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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05 19:00:00
멀지 않은 곳에서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미리가 온경준을 태운 휠체어를 밀며 다가왔다. 그녀도 역시나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온지유는 놀란 얼굴로 두 사람을 보았다.

“아빠,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장수희는 계속 자신의 말이 맞는다고 억지를 부리면 될 줄 알았지만 온경준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온경준을 본 순간 장수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주버님.”

온경준은 잔뜩 엄숙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감히 내 딸을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제수씨, 예전에는 그냥 속 좁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본성은 나쁘지 않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속이 썩은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기자들을 불러 내 딸을 모함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아주버님... 그게 아니라... 전 별다른 말 하지 않았어요. 그냥 지유가 숙모인 저를 공경하지 않는다고만 말했을 뿐이에요!”

온경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더는 그녀의 변명을 들을 생각도 없었던 그는 결판을 내리기로 했다.

“우리 지유를 대체 뭐라고 생각한 거죠?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런 수단을 쓰다니요! 세상 사람들에게 그렇게 알리고 싶어 하니 그럼 밝혀도 되겠네요. 제수씨네 가족들이 그간 얼마나 부도덕한 짓을 했는지!”

장수희는 그제야 두려움을 느끼며 울면서 말했다.

“아주버님. 아주버님 안 돼요. 아주버님은 재준 씨 형이잖아요. 동생이 죽어가고 있는데 그러시면 안 되잖아요!”

정미리는 불쌍한 척 연기하는 정수희를 더는 참아 줄 수가 없었다.

“동서, 이건 동서가 응당 받아야 하는 대가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말해야 우리 딸이 얼마나 억울한지 밝힐 수 있지 않겠어?”

판이 뒤바뀌어졌다.

장수희 가족은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그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형으로서 온경준은 최대한 온재준의 가족을 도와주었으나 그들은 도와준 은혜도 모르고 그의 딸을 모함하고 있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씨X, 반전이 있었어. 뻔뻔한 건 저 모녀였다고! 모두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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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지유도 예상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그게 누군데요?”장수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이름은 몰라. 이름을 물어볼 새가 없었거든. 그냥 아주 젊은 아가씨였어. 내가 정말 미쳤지, 낯선 사람의 말을 철썩 믿었다니!”낯선 사람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더 시끄럽게 곡소리를 내었다.그러나 온채린은 네티즌의 악플 공격을 견뎌낼 수가 없었는지 창백해진 안색으로 울면서 말했다.“어떻게 해요. 전 이제 끝났어요. 인턴은커녕 아무런 회사에서도 저를 받아주지 않으려고 할 거예요. 언니, 제발 살려주세요. 여진에서 인턴으로 취직 안 해도 돼요. 그러니까 제발 아니라고만 말해주세요. 제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한 마디만 해주세요.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고 취직해요!”모녀는 온지유에게 다가가 빌었다.“지유야, 내가 이렇게 빌게. 네 동생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한 번만 봐줘. 내가 이렇게 네 앞에 무릎을 꿇고 빌게!”장수희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딸을 위해 어떻게든 용서를 받으려고 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수록 그녀에게 잔인하게 돌아왔다.정미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더니 일으켰다.“무릎 꿇을 필요도 없어. 괜히 우리가 괴롭힌 거 같잖아. 잊지 마, 모든 악행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사람들 속에서 구경하던 주소영은 상황이 역전하고 온지유가 뭔가를 눈치채자 안색이 파랗게 질려버렸다.온지유가 이렇게나 운 좋은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런 상황도 뒤집을 수 있다니 말이다.그녀는 들키고 싶지 않아 얼른 사람들 속에서 빠져나왔다.기자도 자신이 했던 질문이 공격스러웠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장수희 모녀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자 그제야 온지유에게 말했다.“온지유 씨, 방금은 죄송했습니다. 제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런 질문을 했네요. 하지만 이미 방송에 나갔고 저분들이 온지유 씨를 모함한 건 선을 넘은 행동이니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하기를 바랍니다.”그러면서 기자는 떠보듯 말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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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뒷모습은 누군가와 아주 닮아있었다. 그래도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기에 온지유는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려고 했다.이때 한 사람이 그녀의 손목을 잡으면서 말했다.“지유야, 숙모가 잘못했어. 앞으로 다시는 너한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을게.”장수희는 경찰서에 가는 것이 두려웠다. 자칫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온지유의 용서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이거 놔요.”온지유는 마음이 급했다. 익숙한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고는 있는 힘껏 벗어나려고 했다.하지만 장수희의 손아귀 힘은 아주 강했다. 그녀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내가 밉다고 해도 네 작은아버지한테 이러면 안 되지. 너도 온씨 성을 가졌잖니. 나랑 채린이 감옥에 가면 네 작은아버지가 어떻게 살겠어?”온채린은 급기야 무릎까지 털썩 꿇었다.“언니! 제발 용서해 줘요. 저 아직 졸업증도 받지 못했어요. 감옥에 다녀오면 누가 저를 직원으로 채용하겠어요.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언니, 우리 친척이잖아요.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줘요, 네?”“나도 이렇게 무릎을 꿇으마, 지유야.”두 사람은 온지유를 잡아당기면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큰길 건너편에서 뒷모습은 점점 작아졌다. 차량이 지나가면서 일어난 차가운 바람이 피부에 닿아 찢길 듯이 아팠다.온지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놔요! 당장 놔요!”끼익!“지유야!”두 사람이 밀고 당기는 가운데,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던 온지유는 그대로 밀려났다. 지나가던 차량이 미처 브레이크를 밟지 못할 정도의 거리에서 말이다.빠르게 달려오는 차량을 보고 온지유는 죽음을 예감했다. 이때 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힘껏 옆으로 끌어당겼다.두 사람은 바닥에서 몇 바퀴를 굴렀는지 모른다. 다행히 온지유는 아픈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러나 남자의 신음을 듣고 정신을 화들짝 차렸다.그녀를 안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여이현이었다. 이곳에서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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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지유는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못이 하도 깊게 박혀서 수술해야만 뺄 수가 있었다.‘장기가 손상된 건 아니겠지?’이때 뒤늦게 도착한 정미리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었다.“이현이는 어떻게 됐니?”“아직 수술실에 있어요.”“내가 별꼴을 다 보는구나. 장수희 그년이 하다 하다 내 사위까지 건드리네.”온경준은 말없이 곁에 묵묵히 서 있었다.잠시 후 수술을 끝낸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선생님, 수술은 어떻게 됐어요?”“못은 안전하게 빼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기를 건드리지 않아서 그냥 며칠 쉬다 가시면 됩니다.”사람들은 이제야 시름을 놓았다.온지유도 마찬가지다. 여이현이 다친 데 그녀는 자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마취가 깨지 않은 여이현은 일반 병실로 올라갔다. 온지유는 병실 밖에 앉아서 조금 전의 장면을 되새겼다.때로 여이현은 정말 그녀에게 잘해줬다. 하지만 또 때로 없던 정도 사라질 만큼 매정했다.정미리는 그녀가 여이현을 걱정하는 줄 알고 위로했다.“지유야, 이현이는 무사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온지유는 고개를 들어 정미리와 온경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병원에는 제가 있을게요. 두 분 피곤할 텐데 먼저 돌아가요.”온경준은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어찌 됐든 여이현은 온지유를 구해주려다가 다친 것이기 때문이다.“이현이 깨어나는 건 보고 가야지.”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20분 후, 여진숙이 황급히 달려오면서 물었다.“이현이는 어떻게 됐니? 내 아들 어떻게 됐어?”여진숙은 병원 입구에서부터 길을 물어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내 아들 어떻게 됐냐고!”그녀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그러다가 병실에 누워있는 여이현을 발견했다.이때 정미리가 나서서 말했다.“이현이는 아직 자고 있어요. 의사가 큰 문제 없다고 했으니까...”짝!여진숙은 이를 악물고 온지유의 뺨을 때렸다. 넋이 나간 온지유는 멍하니 여진숙을 바라봤다.“또 너니?”여진숙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온지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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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진숙은 콧방귀를 뀌었다.“나도 아들이 걱정돼서 이러는 거 아니겠어요? 우리 아들이 당신 딸년이랑 결혼해서 무슨 얻은 게 있는데요. 하루 종일 도와주다가 이렇게 손해만 보잖아요.”이렇게 말하던 여진숙은 또 피식 웃으며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지금 누구 앞에서 사이좋은 척 지X 떠는 거예요? 우리 집안에 20억 원을 받고 딸년을 팔 때는 아주 신나 보이더군요.”“됐어요!”온지유는 차가운 표정으로 외쳤다. 여진숙이 20억 원 때문에 그녀를 무시하는 건 똑똑히 알았다. 아니, 그 20억 원이 없더라도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가 여호산의 제안에 응한 이유 중 20억 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여이현을 좋아하는 마음이었다.여호산도 그것을 보아냈기 때문에 결혼 얘기를 꺼냈을 것이다. 만약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녀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지난 시간 동안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여이현에게 준 가치는 20억 원을 진작 초과했다. 그러므로 여진숙의 모욕을 가만히 듣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저를 욕보이는 건 상관없지만, 가족까지 건드리지는 마시죠.”“하! 그 대단한 가족은 왜 너 빚을 갚아주지 않았다니? 응?”정미리는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도 여진숙의 비웃음은 들어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우리가 돈을 보고 애들을 결혼시켰다는 거예요?”“지금 충분히 명확하게 말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집안에 돈이 많다 보니 다들 기어오르려고 하더군요.”여진숙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온지유 일가가 너무 혐오스러웠다.“저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돈이고 뭐고, 지유 행복이 가장 중요해요!”“행복이요? 그럼 댁 딸년이 행복한지 물어본 적 있어요? 내 아들은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댁 딸년만 아니었어도 진작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했을 거예요.”정미리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여진숙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던 것이다.온경준은 오래도록 침묵했다. 이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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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쪽 집안 사람들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여진숙은 주소영을 바라보며 충격에 빠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 기다리다가 다시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 내 아들의 아이를 가졌다고?”주소영은 마음이 불안했다. 이런 말을 꺼낸 결과를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저... 대표님의 아이를 가졌어요.”이번에는 모두가 똑똑히 들었다. 처음 만난 여자가 여이현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말이다.온경준과 정미리는 잠시 넋이 나갔다가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엇보다도 여이현이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온지유가 그동안 여씨 가문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안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반대로 여진숙은 매우 기뻤다. 그녀의 입장에서 상대가 누구인지는 크게 상관없었다. 그저 여씨 가문의 후손을 낳아주기만 하면 되었다. “그게 정말이니?”여진숙은 급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임신한 지는 몇 달 되었니?”여진숙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주소영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일이 생각보다 훨씬 쉽겠는데...?’“그게... 한 달 좀 넘었어요.”여진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아직 티가 안 나겠구나. 초기에는 무조건 조심해야 해. 이현이도 참... 이런 일은 나한테 말해줬어야지.”여진숙은 주소영의 손을 잡으며 친절하게 대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여이현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을 말해서 뭐 해요.”여진숙은 주소영이 온지유를 난처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아이까지 있다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이현아, 자신의 명예를 걸고 이런 거짓말을 할 여자는 없단다. 이 아가씨가 누군지 소개해 봐.”여이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모든 증거가 주소영이 그의 방에 들어갔다고 나타냈다. 하지만 그의 직감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그는 여러 번 조사를 지시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CCTV 기록 탓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더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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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일은 없습니다. 저는 평생 다솔 씨 한 사람만을 사랑할 거예요. 다른 여자는 절대 쳐다보지 않을 겁니다.”배진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마음을 전했으니 부모가 계속 자기 뜻을 고집한다 하더라도 석규리는 최소한 자존심을 지킬 거라고 생각했다.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을 품었다 해도 한 남자에게 매달리며 스스로를 깎아내리지는 않을 거라 여겼다.그러나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석규리의 시선은 여전히 배진호를 따라다녔다.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진호 씨, 당신이 지금 당장 다솔 씨를 잊지 못해도 상관없어요.우리는 아직 젊고 시간은 충분히 많잖아요. 언젠가 당신이 제 마음을 받아들일 거라고 믿어요.”“그리고 지금 다솔 씨를 잊지 못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에요. 당신이 정이 깊은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나중에 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저에게도 그렇게 깊은 사랑을 줄 거라고 믿어요. 우린 정말 행복한 한 쌍이 될 거예요.”그녀의 말은 배상준과 정미진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정미진은 석규리의 손을 꼭 잡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권다솔이 대단한 집안 딸일지 몰라도 굳이 돈 때문에 아들의 결혼을 희생해야 할 만큼 가난하지는 않았다.정미진은 단지 아들이 진심으로 사랑받으며 살길 바랐다.권다솔?정미진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늘 행동이 차분하지 않은 것 같았고 유산된 아이가 과연 배진호의 아이였을까 하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오히려 아이가 유산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만약 아이가 태어났다면 배진호는 평생 속아 남의 아이를 키우며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어머니로서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게 할 수 없다.“어차피 이제 아이도 없잖아. 둘이 바로 이혼해. 그게 제일 좋고 짐도 없게 되잖아.”정미진은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하지만 그녀는 이 말이 배진호의 인내심을 완전히 끊어버렸다는 사실을 몰랐다.배진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짐이라고요? 그 아이는 제 첫 아이였습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00화

    박경미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더는 말릴 수가 없었다.여하간에 부부 사이의 일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수 없었으니까.그녀는 그저 조급해할 수밖에 없었다.“다솔 씨.”배진호는 성큼성큼 현관 쪽으로 갔다.“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와요. 언제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해요.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요.”“대표님, 이해 능력이 달리는 거예요, 아니면 날 바보로 취급하는 거예요?”권다솔은 어처구니가 없었다.“말했잖아요. 이 집에서 나가겠다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다고! 나가서 바람 쐬러 가는 게 아니라 영원히 배진호 씨 아내로 살고 싶지 않다고요! 아직 꿈이 덜 깬 거라면 방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요!”두 사람의 사이는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아이가 그들의 곁을 떠난 것처럼 만회할 여지라곤 없었다.권다솔은 혼자 캐리어를 끌며 현관으로 나갔다.배진호는 도와주고 싶었으나 손을 뻗자 그저 그녀의 옷자락에 닿을 뿐이다. 심지어 옷자락도 그의 손아귀에서 스르륵 빠져나갔다.그는 그저 배진호가 혼자 차에 올라타고 이곳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사모님 오늘 화가 엄청 나신 것 같네요. 이렇게 화가 난 모습은 처음이에요. 그래도 여자들은 마음이 약해서 잘 달래주면 다시 돌아오실 거예요.”지켜보던 박경미가 다가와 배진호를 위로해주었다.평소 두 사람이 알콩달콩 지내던 모습을 아주 많이 봐왔기에 만약 정말로 이대로 끝난다면 너무도 안타까울 것 같았다.배진호도 그 사살을 알고 있었으나 두 사람 사이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오늘 이 일뿐만이 아니었다.아기와 두 사람의 부모님도 그들이 넘어야 할 산이었다. 너무도 높은 산이라 정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하지만 그는 이대로 권다솔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그는 현관에 한참을 서 있었다. 얼마나 서 있었을까, 자동차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권다솔이 돌아온 줄 알고 고개를 들었지만 차에서 내린 사람은 그의 부모님과 석규리였다.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으니 가족처럼 보였다.“진호 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9화

    배진호의 손은 허공에 멈추었다.그래도 권다솔을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상처가 될까 봐 두려웠다.“제발, 제발 가지 말아요. 앞으로 절대 그런 곳에 안 갈 거예요.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않을게요. 난 오직 다솔 씨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그럼 내 배 속에 있던 아기는요?”권다솔은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배에 가져다 댔다.너무도 평평했다.배진호의 두 눈엔 괴로움으로 가득했다.권다솔도 가슴이 아팠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말해 봐요. 우리 아기는요? 우리 아기는 돌아올 수 있어요? 그럴 수만 있다면 난 진호 씨가 어떤 여자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설령 내 앞에서 보란 듯이 입을 맞춘다고 해도 난 내 아기만 있으면 상관없어요.”그녀에게 배 속에 있던 아기는 세상이자 전부였다.설령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아기만은 무사하길 바랐다.“다솔 씨,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다솔 씨뿐이에요. 만약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난 거라면 날 때리고 욕해도 돼요. 그러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배진호는 알고 있었다. 권다솔이 한 말은 자신뿐만 아니라 권다솔에게도 상처를 주는 말이라는 것을.권다솔은 육체적인 고통과 유산으로 인한 심리적인 고통도 느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고작 몇 마디 말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아이를 잃었다는 충격에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이런 상황에 남편으로서 그는 아내를 도와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했으니 그도 자신이 용서되지 않았다.비록 그 일은 그의 의지대로 한 것은 아니지만 권다솔에게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었다.“난 진호 씨의 사랑에 대해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어요. 그래서 난 그때 내가 본 걸 받아들일 수 없는 거예요. 그 집으로 찾아갔을 때 나는 어떻게든 진호 씨를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어요. 근데 방 문을 여니까 두 사람이 껴안고 있지 뭐예요.”그때의 기억만 떠올리면 권다솔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8화

    비록 어리긴 했으나 그동안 평온하게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었다.혈연관계가 없는 가족이긴 하나 다들 그녀에게 잘해주었고 이곳에 있으면 안전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평온하고 즐겁게 정원에서 흙장난해도 되었고 언제든 가족들과 함께 도망갈 준비 하면서 불안하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만약 이대로 보내진다면 임무를 완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가족도 여전히 만날 수 없게 될 것이고 혼자 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해야 한다.소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절망적이었다.“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앞으로 아무도 해치지 않을게요. 제발 여기에 남게 해주세요.”설령 별이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늦었어. 이젠 널 안 믿어.”별이는 온지유 곁으로 갔다.지난번은 별이가 소미를 데리고 가자고 애원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였다.별이는 온지유와 여이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아빠, 엄마. 절대 쟤를 여기에 남게 하면 안 돼요. 또 하윤이를 해치려고 할 테니까요.”처음이 있다면 두 번째도 있는 거고 세 번째도 있을 것이다.여이현은 별이를 안아주었다.“지금 바로 대사관으로 데리고 가야겠어. 그 뒤로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야. 누군가 알아서 Y 국으로 보내주겠지.”소미가 살던 나라로 돌아가 어떤 대우를 받든 그들과 상관없는 일이었다.여이현과 온지유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었다.만약 처음부터 소미가 솔직하게 전부 털어놓았다면 어쩌면 도와주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온하윤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난 이상 그들은 소미를 용서해줄 리가 없었다. 그건 친딸을 배신하는 일이었으니까.소미는 여전히 우는 것으로 어떻게든 마음을 되돌려보려고 했으나 온지유는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결국 억지로 질질 끌고 나와 차에 태웠다.소미의 울음소리는 대사관을 향하는 길 따라 점차 멀어졌다....한편 권다솔 쪽.배진호가 몇 번이나 말렸지만, 권다솔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짐은 이미 다 챙겨놨어요. 진호 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7화

    별이는 화가 치밀면서도 후회가 되었다.그날 여이현과 온지유는 소미를 보육원에 데리고 가겠다고 했었으나 그가 소미가 마음에 든다며 데리고 가자고 말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동생으로 대했던 소미가 이런 살인범일 줄은 몰랐다.“사라져! 내 앞에서 사라지라고! 다시는 네 얼굴 보고 싶지도 않아!”소미는 별이의 소매를 잡았지만 별이는 가차 없이 쳐냈고 다시 바닥에 쿵 하며 넘어지게 되었다.케이크를 들고 온 김명자가 이 장면을 보고 얼른 소미를 부축하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별이의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불쌍한 척하지 마. 너 정말 가식적이다. 정말 역겨워. 내 동생한테 독을 먹이고도 내가 널 불쌍하게 여기리라 생각한 거야?”김명자는 걸음을 멈추었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독이라고?'고개를 돌려 소미를 보았다. 이런 어린아이가 독을 탔다니. 기껏해야 자신의 허리까지 오는 아이가 이런 사악한 짓을 했으리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김명자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알게 되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케이크를 보았다.“그러니까 나한테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한 것도 전부 거짓말이겠네요? 일부러 날 하윤이 곁에서 떠내려고! 어쩐지 어제 타르트가 먹고 싶다고 해서 기껏 만들어줬더니 몇 입도 안 먹더라니!”김명자는 놀라운 사실에 등에 식은땀이 났다.만약 온지유이 제때 달려와 현장을 잡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정말로 이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잘해줬을 것이다. 그저 소미가 원래부터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이현 씨, 난 이 애를 단 1초도 눈앞에서 보고 싶지 않아. 얼른 어디로 보내버리자.”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여이현에게 말했다.“근데 어디로 보내지?”지금 제일 문제인 것은 소미가 외국인이었다는 점이다.국내에 신분증도 없었기에 불법으로 이곳에 거주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보육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설령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이런 어린아이를 경찰은 어디로 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감방에 보낼 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6화

    이 말을 하고 나니 온지유는 등골이 다 서늘해졌다.그녀는 정말로 다른 사람은 의심했어도 소미를 의심한 적 없었다. 심지어 집에 나쁜 사람이 몰래 들어와 온하윤에게 손을 댄 것은 아닌지 의심했었다.그런데 고작 6살 즈음 되는 아이가 그녀의 딸을 독살하려고 했었다니.“뭐?”여이현도 믿어지지 않았다.하지만 현장을 잡아냈고 손에 약병까지 들려있었기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두 사람이 받은 충격보다 별이가 받은 충격이 더 컸다.별이는 온하윤이 좋아하는 고양이 인형을 들고 계단에서 내려온 뒤 원망 가득한 두 눈으로 소미를 보면서 있는 힘껏 밀쳐 넘어지게 했다.넘어지면서 소미의 손바닥이 바닥에 쓸려 까지게 되었고 서러운 마음에 바로 눈물을 흘렸다.“네가 울긴 왜 울어? 내 동생이 너한테 무슨 짓을 당했는데! 이 작은 하윤이 몸에 주삿바늘 가득 꽂혀 있었던 이유가 전부 너 때문이었다는 거잖아.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별이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해할 수도 없었다.그들이 그간 소미에게 얼마나 잘해줬는가.설령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이렇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온하윤의 목숨까지 앗아갈 정도로 복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엉엉엉...”소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릎을 감싸 안으며 고개를 파묻은 채 울기만 했다.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온지유는 화가 났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만약 소미가 어린아이가 아니라 성인이었다면 여이현과 온지유는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것이다.그런데 온하윤에게 독을 먹인 사람은 하필이면 어린아이였다. 그것도 막 부모를 잃은, 갈 곳이 없는 아이였다.“아니지. 이 약은 어디서 난 거니? 네 아빠가 이미 돌아가시고 네 엄마도 널 버렸으니 의지할 곳이 없는 거잖아. 그런데 이 약은 대체 어디서 구한 거니?”온지유는 중요한 문제를 물었다.아이가 이런 약을 손쉽게 구할 리가 없었다.그렇다는 건 누군가 처음부터 그들에게 소미를 접근하게 하고 화재와 여러 가지 사고를 우연인 것처럼 위장하게 했다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5화

    “그래요. 그럼 내가 가서 작은 케이크라도 만들어올게요. 저녁이니까 간단한 거로 먹을까요?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건 내일 만들어 줄게요.”김명자는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소미는 아주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온하윤에게 약을 먹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1, 2분이면 충분했다.김명자가 주방으로 간 뒤 소미는 이내 별이에게 찰싹 붙었다.“오빠, 하윤이 애착 인형이 있는 거 기억해? 그 고양이 인형 있잖아. 하윤이는 그 인형을 아주 좋아했었어.”“응, 기억해.”별이는 그 인형을 알고 있었다.그 인형은 별이가 부모님과 함께 외출했을 때 우연히 들어간 장난감 가게에서 직접 고른 온하윤의 선물이었다.그때 그도 온하윤이 그 인형을 아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온하윤은 그 인형을 끌어안은 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 인형이 지금 2층 테라스에 걸려 있어. 오빠가 가져다주면 안 돼? 하윤이가 그 인형 없으면 잘 자지 않잖아.”소미는 계속 머리를 굴렸다.지금 소미의 모습은 완전히 동생을 지극히도 생각하는 모습이었다.누구도 모를 것이다. 이런 순진한 얼굴 뒤에 어떤 검은 속마음이 숨겨져 있을지.별이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동생이 위험해지리라는 것을 몰랐고 순진하게 소미의 말을 믿었다.“그럼 내가 가서 가져올게.”별이가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소미는 소파 위에 있던 쿠션을 치웠다. 그 틈 사이에서 찾은 가방에서 약병을 꺼냈다.약병의 마개를 뽑은 소미는 천천히 온하윤에게 다가갔다.온하윤은 원래 잠들어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들리는 인기척에 바로 놀라 크게 울기 시작했다. 소미는 빠르게 손으로 온하윤의 입을 막아버렸다.“울지 마! 네가 울면 모두가 모일 거라고!”소미는 온하윤이 보면 볼수록 싫었다.들고 있던 약을 어떻게든 빨리 온하윤의 입에 털어 넣으려고 했다.하지만 온지유의 행동이 더 빨랐다. 바로 소미의 팔을 잡으며 차갑게 따져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저, 전 아무것도 안 했어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4화

    “다른 사람들은 다 가까이 다가가도 되는데 왜 나만 안 돼? 지금 날 따돌리고 있는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가족처럼 지내? 애초에 날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던 거잖아!”소미는 말을 하면 할수록 괴로웠다.만약 온하윤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진다면 별이에게 남은 동생은 자신 한 명뿐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녀에게만 잘해줄 것이고 모든 사람들의 관심도 그녀에게만 쏟아질 것이니 온하윤 때문에 누군가 자신에게 짜증을 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약을 더 먹이는 거였는데.'‘그래, 어차피 약병은 내 가방에 있어. 그 나쁜 사람들이 그 약의 효과가 엄청나다고 했었어. 반병만 먹어도 어른 한 명은 거뜬히 죽일 수 있다고 했으니까 아기한테는 그 절반을 먹이면 되겠지.'‘기회를 봐서 조금만 더 먹이면 돼. 그러면 온하윤은 이 세상에서 완벽히 사라질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엄마도 볼 수 있고 별이 오빠도 온전히 내게만 잘해줄 거야.'“이상한 생각하지 마. 우린 가족이 맞아. 우리가 가족이니까 동생을 챙겨야 하는 거고 엄마도 배려해 줘야 하는 거야.”별이는 계속 설명했다.그러나 아무리 설명해도 소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였다.그들은 한 가족이 되었다곤 하지만 온하윤은 유독 그녀만을 보면 울기 시작했다.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온하윤에게 다가가는 것은 괜찮았지만 유독 그녀만 다가갈 수 없었다. 가족이라면 차별하지 않는가.“어쨌든 지금은 혼자 놀고 있어. 난 엄마를 도와서 하윤이를 돌봐야 하니까. 하윤이가 나아지면 그때 같이 놀아줄게. 그때 가서 우리 같이 아쿠아리움도 가자.”“그럼 그때 가서 하윤이도 데리고 갈 거야?”소미가 물었다.별이는 곰곰이 생각했다.“아마 당연히 데리고 갈 것 같아.”“그럼 그때 오빠 동생이 방금처럼 울면서 칭얼대면?”“그럼 다음에 가면 되지.”그녀가 한 질문에 별이는 빠르게 대답했다.어쨌든 그들에겐 시간이 많았으니 급할 건 없었다.오늘 갈 수 없다면 내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3화

    “이미 열이 내렸다고 하지 않았어?”소미는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온하윤을 보며 순간 또 나쁜 마음을 먹게 되었다.‘온하윤은 이미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서 별이 오빠를 빼앗아 가는 거야?'분명 별이와 함께 놀고 싶었으나 별이는 그녀의 작은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응, 열은 내렸는데 그래도 좀 걱정돼서.”별이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보이었다. 어느새 소미를 보는 시선엔 짜증이 조금 섞여 있었다.“일단 혼자 놀고 있으라니까. 나 좀 그만 찾아와. 하윤이는 내 동생이니까 내가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별이는 전처럼 소미가 귀엽게 느껴지지 않았다.그의 친동생은 온하윤이지 소미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소미를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려고 했다.그런데 지금 온하윤은 아팠다. 언니로서 소미도 자신처럼 걱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소미는 계속 자신을 찾아오며 놀아달라고 칭얼대고 있었다.“오빠?”소미는 당황하고 말았다.방금 별이는 있는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처음이었다. 별이가 이렇게까지 짜증을 낸 적은.순식간에 눈에 눈물이 맺혔다.“미안해. 내가 오빠를 방해하고 있었어. 오빠한테 자꾸 놀아달라고 칭얼거리면 안 되는 건데. 그럼 오빠랑 같이 하윤이를 돌봐도 돼?”“그래. 나도 미안해. 일부러 짜증을 내려던 건 아니었어. 그냥 난 지금 놀 기분이 아니었을 뿐이야.”별이는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온하윤은 아기였기에 아무것도 몰랐다. 그랬기에 소미의 행동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 행동임을 몰랐다.하지만 아기들의 감은 정확했다.소미가 다가온 순산 조용하던 온하윤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소미가 다가갈수록 더 크게 울어댔다.“하윤아, 뚝. 괜찮아. 오빠가 옆에 있잖아.”별이가 얼른 온하윤을 토닥여주며 달랬다.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소미가 이 자리에 있는 한 온하윤은 울음을 그칠 생각이 없었다.빠르게 집 안의 사람들도 아기의 울음소리에 모여들었다. 소미는 덩그러니 서서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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