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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온지유는 마지막 한 입까지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여진숙이 자신에게 불만이 있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여이현이 그녀를 감싸줄 때마다 쌓여갔던 불만이기 때문이다.

온지유는 몸을 일으키며 여진숙을 똑바로 바라봤다.

“어머님은 제가 임신하는 걸 원하지 않으시죠?”

예상치 못한 화제에 여진숙은 잠깐 멈칫했다.

“그건 왜 갑자기 묻는 거니?”

“하긴, 어머님은 노승아 씨를 좋아하니 당연히 제가 임신하는 걸 원하지 않겠죠. 이현 씨도 마찬가지예요. 저한테 임신하지 못하게 하는 약을 먹이고는 하루 종일 듣기 싫은 말만 해요.”

온지유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을 보고 여진숙도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

“알면 됐다. 우리 집안에 네 피를 끌어들일 수는 없어.”

이렇게 말하며 약간 득의양양해진 여진숙은 자리에 앉으면서 오만하게 말했다.

“우리 이현이 좋아하는 사람은 승아야. 그런데 어떻게 널 건드릴 수 있겠니? 아버지가 미쳤지, 너 같은 애를 집안에 들이다니. 너만 아니었어도 승아가 진작 우리 집안에 들어왔을 거다.”

“맞아요. 저도 다 아니까 이제 약은 주지 마세요. 줘도 안 먹을 거니까요.”

차갑게 말하고 난 온지유는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오만한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던 여진숙은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 봤자 넌 우리 집안 애를 낳지 못해! 너한테 그럴 능력도 없겠지만 말이야! 오만하게 굴지 마. 이 집안을 떠날 때 넌 무릎 꿇고 나한테 빌게 될 테니까.”

전에는 그녀가 아무리 괴롭혀도 말대꾸 한 번 안 하던 온지유였다. 하지만 이제는 여이현을 믿고 그러는 것인지 부쩍 나대기 시작했다.

‘두고 봐.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여진숙은 피식 웃더니 노승아와 함께 매니큐어 받으러 갔다. 반대로 온지유는 클럽 매니저를 만나러 갔다.

“왔어요, 지유 씨.”

환하게 인사하는 것도 잠시 매니저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 지유 씨한테 할 말이 있어요.”

“저도 할 말이 있어요.”

“지유 씨 먼저 말해요.”

“지난번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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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을 듣고 여이현은 우뚝 멈춰 서며 몸을 돌렸다.“무슨 여자?”중간에서 말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배진호는 목에 칼이 닿은 것만 같았다. 도대체 부부 생활을 어떻게 했기에 아내가 남편에게 다른 여자를 찾아주는지 의아할 따름이다.더군다나 남편이라는 작자는 아내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고 결혼 사실도 밝히지 않았다. 중간에 끼인 배진호만 죽어 나가는 상황이었다.“그게... 그날 밤 대표님과 같이 있었던 여자 말입니다.”이 말을 듣자마자 여이현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온지유에게 밀려났던 일이 다시 떠올랐던 것이다.‘이렇게 다른 여자를 끌어들이고 싶었나? 도대체 얼마나 날 싫어하는 거야.’여이현의 얼굴에는 얼음이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잠깐 기다리라고 해요.”온지유가 출근해서 가방을 내려놓기 바쁘게 배진호가 걸어왔다.“온 비서님, 대표님께서 손님과 함께 휴게실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온지유가 못 알아챈 것을 보고 여이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보탰다.“온 비서님이 그 여자를 데려온 거 아니에요?”온지유는 추측 가는 바가 있었지만 감히 확신하지 못했다. 그녀는 휴게실을 힐끗 보더니 부리나케 달려갔다.주소영은 가만히 휴게실에 앉아 있었다. 오늘따라 색다른 느낌을 주는 모습이었다.검은색 머리카락과 흔히 보이는 출근룩, 어딘가 불쌍해 보이는 모습은 보호 본능을 이끌었다.이런 곳에 처음 오는 주소영은 약간 불편해 보였다. 그녀는 시골 출신이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도시의 높은 건물을 꿈꿔왔다. 지금 그 높은 건물에 들어와서 도시를 내려보고 있다니, 이보다 더 짜릿할 수도 없었다.그녀는 두리번거리다가 문 가에 서 있는 온지유를 발견하고 먼저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지유 씨.”“여기는 어떻게 왔어요?”주소영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지유 씨 여기에서 일해요?”밖에 아직 사람이 있었기에 온지유는 안으로 들어가면서 문을 닫았다.“네.”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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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지유는 머리를 돌려 주소영을 바라봤다. 주소영의 당당한 모습에 그녀마저 속을 것만 같았다.지금은 일단 할 일이 있어서 그녀는 말없이 나갔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돌아가지 못했다.이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회의를 끝낸 여이현이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진호는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대표님, 휴게실에 가보셔야 합니다.”여이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손목시계를 힐끗 확인한 그는 싸늘하게 웃었다.그가 휴게실에 들어갔을 때 안에는 주소영밖에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그녀는 소파에 누워 있었다.여이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온지유부터 찾았다. 온지유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녀가 누워 있는 소파 앞으로 가서 멈춰 섰다.피곤했던 주소영은 눈을 감고 있었다. 물론 큰일을 망칠까 봐 잠들지는 못했다. 약간의 인기척이 느껴져서 눈을 뜨자 눈앞에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훑어보고 있는 거대한 몸집이 보였다.그녀는 잠깐 멈칫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상대가 여이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사과부터 했다.“죄송해요...”그녀는 부랴부랴 옷매무시를 정리했다. 여이현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안 했다.그녀의 습관은 온지유와 아주 비슷했다. 온지유도 잘못을 하면 일단 사과부터 했다. 그게 누구 잘못인지 따지지도 않고서 말이다.여이현이 하도 말이 없어서 주소영은 안절부절못하며 그의 구두만 바라봤다. 그러다가도 약간 궁금해서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분위기를 풀어줄 온지유가 아직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다시 화들짝 고개를 숙였다가 조심스레 물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하세요? 지, 지유 씨는 같이 안 왔나요?”여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되물었다.“온 비서가 데려온 여자가 그쪽이야?”나지막한 목소리에 주소영은 단번에 홀렸다.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올리더니 여이현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했다.몸을 흠칫 떤 그녀는 남자의 이목구비에 완전히 빠져서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여이현이 미간을 찌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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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영은 잔뜩 굳은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그녀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을 보고 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렇게 어려운 질문인가?”이때 온지유는 마침 부랴부랴 달려오면서 여이현의 질문을 들었다. 한발 늦은 그녀는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다시 놓았다.주소영은 한참이나 침묵에 잠겼다.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급격히 상승했다.그는 힘들게 고개를 들어서 여이현을 바라봤다. 자칫하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직감이 들었다.“그 호텔에... 부... 부자가 많다고 들어서요. 돈 많은 남자라도 꼬셔서 팔자 바꿀 생각으로 갔었어요.”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주소영을 바라보는 눈빛도 완전히 변했다.그녀의 말은 돈 받고 몸을 판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이 사회에 그런 사람이 실제로 많기도 했다.눈치 보다가 문을 연 온지유의 손에는 커피잔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여이현의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커피 드세요.”주소영의 몫도 그녀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머리를 들며 인사했다.“고마워요.”여이현은 더 이상 주소영과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낯선 사람을 쉽게 믿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그는 말없이 앞에 놓여 있던 자료를 펼쳐봤다. 그 속에는 CCTV 화면을 캡처 한 사진이 들어 있었다.사진 속의 여자는 주소영과 똑같이 생겼다. 그녀가 걸어가는 방향도 스위트룸이 틀림없었다. 심지어 정리되지 않은 옷가지도 그가 기억하는 것과 같았다.자료에는 그녀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그녀에게는 남동생 두 명이 있는 데다가 어머니가 투병 중이었는데, 남동생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했다.주소영은 어린 나이에 집안의 가장이 되었다. 그녀는 성인이 되기 바쁘게 학교에서 자퇴하고 일하기 시작했다.전에는 어머니를 보살펴주기 위해 고향 근처에서 일했다. 하지만 돈이 점점 많이 필요하면서는 큰 도시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러다가 여이현과도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여이현은 자료를 내려놓더니 주소영을 바라보며 물었다.“돈이 필요해?”“네, 필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15화

    주소영은 펑펑 울고 있었다. 마치 여이현과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의아한 기분이 들었던 온지유는 주춤거리다가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직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구경하고 있었다.낯선 여자가 휴게실에 한참 앉아 있은 데다가, 그녀와 만난 여이현이 싸늘한 표정으로 나왔으니 말이다.“온 비서님,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한 동료가 물었다. 그러자 다른 동료들도 궁금한 듯 다가왔다.온지유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렇게 궁금하면 대표님한테 직접 물으시죠.”단호한 말투에 여이현까지 언급되자 사람들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그들은 조용히 흩어져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온지유는 탕비실에 들어갔다. 이 모든 일이 그녀와 연관 있는데 아닌 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더군다나 그녀는 주소영을 끌어들일 계획을 포기했었다. 그런데도 주소영이 나타난 것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진짜 이래도 괜찮은 거 맞아? 에이, 난 몰라. 내가 데려온 사람도 아니고,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온지유는 여이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할 바에는 일을 이대로 넘기는 게 낫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여이현도 그냥 수많은 별장 중 하나를 주소영에게 주라는 뜻일 것이다.그녀는 여씨 가문의 본가와 가까운 별장에 주소영을 데려가기로 했다. 주소영은 여이현의 차에 올라탄 순간 택시와 얼마나 다른지 느꼈다.차량의 좌석은 아주 편했다. 공기도 택시처럼 탁하지 않고 시원했다. 평소 그렇게 하던 멀미도 없는 것을 봐서는 역시 비싼 물건이 달랐다.주소영은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가는 길에도 화려함은 끝없이 펼쳐졌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들어서서는 처음 보는 가로수가 줄을 지었다. 그녀가 살던 동네와는 전혀 다른 아늑함이었다.잠시 후 차가 멈추고 온지유가 먼저 내렸다.“도착했어요.”눈앞에 펼쳐진 별장에는 예쁜 전구가 장식으로 달려 있었다. 안에 반짝이는 수영장도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이게 여 대표님 집이에요.”“네,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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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우미는 들고 온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서 말했다.“주소영 씨, 차 여기에 놓고 갈게요.”주소영은 아직 편하게 앉아 있을 엄두가 나지 않아 사람이 오자마자 얼른 쿠션을 옆으로 내동댕이치며 바르게 앉았다.“네, 고마워요.”그녀는 테이블 위에 모락모락 김을 내뿜고 있는 찻잔을 보았다. 찻잔은 아주 예뻤고 찻물 위엔 장미 꽃잎이 둥둥 떠 있어 은은한 장미 향이 났다.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자 입안 가득 은은한 장미 향이 퍼졌고 순식간에 품격이 있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맛있네요. 저 태어나서 이렇게 향기로운 차는 처음 마셔봐요.”어쩌면 이렇게 호화로운 곳에 처음 와봐서 그런지 무엇을 보든, 무엇을 먹든 다 비싸고 좋아 보였다.심지어 마시는 차마저 일반 사람들과 다른 것 같았다.도우미는 찻잔을 마저 내려놓다가 들리는 칭찬에 대답했다.“에이, 뭘요. 과찬이세요.”말을 마친 도우미는 자리를 떴다.주소영은 그 도우미의 뒷모습을 한참 보았다. 방금 들은 도우미의 대답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중요한 손님으로 대접을 받는 기분이었다.한참 지나서야 온지유가 나타났다.그녀는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주소영은 온지유를 발견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웃는 얼굴로 불렀다.“온지유 씨.”온지유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아, 방은 제가 아주머니한테 청소해 달라고 부탁해서 깨끗해졌을 거예요. 지금 바로 방으로 가서 쉬어도 돼요. 별다른 일이 없다면 오늘은 이쯤에서 하고 전 이만 가볼게요.”“잠시만요.”주소영은 아직도 할 말이 남아있었다.“다른 할 말이 있으신가요?”“저 아직 지유 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못 했어요. 온지유 씨가 아니었다면 전 이런 곳에 와보지도 못했을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그녀는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몰라 온지유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하는 행동을 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여이현이 만났던 여자는 아주 많았고 대부분 야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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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지유는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대문 밖으로 나오자 차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섰고 바로 올라탔다.주소영은 그녀가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온지유가 탄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보고 나서야 주소영은 시선을 돌렸다.크고 호화로운 별장엔 그녀 혼자만 남아있어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다만 주소영은 지금 고민이 많았다.여이현의 말은 믿으면서 온지유는 그녀의 말은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온지유는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천천히 대화하며 오해를 풀다 보면 자신의 말을 믿어주리라 생각했다.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주소영은 기분이 좀 나아졌고 이내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도우미는 마침 그녀를 위해 방을 정리해 주고 있었다.깨끗하게 정리한 뒤 도우미는 예의상 그녀에게 알렸다.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녀가 살던 집보다 더 거대한 안방은 침대마저 거대했고 침대 주위로 꿈에 그리던 공주 커튼도 설치되어 있었다.모든 것이 새것이었다.그녀는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아직 태그도 떼지 않은 치마가 가득 걸려 있었고 하나같이 예뻤다.눈 앞에 펼쳐진 이런 광경은 전부 드라마에서만 보던 것이었다.그녀도 예전에 언젠가 공주처럼 살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바로 사는 그 꿈이 드디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되었다.그녀는 기쁜 얼굴로 침대에 벌러덩 눕고는 이리저리 뒹굴었다. 한참 지나도 기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주소영 쪽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그녀는 시간을 슬쩍 확인하였다. 오늘 여이현에겐 일정이 별로 없었기에 아마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으로 생각했다.집에 도착한 뒤 도우미에게 여이현이 있는지 물었지만, 도우미는 여이현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온지유는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오해를 풀고 싶어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오해가 쌓이면 풀기 어려워지니 말이다.그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니 그녀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새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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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진숙은 온지유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꼈다.온지유가 슬퍼하고 상처받을수록 깎아내리고 싶은 욕망은 점점 더 켜졌다.온지유의 안색이 굳어진 것을 발견한 여진숙은 이번에도 성공했다며 생각하곤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여진숙의 눈빛마저도 변해 더는 온지유를 괴롭히지 않았다.어차피 말을 더 해봤자 같은 모습일 것이니 괜히 목만 아프게 될 것이었다.여진숙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확실히 지금 별장엔 다른 여자가 들어 살고 있었다.온지유는 여이현이 적어도 분수를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절대 밖에서 아무 여자나 만나고 다닐 남자는 아니었다.여이현은 서은지의 고백을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지만, 주소영은 거절하지 못했고 심지어 주소영을 별장에서 지내게 했다. 이것은 보물창고에 여자를 숨기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그날 함께 밤을 보낸 여자가 주소영이라고 여이현은 확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주소영은 처음이었을 뿐 아니라 연약하여 그의 보호 욕구를 일으켰고 그녀에게 남다른 감정도 느끼고 있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여자와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면 그간 주소영이 있는 곳에서 지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예전이었다면 온지유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여진숙이 했던 말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더 생각을 어지럽히고 있었다.그녀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여이현에게 주소영을 데리고 온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해줄 틈도 없이 그가 보고 싶었다.온지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가려 했다.이때 마침 별장의 도우미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도우미는 주소영이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 건조한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온몸에 발진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하튼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그녀는 주소영이 쓸만한 연고를 들고 다시 집 밖을 나섰다.직접 운전을 하여 주소영이 머무는 별장으로 출발했다.거의 도착하고 있을 때쯤 그녀는 대문 앞에 있는 익숙한 롤스로이스를 발견했다. 대체 언제부터 대문 앞에 세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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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네가 마음 많이 썼네. 나도 깜박하고 있었는데. 맞아. 예전에는 파리에서 생활하고 싶었지 하지만 지금은 너도 알다시피...”여진숙이 더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모두 원인을 알고 있었다.이때 온지유가 여진숙에게 선물 상자를 가져다주며 말했다.“이 얘긴 그만하는 게 어때요? 자 이건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한번 열어보세요. 맘에 드시는지.”여진숙이 상자를 열자 그 속에는 열쇠와 부동산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부동산 계약서에 쓰여있는 파리 주소를 보자 여진숙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온지유가 여진숙의 모습을 보고 다가와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줬다.“사람이 필요하시다면 어머님께서 직접 고르시고 말씀하세요. 의료팀도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이현 씨가 모두 준비해뒀어요.”여희영은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이번 가정모임에서 여진숙이 수작을 부릴 것 같아서 여이현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았다.파리에서 자리 잡고 살 기회를 얻은 여진숙은 그 자리에서 여씨 가문을 여이현에게 전부 넘겨주고 모든 재산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지금부터 여진숙은 남은 세월을 편안히 누리고 재단의 일에 손을 뗄 것이다.세 사람이 모임 장소에서 나오자 여희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인제야 비로소 여진 그룹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이현아, 정말 대단해. 근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여진숙이 파리에 가고 싶어 한다는 거 말이야.”그녀는 여이현이 그처럼 세심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온지유도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여이현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여이현은 차에 시동을 걸고 어느 정도 주행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서찬이 찾아갔을 때부터 눈치챘어요. 그래서 제가 사람을 불러 간병인을 매수했죠. 서찬이 떠나자마자 간병인 쪽에서 정보를 입수했어요.”‘그렇구나.’두 사람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5화

    여진숙은 서찬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여진 그룹의 일에 관심이 일도 없었다.서찬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당연히 사모님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찾아왔죠. 여진 그룹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소식 들어보셨나요? 글쎄 여이현이 여 대표님 편을 드는 사람들을 모두 해고했지 뭐에요. 지금 여진 그룹은 여이현의 천하에요.”여진숙은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덤덤한 태도로 “그래요.”라고 대답한 뒤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서찬은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설득했다.“사모님, 여진 그룹이 여 대표님 손으로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더는 요양원에 계시지 않아도 돼요. 들은 바에 의하면 사모님께서는 경제적인 원인 때문에 아직 외국으로 떠나지 못하신다면서요. 사실, 이 모든게 여이현 때문이잖아요.”“도대체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겁니까?”여진숙이 드디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무표정이었다.서찬이 그녀 가까이 다가가서 뭐라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이 끝나자 여진숙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분부했다.“알겠어요. 서 부장님 뜻대로 하세요.”허락을 받은 서찬은 한껏 부풀어 올라 당장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그는 허리를 굽힌 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담보했다.두 사람의 계획은 가정모임이었다. 여진숙은 여이현의 어머니였기에 지금 이 모양이 되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가정모임에서 그녀의 체면을 구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물론 여의현은 아니였다.밝은 하늘에 어둠이 깃들 무렵 여이현이 온지유와 별이를 데리고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그는 여진숙을 향해 머리를 끄덕이고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여진숙은 자상한 눈길로 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별아, 할머니께 인사해야지.”여이현의 말에 별이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별이 인사를 받은 여진숙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별이에게 미리 준비한 돈 봉투를 쥐여주었다.여이현과 온지유 두 사람은 확연히 달라진 여진숙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가정모임에 여희영이 빠질 리가 없었다. 그들이 자리에 앉으려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4화

    최승현은 여희영의 말을 듣고도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여희영 씨, 저는 진심으로 여희영 씨를 좋아해요.”여희영은 비록 여이현의 친고모는 아니었지만 여진 그룹에 큰 변화가 생긴 뒤로부터여이현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여이현은 현재 그녀를 친 고모로 여기며 존경스러운 태도로 모시고 있다. 그건 여희영이 여진 그룹의 다양한 광고 촬영에 참여했다는 소식에서 알아볼 수 있었다.최승현이 악착스레 달라붙는 것도 뒷백이 센 여희영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여희영은 그의 속셈을 모른 채 짜증 나기만 했다.그녀가 온지유를 바라보며 도와달라고 하려던 찰나 최승현이 갑자기 그녀의 얼굴에 손을 댔다.여희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최승현을 두 손으로 밀어 내팽개쳤다.이 장면을 목격한 온지유가 소리를 지르며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여희영을 끌어안고 대성통곡했다.“안돼요. 전 반대에요! 저와 약속하셨잖아요!”너무나도 가련한 온지유의 모습에 구경꾼들이 모여들더니 작은 소리로 두 사람을 의논하기 시작했다.여희영은 온지유의 등을 토닥이며 차가운 말투로 최승현에게 말했다.“최승현 씨, 제가 분명히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요. 더는 저에게 달라붙지 마세요.”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녀는 온지유를 끌어안고 호텔을 나섰다. 두 사람은 숨을 죽인 채 최승현이 또 따라올까 봐 부리나케 달려나갔다.“아직도 따라오고 있어?”여희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니요. 하지만 아직도 저희를 보고 있어요. 어? 이현 씨가 내려왔는데요.”여희영은 여이현이 두 사람의 계획을 망칠까 봐 두려워 발걸음을 재촉했다.“아니 근데 이현이가 최승현 쪽으로 다가가서 뭘 말하고 있는데.”이 말에 온지유는 여희영을 밀어내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여이현이 입 모양으로 말을 읽어내려고 노력했다.“이현 씨가 최승현 씨에게 계속 달라붙으면 연예계에서 사라지게 만들겠다고 말했어요.”온지유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희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최승현 씨 연예인이에요?”“아니. 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3화

    ‘이게 끝이라고? 더 시도해 보지 않을 건가?’온지유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여자가 여이현을 붙잡을까 봐 많이걱정하고 있었다. 바람기 많은 남자보다 진지한 여자가 더 위험하기 마련이다.자신의 마음을 과감히 고백하는 여자에게 유혹당하지 않을 남자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여이현, 운 좋은 줄 알아.”온지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 앞길을 막고 서있었다.고개를 들어보니 여이현이 부드러운 눈길로 온지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끝이보이지 않는 소용돌이처럼 온지유를 빨아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어떤 여자분이 찾던 것 같던데 가보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받아 주지. 그러면...”“그럼 나 간다.”그 대답에 온지유는 재빨리 여이현을 잡으며 소리쳤다.“가긴 어딜 가!”이 틈을 타 여이현이 온지유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안 갈 거야. 내 곁에 지유 너와 별이만 있으면 행복한걸.”갑작스러운 돌직구에 온지유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두 사람은 금방 발생한 불쾌한 사건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다시 야시장 돌아다녔다. 허기진 배도 채우고 재밌게 놀고 나니 시간이 물 흐르듯 흘러 어느덧 늦은 밤이 되었다.연이어 하품하는 온지유를 보고 여이현은 택시를 불러 호텔로 향했다. 힘들게 약속한 단둘만의 데이트라 여이현은 오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뜨거운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찾아왔다.비몽사몽 한 상태로 꿈나라에서 빠져나온 온지유의 머릿속은 온통 뜨거웠던 어젯밤 화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여러 번 흔들어 요동치는 마음을 가까스로 가라앉히고 시간을 보니 벌써 별이 등교 시간이었다.온지유는 아직 한창 꿈나라에서 여행 중인 여이현을 버려두고 옷을 바꾼 뒤 허둥지둥 방을 나섰다.“어머, 우리 자기 왜 그렇게 급해. 혹시 내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여희영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는 온지유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귀가에대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2화

    두 사람은 야시장 입구에 왔다. 인파로 사람들 머리만 보이자 여이현은 바로 그녀를 끌어안고 나직하게 말했다.“옷이라도 갈아입고 올까? 인파들 속에서 기회를 틈타 널 만지려고 하면 어떡해.”온지유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흥, 드레스를 고를 땐 야시장을 구경할 거라는 생각은 못 해봤나 봐? 안 갈아입을래. 오랜만에 이쁘게 입었는데 왜 갈아입어. 게다가 여긴 사람도 많잖아. 그럼 더 신경 써야지.”여이현은 그녀를 설득할 수가 없었기에 속으로 어떻게든 지켜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실컷 놀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온지유는 더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맛있는 것을 보면 맛보고 배가 부르면 여이현에게 넘겨주었다. 알록달록한 칵테일에 맛만 본 후 바로 여이현에게 주기도 했고 재밌는 것이 있으면 체험해보기도 했으며 무서운 것이 있으면 바로 여이현의 품으로 안겨들었다.그녀는 밤하늘에 뜬 예쁜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기에 사람들도 저도 모르게 자꾸만 그녀를 힐끗거리고 있었다.당연히 눈치 없는 사람들이 접근하기도 했다.아이스크림을 사러 줄을 서고 있을 때 온지유는 누군가와 부딪치게 되었고 바로 표정이 일그러졌다.여이현은 바로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누가 내 엉덩이를 만졌어.”온지유는 고개를 돌리며 인파 속에서 의심이 갈 만한 사람을 찾아보았으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엉덩이를 만진 건 확실했다.여이현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얼른 그녀를 데리고 가까운 옷가게로 들어가 명령 어조로 말했다.“당장 갈아입어. 안 그러면 지금 당장 집으로 갈 거야.”“왜 화를 내.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알아. 네 잘못이 아닌 거. 하지만 난 짜증이 난다고. 그런 썩을 놈들이 네 엉덩이를 만졌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다 불쾌하고 화가 나.”여이현의 기분을 누가 알겠는가. 자신의 여자가 어떤 남자에게 성희롱을 당했는데 상대가 누군지도 몰라 복수할 수도 없는 이 기분을.온지유는 억울했다. 그래서 아주 보수적인 옷을 골라 피팅룸으로 들어갔다.옷을 갈아입고도 나오지 않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1화

    말을 하던 여이현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더니 파란 장미를 꺼내 온지유에게 건넸다.“온지유 씨, 좋아해요. 사랑하고 있어요. 평생 당신만을 바라보며 살게요.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오직 당신만 사랑할 거예요. 그러니 내 마음을 받아줘요. 내가 평생 당신을 걱정하고 아끼며 사랑할 수 있게.”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에 그녀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온지유는 이미 눈물바다가 되었다. 파란 장미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지나서야 그녀는 대답했다.“그럴게요.”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여이현은 그녀를 안고 빙빙 돌았다.지금 이 순간 온 세상에 둘만 남은 듯한 기분이었고 서로의 심장 소리가 확성기에 틀어놓은 것처럼 크게 들렸다.“내 고백을 받아줬으니까 다음 순서로 그 장미를 뜯어 봐.”여이현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놀란 얼굴로 그를 힐끗 보다가 조심스럽게 장미를 뜯었다.안에는 반지가 있었다.온지유는 깜짝 놀랐다.“이현 씨, 정말!”“마음에 들어?”여이현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얼마나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모른다.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그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며 준비했다.다행히 온지유는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온지유가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는가. 여자라면 대부분 그의 이벤트를 좋아할 것이다.그녀는 발꿈치를 들더니 여이현에게 입을 맞추었다. 짧은 입맞춤 후 입을 떼려던 순간 여이현은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더니 이내 질척인 키스를 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온 세상에 둘만 있는 기분이었다.온지유는 숨이 막혔다. 여이현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뭐야. 하지 마. 나 배고파. 얼른 음식을 준비해달라고 해줘.”온지유는 배고프다는 핑계를 대며 야릇해진 분위기를 피해 보려고 했다.여이현이 준비한 저녁은 전부 밸런타인데이와 연관이 있는 음식이었다.데코레이션이든 음식의 의미이든 전부 마음에 들었다.이런 이벤트를 싫어할 여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온지유는 하루 종일 자신을 방치해둔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0화

    어둠이 내려앉자 경성은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오늘은 밸런타인데이였던지라 곳곳의 가게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밸런타인데이를 삼켜버릴 것처럼 말이다.온지유는 여희영이 알려준 호텔로 왔으나 바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커다란 창가로 여희영이 알려준 파란 장미를 든 남자를 찾아보고 있었다.테이블마다 한 쌍씩 앉아 있었지만 여희영이 말한 남자는 없었다.전화를 들어 여희영에게 상대가 기다리다가 지쳐 먼저 돌아간 것은 아닌지 물어보려고 한순간 익숙한 형체를 발견하게 되었다.여이현이 코너를 돌며 2층의 룸으로 올라갔다.밸런타인데이에 귀가하지 않고 이곳에 와서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온지유의 머릿속에 순간 여러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대부분은 여이현이 바람을 피웠다는 가능성이었다.그녀는 씩씩대며 호텔 안으로 들어간 뒤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어서 오세요, 몇 분이실까요?”직원이 그녀를 붙잡았다.온지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 안에 몇 분이 예약되었는지 알려주시면 이 돈을 전부 드리죠.”그녀는 통 크게 돈뭉치를 꺼내 직원에게 주었다. 직원은 눈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두 개 펼쳐 보였다.밸런타인데이에 호텔에 혼자 오는 사람은 없었다.그녀는 바로 발을 들어 문을 차버리곤 코웃음을 쳤다.“이현 씨, 즐거운가 봐. 나한테 들켰다고...”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룸 안에 여이현 혼자 있었기 때문이다.온지유는 바로 고개를 돌려 직원에게 따져 물었다.“안에 둘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대표님께선 두 명으로 예약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직 아내 분이 도착하지 않으셨다고...”“이제 가도 됩니다. 여긴 제가 설명하죠.”여이현은 직원에게 물러나라고 하곤 문을 닫으려 했으나 그제야 문이 뜯겨 나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이내 빙긋 웃었다.“룸을 바꿔야 할 것 같네.”직원은 눈치껏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온지유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바람 피우는 현장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직원은 그녀에게 여이현의 아내가 아직 도착하지 않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69화

    “얼른 여이현한테 전화해서 여진을 나한테 넘기라고 말해. 그리고 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도 전부 나한테 주라고 해. 안 그러면 지금 이곳이 곧 너의 무덤이 될 테니까.”여재호는 뒤를 돌아보라는 턱짓을 했다.온지유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이현 씨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니까 헛된 망상은 그만하시죠.”“여이현이 그러지 않겠다고 하면 널 죽여버리면 돼. 그리고 네 아들을 여기로 잡아 오는 거지. 여이현이 그럼에도 넘기지 않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네 아들도 죽이는 거지 뭐.”여재호는 칼을 꺼낸 후 온지유의 앞으로 갔다. 그녀의 턱을 꽉 잡으며 뺨을 때렸다.“가능한 어떻게든 여이현을 설득해야 할 거야. 안 그러면...”서늘한 칼날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온지유는 눈을 가늘게 떴다.여재호는 돈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가 계속 이 세상에 남는다면 세상은 앞으로 불안만 가득해질 것이다.무언가 떠오른 온지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제가 이현 씨를 설득해볼게요. 그런데 저한테 핸드폰이라도 줘야 설득해보는 거 아닌가요? 핸드폰도 없이 제가 어떻게 말을 해보죠?”여재호는 머릿수가 많다는 이유로 방심하면서 온지유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어차피 산 아래에도 그의 사람들이 깔려 있었으니까.바로 옆 사람에게 지시를 내려 온지유에게 핸드폰을 주었다.자유를 되찾은 온지유는 뻐근한 손목을 돌리며 여이현에게 전화를 거는 척했다.“이현 씨, 나 지금 사방이 무덤인 산에 있어. 얼른 와줘...”“씨X, 지금 날 속여?”여재호는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확 빼앗았다. 온지유는 그를 꽉 끌어안더니 벼랑 끝으로 뛰어내렸다.“야!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여재호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차정혁이 얼른 사람들과 함께 벼랑 끝으로 달려와 내려다보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온지유는 죽지 않았다. 이미 전에 더 험한 일을 당했었던지라 여재호를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여재호가 그 말을 하자마자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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