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준 씨가 데리러 온다는데요. 이럴 때는 당겨줘야 하는 게 맞다면서 우리더러 먼저 가라는데요?”전동하의 해명에 소은정이 입을 벙긋거렸다.“유라가 그런 애가 아닌데...”노는 거 좋아하고 연애도 많이 해 본 한유라였지만 상대를 가지고 노는 나쁜 여자로서의 연애가 대부분이었다.은호 오빠 때문에 울고 불고 하던 게 어제 같은데... 민하준 때문에 이렇게까지?정말 진지하게 사귀는 건가?“원래 사랑에 빠지면 달라지는 거예요.”전동하의 미소에 소은정은 또다시 심장이 콩닥거렸다.“지금 자기 소개하는 거예요?”그녀의 질문에 전동하가 고개를 숙이더니 쿡쿡 웃었다.“오, 역시 똑똑한데요?”잠깐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소은정이 먼저 물었다.“그런데... 동하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솔직히 동하 씨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서...”소은정의 질문에 흠칫하던 전동하가 대답했다.“앞으로 천천히 알게 될 거예요.”그의 모든 걸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너무 불쑥 다가갔다가 소은정이 겁을 먹고 도망칠까 봐 두려웠다.앞으로 시간은 많아. 그러니까 천천히 하자.한편, 전동하에게 안겨 헬리콥터에 오르는 소은정을 발견한 소은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은 복잡미묘했다.그러던 중, 입 빠른 성강희가 바로 소은호의 옆에서 조잘댄 덕에 하룻밤 사이에 두 사람 사이가 변화했음을 알게 되었다.강희 이 녀석... 은정이를 좋아했던 거 아니었나? 결국 전동하한테 밀렸네...소은호와 눈을 마주친 전동하가 고개를 살짝 까딱하고 소은호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다음 순간 소은호의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스쳤다.“한밤 중에 웬 별똥별?”소은호의 질문에 소은정이 멋쩍게 웃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아빠보다 은호 오빠가 더 무섭단 말이야...“이게 다 강희 때문이야! 일기예보나 제대로 볼 것이지.”“하, 그래서 멍청하게 바로 따라나선 거고?”소은호의 차가운 미소에 소은정이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오빠! 동생한테 멍청이라니! 나 다친 거 안 보여
전동하 역시 한 원장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젠틀하게 벨트까지 해주는 전동하의 모습에 소은정이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린 소은정의 시선에 맞은 편에 앉은 소은해의 얼굴이 보였다.소은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그녀를 향해 매력적인 윙크를 날렸다.“은정아. 이 오빠도 왔다. 감동했지?”소은해의 말에 소은정이 코웃음을 쳤다.하, 날 데리러 온 거라고? 웃기시네. 하늘이 걱정돼서 온 거면서.역시나 짧은 인사를 마치고는 그녀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고 바로 김하늘에게 과일이며 쿠키며 온갖 먹을 것을 건네는 모습에 소은정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하늘아, 어때? 감동했어?”소은정의 질문에 김하늘이 얼굴을 붉혔다.“뭐가! 오빠는 너한테 물은 거잖아!”“아니. 너한테 묻고 싶은 걸 텐데?”이때 소은호가 불쾌하다는 듯 크흠 헛기침을 했다.“됐고. 일단 여기서 나가서 다시 얘기하자.”헬리콥터가 하늘로 오르고 서산으로 돌아가던 그때.마을 근처에 있던 강서진이 하늘을 바라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SC?헬리콥터에 적힌 부호를 발견한 강서진이 바로 쪼르르 누군가의 옆으로 달려갔다.“형, 저기 저 헬리콥터 좀 봐. SC그룹 전세기잖아. 은정 씨 가문에서도 온 건가?”산사태가 일어난 다음 날, 태한그룹은 바로 사고가 일어난 마을에 구조 물자를 기부했다. 그리고 하루빨리 도로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대형 크레인까지 2대 대동하고 박수혁까지 직접 현장까지 온 상태였다.다른 재벌그룹이었다면 대충 돈이나 물자만 기부하는 게 다였지만 박수혁은 고작 기업 이미지를 위해 기부를 하는 게 아니었다.한때 생사가 오가는 전장을 누볐던 그는 천재지변으로 마을에 갇혀있을 사람들이 얼마나 절망스러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강서진의 말에 차분한 모습으로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박수혁이 고개를 들었다.“SC그룹?”“그러게. SC그룹도 여기에 관심이 있는 건가?”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현지 구
소은호는 바로 소은정을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발목만 다쳤다고 소은정의 말에도 소은호는 이런 사고는 후유증이 더 무섭다며 몸 전체를 점검 받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소은정이 검사를 받는 동안 성강희와 소은호는 먼저 병원을 떠나고 복도에서 김하늘과 함께 소은정을 기다리고 있던 소은해가 전동하를 훑어보았다.기분이 좋은 듯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전동하의 모습에 소은해가 웃음을 터트렸다.“저기요. 우리 동생이 다쳤는데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소은해의 질문에 흠칫하던 전동하가 머쓱한 듯 웃었다.“아, 은정 씨가 다친 게 좋아서 웃는 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솔직히 아버지도 은호 형도 그쪽한테 잘하라고 하긴 했지만... 예의는 예의고 난 은정이랑 전 대표 잘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아니, 이 오빠가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소은해의 말에 고개를 홱 돌린 김하늘은 뭔가를 말하려다 결국 한숨을 쉬었다.“왜요? 그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전동하의 눈동자에 살짝 언짢음이 스쳤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물었다.“전동하 대표는 돈이 많죠. 하지만 우리 집안도 돈이라면 어디 가서 밀리지 않으니까 이건 패스. 그리고 그쪽은 아들도 있잖아요. 게다가 얼마 전 전 대표에 관한 루머들...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는 사실 아닙니까?”이성이고 동성이고 전부 홀려버릴 것 같은 아득한 미소를 짓던 소은해가 대답했다.“물론 은정이도 돌싱이긴 하지만... 걔 그렇게 보여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 봤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좋은 남자 만나서 다른 사람들처럼 이 남자, 저 남자랑 만나면서 연애도 하고 남자 보는 눈도 키웠으면 좋겠어요. 만약 결혼을 한다면 정말 평범하고도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요.”길게 설명하긴 했지만 소은해의 말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넌 안 돼”였다.어색해진 분위기에 김하늘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아니, 이 오빠가 은정이 없다고 아주 막 나가네?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아까 은호 오빠, 은정이 다 있을 때 말하지 그랬어
전동하의 말에 소은해는 아슬아슬하게 이어오던 김하늘과의 관계가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었다.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전동하 너 이 자식...잘 생긴 소은해의 얼굴에 분노가 실렸다. 이를 빠득빠득 갈던 소은해가 전동하를 노려 보았다.“어디 두고봐!”하, 전동하 이 자식... 물렁한 줄 알았더니 가시를 숨기고 있는 고슴도치였잖아?? 이런 젠장!전동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싱긋 웃어 보이고 그런 그를 있는 힘껏 노려봐준 소은해는 부랴부랴 김하늘의 뒤를 따랐다.잠시 후, 한 원장이 직접 소은정의 휠체어를 끌고 검사실에서 나왔다.전동하에게 휠체어를 넘긴 한 원장이 설명했다.“검사는 다 끝났어. 발 접지른 거 말고 다른 이상은 없으니까 며칠 푹 쉬어. 그리고 최대한 걷지 말고 매일 냉찜질 하고... 괜히 아빠 걱정시키지 말고... 네가 아프면 너희 아빠는 나만 괴롭히니까... 아, 그리고 며칠이라도 입원할 거야 아니면 집으로 갈 거야?”전동하가 잠깐 고민하던 그때 전동하가 먼저 대답했다.“입원하겠습니다.”형식적으로 묻긴 했지만 한 원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발목 겨우 접지른 걸로 입원은 무슨... 그리고 집에 가도 그 집 남자들이 웬만한 의료진보다 더 극진하게 보살펴 줄 텐데...한 원장의 표정에 전동하가 미소와 함께 대답을 이어갔다.“입원하면 좀 가만히 있으실까 싶어서요. 집에 가면 또 내일 몰래 출근하려고 할 겁니다.”그의 말에 한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내가 대신 입원 절차는 밟지. 저번에 있던 방이야. 기억하지?”소은정도 예상 밖으로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한 원장이 자리를 뜨고 전동하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사실은... 얼굴 좀 더 보고 싶어서요. 우리 사귀기로 한 거... 은정 씨가 잊어버릴까 봐서요.”소은정이 눈썹을 씰룩거렸다.“그럴지도 모르죠?”“그러니까 일단은 내 옆에 꼭 붙어있어요.”“그래도 며칠 뒤면 바로 퇴원할 텐데요?”소은정의 머리를 쓰다듬던 전동하가 맑은 목
전동하의 깊은 눈동자와 따뜻한 손길에 소은정의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은정 씨가 사과할 일 아니에요. 때가 되면 제가 직접 설명할게요. 은정 씨보다 더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사랑이 가득 담긴 그의 시선이 왠지 쑥스럽고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리려다 너무 내숭을 떠는 건가 싶어 대신 고개를 들었다.“아니요. 일단 숨겨요. 마이크 스스로 알아채기 전에는 비밀로 해요. 어른들 편하자고 마음대로 밝히는 건... 마이크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요.”다른 일도 아니고 출생의 비밀에 관한 일이다. 가뜩이나 예민한 시기, 그 아이에게 진실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으로 다가갈 수도 있으니까.마이크를 배려해 주는 소은정의 예쁜 마음에 전동하가 싱긋 웃었다.또래보다 똑똑한 마이크라면 아마 곧 스스로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지도 모르겠지만...전동하는 소은정의 휠체어를 창가로 옮긴 뒤 방금 전 꽃집에서 사온 백합을 화병에 꽂았다.꽃향기를 느끼며 미소를 짓는 소은정의 모습에 전동하의 마음도 흐뭇해졌다.전동하와 소은정의 사이는 여느 갓 사귄 커플처럼 불같이 뜨겁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사귀기 전과는 뭔가 달라져있었다.소은정도 전동하도 서로가 노력하고 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행동 하나하나 그녀를 배려하며 조금씩 다가오는 전동하가 소은정도 싫지 않았다.잠시 후, 소찬식이 소은호를 대동한 채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왔다. “은호야, 은정이 몸 안 좋으니까 퇴원하기 전까진 회사 업무 네가 다 맡아서 하도록 해.”어차피 피할 수도 없으니 대신 즐기기로 하는 소은호였다.은정 이 자식... 워커홀릭인 것 같다가도 은근히 농땡이를 잘 피운단 말이지.잠시 후, 병실문을 벌컥 연 두 사람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휠체어에 앉은 채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고 있는 소은정.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아이패드와 아이패드에서 흘러나오는 드라마.그녀의 옆에서 사과를 깎고 있는 전동하는 사과조각 하나를 포크에 꽂아 소은정에게 건넸다.“아...”소은정은 시선은 아이패
소찬식의 막연한 시선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아무리 딸이 귀하다지만 떡하니 옆에 있던 사람을 못 봤을 리가 없을 테고...아, 장인어른의 테스트인 건가?전동하는 바로 소찬식의 의도를 눈치챘다.평소였다면 소은정의 생명의 은인이라며 누구보다 더 고마워했겠지만 전동하와 소은정의 사이가 미묘하게 달라진 걸 소찬식은 직감적으로 느낀 듯했다.하지만 전동하는 화를 내기는커녕 솔직하게 대답했다.“아닙니다. 은정 씨와 대화하고 계셔서 제가 일부러 인기척을 내지 않았으니까요.”전동하의 지혜로운 대답에 소은호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소은정에 관한 일에서만큼은 애처럼 유치해지는 소찬식의 억지를 자연스럽게 넘기는 전동하의 처세술에 몰래 감탄했다.소찬식도 전동하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소은정이 바로 지원사격에 들어갔다.“아빠. 이번에도 동하 씨가 제때에 와줘서 우리 네 사람 모두 무사할 수 있었어요.”전동하를 쭉 훑어 보던 소찬식이 물었다.“이렇게 또 한 번 신세를 졌는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으면 좋을까 몰라?”“전 은정 씨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전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은정 씨가 무사해서 저도 기쁘고요.”소은정을 향한 전동하의 애정어린 눈빛에 소찬식이 눈을 가늘게 떴다.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소찬식이 괜히 딸을 꾸짖었다.“은정이 너도 말이야.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녀석이 아직도 노는 게 그렇게 좋아? 이번에도 전 대표가 와줬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어쩔 뻔했어!”소찬식의 말에 어제의 상황을 다시 떠올린 소은정 또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어두워진 딸의 표정에 소찬식 역시 마음이 약해져 훨씬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꼭 산으로 가야 별똥별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게 별이 좋으면 네 오빠한테 천문망원경이며 다른 설비들 사달라고 하면 되잖아. 따뜻한 곳에서 편하게 보면 좀 좋아!”부녀의 대화에 전동하 역시 소찬식이 딸을 얼마나 아끼는지 느낄 수 있었다.“그래도 돼죠? 고마워, 오빠!”역시나 소은정 역시 마다하지
전동하의 질문에 소은정이 당황했다.공개한다고? 벌써?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이 대답했다.“아직은 너무 이르지 않나요. 조금 시간이 더 흐르면...”두 사람이 사귄다고 인정하면 좁은 이 바닥에 소문이 쫙 퍼짐과 동시에 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하지만 가장 예측할 수 없는 게 바로 남녀관계. 그녀의 연애 때문에 회사 상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았다.난처한 듯한 소은정의 모습에 전동하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나 그렇게 막 나가는 사람 아니에요.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기다릴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런데... 대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소은정이 고개를 들고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전동하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퇴원하면 본가로 들어가지 말고 자취하면 안 돼요?”소은정은 복잡미묘한 표정과 함께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경계 가득한 그녀의 표정에 전동하가 한숨을 쉬더니 피식 웃었다.“남자친구한테 잘해 줄 기회 정도는 줘야 할 거 아니에요. 본가로 돌아가면 난 어떻게 하라고요.”방금 전 소찬식의 기세를 보아 하니 소은정을 조금만 늦게 들여보내면 바로 몽둥이라도 들고 찾아온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하긴... 동하 씨 말이 맞긴 해. 내가 괜히 이상한 쪽으로 생각한 건가?“네. 집에 말할게요. 그런데... 동거는 안 돼요.”소은정의 말에 분위기가 어색하게 가라앉았다.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전동하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요. 은정 씨 말대로 해요.”그래. 어쨌든 일단 그 집에서 데리고 나오는 게 중요한 거니까.한편, 저녁 시간이 되자 전동하는 직접 요리를 해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병원의 VIP 병동에는 작은 주방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거기서 직접 저녁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아무리 말려도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소은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왜 남자들은 이렇게 요리에 집착하는 걸까? 시켜먹는 게 힘도 덜 들고 훨씬 더 맛있을 것 같은데...잠시 후, 우연준
하지만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어떻게 할지는 주인 마음이니 우연준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 뒤로 우연준은 최근 회사의 상황에 대해 보고한 뒤 바로 병실을 나섰다.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전동하가 바로 우연준을 향해 인사를 하고 우연준 역시 허리를 숙였다.“저희 대표님, 케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요.”다른 대표들과 달리 훨씬 더 친화적인 전동하의 모습에 다시 고개를 까딱하고 돌아선 우연준은 바로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뭐지? 당연히 해야 할 일?대표님의 가족도 아니고... 지금가지 여기 있다는 건... 설마...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우연준은 연애를 다시 시작한 소은정의 모습에 기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박수혁 대표가 알면... 한바탕 난리나겠는데?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온 우연준이 차에 타려던 그때 뚱뚱한 남자가 그의 곁을 스쳐지나갔다.어딘가 익숙한 모습에 잠깐 고민하던 우연준이 다시 고개를 홱 돌렸다.저 사람은 박수혁의 집사... 오한준이잖아.휴대폰을 꺼낸 우연준이 바로 문자를 작성했다.“대표님. 방금 전 지하주차장에서 오한진 집사를 마주쳤습니다. 병실로 올라가는 것 같던데요.”“알겠어요.”소은정의 답장이 도착한 뒤에야 우연준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한편, 휴대폰을 내려놓은 소은정의 표정에 차갑게 굳고 전동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아까 우 비서와 대화할 때까지만 해도 기분 좋아보이더니 왜 갑자기...잠시 후 누군가 병실문을 두드리고 전동하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소은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박수혁 집사예요.”아마 그녀가 다친 걸 알고 오한진을 보낸 거겠지. 본인이 직접 온 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무엇보다 전동하와의 관계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만나고 싶지 않으면 돌려보낼까요?”“아니요. 동하 씨가 불편할 것 같아서...”어느새 그의 편에서 생각하고 배려해 주는 그녀의 모습에 전동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딱히 만나고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