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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온지유의 안색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앞으로 몇 발짝 걸어간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읍! 읍읍읍!”

커다란 나무 뒤에서 아린이 나왔다. 그녀는 두 손이 포박되어 있었고 안색이 창백했다. 버둥거리며 반항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겁먹은 아린의 뒤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한참 찾았잖아. 애를 죽이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다가와.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온지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날 잡으려고 머리 좀 쓴 모양이네요? 차라리 초대장이라도 보내지 그랬어요. 귀찮게 억울한 사람 끌어들이지 말고.”

“여기서 널 잡는 게 쉬운 줄 알아? 이 정도 노력은 해야지.”

김명무는 온지유를 죽이는 데 실패했다. 심지어 이 동네에서는 섣불리 움직였다가 되레 당할지도 몰랐다.

그는 여이현이 떠날 시간을 노렸다. 그리고 아린이 온지유와 친하다는 것도 파악했다. 이 시간이라면 손쉽게 온지유를 데려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온지유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쪽이 날 죽이려고 했던 거예요?”

“시끄러워!”

김명무는 미간을 찌푸렸다. 인내심이 바닥 난 그는 과일칼을 들고 아린의 목에 겨눴다.

“빨리 와. 너랑 낭비할 시간 없으니까.”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칼 놔요!”

온지유는 손을 들고 천천히 다가갔다.

아린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온지유가 제 발로 함정에 걸어오는 것을 보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녀가 하도 반항해서 김명무는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보자기를 빼냈다. 그녀는 울면서 외쳤다.

“오지 마요! 선생님을 노리고 온 사람들이에요! 저는 괜찮으니까 오지 마요, 제발!”

“내가 안 가면 네가 죽을 거야. 아린아, 난 괜찮아. 괜찮으니까 울지 마. 얼른 집에 돌아가야 네 부모님이 시름을 놓지.”

온지유는 또 김명무에게 말했다.

“이제 아린이 풀어줘요. 제가 왔으니까 애꿎은 사람 건드리지 말라고요.”

아린은 후회하게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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