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89화

작가: 류한나
정미진은 순간 당황했다.

그동안 배진호가 모든 걸 양보했던 이유는 그녀가 병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크게 소란을 피울 것이고 결국 권다솔과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었다.

이런 가능성을 떠올리자 정미진은 두 눈이 깜깜해졌다.

“진호야, 엄마 말 좀 들어봐.”

“사실이 이렇게 뻔히 드러났는데 뭘 더 설명하시겠다는 거예요? 나이도 있으신 분이 어찌 이렇게 어린애처럼 구세요?”

배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걸로 농담하면 안 되죠.”

의료 기록에는 명확히 병명이 적혀 있었고 게다가 이미 전문가와 상담한 후였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되는 병이었다.

지금 수술을 받으면 완치 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조금만 더 늦추면 수술해도 병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는 정미진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내가 이러는 것도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네가 내 속을 좀 덜 썩이면 이렇게까지 거짓말할 필요도 없잖니.”

정미진은 더 이상 변명이 통하지 않자 모성애라는 명분을 내세워 배진호를 압박하려 했다.

장황하게 이유를 늘어놓으며 말했지만 그는 예상과 달리 소리를 지르거나 격하게 화내지도 않았다. 그저 병상 앞에 서서 슬픈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원하던 건 전부 이루셨잖아요. 이젠 제발 말 좀 들으세요.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치료받으세요.”

그제야 정미진은 깨달았다.

그는 그녀가 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아냈지만 그녀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거면 됐지!’

그녀는 계속해서 이 핑계로 배진호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요할 수 있었다.

정미진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권다솔과 이혼해. 네가 이혼 서류를 엄마 앞에 가져오는 날부터 엄만 치료받을게.”

“이미 이혼 절차는 끝냈어요. 지금은 이혼 숙려 기간일 뿐이에요.”

배진호는 차분히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해야 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화를 내면 몸을 전혀 돌보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눈앞에 이혼 서류가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0화

    “병이 있는 사람이 치료를 받는 건 생명을 연장하려는 거고 병이 없는 사람이 치료를 받는 건 장수하는 사람이 목을 매달겠다는 거나 다름없지. 그냥 속이려고 한 말이야.”정미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자식은 결국 부모를 이기지 못하는 법이지.’그는 원래 배진호가 이미 의료비를 납부했다고 말하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돈을 냈건 안 냈건 그녀가 병이 없는 이상 제대로 된 환자처럼 치료를 받을 리 없었다.그리고 배진호에게 의료비를 환불하면 명백히 어떤 속임수가 있다는 걸 드러내는 꼴이었다.고민 끝에 그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이렇게 할까? 매일 약을 가져다줄 테니 먹지 말고 수액도 맞지 마. 그럼 혹시라도 네 아들이 물어보면 우리 둘 다 곤란하지 않을 거야.”“그래, 네 말대로 할게. 역시 의사라 그런지 머리가 참 좋네.”그녀는 자신에게 큰 재앙이 닥쳐오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비행기에서 내린 뒤 권다솔은 바로 집으로 향했다. 남태건은 평소처럼 손에 크고 작은 선물을 들고 그녀의 부모님께 극진히 대하고 있었다.그녀의 부모님은 예전과 달리 그에게 예의를 갖췄지만 거리감을 유지하며 말했다.“태건아, 우리한테 이런 거 줄 필요 없어.”“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돈이 꽤 들었을 텐데 우린 답례로 줄 것도 없으니 그냥 안 받는 게 낫단다.”남태건은 말에 숨긴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들은 지금 그를 전혀 반기지 않았고 자주 만나는 것도 원치 않았다. 결혼 얘기는 더더욱 바라지 않는 듯했다.그가 더 애써 만회하려 하면 할수록 김영은은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그만 돌아가.”“제가 뭐가 부족한지 말씀만 해주세요. 다 고치겠습니다. 제발 이렇게 단번에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남태건은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너무 갑작스러운 나머지 둘은 깜짝 놀란 채 그를 일으키려 했다.하지만 남태건은 끝까지 무릎을 꿇고 꼼짝하지 않았다.“만약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저를 쫓아내신다면 계속 무릎 꿇고 있을 겁니다.”“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1화

    그녀는 단순히 남태건을 비웃은 게 아니라 자신마저 비웃었다.정말로 몇 번이나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다.“신뢰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는 거예요. 이제 그만 가세요. 부모님께 무릎을 꿇는 건 괜찮지만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정말 아니에요.”“권다솔!”남태건은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그는 손에 힘을 가했다. 혹시라도 손을 놓는 순간 그녀를 영원히 잃게 될까 봐 두려웠다.“어서 돌아가요. 앞으로 태건 씨만의 인생을 사세요. 저도 제 인생을 살 거예요. 이미 말했잖아요. 우리 둘은 친구조차 될 수 없다고.”권다솔은 아예 외투를 벗어버렸다.남태건의 손에는 외투만 남아 있었고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다.그는 그녀가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김영은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지만 하려던 말을 애써 삼켜버린 채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집에 돌아온 권다솔은 부모님께 아까 얘기는 하지 않고 곧바로 회사 얘기를 꺼냈다.“아빠, 엄마. 오늘 오후부터 바로 회사로 가서 일하고 싶어요. 직책은 정해 놓으셨어요?”“굳이 이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이틀 정도 푹 쉬어라.”비록 권용민은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막상 그녀가 출근하려 하니 마음이 약해졌다.아직 회사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면 자유롭게 놀 수 있었지만 정식으로 출근하게 되면 다른 직원들처럼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고 함부로 결근할 수 없는 생활이 될 터였다.“아빠 머리에도 이제 흰머리가 있네요.”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흰머리를 뽑아주었다.권용민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몇 가닥뿐이야. 나도 거울 보면서 봤어. 내 나이에 흰머리 있는 건 정상이지.”“관리를 잘하면 아빠 나이엔 여전히 까만 머리를 유지할 수 있어요. 제가 걱정되는 건 알겠지만 언제까지 아빠 엄마의 보호 아래서 살 수는 없잖아요. 이제는 제가 아빠 엄마를 돌볼 때예요.”그녀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권다솔의 강력한 요청에 권용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2화

    일주일 만에 권다솔은 많은 일을 해냈다.그녀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업무 태도는 이미 팀장의 인정을 받았다.“내일 고객을 만나러 가는데 지연 씨도 같이 가죠.”“네? 제가 정말 가도 되나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이전에 그녀는 여이현의 비서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혼자서도 충분히 고객을 만나러 갈 수 있었다.하지만 회사에 들어온 지 겨우 일주일 만에 아직 수습 기간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을 만날 기회를 준 걸 봐서는 팀장이 그녀를 얼마나 인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물론이죠. 지연 씨의 업무 능력을 지켜본 결과 저보다 더 뛰어난 것 같은데요. 고객을 만나는 건 당연히 가능하죠.”팀장은 그녀를 전적으로 믿었다.고객을 만나기 전에는 많은 준비 작업이 필요했다. 팀장은 프로젝트 자료를 모두 그녀에게 메일로 보내 주었다.권다솔은 그렇게 오랜만에 메일을 열게 되었다.팀장이 보낸 파일 외에 배진호가 보낸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삭제하려 했지만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메일을 열어버렸다.이미 열린 김에 그가 무슨 말을 보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다가 마지막 부분을 보게 되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날 밤 그녀와 함께 있었던 사람이 배진호란 말인가?그럼 남태건이 했던 말은 또 무슨 뜻이지?권다솔은 배진호를 차단 목록에서 해제하려는 순간 아빠가 전화를 걸어와 그녀를 사무실로 호출했다.문을 열자마자 화가 잔뜩 난 권용민의 얼굴이 보였다.“아빠,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권다솔은 그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진정하세요. 저녁에 제가 맛있는 음식을 해줄게요.”“나랑 네 엄마가 전에 정말 어리석었어. 어린애한테 속아서 완전 농락당했지 뭐니. 네가 그 녀석이랑 엮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꼴이었을 거야.”남태건 얘기만 나오면 권용민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이름조차 부르고 싶지 않았다. 권다솔이 의아해하자 그는 두툼한 서류 뭉치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3화

    그는 바닥에 쓰러진 딸을 보더니 깜짝 놀라 그녀를 안아 들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얼른 구급차 불러!”지나가던 직원이 급히 응급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회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권용민은 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그는 응급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왔다 갔다 오간 지도 셀 수 없었다. 권용민은 평생 딸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만약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그조차 견딜 수 없는데 만약 아내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하늘이 무너질지도 몰랐다.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떠다니던 찰나 의사가 걸어 나왔다.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권용민은 양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물었다.“의사 선생님, 지금 제 딸은 어떤 상태인가요? 도대체 무슨 병에 걸린 겁니까?”권용민은 속이 바싹 타들어 갔다.의사는 그의 손을 보며 한 발짝 물러서려 했지만 너무 세게 잡고 있는 바람에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그는 속으로 어쩌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지도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고는 차분히 설명했다.“따님은 괜찮습니다. 단순히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 겁니다. 그런데 지금 따님이 임신 중이라 반드시 잘 챙겨 드셔야 합니다.”권용민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완전히 멍해졌다.‘임신이라니?’그럼 이 아이는 남태건의 아이인가?원래 그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남태건은 지나치게 계산적인 데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 딸과 엮이는 것을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권다솔이 남태건의 아이를 임신했다니, 그녀는 얼마 전에도 아이를 잃었는데 또 낙태 수술을 한다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 뻔했다.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남태건의 성격상 아이를 두고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권용민은 걱정을 가득 안고 딸을 만나러 갔다.“아빠, 지금 아빠 상태를 보면 마치 제가 정말 큰 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잖아요.”권다솔은 병상에 누운 채 창백한 얼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4화

    악역은 그가 맡기로 했다.“아니에요. 애초부터 태건 씨의 아이가 아니에요. 저한테 거짓말한 거예요.”권다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배진호의 아이예요.”그녀는 손을 뻗어 배를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설마, 잃어버렸던 그 아이가 다시 그녀한테 돌아온 걸까?그녀는 권용민에게 단호하게 말했다.“어찌 됐든 간에 전 이 아이를 꼭 지킬 거예요. 저랑 진호 씨는 이미 이혼했지만 진호 씨는 저를 괴롭힐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잘 알아요.”“그렇다면 배진호 어머니는 어떡하려고? 그처럼 고약한 시어머니를 만나면 누구든 불행할 수밖에 없어.”권용민은 그녀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남태건과 비교하니 이제는 배진호가 조금 나아 보이기까지 했다.게다가 그가 찾아본 증거에 따르면 권다솔에게 달린 악플들은 배진호가 퍼뜨린 것이 아니었다. 석규리가 권씨 가문의 경쟁업체를 찾은 것이었다. 더 이상 배진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법이다.만약 배진호 혼자였다면 권용민은 아이를 위해 그를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아빠가 말을 직설적으로 해서 미안하다만 배진호의 어머니가 있는 한 너희 둘이 다시 만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그건 저도 잘 알아요.”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녀 역시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이미 시어머니 때문에 아이를 한 번 잃었지만 하늘의 축복으로 다시 아이를 가졌으니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그녀가 명확히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권용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배진호는 매일 병원에 들러 정미진을 보살폈다. 정미진은 그의 앞에서 약을 먹고 링거를 맞는 척하며 완벽히 연기하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배진호는 병원 문을 나서다 병실에 물건을 두고 온 것이 떠올라 급히 되돌아갔다.문 앞에 도착하자 어머니와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렇게 며칠째 연기하느라 들어간 병원비만 해도 적지 않잖아요. 오빠도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제가 병원비를 봤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5화

    “걔가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겠어?”정미진은 비웃음을 흘렸다.“지난번에 의사한테 물어봤더니 걔 체질은 워낙 임신하기 힘들대. 특히 유산까지 한 번 겪고 나면 더더욱 그렇지. 아무리 우리 진호를 유혹한다 해도 아이는 못 얻을걸.”갑자기 병실 문이 열렸다.배진호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서 문밖에 서 있었다.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그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그는 자신의 엄마가 이렇게 비열하고 이기적인 사람일 줄은 차마 상상도 못 했다.“진호야, 갑자기 어쩐 일이야?”정미진은 진심으로 당황했다.방금까지 병실 안에 누구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속마음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다.다만 배진호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제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우리 엄마가 뒤에서 이런 짓들을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엄마도 여자인데 어떻게 다솔 씨한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어요?”배진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권다솔을 유산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렇게 이기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다니.그녀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대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제야 권다솔이 왜 확실하게 선을 긋고 떠나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더는 해치고 싶지 않았다.“방금 그냥 해본 말이야. 엄마가 무슨 짓을 하진 않았잖아...”“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저 오늘 바로 정관수술 예약할 거예요. 제 아이를 잃은 이상 앞으로도 다른 아이는 절대 갖지 않을 거예요.”배진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했다.그는 오늘 중으로 수술을 예약하고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이 말을 들은 정미진은 마치 청천벽력을 맞은 듯한 충격에 빠졌다.그녀가 이렇게까지 애써가며 미래의 손자를 위해 준비했는데 결국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만약 배진호가 진짜 정관수술을 한다면 그녀는 평생 손자를 보지 못할 것이다.“불효 중 가장 큰 불효가 자손을 남기지 않는 것이야. 네가 정말 그렇게 한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6화

    “전 치료 받지 않았어요.”정미진은 크게 후회했다.온갖 계산을 다 해가며 일을 꾸몄지만 결국 제대로 걸려든 사람은 본인이었다.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이런 짓을 왜 했을까?“하지만 환자분 차트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는데요.”“약은 먹지 않았고 링거도 다 버렸어요.”정미진은 말할수록 후회가 밀려왔다.이제는 의사조차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정미진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치료받기 싫으시면 그냥 퇴원 수속 밟으세요. 집에서 지내는 게 나을 거예요. 약값도 아낄 수 있고 요즘 젊은이들 돈 벌기 얼마나 힘든데요. 게다가 소문나면 우리 병원 체면도 말이 아니거든요.”“안 돼요! 제가 잘못했어요. 이제부터는 치료에 협조할게요.”정미진은 순순히 의사의 의견에 따랐다.입으로는 죽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가장 두려워했다.그녀는 진심으로 살고 싶었다.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돈 걱정도 없고 배진호도 권다솔 문제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효자였다. 그녀가 죽게 되면 모든 게 끝나버리는 셈이다.그녀는 계속해서 지금의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일단 병실로 돌아가세요. 치료를 받으시려면 가족분께서 동의서를 작성하셔야 하고 저희 병원 측에서도 다시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의사는 그녀를 설득해 병실로 돌려보낸 뒤 이 상황을 상세히 보고했다....저녁, 배진호는 정관수술을 마쳤다.잃어버린 아이를 떠올리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고통을 느꼈다.아버지로서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어쩌면 그의 잘못이었다. 그는 남은 생을 후회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때 권다솔이 전화를 걸어왔다.권다솔?배진호는 핸드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번호였다.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다솔 씨, 이제야 저한테 연락하는 거예요?”“전 그냥 월요일에 이혼 절차를 마치러 가는 걸 잊지 말라고 전하려던 것뿐이에요.”그녀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임신 사실을 숨기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7화

    “엄마는 지금 병이 매우 심각해요. 아마 수술을 받는다 해도 남은 인생을 병상에 누워서 보내야 할 가능성이 커요.”배진호는 엄마에 대해 자업자득이라는 말밖에 할 게 없었다.처음에 권다솔은 그녀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매사에 세심하게 신경 써주고 자주 찾아뵈러 가서는 다양한 보신탕을 끓여주기도 했다.만약 그녀가 터무니없는 행동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들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었다.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어쩌다 그렇게 됐어요?”분명 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만 해도 정미진은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그런데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줄은 몰랐다.“계속 아픈 척하다가 이제 진짜 병이 든 거죠. 악화 속도가 매우 빨라서 이미 치료의 최적 시기를 놓쳤어요.”배진호는 간단히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권다솔은 하마터면 꼴좋다고 말할 뻔했다.하지만 정미진은 어디까지나 그의 친어머니라는 점을 고려해 그만 삼켜버렸다.전화를 끊고 난 뒤 그녀는 혼자 방에 앉아 많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정미진은 자신을 돌보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비록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에 간섭하고 싶어 할지라도 이제는 그럴 힘조차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혼해야 할까?그녀는 정말로 알 수 없었다.그러던 중,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남태건이 김영은 앞에 서 있었다.“지난번에 이미 할 말을 다 했고 앞으로 더 이상 연락할 필요도 없는데 이제 와서 또 뭘 하려는 거니?”김영은은 다소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증거가 모두 드러났는데도 남태건은 왜 이렇게 미련을 못 버리는 걸까?그녀는 외간 남자의 몇 마디 달콤한 말에 딸을 내어줄 사람이 아니었다.“저와 다솔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감히 그런 기대를 할 수도 없고요. 오늘은 전에 드린 물건을 돌려받으려고 온 거에요.”남태건은 최대한 겸손한 태도를 취하며 말했다.그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고 그

최신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2화

    하지만 감동보다는 오히려 속이 울렁거렸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에 문지원은 당장 얼굴이 일그러지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지석훈도 뒤따라 들어오며 물었다.“속이 안 좋아?”“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세 끼 식사도 꽤 규칙적으로 하고 날것 이거나 차갑거나 매운 음식도 먹지 않았는데...”문지원은 배를 움켜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지석훈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방으로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가져왔다.문지원은 놀라며 물었다.“언제 산 거예요?”지석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문지원은 아무 말이 없었다.5분 후, 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다시 나왔다. 한 손은 여전히 배 위에 올려져 있었고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정말 임신한 것이다!그녀와 지석훈이 결혼한 지 겨우 3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임신하다니.지석훈은 오히려 태연해 보였다. 하지만 입가에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보면 그 역시 겉모습처럼 평온하지 않고 흥분을 억누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정말 임신한 거예요?”문지원은 아직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번 달 초에 생리가 끝났기 때문이다.“아마 생리가 끝난 후 며칠 사이일 거야.”지석훈의 목소리는 문지원에게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니 그녀의 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그녀는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임신 테스트기는 가끔 틀릴 수도 있으니 이런 일은 직접 검사를 받아보고 확인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손에 든 검사지를 보고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의사는 마침 지석훈과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축하합니다, 지 원장님. 부인께서 임신 2주 차입니다.”“감사합니다.”지석훈은 침착하게 그녀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병원 진료실을 막 나오자마자 지석훈은 문지원을 품에 안았다.“너무 좋아. 우리 아이가 생겼어.”문지원은 남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을 보며 멍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1화

    물론 손에 있는 일을 무턱대고 모두 남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 과한 부담을 주는 일이다.문지원은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올해 25살이죠?”비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나이는 모두가 다 아는데 문지원 회장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혹시 소개팅을 시켜주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비서는 고마웠지만 거절하며 말했다.“문 사장님, 저는 아직 젊어서 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전 당신더러 결혼하라고 하는게 아니에요.”문지원은 펜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냥 평소에 잡다한 일들을 맡기고 싶어서요.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은 평소에 굳이 내게 제출하지 않아도 돼요.”비서는 그 뜻을 이해했다.이건 곧 그녀에게 승진과 급여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문지원이 그녀의 의견을 확인한 후 급여를 조금 올려줬고 비서에게 몇 명의 적합한 인재를 추가로 모집해서 예비 인력으로 두라고 지시했다.“평소에 내가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보고하면 돼요.”비서는 한숨을 쉬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 혼자서 이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일정이 정리되자 문지원은 업무에서 상당 부분 해방되었다.예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일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되어도 일이 끝나지 않고 긴급 통지가 오면 또 회의를 위해 야근을 해야 했다.이제는 오후 4시 반쯤이면 일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비서가 몇 명을 더 찾아서 양성해 두었기에 업무가 적절히 분배되어 모두 바빠 죽을 정도가 아니라 적당히 딱 맞는 분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그 덕에 문지원은 지석훈과 함께 결혼 후의 삶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되었다.지석훈도 이에 매우 만족해했다.“널 주려고 선물을 챙겨왔어. 들어가서 한번 봐.”그가 집 문 앞에 다가서더니 걸음을 멈췄다.문지원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은 어두컴컴했다.“뭐 숨겨놨어요? 아직 불도 켜지 않았네요, 수상하게.”탁! 하며 불이 켜지자 거실의 모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0화

    문지원은 이 주제가 다소 위험하다고 느꼈다. 비록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배석훈이 결혼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돼지고기를 먹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돼지가 뛰어다니 것을 본 적은 있을 것이다. 문지원은 그러면서도 반쯤 빚어놓은 만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에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희들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아이를 가져야지. 평소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단다.”문지원은 잔소리를 듣고 나서 나오니 기운이 다 빠져있었다.시어머니는 문지원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거의 마음을 쏟아붓는 수준이었다. 비록 문지원의 집안 사정이 좋은 것을 알면서도 혼수 때 오랜 세월 모은 돈으로 집 한 채를 사서 선물해 주었다. 사실 지석훈도 자기 집이 있었지만, 시어머니는 선물하고 싶다고 하셨다. “너희 집도 너희의 것이지만, 이건 내가 어른으로서 선물하는 거란다.”게다가 그 집에는 문지원의 이름도 함께 올려져 있었다.그래서 시어머니의 출산 독촉에도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버텨야만 했다. 다행히도 시어머니는 어린 이들에게 엄격하게 구는 편은 아니었다. 만두를 빚을 때 한 번 그런 말을 했고 또 떠나면서도 지석훈을 불러 몇 마디 잔소리했다. 문지원은 그 모자간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돌아가는 길에 문지원은 약간 궁금해져 지석훈에게 물었다.“나갈 때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셨어요?”“정말 알고 싶어?”“네.”그러자 지석훈은 문지원의 머리를 숙이게 한 후 그녀의 흩어진 머리칼을 살며시 넘겨주며 귀 옆에서 낮게 속삭였다.“우리 아이를 빨리 낳으라고 하셨어.”남자의 낮고 진한 목소리는 얼굴을 붉히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해 문지원의 귀가 금세 붉어지고 말았다.저녁이 되자 지석훈은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문지원의 머리를 받치고 이마를 맞대며 낮은 숨소리를 내쉬었다. 문지원은 마치 파도 속에 잠긴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9화

    그 눈빛 속에서 조용히 터져 나오는 그 소유욕. 마치 옛 시대의 군벌과 그의 부인 같았다. 그리고 사진작가는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운 없는 사람이 되어 몰래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진작가는 자신의 상상에 자극받아 목소리가 떨렸다.“지석훈 씨,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봐주세요.”지석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진작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진작가는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 그 후에도 그들은 여러 세트의 사진을 찍었고 찍은 사진들은 모두 문지원에게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문지원은 모든 사진에 다 만족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었다.“대략 며칠 안에 나오나요?” 그녀가 물었다.사진작가는 답했다.“빠르면 이삼 일정도 걸릴 겁니다. 그때 완성된 사진들을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는데 혹시 두 분께서 응해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바로 아까 찍은 사진 중 몇 장이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어서 사진관 벽에 걸어두고 싶습니다.”문지원은 사진관에 들어올 때 봤던 사진 벽이 생각났다.“그 벽에 걸어두시겠다는 건가요?”“네.”사진작가는 그 벽은 사진관의 특별한 기념 및 홍보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잘 나온 사진들은 사진 주인에게 동의를 구한 뒤 동의하면 벽에 전시한다고 한다..문지원은 옆에 있던 지석훈을 바라봤다. “저는 괜찮은데, 당신은요?” 지석훈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마음대로 하도록 해.”며칠 후 문지원은 사진작가가 보내온 사진을 받아 소중히 간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 사진관 벽에 전시된 사진들이 곧 사람들의 눈에 띄어 사진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간 것이다.잘생긴 남성과 아름다운 여인의 조합과 최상의 촬영 기술 덕분에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네티즌들은 저마다 아아 소리를 냈고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마치 옛 시대의 군벌 부인 같다.”“완전 대박이다.”“3분 안에 그들의 모든 정보를 알고 싶다.” 하지만 이 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8화

    문지원은 약간 마음이 움직였다.하지만 웨딩 촬영은 이미 여러 번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섬에서 몇 세트 찍었고 그 후 결혼식 현장에서 또 몇 세트 찍어 셀 수 없을 정도였다.게다가 이번 촬영은 개인 예약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사진관이 꽤 유명하다고 들었다.물론 사진관 이름에 걸맞게 예약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이 정도면 지석훈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여 예약을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웨딩사진만 찍는 데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하지만 문지원 역시 이런 곳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기에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몰랐다.“한번 보세요. 이건 저희가 예전부터 선보였던 스타일들이에요.”사진작가는 친절하게 앨범 한 권을 꺼내 보였다.앨범에는 이전 고객들이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스타일이 있었고 모두 아름다웠다.이 사진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정말 최고였다.문지원은 그중에서도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찍을 수 있을까요?”사진작가는 그녀가 가리키는 사진을 한 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됩니다. 먼저 메이크업하고 옷을 갈아입으세요. 직원들이 촬영 스튜디오를 설치할게요.”옷은 사진관에서 준비한 것으로 하고 지석훈의 요구에 따라 전부 새 옷이었다.사실 문지원은 소품용 옷을 입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한 번 입었다가 나중에 벗으면 되는 거고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안에 옷을 받쳐 입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석훈은 직업병이 발동했고 그런 건 용납할 수 없었다.결국,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급히 새 옷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원래 걸리던 시간에서 15분이 더 추가되었고 메이크업 등 기타 과정도 진행해야 했다.문지원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2시간이 지난 후였다.그러나 결과는 확실했다.곧은 치파오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쌌고 문지원은 옷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마치 지난 옛 시대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7화

    결혼 후 문지원은 휴가를 내서 신혼여행을 갈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요즘 지석훈이 거의 계속 병원에 머무르며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떠올리며 본의 아니게 한숨이 나왔다. 비록 이미 익숙해졌긴 했지만 실망을 감추기는 어려웠다.비서도 그녀에게 물었다.“문 사장님, 신혼여행 가고 싶지 않으세요? 제 동창 중 한 명이 며칠 전에 결혼했는데 요즘 여기저기서 신혼여행 정보를 알아보며 준비 중이에요. 신혼여행이 없는 결혼은 반은 실패한 거랑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제대로 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고 비서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했다.“그렇지 않으면... 문 사장님, 지 의사님이 일하시는 곳에 한 번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그녀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어쨌든 문지원은 요즘 정신이 산만하여 업무에 집중할 기색도 없었다.문지원은 비서의 시선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요 며칠 동안 집에 돌아와도 지석훈을 보지 못해 한참 혼란스러워했던 자신을 깨달으며 약간 부끄러워졌다.“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기획서 한 부 복사해 가져다주세요.”점심 무렵, 문지원은 막 일을 끝내고 밥 먹으러 가려던 찰나, 핸드폰에 지석훈의 메시지가 떴다. 같이 밥을 먹자는 메시지에 문지원은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이 장면을 본 직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터뜨렸다.문지원은 재빨리 열쇠를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지석훈은 그녀를 새로 오픈한 가게로 데려갔다.식사를 마친 후 문지원은 지석훈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 물었다.“병원에 다시 돌아갈 거예요?”“응?”지석훈은 눈썹을 치켜들며 고의적으로 물었다. “내가 돌아가길 바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순간 당황했다. 사실 그녀는 지석훈이 자신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길 바랐는데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업무에만 매달려 밤에야 겨우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그녀는 그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지석훈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6화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지석훈은 항상 선을 지켰지만 오늘 밤엔 조금 달랐다. 그는 그녀를 침실에서 욕실로 다시 침대로 옮겨가며 몸 곳곳에 뜨거운 입맞춤을 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문지원은 여전히 몸속 깊이 스며든 감각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예상대로 휴가를 냈고 이틀이 지나서야 회사에 다시 나왔다.회사 사람들은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문지원이 출근하자 하나같이 말했다.“문 사장님, 결혼 축하드려요.’문지원은 무려 사흘이나 결근했지만 다들 그 사흘 동안 무얼 했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짐작이 갔다.분명 부부 생활이 아주 좋았겠지, 아니었으면 일까지 내팽개치고 안 나왔을 리가 없다.문지원은 직원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얼굴을 들 수도 없어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지난번에 당한 적이 있었던 터라 문지원은 이제 출근 전에 거울 앞에서 꼼꼼히 점검했다.몸에 키스 자국이 드러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회사를 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 흔적들을 들켰을 경우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문지원이 예상치 못했던 건 며칠 지나지 않아 결혼을 축하하는 선물이 회사로 배달됐다는 것이다.문지원은 처음에 여울이 보낸 거라고 생각했지만, 물어보니 아니었다.택배 상자의 외관을 살펴봐도 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아 더욱 수상했다.“이거 가져온 사람이 누가 보낸 건지 말했어요?”문지원이 로비 직원에게 물었다.로비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두고 바로 가버렸어요.”문지원은 뭔가 직감적으로 찜찜한 마음이 들어 그 택배를 챙겼고 사무실에 들어와서야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는 브로치 하나와 축하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문지원은 축하 카드를 집어 들어보니 카드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결혼 축하해요.”글씨체는 아주 정갈하고 예뻐 여성의 필체 같았다.그녀는 곧바로 짐작이 갔다.문지원은 그 브로치를 지석훈에게 보여주자 그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아무 말 없이 브로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5화

    여울은 아직 최주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주하도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문지원이 알기로 여울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 일에 깊이 관여하는 것도 괜히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게다가 얼마 전 지석훈이 슬쩍 귀띔하듯 말했다.“며칠 전에 여울 씨가 병원에 재검진받으러 왔는데 주하가 데리고 왔었어.”그 말을 듣고 문지원은 혀를 끌끌 찼다.평소에 말도 없고 조용하던 여울이 은근히 비밀 많은 타입이었던 모양이었다.그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덧 다음 달 중순이 되었다.지석훈은 아예 와인 농장을 통째로 빌려 며칠에 걸쳐 그곳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놓았다.결혼식을 올릴 장소는 바로 거기였다.그 와인 농장은 웬만한 호텔 못지않게 컸고 내부에는 수년간 숙성된 고급 와인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고 결혼식 날 손님들이 오면 바로 꺼내어 대접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들은 결혼 소식을 널리 알리진 않았다.이건 문지원이 원한 방식이었다.그녀는 온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는 그런 결혼식보다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만 초대해서 조용히 축하받는 걸 선호했다.행복은 굳이 남들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그런데 결혼식이 한창일 때 지석훈이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프러포즈했다.해변에서 했던 프러포즈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진중한 분위기였다.“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예전엔 내가 사랑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렸던 순간이 많아. 이제는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앞으로 남은 인생... 너랑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그의 말이 끝나자 하객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문지원은 무대 위에서 입을 손으로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식이 끝날 무렵, 문지원은 멀리서 검은색 카이엔 SUV가 그녀의 친구 여울을 데리러 오는 걸 보았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자 예상대로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최주하였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4화

    문지원은 문득 자신이 계획에 철저히 걸려들었다는 생각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처음부터 계획한 거죠?”“응.”지석훈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사실, 그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오래전부터 숨겨온 것이었다....해변에서의 프러포즈 이후 문지원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손가락에 반짝이는 반지가 생겼다는 점이었다.이 반지는 지석훈이 특별히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그의 휴대폰을 보다가 두 달 전에 이미 주문이 들어가 있었다는 구매 기록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접한 지석훈의 부모님은 곧바로 혼인신고부터 하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지원은 우연히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를 붙잡고 타이르는 말을 듣게 되었다.“네 아빠랑 난 애초에 너한테 기대도 안 했어. 하루가 멀다고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니 너 같은 애한테 누가 시집오겠나 싶었거든. 그런데 다행히 네가 능력 있어서 지원이 같은 좋은 아이를 데려왔으니 얼른 확실히 붙잡아야지. 빨리 혼인신고부터 해. 나중에 그 아이가 너 버리고 떠나버리면 그땐 어디 가서 울어도 소용없어!”문지원은 그 대화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신기한 건 지석훈이 워낙 점잖고 진지한 사람이어서 집안 분위기도 매우 조용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퇴직해 한가로운 성격으로 매일 독서나 산책을 즐기는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어머니는 젊었을 때는 커리어 우먼이었고 호탕한 성격으로 남편에게 엄격하면서도 친화력이 강한 사람이었다.두 분 모두 차분한 듯하면서도 내면에 장난기를 숨기고 있는 아들을 낳을 것 같진 않았는데 이게 바로 유전자의 신비인가 싶었다.하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그녀를 좋아해 주는 모습에 문지원도 안심했다. 확실히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한편 문지원의 아버지는 지석훈과 따로 대화를 나눈 이후부터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