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람이 임수해를 향해 눈짓했다.임수해가 다가가 문을 열었다.“구 사장님! 구 사장님!”어제 사고를 친 부사장 고명이 임수해가 반응하기도 전에 사무실로 뛰어들어왔다.구아람은 불쑥 나타난 고명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고 선생님, 왜 아직도 여기 계시는거죠? 선생님의 사직서는 제가 이미 수리한 상태에요. 다른 일자리 알아보셔야 할 겁니다.”“구 사장, 당신 나한테 이렇게 하면 안돼! 내가 이 호텔에서 일한지가 20년이야, 난 내 몸이 병들어가면서도 이 호텔을 위해 일했어. 구회장도 날 쉽게 대하지 못하는데 당신이 날 해고해?”고명이 얼굴을 붉히며 고래고래 소리질렀다.“제가 호텔의 모든 인사 자료를 읽어봤는데, 확실히 많이 아프시더라구요. 지방간에, 담낭염에 공짜를 아주 많이 드셨나 봐요.”구아람이 피씩 웃으며 말했다.고명은 구아람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애리, 애리스가 저질 침구를 판매한 건 전 정말 몰랐던 사실이에요. 3년동안 쭉 애리스와 합작을 해왔고 또 가격도 마침 적당했고 중요한 건 성주에서 아주 유명한 브랜드인지라…….”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아람은 서류를 고명한테 던졌다.“3년동안 당신이 애리스와 거래했던 모든 내역이에요, 지금껏 재무관리하시면서 이 재무제표가 문제 있는 건 보이지 않았다는 거에요?”고명은 서류를 집어 들어 부리나케 펼쳐 댔다.“심지어 저한테 익명의 제보까지 들어왔어요.”구아람이 커피잔을 들어 홀짝이며 말했다.“누군가가 요즘 들어 당신이 애리스와 부쩍 가깝게 지내면서 거액의 돈을 빼돌려 저질 침구를 사드렸다는 제보를 들었어요.”화들짝 놀란 고명이 휘청거렸다.“전 증거 없이 사람을 해고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에게 증거가 쥐여진 이상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고 선생님, 의의 있으시면 우리 법적 수단으로 해결보도록 하시죠.”“구 사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이 일 소문나기라도 하면 저 성주에서 쫓겨나요!”고명
“은주?”신경주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경주 오빠, 나 좀 도와줘.”김은주가 울먹이며 말했다.“나 지금 신씨 그룹 아래에 와있는데……. 기자들이 쫙 깔려있어, 나 너무 무서워.”“지금 내려갈게.”신경주는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안돼요, 신사장님.”한설희가 앞을 막아나섰다.“사장님 경호원들한테 시키시면 되세요, 혼자 내려가셨다간 사장님도 갇히게 될거에요.”신경주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김은주 아가씨, 혼인날자 정하신건가요?”“언론에서 아가씨랑 신사장님 어릴적부터 같이 자란 사이라고 하던데, 예전부터 알던 사이 맞아요?”“신사장님 전 와이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와이프가 두 분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기자들이 속사포마냥 김은주한테 질문을 던졌다. 경호원들이 막아섰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아주 혼란스러웠다.김은주는 가련한척 연기하고 있었지만 사실 기분이 날것만 같았다.결혼소식은 김은주가 매체에 뿌린것이고 백소아가 외간녀라는 찌라시도 김은주가 퍼뜨린거였다.김은주는 백소아가 자신의 팔찌를 빼앗은것도 모자라 많은 사람들앞에서 모욕을 준데 대해 꼭 대가를 치르게 하리라 마음먹었다.“신사장님과 저한테 좋은 소식이 생기면 꼭 제일 먼저 기자님들한테 말씀드릴게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김은주는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이며 말했다.“그리고 신사장님 전 와이프 백소아 씨에 대해선 저도 아는바가 없기에 다들 공격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백소아 씨와 신사장님은 현재 아무 사이도 아니므로 각자의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김은주의 말에 기자들이 더 달려들었다.김은주가 뒤로 밀려나고 있을때 누군가가 나타나 김은주의 어깨를 잡아주었다.“왔어? 경주 오빠.”김은주는 울것만 같은 표정으로 신경주를 바라보았다.신경주는 얼어붙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경주는 갑자기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신경주는 백소아가 주위에서 이 모든걸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
신경주는 그룹 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뚫고 김은주를 사장실로 데려갔다.문을 닫자마자 김은주는 눈물을 머금고, 그의 품에 푹 안겨서는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오빠가 데리러 와줘서 다행이에요. 아까는 정말 놀랐는데……”신경주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편 김은주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손으로 천천히 그녀를 밀어냈다.“경주 오빠……?”은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너 왜 그랬어?”경주는 냉랭하고 싸늘한 말투로 얘기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사람을 짓누르듯 느껴졌다.“뭐가요?”“를 찾아서 결혼 스캔들 터뜨린 거 말이야, 왜 그랬냐고?”은주는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고는 경주를 안으려 했다.“나는 오빠랑 하루빨리 결혼하고 싶은데, 오빠는 아니에요?”“나도 그러고 싶어, 근데 이러는 건 아닌 것 같아.”경주의 표정이 싹 굳어지면서 예전의 따뜻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왜? 뭐가 아닌데요? 오빠는 백소아랑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요!”“아직 완전히 끝을 본 사이가 아니야. 그리고 우린 할아버지 80세 생신이 지나고 정식으로 이혼하기로 할아버지와 합의를 봤다고…….”경주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발을 빼기 시작했다.“그전까지, 소아는 명의상으로는 아직 내 와이프고, 네가 오늘 터뜨리는 결혼 스캔들 때문에 세명 모두 영향을 받을 거야. 물론 할아버지도 자연스레 너를 더 탐탁지 않아 할 거고.”그는 너무 솔직했다. 모든 일을 처리할 때 이득과 손실부터 저울 재기 일쑤였다. 어릴 적부터 채워지지 않은 마음속 사랑을 뒤로하고, 유일하게 은주에게만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해 왔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말들은 한결같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소꿉친구이기에, 김은주는 자신이 이러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 여인은 주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너무 화난 경주는 눈언저리까지 붉어졌다.“세 명이나 영향을 받아요? 경주 오빠,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이 백소아가 상간녀라고 말하는 걸 보니까 기분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금빛 구름들이 유난히 눈부시는 저녁, 경주는 피곤한 기색으로 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사장님, 사모님의 가짜뉴스를 터뜨린 마케팅계정은 제가 이미 다 처리했습니다. 계정정지와 함께 고소장을 보냈고, 아마 그쪽에서도 성가셔 할 겁니다. 다만 결혼 스캔들은…… 실시간 검색어에서 아무리 내리려고 해도 쉽게 내려가진 않습니다. 꽤…… 어려울 듯합니다.”한준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경주는 어둡고 음울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이 길에 들어설 때까지 그는 여러 번 소아에게 충동적으로 전화를 할 뻔했다. 하지만 저번의 마지막 만남에서 좋게 헤어지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 결국 행동을 멈췄다. 역시나 이번에도 구윤을 통해야만 연락이 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다소 부담스러웠다.만약 전화를 걸어서 그녀가 받았다면, 뭐라고 입을 떼야 할가?오늘의 일을 사과해야 하나?말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또 마음이 바위에 짓 눌린 듯 무거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롤스로이스가 공원부근에 막 도착했을 때, 경주는 한 곳에 눈길이 쏠렸다.“차 세워.”기사가 차를 멈춰 세웠다.한준희는 아무 말 묻지 않았지만, 경주는 이미 문을 열고 발을 내딛었다.그는 길을 건너고 곧장 복고풍의 한 양복점으로 향했다.환한 창문밖으로 잘 제작된 양복이 걸려있었다. 머리위 간판에는 ‘구념’이라는 붓글씨가 고풍스럽게 쓰여 있었다.경주는 문득 백소아가 전에 자신한테 선물해줬던 선물박스에도 이 두 글자가 써져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그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가게를 들어섰다. 풍경이 하늘하늘 소리를 냄과 동시에 한 늙은 재봉사가 마중 나왔다.“옷을 찾으실 건가요, 만드실 건가요?”경주는 멍하니 서있다가 한참을 머뭇거리고 서야 입을 떼였다.“아마 약 한달전에 스무 살 정도 되는 여인이 이 가게에서 남자 양복을 만든 적이 있지 않았나요?”“아! 맞아요. 그 아가씨! 아이구, 손재주가 너무 좋아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재봉사는
“참, 저 예쁜 아가씨 옆에 앉은 남자, 혹시 해문 KS그룹의 구윤 회장 아니야?”이유희의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썹은 흥미진진한 스캔들이라도 발견한듯 위로 들썩이고 있었다.“듣자니…… 구윤은 향락을 좋아하지 않는 깨끗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오늘밤은 어찌하여 속세로 내려오셨을까?”이유희와 신경주 모두 인상의 착오가 생긴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애초 구아람의 오빠 넷은 네 쌍둥이였고, 그중 첫째 구윤과 둘째 구진은 외모가 너무나도 닮아 가족들조차도 구분하기 어려웠다.“젠장, 질투 나네, 저렇게 예쁜 여자는 내 애인으로 삼았어야 했는데…… 저 여자도 그래, 뭐 얻을 것이 있다고 구윤 옆에 딱 붙어있어?” 이유희는 말할수록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아래층에 위치한 구아람은 달콤한 미소로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경주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졌다.한때, 그 웃음은 그만의 단독 소유였다.더욱 화가 나는 것은 온갖 구설수가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그녀는 지금, 속 편하게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반면 그는 하루 종일 팽이처럼 돌아가며 여러가지 이슈들을 수습하기 바빴고, 또 어떻게 그녀에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 생각하기 바빴다.“에잇, 차라리 오늘 밤 내가 그녀를 갖는 게 좋겠어, 구윤의 여자인 게 마음에 걸리긴 하나,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지. 골키퍼가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까!”이유희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그녀를 건드릴 생각 마, 저 여잔 내 아내니까.”이유희의 두 눈은 놀라움으로 크게 휘둥그레졌다.“아니, 이젠 전처인가?”신경주는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말을 내뱉은 신경주는 목구멍에 날카로운 가시라도 박힌 듯 따끔해졌다.“엥? 저 사람이 바로 그 목석 같다던 형 전처라고? 눈이 삐었어? 아니면 머리가 고장 난거야? 저렇게 예쁜 여자를 마다 하다니……. 내가 보기엔 그 무슨 김은주보다 백배천배 예쁜 거 같은데……?”신경주가 싸늘한 눈빛으로 이유희를 힐끗 쳐다봤다. 깜짝 놀란 이유희는 황급히 변명했다
“이 미친 년이, 감히 나한테 술을 퍼부어? 너 내가 누군지 알아?”김인후는 얼굴에 묻은 술을 거칠게 닦고는 구아람을 향해 윽박질렀다.“네가 누구던 그런 건 상관 안해, 감히 여자한테 약 탄 술을 줄 생각을 하다니, 짐승만도 못한 새끼…….”구아람은 긴 머리를 뒤로 살짝 넘기며 말했다.여유로운 얼굴로 자신을 조롱하는 모습을 본 김인후는 더욱 열이 받아 씩씩거렸다.주위에 사람들만 없었다면 무조건 눈 앞의 저 여자에게 손찌검을 했을 것이다.소란스러운 상황에 바깥을 지키고 있던 김씨 가문의 보디가드 두 명이 자리로 달려왔다.김인후는 그들을 향해 그녀를 끌어내리라고 슬쩍 눈치를 주었다.이렇게 무례하게 군 여자는 매가 답이다. 그러나 그 매도 침대에서 맞으면 더 그 값어치를 할 것이다.키가 큰 경호원 두 명이 구아람을 둘러쌌다. 비록 취하긴 하였으나 그녀는 흐트러진 정신을 다잡고 그들의 공격을 슬쩍 피했다. 그 바람에 건장한 남자 두 명은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이렇게 느려서야…….”구아람은 지루한 듯 하품을 했다.“빨리 저년 잡아!”김인후는 얼굴을 닦으며 남성들을 향해 소리쳤다.김인후의 재촉에 보디가드 중 한 명이 잽싸게 일어나 구아람의 어깨를 세게 잡아당겼다.순간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구아람의 어깨에 올린 그 남자의 팔을 꺾어 뒤로 넘겼다.180센치가 넘는 거구의 그 남자는 눈 깜박할 사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날렵한 움직임이군……. 딸꾹!”구아람은 딸꾹질을 한 후 몸을 뒤로 젖혔다.순간 한 남자의 강인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뜨거운 숨소리가 그녀의 귀 부근에 맴돌았다.“우…… 누구야? 감히 나한테 손을 대다니!”구아람은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백소아, 눈 뜨고 자세히 봐봐, 내가 누군지…….”익숙한 목소리.냉담하고 침착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충분한 매혹적인 목소리.구아람은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킨 후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신경주의 무심하지만 매력적인 두 눈을 바라보았다.어쩐지
그 말을 들은 김인후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신 회장의 숨겨진 전처가 바로 이 여자라니!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여동생인 김은주조차 감히 비비지도 못할 만큼 뛰어난 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신경주와 돈독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김은주는 이 여자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신 회장님의 전처라 하더라도, 제가 먼저 사과할 이유는 없는데요!”김인후는 체면을 지킬지 언정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만약 저 여자가 먼저 제게 사과를 한다면, 저 또한 없었던 일로 해드리죠!”“내가 한 걸음라도 늦게 왔다면 너희 쪽 사람들이 이 여자한테 무슨 짓을 했을지도 몰라.”신경주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하여 네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야. 그러니 어서 사과해.”김인후는 속으론 두려움에 벌벌 떨었으나, 그 놈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서서히 취기가 올라온 듯 구아람의 작고 하얀 얼굴엔 붉게 홍조가 물들었다.전처가 어떻고 또 사과가 어떻다는 거야…… 혹시 나보고 머리 숙이고 저년한테 사과하라는 거야?저년의 목을 비틀어버려도 시원찮을 판에!이유희는 잘생긴 얼굴에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부하들을 이끌고 걸어왔다.“나를 왜 때려? 이 나라엔 법도 없는 거야?”이유희의 모습을 본 김인후는 두려움에 목소리까지 덜덜 떨려왔다.이유희가 손가락을 까딱하자, 아까 김인후와 같이 술을 마시던 여자가 주춤주춤 다가오더니 이유희 뒤에 몸을 숨겼다.“첫번째, 내 가게에서 여자들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출순 있으나 접대행위는 할 수 없다. 너희들이 돌아가며 이 여자한테 술을 먹인 건 이미 여기 룰을 깨뜨린 거야.”“두번째, 여기선 일체 마약을 금지하고 있어. 내가 평생 제일 혐오하는 것이 내 가게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거야. 누가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고, 감히 이런 일을 저지른다면 난 필시 담궈버릴 테니까.”“넌 여기 있는 아가씨한테 고마워해야 할 거다. 이 아가씨가 아니었다면 넌 이미 죽사발이 되어서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구아람은 옆에 있는 남자를 오빠인 구진으로 착각하고 주저앉아 흐느꼈다 .“신경주는 왜 날 싫어하지……대체 왜…….”그녀의 입에서 자신이 이름이 나오자 신경주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였으나 입을 꽉 깨문채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난 정말 노력했어…… 난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어……. 근데 내가 노력을 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나를 매몰차게 대해…… 대체 왜 그러는거지…… 제발 말해줘!”흐느끼며 울고 있던 구아람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남자의 품에 확 안겼다.그리고 그의 품안에서 눈물 코물 다 흘리며 훌쩍이고 있었다.그의 깔끔한 티셔츠가 구아람의 눈물과 화장으로 인해 얼룩져 버렸다.갑작스러운 포옹에 신경주는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그에게 안긴 구아람이 눈물 흘릴때마다 그 역시 그 눈물이 심장에라도 박힌듯 마음이 아파왔다.한참을 그렇게 있은 후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구아람에게 물었다.“너 정말 신경주를 좋아해?”구아람은 울어서 발그스레 해진 얼굴을 들어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그녀의 앵두같이 빨갛고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그 매혹적인 모습에 신경주는 침을 꿀꺽 삼키며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 가까스로 자신을 절제시켰다.심지어 그는 이 질문을 한걸 굉장히 후회했다.그녀가 그를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이혼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였고 그의 평생의 동반자는 앞으로 김은주가 될것이다.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문이 활짝 열렸다.“신경주!이 파렴치한 놈,김은주로도 모자라 또다시 얘를 꼬시려고?!”구진은 두눈을 부릅뜨고 달려와 구아람을 도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평소 성품이 온화하고 너그러운 구회장이 이렇게 화난 얼굴로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전처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각별한지 느낄수 있었다.알수없는 답답함에 신경주는 숨이 가빠져오기 시작했다.“구회장님,그녀가 주량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바람에 여기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신다면
아람의 방문이 잠기고 핸드폰까지 뺏겨 아무도 연락할 수 없었다. 이 일은 구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경동했다. 아람의 오빠들은 모두 아람의 곁에 있고 싶어 했다. 아니면 경주는 그들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격한 싸움 후 구만복의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구윤과 구진의 부축을 받고 방으로 돌아갔다.“너희 둘, 신경주 편을 들 거면 말도 하지 마, 꺼져!”구진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내가 왜 신경주 편을 들겠어? 내가 미쳤어?”구윤도 눈썹을 찌푸렸다.“저도 그럴 생각이 없어요.”“흥, 양심이 있네.”쿵-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어두운 밤이 번쩍거렸다. 구만복은 창밖을 내다보며 원망했다.“하느님, 왜 신경주가 벼락 맞게 하지 않아요!”구윤가 구진은 말문이 막혔다.“구 회장님!”기 비서는 재빨리 달려오며 땀을 뻘뻘 흘렸다.“구 회장님, 신 사장님이 오셨어요. 지금 문밖에 있어요!”구만복과 구윤, 그리고 구진도 깜짝 놀랐다....오늘 밤의 해문에는 성주보다 비가 더 크게 쏟아졌다. 경주는 문이 닫힌 만월당을 바라보았다. 거친 바람이 경주의 슈트에 들어가며 차가운 기운을 가져다주었다. 아람에게 수많은 전화를 했지만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 경주는 마음이 씁쓸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후회했다.경주는 미친 듯이 아람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슴이 무너진 것 같았고 절망적이었다. ‘다시는 아람을 만날 수 없어?’경주는 멍하니 기다렸다. 온몸이 젖어 핸드폰의 배터리도 다 나갔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때, 폭우에 씻긴 공기에서 무거운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경주가 고개를 들자 깜짝 놀랐다. 눈썹 사이에 총구가 박혀있었다.“신경주, 우리 동생을 해친 사람은 죽어야 해.”눈앞에는 구씨 가문 도련님 백진이었다. 오른손으로 총을 들어 경주의 이마에 댔다. 군모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며 살기 있는 눈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아람은 우리의 공주야. 너 때문에, 널 만나서 인생이 망쳤어!”백진은 빗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람이 나아질 거야. 무조건.”구윤은 억지로 참았다. 하지만 마지막 몇 글자를 말할 때 이미 울컥했다.“그럼 난 뭐 할 수 있어. 뭐 할 수 있어.”구진은 당황했다. 30년 살면서 이렇게 당황한 적이 없었다. 방에서 빙빙 돌며 중얼거렸다.“그래, 그럼 신경주를 죽여버리자!”구진은 말을 마치고 문밖으로 뛰어나가려는 순간 구윤에게 잡혔다.“그만, 그만해!”허스키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을 찔렀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람이 뻣뻣하게 계단에 서 있었다. 청순하던 얼굴이 창백해지며 생기를 잃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3년이 지났어. 3년이나 지났어! 난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왜 계속 언급하고 계속 말하는 거야!” 아람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소리를 질렀다.“여자는 꼭 아이를 낳아야 해? 나 구아람이 아이가 없으면 살 수 없어? 난 아이가 싫어. 아이를 싫어한다고! 난 아이를 갖고 싶은 적도 없어! 다시는 경주를 괴롭히지 마. 아이를 잃은 건 경주와 상관없어. 사고야!”“집사는? 기 비서는? 방에서 나오지 말게 하라고 했잖아!”구만복은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소리를 질렀다.“방으로 끌어가!”“성주로 돌아갈래, 경주를 만나러 갈래!”“꿈 깨! 내가 죽지 않은 한, 그 자식을 만날 생각도 하지 마!”계속 서로 장난만 치던 부녀가 처음으로 서로에게 화를 냈다. 아람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한참 멍해 있더니 갑자기 웃었다.“아빠, 정말 그렇게 무자비해? 아빠는 여러 명과 결혼했는데, 난 경주 하나만 갖고 싶은 것도 반대해?”“아람아.”구윤은 가슴이 아팠다. 지금의 아람이 정서가 불안정하다고 느꼈다.“어르신이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싶어?”이 말을 듣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세 사모님도 놀라서 입을 막았다.“아람아, 너, 너 막 나가지 마. 그 나쁜 자식 때문에 그럴 가치가 없어!”구진은 당황하여 막말을 했다.“허, 구아람, 누구를 놀리는 거야.”구만복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가슴은 이미 찢어질 것
오늘 밤 만월당은 등불이 환히 밝았다. 오늘은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다. 구만복은 유명한 컬렉터다. 그러나 오늘 밤 화나 나서 수십억의 가치가 있는 화병을 여러 개 깨버렸다. 세 사모님은 굳어진 표정으로 구만복의 앞에 서 있었다. 초연서는 당황하여 유민지의 손을 잡았다. 강소연의 마음도 두근거렸다.“너희들, 다 알고 있었네.”구만복은 부들부들 떨면서 화를 냈다.“다 알고 있었는데, 3년 동안 날 속였어. 3년 동안!”“만복아, 우리가 숨긴 건 네가 속상할까 봐 그랬어.”유민지는 애써 진정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건강도 계속 안 좋았잖아. 이런 자극을 받으면 큰일 날 거야.”“하, 하하. 하하하하.”구만복의 훤칠한 몸이 비틀거리며 세 사모님을 가리키며 웃었다.“나한테 잘 보이는 방법이, 아람이 신경주 그 자식과 결혼 생활을 3년 했다는 것을 숨기는 거야? 아람이 몸이 망가졌어. 그것마저 나한테 숨겨? 이게 날 위한 거야?”“만복아! 오해하지 마. 언니가 그런 뜻이 아니잖아!”초연서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유민지를 위해 해명했다. 그러자 구만복은 말을 끊었다.“허허, 역시 친엄마가 아니라서 진심으로 아람을 걱정해 주지 않아. 평소 내 앞에서 화기애애한 척하더니, 다 연기였지? 너희들의 배 속에서 낳은 아이가 아닌데, 어떻게 진심으로 아람을 아껴주겠어?”“구만복,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강소연은 눈을 부릅뜨고 초연서와 유민지 앞에 막아섰다. 유민지는 제때 강소연을 말렸다.“나도 너랑 20년 넘게 보냈어. 언니들은 나보다 더 오래전에 구씨 가문에 왔어. 정말 연기라고 해도 1, 2년은 할 수 있어. 누가 20년 넘게 연기를 하겠어? 아람이 임신을 못 하는데 우리는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아? 그 당시 이 일을 알 때, 너보다 백 배 더 가슴이 아팠어!”말을 하며 강소연은 눈물을 흘렸다. 구만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 늘 강한 강소연은 거의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당시 구만복을 구하기 위해 총을 맞아 죽을 뻔했을 때도 피만 흘리고
경주는 가슴이 아파 옷깃을 꼭 잡았다. 마치 날카로운 칼이 심장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말은 들은 신광구도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구아람 씨가 어르신과 도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저한테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어요. 당시 어르신께서도 부상을 당하셔서 자극을 받을까 봐 걱정되었어요.” “그리고 구아람 씨가 다시는 임신 못 하는 소식이 퍼지면, 앞으로 신씨 가문에서 발붙일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인생이 망할 것 같았어요.”“이거 때문에 비밀을 들었어? 왜 이리 멍청해. 소아도 그때 어렸어. 젊은 아이가 무엇을 알겠어!”신남준은 마음이 아파서 비서를 원망했다.“제 잘못이에요. 어르신, 도련님. 저에게 벌을 주세요. 무엇이든 받아드릴게요.”‘아람아, 왜 이렇게 멍청해!’서 비서가 말을 마친 순간 경주는 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별장에서 달려 나갔다. “도련님!”서 비서가 쫓으러 가려 하자 신남준이 불렀다.“됐어, 가게 해. 경주가 빚진 거야. 내도 소아에게 빚을 졌어. 이 늙은이가 다 갚지 못하니 경주가 남은 생에 다 갚게 해.”...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플래시는 소희의 창백한 얼굴에서 반짝였고 번개보다 더 눈부셨다. “이소희 씨, 사람들 앞에서 구아람 씨가 임신을 못 한다는 사실을 폭로했어요.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이 진단서는 의사에게 돈을 줘서 받은 거예요, 아니면 누가 사적으로 준 거예요?”“구아람 씨의 개인 정보를 폭로하는 건,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이 헤어지고, 자기가 시집가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수많은 기자가 경찰서 밖에서 마치 피비린내를 맡은 상어처럼 소희 앞에 모였다. 대포 카메라들이 소희를 향했다. 원래 비에 젖은 데다 비참하게 밀리고 머리에 악취도 났다. 그 모습은 엄청 비참했다.소희는 수갑을 차고 있었다. 하지만 재벌 신분을 생각하여 경찰은 소희의 두 손에 하얀 천으로 수갑을 감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희는 굴욕을 느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소희는 당
“유산으로 인해 구아람은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 임신도 못 하는 여자를 경주에게 시집보낼 거예요? 경주는 우리 신씨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예요. 구아람과 결혼하면 누가 가업을 물려받아요? 효린과 효정에게 줄 거예요? 그들이 적합해요?”경주의 가슴은 다시 한번 찢어졌다.“어, 어떻게.”신남준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심장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구아람의 문제인데 왜 우리 신씨 가문까지 끌어들여요? 구아람이 운이 없고 복이 없는 탓이에요!”“그런 게 아니에요!”갑자기 서 비서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앞으로 뛰어나가며 소리를 질렀다.“그런 게 아니에요!”신씨 그룹의 세 남자는 깜짝 놀랐다. 서 비서는 신씨 가문에 30년 넘어 있었다. 항상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철저하고 올바르게 일을 처리한다. 이렇게 흥분한 적은 처음이다.“아저씨, 혹시 뭔가 알고 계세요?”경주는 예리하게 서 비서의 생각을 알아채고 눈시울을 붉히며 급히 물었다.“뭔가를 알고 있는 거죠!”서 비서는 눈을 감고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쿵-순간 서 비서는 무릎을 꿇었다.“아저씨!”“서 비서!”신남준은 깜짝 놀라고 마음이 급해서 허벅지를 내리쳤다.“빨리 일어나. 말로 해. 뭐 하는 거야!”경주는 성큼성큼 다가가 서 비서를 일으켜 세우고 싶었지만 고집을 부리며 일어나지 않았다.“제 탓이에요. 제 잘못이에요. 이 사실을 진작에 말했어야 했어요. 말하면 구아람 씨와 도련님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거예요.”서 비서는 흐느끼며 말했다.“그 당시 구아람 씨가 유산할 때 제가 옆에 있었어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부들부들 떨었다.“네? 옆에 있었다고요?”“서 비서!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왜 거기에 있었어?”신남준은 마음이 급하여 목이 탔다.“평소에 말 잘하더니, 지금은 왜 더듬는 거야. 빨리 말해!”“교통사고요, 그 교통사고 때문이에요!”‘사모님, 죄송해요. 더 이상 비밀을 지켜줄 수 없어요.’“교통, 사고?”경주는 문득 기억났다. 2년
어렸을 때부터 위엄 있고 고상하게 자란 신광구는 이렇게 맞고 굴욕을 당한 적이 없다. 그것도 아들 경주 앞에서였다. 체면을 잃고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이 양심 없는 놈!”신남준은 찻잔을 집어 들고 던지고 싶었지만 서 비서가 제때 말렸다.“신 선생, 진정하세요!”신광구는 이마의 상처를 가리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를 악물었다.“친손자, 친아들의 편을 들지 않고 구만복 딸의 편을 들어요? 정말 늙으셨네요. 구만복과 구만복 딸이 우리 신씨 그룹을 계속 곤란하게 해요. 연회에서 J 그룹의 수천억 프로젝트까지 뺏었어요. KS만 아니었더라면 그 프로젝트는 우리 신씨 그룹의 것이에요!”신광구는 신남준에게 화를 낼 뿐만 아니라 경주에게까지 손짓했다.“그리고 너. 자기 그룹을 도와주지 않고 구씨 가문을 도와줘서 KS와 윌슨 부자가 협력하게 해? 네 큰형이 M 국에 있어. 건강도 안 좋은데도 가족을 도와주고 있어. 넌 여자 때문에 이익까지 포기해? 재단의 사장으로서 심각한 실책이야! 이번 실패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해!”경주의 눈빛은 우물 바닥에 떨어진 별처럼 차가웠고 목소리는 쉬었다.“이 책임만 있는 건 아니죠?”신광구는 깜짝 놀랐다.“뭐?”“사람들 앞에서 아버지가 마련한 정략결혼을 거절했어요.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잊으셨어요?”경주의 눈빛은 사람을 소름 돋게 했다.“이소희와 약혼하지 않으면 신씨 그룹에서 꺼지라고 했잖아요. 이제 이씨 그룹이 궁지에 몰리고, 이소희가 아람이 제 아이를 유산한 사실을 폭로하고 사고 친 것을 보니, 피해가 될까 봐 결혼에 대해 모른 척하고 있으셨어요?”서 비서는 깜짝 놀라 식은땀을 흘렸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사모님이 유산한 일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소희는 어떻게 알았어?”“신경주, 너!”신광구는 경주의 폭로에 너무 화가 나서 뇌출혈에 걸릴 뻔했다.“결혼? 이씨 가문 그 계집애랑?”이 말을 듣자 신남준은 찻잔을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신광구, 네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어? 그렇게
‘그래서 우리가 하룻밤을 보낸 두 달 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신 사장님!”한무는 비를 맞으며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걱정했다.“어르신이 사장님과 연락이 안 되셔서 서 비서가 저한테 연락했어요. 어르신께서 연회의 일을 알았어요. 지금 바로 말월교의 별장에 오시래요.”...소희가 윌슨 부자 연회에서 아람의 불임증을 폭로해서 소문이 자자했다. 보안 수준이 높았고 연회에 기자가 없었고, 참석자들은 구씨 가문과 이씨 가문의 압력을 받아 촬영하더라도 기자에게 줄 수 없고 사적으로 인터넷에 올릴 수도 없었다.만약 구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게 들키면 인생은 끝날 것이다. 참석한 게스트는 모두 집계되었고, 조사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불통한 벽은 없어 소식은 여전히 퍼져나갔다. 신남준은 집에서 소식을 접했다. 연회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알았고, 화가 나서 심장마비가 올 뻔했다. 서 비서는 겁에 질려 즉시 주치의를 집으로 불러 언제든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소아야, 우리 소아야!”아람이 신씨 가문의 아이를 임신했었다는 소식을 듣자 신남준은 충격을 받고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바보야. 임신은 중요한 일인데 어떻게 조심하지도 않아. 아이를 잃은 건 괜찮지만, 몸이 망가지면 어떡해. 우리 소아가 불쌍해서 어떡해!”서 비서는 신남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당시 아람이 피를 흘리며 비밀을 지켜달라던 장면이 눈앞에 떠오르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서 비서는 잠시 생각을 하고 입을 열려고 하자 신광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버지, 건강도 안 좋으신데, 너무 격동하지 마세요!”“어떻게 격동하지 않을 수 있겠어? 우리 소아가 경주의 아이를 임신했어. 신씨 그룹의 핏줄이야! 살아있는 아이가 죽었는데, 어떻게 슬프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어?”신남준의 가슴이 아픈 순간 경주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할아버지.”“경주야, 소아는? 구만복이 데려갔어?”신남준은 간절히 물었다. 경주는 울컥하여 말이 나오지 않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도,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임신을 못 하는 사실에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며 하루하루를 보내면 행복도 천천히 사라질 것이다. ‘참 다사다난한 커플이네. 정말 어려운 문제야.’하지만 지운은 일이 더 악화될까 봐 구윤을 타일렀다.“윤아, 어쨌든 신 사장님은 아람과 네 생명의 은인이야. 목숨을 걸고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네가 어떻게 살아 돌아올 수 있겠어? 그럼 난 널 만나지도 못해. 넌 더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거야. 아람도 마찬가지야!”구윤의 눈은 여전히 충혈되었다. 하지만 천천히 주먹을 풀었다.“신경주,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래서 널 봐줄게.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아람의 인생에도 나타나지 마. 네가 아람에게 준 상처들도 용서할게. 하지만 이건 안 돼.”말을 마치고 구윤은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 지운은 안색이 창백한 경주를 바라보고 구윤의 뒤를 따랐다.“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요. 마지막으로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줘요!”경주는 눈물을 흘렸다. 마치 아람이 경주에게 이혼하지 말자고 애원할 때와 같았다. 심지어 그때의 아람보다 더 비참했다.“정말, 정말 아람을 사랑해요. 제발 기회를 주세요.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세요. 제가 속죄하고 죗값을 치를게요!”“그래.”구윤은 차갑게 웃었다. 마치 희망을 주고 다시 희망을 없애는 듯 잔인했다.“우리 동생의 완벽한 몸을 돌려줘. 건강한 자국을 돌려줘. 그럼 반대하지 않을게.”...경주는 주차장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밀려오는 두통에 귀가 윙윙거렸다. 마치 수많은 벌레가 비아냥거리는 것 같았다.‘신경주, 꼴좋네, 정말 꼴 좋아. 넌 죽어도 싸!’“경주야!”유희는 경주의 뒤에서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경주는 마치 좀비처럼 빗속에 서 있었다. 갑자기 두통이 심해져 몸이 휘청거렸다. 눈앞의 모습도 흔들렸다. 유희가 제때 와서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경주는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경주야, 버텨!”유희는 경주
“구 사장님.”경주의 목이 너무 쉬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신, 신경주!”구윤은 붉어진 눈을 부릅뜨고 분노한 맹수처럼 제자리에 뻣뻣하게 서 있는 경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경주는 차가운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보았지만 피하지 않았다.‘때려, 난 맞아야 해. 구윤이 날 죽여도 원망하지 않아.’“윤아, 안 돼!”구윤의 주먹이 경주의 얼굴에 다가갈 때 지운이 제때 나타나 팔을 벌려 백허그를 했다.“놔.”구윤의 입술을 까졌고 마음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싫어!”지운은 부들부들 떨며 구윤의 허리를 꽉 잡으며 헐떡였다.“때려서 뭐 해? 때리면 아람이가 잃은 것을 찾을 수 있어?”“하지만, 이 자식은 죽어야 해!”구윤은 화가 나서 얼굴의 근육까지 떨렸다. 몸부림을 치며 겨우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왜 죽어버리지 않아? 우리 동생, 우리 동생이 이제 임신도 못해! 겨우 25살인데 엄마가 될 권리를 잃었어. 다 네 덕이야. 신경주, 차라리 죽어버려!”‘왜 죽어버리지 않아? 그래, 난 죽어야 해.’경주는 마치 영혼을 잃은 듯 얼굴이 창백했다. 지운은 경주의 낭패한 모습을 모았다. 경주의 검은 머리에서 물이 떨어졌고, 한 방울 한 방울이 창백한 얼굴로 흘러내렸다. 정교한 슈트도 모두 젖었고, 바지와 구두도 흙투성이였다. 구만복이 아람을 데려갈 때 밖에 마침 비가 왔다. 경주는 비를 맞으며 구씨 가문의 차를 쫓았지만 아람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죄송해요, 제 잘못이에요. 제 탓이에요.”경주는 혼비백산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제 탓이에요. 제가 죄인이에요. 죄송해요.”“신경주, 아람이가 얼마나 아이를 좋아하는지 알아? 그 당시 너와 아이를 갖고 싶어 했어.”구윤과 같은 상남자마저 무너져버린 듯 눈물을 흘렸다.“네 와이프로 살던 그 3년 동안, 우리한테 수없이 엄마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어. 심지어 유명무실한 결혼을 계속 떠올렸어. 네가 차갑게 대할 때 아람은 나한테 전화해서 몰래 울었어.”경주의 가슴은 경련이 난 듯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