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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그렇긴 하지만 나는 김혜연한테 아무 감정도 없다고. 김혜연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난 먼저 가볼게.”

신무열은 느릿하게 말하며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는 더는 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김혜연에게 다른 마음을 느껴본 적 없었으나 자꾸 주변에서 말하니 점점 피곤해졌다.

“봐요, 지금도 혜연 씨가 기다린다고 가겠다고 했잖아요. 이래도 아무 감정도 없어요? 오빠, 여자는 말과 속마음이 다르다고 하지만 남자도 똑같아요.”

온지유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별이는 괜찮아? 별이를 내버려 두고 한가하게 나와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거야?”

신무열은 일부러 정색하며 말했다.

온지유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아직 안 나았어요. 별이도 신경 쓰고 오빠한테도 신경 쓸 수 있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난 됐고, 별이한테나 신경 써.”

말을 마친 신무열은 죽그릇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온지유는 그런 신무열의 뒷모습을 빤히 보며 흐뭇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런 농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미 김혜연에게 마음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다만 고집이 센 신무열이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

신무열은 죽그릇을 들고 김혜연에게 다가갔다.

김혜연은 신무열이 들고 있는 죽그릇을 보았다. 아무리 평범한 흰 쌀죽이라고 해도 김혜연에겐 마음마저 녹일 수 있는 따듯한 죽이었다.

“절 위해 만드신 거예요?”

김혜연은 고개를 들어 신무열을 보았다. 반짝거리는 두 눈은 마치 밤하늘에 뜬 별 같았다.

“그래. 난 이런 흰 쌀죽밖에 할 줄 몰라. 다른 건 못해.”

신무열은 침대 테이블을 당기며 죽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김혜연을 일으켜 주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쌀죽이었지만 김혜연은 이상하게도 달고 맛있게 느껴졌다.

왜냐면... 이것은 신무열이 그녀를 위해 직접 만든 것이었으니까 신무열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김혜연은 입술을 틀어 물며 나직하게 말했다.

“도련님이 못하는 건 제가 할 줄 알아요. 앞으로도 제가 도련님께 맛있는 거 만들어 드릴게요. 도련님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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