 났다. 다른 사람 앞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지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연약한 모습을 보이며 눈물을 흘렸다.“오빠부터, 이제는 아린이
이제 유일한 돌파구는 왕준의 상사 라이언을 잡는 것이다. 라이언의 증언이 있으면 유성의 정체가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구만복에게 더 많은 걸 알려줄 수 없었다. 말할수록 위험하고 경주와의 계획이 망칠 수도 있다.“그러면 증거를 가져와. 그때 다시 결정하든지 할게.”구만복은 식은땀을 흘렸다. 더 이상 아람과 싸울 힘이 없어 문밖으로 나갔다. 기 비서는 구만복이 아프다는 것을 눈치채고 급히 따라갔다.“아빠, 이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 자본가야!”아람은 구만복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아빠가 싫어. 너무 싫어!”구만복은 마치 칼에 찔린 듯 가슴이 아파 몸이 흔들렸다. 지난번 아람이 구만복을 욕하고 싫다고 할 때는 구만복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 아람의 엄마가 돌아갈 때였다.‘정말 모르겠네, 어렸을 때부터 제일 좋은 것을 모두 아람에게 주었는데. 가족의 모든 사람을 희생하여 아람의 미래를 도와줄 수 있는데, 왜 미움만 쌓는 거야.’“신경주와 만나고 싶어 하잖아.”구만복은 등을 지고 차갑게 말했다.“네가 추구하는 사랑은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을 수 없어. 불만이 있는 사람은 수작을 부릴 거야. 이렇게 하면 네 사랑을 허락할 수 있고 KS 그룹을 안정시키고 아린에게 좋은 가문에 시집을 보낼 수 있어. 왜 싫다는 거야?”아람은 점점 실망스러워 숨이 막혔다.“난 너희들의 아빠일 뿐만 아니라 재단의 책임자야. 자식들의 사랑을 위해 재단의 위험을 홀시할 수 없어. 게다가 너에게 자유를 주었고 모두에게 너처럼 대할 수 없어. 만족할 줄 알아야 해. 구아람.”아람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처음으로 구만복이 무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방으로 돌아가는 아람은 옷이 땀에 푹 젖었고 허탈한 것 같았다. 가슴 속은 괴로움으로 가득 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안 돼, 아린이가 윤씨 가문에 시집갈 수 없어. 윤진수든 윤유성이든 모두 아린을 비하하는 거야!’구만복은 유성의 정체를 잘 몰라도 아람은 잘 안다. 그래서 무슨 대가를 치르던 결혼을
쾅 하고 아람은 화를 내며 문을 열었다. 아름다운 얼굴은 분노에 차 빨개졌고 주먹을 꽉 쥐었다. 구만복과 구 비서는 깜짝 놀랐다. 구만복은 바로 침착하게 말했다.“이 계집애, 예의도 없어? 노크할 줄 몰라?”“어렸을 때부터 해장원에서 난 노크를 한 적도 없어. 이제 와서 예의를 따져? 허, 찔려서 그래?”아람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아빠는 뭐라고 생각해? 결혼도 여러 번 하면서 이제 딸을 바치며 윤씨 그룹에게 잘 보이려고 해? 아빠가 참 대단하네, 그저 바람둥이인 줄 알았는데 이기적인 사람이네! 내가 아빠를 너무 과대평가했어!”구만복은 순간 피를 토할 뻔했다. 이번에 말투는 예전처럼 여유를 부리지 않고 냉정하게 말했다.“네가 뭘 알아. 이건 편법이야.”“딸을 팔고 사랑하는 두 사람을 헤어지게 했어. 아린의 행복을 망쳐놓는 게 아빠의 편법이야?”아람은 차갑게 말했다. 구만복이 한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합쳐도 이렇게 화나지 않았다.“넌 어려서 권력자가 얼마나 곤란한지 몰라. 구씨 가문은 대 가문이야. KS 재단에 몇만 명의 직원이 있어. 어떻게 다 생각대로 되겠어? 내가 올라오기 전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몰라. 나도 많이 희생해서 지금의 구씨 가문이 있는 거야!”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렸다.“허, 그 말은 날 위해 수많은 사람을 희생하겠다는 거야?”아람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아린을 희생했는데, 이제 또 누구를 희생할 거야? 화가 나갔어, 여섯째 언니가 결혼을 일찍 해서 화나고, 희생시킬 딸을 더 많이 낳지 못해서 화나겠어!”“구아람, 너!”구만복은 벌떡 일어나 제일 사랑하는 딸을 노려보았다. 부녀는 서로 상대했다. 기 비서는 땀을 흘렸다. 제일 무서운 것이 구만복과 아람이 싸우는 것이다.“그럼 어떡해? 다른 세 가문과 적이 될 거야?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상대할 수 있어?”“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내가 못 한다고 생각해? 날 얍잡아 보는 거야?”아람은 점점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윤유성은 악독하고 위선적인 사람
서재에서 얘기는 계속 이어갔다. 구만복은 자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절친이 있다. 고귀한 출생에 부유한 집안도 있다. 세상 사람들은 구만복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기 비서밖에 없었다.“기 비서, 지금 상황은 그렇게 쉽지 않아.”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몇 년 전, 아람이 밖에서 돌아다닐 때, 재단의 일은 항상 윤이가 챙겼어. 힘들어하는 것도 알아. 나중에 아람이 돌아오자 바로 자리를 내주었어. 자신의 능력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 돌파하고 싶어도 어려워. 게다가 윤이와 진이는.”구만복은 후회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 비서는 눈을 부릅뜨며 말하지 않았다.“아무리 생각해도 아람이 후계자로 가장 적합해. 내가 신경주를 싫어해도 아람이가 신경주를 너무 사랑해. 신경주는 신씨 그룹에서 처지가 좋지 않고, 위에 자리를 협박하는 형이 있어. 하지만 신경주가 아람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야. 그 모습은 내 젊을 때와 많이 닮았다. 나중에 신씨 가문에 있지 못하면 데릴사위가 되어도 아람이나 우리 KS에도 좋은 일이야.”구만복은 늘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심지어 경주의 미래까지 생각해 놓았다. 기 비서는 씁쓸하게 웃었다.“구 선생, 너무 생각이 많네요. 신 사장님의 능력으로 데릴사위는 아닌 것 같아요. 자존감도 높고 군인 출신인데 아가씨 덕을 보지 않을 것 같아요.”“그냥 그렇다는 말이야. 잘 나가면 더 좋지. 하지만 안 되면 아람을 도와 신씨 그룹을 없애면 난 더 좋아!”구만복은 도도하게 쳐다보았다.“그저 아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밖에서 엿듣던 아람은 이를 악물었다.‘참, 말을 지나치게 하네!’“하지만 이게 다 나중의 일이야. 지금은 상황에서 아람과 신경주를 허락해 주려면 바깥세상의 혼란을 진정시켜야 해. 정용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렇다 해도 이 결혼이 파탄 나면 윤씨 가문은 이제부터 우리의 적이 될 거야.”구만복은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다.“지난번 경마 대회 이후 이씨 가문과 완전히 끝났
아람은 아린이 들은 것을 알고 일부러 멈추지 않고 걱정하며 쫓아갔다.“아린아, 왜 그래?”아람은 아린의 팔을 덥석 잡았다. 아린은 천천히 돌아서며 눈물을 흘렸다.“괜찮아요, 언니.”아람은 깜짝 놀랐다.“너, 울어? 왜 울어? 수해랑 싸웠어? 아니면.”“언니, 신 사장님과 꼭 행복하세요.”이상한 말만 남기고 아린은 아람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갔다. 아무리 불러도 멈추지 않았다. 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져 바로 수해에게 전화했다.“아가씨.”수해의 목소리도 힘이 없었다.“수해야, 아린이랑 무슨 얘기 했어? 왜 그렇게 슬프게 울어? 네가 괴롭혔어?”아람은 허리에 손을 놓고 물었다.“아린이가 울어요?”수해는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아람에게 솔직하게 말했다.“아가씨, 아홉째 아가씨와 싸우지 않았어요. 밖에서 돌아올 때부터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물어봐도 그저 한동안 저를 안 만나겠다고만 했어요. 다른 건 말하지 않았어요.”아람은 들을수록 수상했다. 아린이 수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람은 잘 안다. 오전까지만 해도 서로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갑자기 안 만나겠다고 하는 건 너무 이상하다.“오늘 밤 아린이 혼자 나갔어? 뭐 하러 갔어? 너한테 말했어?”수해는 잠시 생각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린이가 구 회장님, 그리고 셋째 사모님과 같이 나간 것 같아요.”아람은 이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서재에서.구만복은 기 비서가 준 뇌경색 약을 먹고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기 비서, 타구를 가져와, 토하고 싶어. 우웩.”“잠시만요! 좀만 참으세요!”기 비서는 바로 달려가 타구를 가져오고 한쪽 무릎을 꿇고 구만복 곁에 있었다. 구만복은 가슴에 손을 놓고 몸을 숙여 고통스럽게 있었지만 아무것도 토하지 못했다.“구 선생, 약이 너무 독해요, 양을 줄여야 해요.”기 비서는 구만복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회복되기 전에 쓰러지겠어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늙
“구 회장님.”구만복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제야 언제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었는지 모를 수해가 보였다.“수해야, 너무 늦었는데 아직 안 갔어?”구만복은 담담하게 물었다.“구 회장님, 저.”수해는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알아, 아린을 기다리고 있어?”수해의 마음이 들켜 민망하였다. 한참동안 침묵하더니 죄책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구 회장님, 제 형에 대해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저를 믿어주세요. 임씨 가문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회장님의 편이고 아가씨의 편이에요. 초심을 잃지 않을 거예요.”구만복은 입꼬리를 올렸다.“이건 네 집안 일이야. 나와 해명할 필요는 없어. 아린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 잘 얘기해, 방해하지 않을게.”이 말을 듣자 수해는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함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릴 때 구만복은 이미 자리를 떠났다. 한참 지난 후 아린은 창백한 얼굴을 정리하고 혼을 잃은 듯 들어왔다.“아린아!”수해는 성큼성큼 다가가 팔을 벌려 사랑하는 아린을 품에 안았다.“수해 오빠. 숨, 숨이 안 쉬어져요.”아린은 평안한 척 가벼운 호통을 쳤다. 수해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린의 말을 듣지 않았다. 부들부들 떠는 팔은 아린을 꼭 안았다. 뜨거운 입술은 아린의 어깨에 닿고 깊게 키스를 했다.“미안해, 임씨 가문 때문에 널 곤란하게 했어.”아린은 심호흡을 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아니야, 너무 생각하지 마.”마음이 통하는 두 사람은 한참을 포옹한 뒤 마지못해 헤어졌다.“수해 오빠. 이제 커리어 계획을 세울 거라 매우 바쁠 거야.”아린은 다정하게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4년 동안 성주에서 학교를 다녀 해문에 자주 있지 않았어. 이제 시간이 많아져서 집에서 부모님 곁에 있고 싶어. 오빠도 금방 회복되었어. 언니가 전에 KS 범무부에 보내고 싶다고 했어. 앞으로 오빠도 많이 바쁠 거야.”수해는 숨이 막혀 순간 긴장했다.“아린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당분간 만나지 말자.”아린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식사는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마쳤다. 윤씨 가문과 혼인을 맺는 다는 소식을 들은 아린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해했다. 맑은 얼굴은 창백해졌고 온몸이 차가웠다. 집가는 길에 초연서와 같은 차에 타서 구만복과 교류할 기회도 없었다.“엄마, 왜 그래요?”아린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물었다.“제가 수해 오빠를 사랑하는 거 알잖아요. 제가 수해 오빠와 결혼할 걸 알면서 왜, 왜 윤씨 가문에 시집가라고 해요?”초연서의 가슴이 아팠지만 침착하게 말했다.“네 아빠와 생각이 같아, 이 결혼이 너와 어울려. 임씨 그룹 부부는 우리 모녀를 좋아하지않아. 억지로 시집을 가면 축복을 받지 못해. 매일매일 괴로울 거야. 네 언니가 얼마나 강한 사람이야. 신씨 가문에 시집간 3년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알잖아. 결국 이혼하게 되었어. 게다가 임 도련님이 구씨 가문을 상대하고 있어. 심지어 구씨 가문의 은혜를 잊고 진주에게 변호를 해주고 있어. 변호사는 사건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거 알지만, 진주가 어떤 사람이야. 매번 네 언니를 해치는 사람인데.”당시 배우였을 때 진주에게 받은 비방과 굴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임윤호의 행위, 그리고 임씨 부부의 방종은 나도, 네 아빠도 참을 수 없어. 임씨 가문의 가풍은 예전과 같지 않아. 혼인 관계를 맺으면 안 돼.”“하지만, 하지만 수해 오빠는 그 사람들과 다르잖아요!”아린의 가슴은 큰 손에 잡힌 듯 아파났다.“수해 오빠는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 오빠와 언니를 도와주고 있어요.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충성스러운지 아빠도 잘 알 거예요. 만약 이런 이유로 수해 오빠를 부정한다면 너무 억울하고 슬프잖아요!”단순한 아린은 자신의 미래가 아닌 수해를 위해 불평불만을 털고 있었다.“그리고 언니도 말했었어요. 당시 신 사장님과 이혼한 건 신씨 가문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 신 사장님이 언니를 사랑하지 않고 실망하게 해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수해 오빠는 저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어요!”초연서는 눈을 깜빡이며 입을 다물었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