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은 깜짝 놀라서 기쁜 얼굴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가다 보니 호텔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아,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교외의 호텔로 가려는 건가?’박수혁은 이렇게 몸서리쳐지게 설렌 적이 없었다.컴컴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노란 가로등 불빛을 보니 마치 행복으로 가는 길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바람마저도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점점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길가에 점점 더 나무가 많아졌다.분명 어딘가 교외인 것 같았다.이렇게 먼 곳에 방을 잡는다고?박수혁은 차의 계기판을 보고는 완전 깜짝 놀랐다.기름이 없잖아!그러나 막 경고해주려는 찰나에 갑자기 차가 멈추었다.박수혁은 멍하니 소은진을 바라보았다.소은진이 갑자기 박수혁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심장이 마구 날뛰어서 질식할 지경이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안전 벨트가 풀리더니 오른쪽의 차 문이 벌컥 열렸다.차가운 바람이 와락 들어왔다.정신이 번쩍 들었다.날 여기에 버리려는 건가?박수혁의 입이 꾹 다물어 졌다. 눈은 어두워졌다. 소은정이 턱을 치켜들었다. 겨울바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내려.”쓸 데 없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박수혁은 가슴이 서늘해졌다.“……”박수혁은 차에서 내렸다.“내가 한 말에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역시나 너무 서두르면 안 되는 법이다.소은정은 차 문을 닫았다. 창문을 내리더니 살짝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그러더니 다른 것을 묻는 것이었다.“거성 프로젝트, 당신이 지시한 거지?”박수혁은 심장이 철렁했다.“아, 아니야.”소은정은 창문을 닫고 시동을 걸었다. 깔끔하게 유턴을 하더니 먼지를 일으켰다.황량한 야산에 정말 이렇게 버려두고 간다는 말인가?밤새 걸어도 돌아갈 수 없다고!“사실대로 말하면 넘어가 줄 거야?”그 말에 소은정은 웃었다.박수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젠장, 그렇게 말하면 내가 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잖아?오한진과 오래 있다 보니 똑같이 덜 떨어진 녀석이 되어 버리는구먼!’소은정은
마이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대에서 뛰어 내렸다.그는 고개를 들고 입을 삐죽 내밀며 전동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안 돼. 예쁜 누나는 내 거야. 나 혼자 거야. 그 나쁜 아저씨는 절대 누나 곁에 다가올 수 없어. 난 허락하지 않을 거야."겨우 전동하가 출국하는 날을 기다렸는데 이제는 정정당당하게 예쁜 누나와 함께 있게 됐으니 당연히 제대로 정을 쌓아야지!나쁜 아저씨, 우리 예쁜 누나에게 접근할 기회가 절대 없을 거야!그의 뾰로통한 모습을 보고 전동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아. 이런 아들이 소은정 옆에 있으면 안심하고 해외 출장 다녀올 수 있겠네.전동하는 매우 흡족해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마이크는 급히 하인과 경호원을 시켜 물건을 정리하고, 예쁜 누나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내일 그가 직접 갈테니 아무도 보내지 말라고 말했다.왜냐하면 그는 예쁜 누나를 한시라도 더 빨리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날이 훤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소은정 저택 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마이크는 이미 그의 백팩을 메고 거실에 서서 아직 잠이 덜 깬 소은해와 마주보고 있었다.갑자기 마이크는 빙그레 웃으며 소은해의 허벅지를 껴안았다. "형, 좋은 아침이에요…."소은해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서 이 아이는 왜 지난번보다 말을 더 예쁘게 하지?이 아이는 솜사탕으로 만든 건가?소은해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볼을 꼬집었다."아저씨라고 불러야지.”어쨌든 네 아빠가 내 여동생에 대시하고 있으니까."예쁜 누나의 오빠도 오빠예요!" 마이크가 고민하며 고개를 저었다.소은해는 그와 잠시 놀아주다가 일어나서 짐을 챙겨가지고 나갔다.소은정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마이크가 바닥에 얌전히 앉아 노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녹았다.그에게 방을 마련해 주고 떠날 때, 마이크는 간절히 바라보면서 소은정 따라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소은정은 어쩔 수 없었고 또 여기서 외로울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회사로 데려 갔다.그녀는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바쁘게 움직이기
박수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를 악물고, 곧장 앞으로 가서 마이크를 한 손으로 들어 안쪽에 앉게 했다.거절할 수 없는 힘과 의지, 마이크는 몸부림칠 여유와 시간도 없었다.이 모든 것을 끝내고 박수혁은 그 자리에 앉아서 옷깃을 느슨하게 풀었다."이러면 자리가 생겼지?"소은정은 그를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약간 경고의 어조로 말했다. "박수혁, 마이크는 아직 어린애야."박수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옆에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은 마이크를 힐끗 쳐다보았다. "조국의 꽃, 아니, 외국의 꽃이지, 우리 중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소은정: "…."마이크는 화가 나서 박수혁을 바라보며 가슴이 답답해져서 정말 빨리 자라서 나중에 예쁜 누나를 데리고 외국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싶었다!"예쁜 누나, 난 싫어하는 사람 보면 밥이 안 넘어가요!"마이크는 콧방귀를 뀌고 대놓고 말했다.소은정은 눈을 들고 박수혁을 바라보며 "어서 가요."라고 말했다.이렇게 단호하게?박수혁은 조금 상처받았다.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담담한 눈빛 마이크를 바라보았다."그럼 눈 감고 먹으면 안 보일 거야."마이크에게 말을 다하고 바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우리 안 본 지 오래됐는데 나 안 보고 싶었어?"소은정은 아주 가볍게 웃었다. "내 곁에 너만 있는 것도 아닌데 보고 싶을 게 뭐가 있어?"박수혁의 눈빛은 금방 어두워졌지만, 그는 애써 감정을 억제했다.소은정은 자신을 자극해서 화나게 하고 알아서 물러서라는 뜻이라는 걸 박수혁은 알고 있다.그럴 리가!"그 사람들은 다 나보다 못해. 내가 최고야."그의 눈매가 무거워 보였고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소은정은 침묵했고 결코 아이 앞에서 그에게 심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식사하는 동안, 그녀는 말을 잘 하지 않았으며 그도 말을 안 하고 그녀가 천천히 먹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정말 예쁘다!그의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표범 같았고 꾹 참고 자제하면서도 욕심이 났다.눈 속에는 소유욕밖에
소은정 저택.마이크의 나쁜 기분은 끝내 사라지고 소호랑과 즐겁게 놀고 있었다.소은정은 씻고 서재에서 주식을 보고 있었다.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데 말 안 해도 소은해인 것을 알 수 있다.그는 손에 작은 박스를 들고 있었다."은정아, 바빠?""알면서."소은해는 웃으며 박스를 그녀 앞에 놓았다."내일, 이것 좀 그녀에게 전해줘.""누구?"소은정은 궁금해 물어보면서 그 박스를 열었다.물방울 모양의 옥팔찌가 그 안에 그대로 누워 있어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은 것 같다.처음에 사분오열된 모습에 돌이킬 수 없는 것 같았는데, 소은해가 실제로 해내다니?그냥 자세히 봤을 때 약간의 하자가 있긴 하지만 무시해도 된다.소은해는 정말 모처럼 한 가지 일에 이렇게 마음을 쓰는구나!소은정은 눈을 들고 "오빠, 직접 전달해 주면 하늘이 엄청 좋아할 텐데."라고 말했다.하지만 소은해는 한숨을 내쉬었다."하늘씨는 나를 만나고 싶지 않을 거야."소은정은 단호하게 박스를 오빠의 앞으로 다시 되돌려주었다. "아니야. 하늘이 좋아할 거야. 오빠가 직접 전달해주면 더 좋아할 거야."이렇게 좋은 기회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니, 소은정은 당연히 기회를 뺏을 수 없었다!소은해는 조금 망설이는 거 같아서 소은정은 생각을 해봤다. "내일 강서진의 파티에 하늘도 갈 테니까 오빠가 나랑 같이 가"그러면 그녀는 그 망할 놈의 남자 박수혁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두 사람은 서로 맞장구를 치다가 유쾌하게 각자 방으로 들어가 잤다.다음날, 소은정이 회사에서 회의가 끝나자 우연준이 디자이너에게 저녁 파티 때 입을 드레스를 준비해 놓으라고 해야 하는지 그녀에게 물었다.소은정은 갑자기 강서진의 파티도 수상하다는 것이 생각났다.재결합?강서진이 언제 이혼했는지 그녀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하지만 이런 재벌 가족의 결혼은 대부분 이익에 얽매여 있고, 일단 발표를 하면 주가 변동을 크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가족들은 외부에서 아무리 추측해도 이
우연준은 뒤에서 소은정 대신 차 뒷문을 열어주었고 마이크는 한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파티에 가서 수호천사가 될 것이다.소은정은 허리를 굽혀 한 발 먼저 딛고 차에 타려고 했을 때, 갑자기 큰 손이 그녀의 팔을 꽉 잡고 그녀를 뒤로 잡아당겼다.상대방의 그 차갑고 매서운 분위기에 소은정은 단번에 누군지 알 수 있었다."박 대표님…."우연준은 좀 의아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소은정을 보호하고 싶었으나 그의 손에서 소은정을 당겨올까 말까 망설였다.하지만 박수혁은 소은정을 자신의 품에 꼭 안은 채 강한 태도를 보이면서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목소리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내가 데리러 오기로 했잖아? 누가 감히 너를 데리고 가?"그는 진노의 모습을 티 내지 않고 단지 얼굴이 흐렸지만 말속에는 극도의 냉담함과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그가 애써 억누르던 감정에서도 안하무인의 거만함이 쏟아져 나왔다.소은정은 그의 품에 갇혔지만 힘들게 발버둥 치려고 하지 않았고 그가 마음대로 하게 놓아버리고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박수혁은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간질거렸다.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있으며 두 사람의 호흡은 매우 가까웠다.그는 고개를 숙이면 바로 밤낮으로 그리웠던 향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또 이렇게 행동했다.박수혁은 살짝 고개를 숙여 그녀의 감미로운 입술에 닿을 것 같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눈에는 담담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왜, 다른 사람이 알까 봐 그래?이 마이바흐를 모는 재벌 2세가?박수혁의 눈동자에는 순식간에 광풍과 소나기가 몰아쳤다.그의 손은 그녀의 턱을 잡고 기어코 강제로 그녀에게 뽀뽀하려고 했다.이 순간 바로 차 안의 재벌 2세가 차에서 내렸으며 목소리는 차갑고 비꼬았다."박 대표님, 내 사람도 감히 건드리는가?"박수혁의 눈동자에는 날카롭고 위험한 느낌이 스쳐갔지만, 순간 그는 멍해졌다.소은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거기에 서서 입가에는 냉
그는 돌아서서 차에 탔다.강서진 집안에서 이 파티를 위해 거액의 돈을 물 쓰듯 쏟아부었으며 아주 사치스럽다고 해도 과하지 않았다.강서진은 이 파티장을 위해 호텔을 통째로 빌렸고 호화로운 장식은 마치 신혼처럼 성대했다.입구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소은정은 소은해의 팔짱을 끼고 들어왔다.입구에는 강서진과 신부의 결혼사진이 진열되어 있었다.하얀 슈트와 드레스를 입었고 강서진은 생기가 넘치고 얼굴빛이 환하게 보이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신부 추하나는 매우 예쁘며 생김새는 매우 부드럽고 달콤한 타입이다. 다만 웃음이 약간 굳을 뿐, 아마도 사진사 문제일 것이다.소은정은 전에 이 신부에 대해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고 추하나 집안 배경이 없는 것 같지만 강씨 집안의 어르신과 사이가 좋다고 들었다.소은해는 그 사진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추하나가 강서진과 결혼할 때 집안이 부도나기 직전이었는데 강서진과 결혼하고 나서 완전 부도났어."소은정은 잠깐 멈추더니 의아해서 하마터면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이런 결혼은 모두 무너져가고 있는 집안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어떻게 강서진의 정략결혼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인가?소은해는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강서진은 당시 이혼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지만 모두 강회장님이 숨겨버렸거든. 나중에 추하나가 알게 되어서 무사히 이혼을 했는데 이렇게 재결합할 줄은 몰랐네.”소은정은 어이가 없어서 눈을 부릅뜨고 정말 드라마틱한 인생이네. 여자가 정말 재수 없네!강서진과 추하나는 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했고 강서진은 유난히 밝게 웃었으며 얼굴에는 한 송이 꽃이 필 정도였다.그러나 옆에 있는 여자 추하나는 옅은 미소만 지었고, 한 손으로 팔짱을 낀 모습을 보니 잘 어울리는 부부였다.두 사람은 앙금이나 원한 같은 것이 전혀 없으며 늘 평범하고 행복한 듯 보였다."대표님, 도련님, 정말 영광입니다."강서진이 다가와 손을 내밀자 소은해는 웃으며 그와 악수를 나누며, 즉시 아무것도
박수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는 너는 왜 안 바꿨는데?”강서진이 웃었다.“얼마나 달래기 쉬운데. 조금만 잘해주면 또 곧장 돌아오는 여자거든. 너의 그녀, 소은정 아가씨랑은 다르지. 은정 씨는 네가 태한 그룹을 통째로 준다고 해도 널 본체만체할걸.”박수혁은 입을 다물었다.“......”그가 정말로 준다고 해도 아마 그녀는 싫다고 할 것이다...강서진이 연회장 내부를 가리켰다.“봐봐, 얼마나 예뻐. 이 결혼식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요구했던 건 재혼 식장을 자기 손으로 직접 꾸미는 거였어. 여기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지. 그녀가 즐거우면 그걸로 된 거야. 여자한테 선물을 주더라도 꼭 그녀가 원하는 걸 찾아서 줘야 돼.”그럼 소은정이 원하는 건 대체 뭘 까?그녀의 속을 알리 없는 박수혁의 얼굴색은 더욱 어두워만 져갔다.강서진이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수혁아, 내 와이프가 이따 무슨 이벤트를 준비한 것 같거든? 그때 내가 어떻게든 너희 두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 줄게.”강서진은 자신은 재혼까지 성공했는데 박수혁이 여전히 혼자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을 친구로서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박수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더 이상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건데 설마 아직도 자만하고 있는 건가?마이크는 소은정의 뒤를 따라 연회장에 들어왔었다. 아무도 옷차림이 비범한 이 꼬마를 저지하지 않았기에 그는 맘껏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은정과 소은해가 다른 사람과 웃고 떠들 때 마이크는 얌전하게 테이블에 앉아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순백의 하얀색을 기본 바탕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갖춘 결혼 식장은 한눈에 보아도 많은 심열을 기울였다는 것이 느껴졌다.소은해가 소은정을 잡아끌며 구석 쪽으로 향했다.“저기 하늘이가...”소은정은 대답 없이 그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김하늘은 곁에 있던 여자에게 뭐라 말하더니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그녀의 곁에 있던 여자는 신부인 추하나였다. “하늘아.
식장에는 마치 핵폭탄이라도 떨어진 것 같았다.수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잔을 나누며 떠들썩하게 웃고 떠들던 장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가라앉았다.커다란 연회장 내부에서 감히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거기에 연회장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산뜻하고 발랄한 음악까지 더해지니 분위기는 한층 더 기괴해져갔다.이상을 느낀 강서진의 얼굴이 확 굳어지더니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그는 미친 듯이 달려들어가며 소리쳤다.“멈춰. 누가 저런 사진을 튼 거야. 당장 바꾸지 못해!”자세히 듣다 보면 그의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당황감을 느낄 수 있었다.그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스크린에서는 여전히 사진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 행복해 보였던 그의 결혼 생활의 어두운 밑 그림자가 낱낱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모두를 기만하는 행위였다.결혼 식의 민낯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드러나게 되었다. 아마 그 누군가는 어떻게든 사람들 앞에서 이 남자의 추태를 까발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강서진의 재혼을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의 축하 인사는 도리어 우스갯소리로 전락하고 말았다.강서진은 필사적으로 무대 뒤 켠으로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추하나가 이 장면을 목격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무대 뒤에 도착하기도 전에 또다시 관중들의 기함 소리가 들려왔다.뒤돌아 보니 스크린 앞에 펼쳐진 레드 카펫 위로 각양각색의 명품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우르르 등장하고 있었다.그들은 하나같이 예쁘게 단장하고 마치 런웨이를 하는 것처럼 드레스 끝자락을 잡고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더욱 충격적인 건 런웨이를 하는 여자들의 정체가 방금 전 스크린에 펼쳐진 강서진과 함께 있던 여자들이라는 것이었다.누가 봐도 경악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들의 얼굴을 확인한 강서진의 낯빛이 추할 정도로 하얗게 질려버렸다.공포와 당혹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좋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