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대에서 뛰어 내렸다.그는 고개를 들고 입을 삐죽 내밀며 전동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안 돼. 예쁜 누나는 내 거야. 나 혼자 거야. 그 나쁜 아저씨는 절대 누나 곁에 다가올 수 없어. 난 허락하지 않을 거야."겨우 전동하가 출국하는 날을 기다렸는데 이제는 정정당당하게 예쁜 누나와 함께 있게 됐으니 당연히 제대로 정을 쌓아야지!나쁜 아저씨, 우리 예쁜 누나에게 접근할 기회가 절대 없을 거야!그의 뾰로통한 모습을 보고 전동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아. 이런 아들이 소은정 옆에 있으면 안심하고 해외 출장 다녀올 수 있겠네.전동하는 매우 흡족해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마이크는 급히 하인과 경호원을 시켜 물건을 정리하고, 예쁜 누나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내일 그가 직접 갈테니 아무도 보내지 말라고 말했다.왜냐하면 그는 예쁜 누나를 한시라도 더 빨리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날이 훤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소은정 저택 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마이크는 이미 그의 백팩을 메고 거실에 서서 아직 잠이 덜 깬 소은해와 마주보고 있었다.갑자기 마이크는 빙그레 웃으며 소은해의 허벅지를 껴안았다. "형, 좋은 아침이에요…."소은해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서 이 아이는 왜 지난번보다 말을 더 예쁘게 하지?이 아이는 솜사탕으로 만든 건가?소은해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볼을 꼬집었다."아저씨라고 불러야지.”어쨌든 네 아빠가 내 여동생에 대시하고 있으니까."예쁜 누나의 오빠도 오빠예요!" 마이크가 고민하며 고개를 저었다.소은해는 그와 잠시 놀아주다가 일어나서 짐을 챙겨가지고 나갔다.소은정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마이크가 바닥에 얌전히 앉아 노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녹았다.그에게 방을 마련해 주고 떠날 때, 마이크는 간절히 바라보면서 소은정 따라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소은정은 어쩔 수 없었고 또 여기서 외로울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회사로 데려 갔다.그녀는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바쁘게 움직이기
박수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를 악물고, 곧장 앞으로 가서 마이크를 한 손으로 들어 안쪽에 앉게 했다.거절할 수 없는 힘과 의지, 마이크는 몸부림칠 여유와 시간도 없었다.이 모든 것을 끝내고 박수혁은 그 자리에 앉아서 옷깃을 느슨하게 풀었다."이러면 자리가 생겼지?"소은정은 그를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약간 경고의 어조로 말했다. "박수혁, 마이크는 아직 어린애야."박수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옆에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은 마이크를 힐끗 쳐다보았다. "조국의 꽃, 아니, 외국의 꽃이지, 우리 중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소은정: "…."마이크는 화가 나서 박수혁을 바라보며 가슴이 답답해져서 정말 빨리 자라서 나중에 예쁜 누나를 데리고 외국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싶었다!"예쁜 누나, 난 싫어하는 사람 보면 밥이 안 넘어가요!"마이크는 콧방귀를 뀌고 대놓고 말했다.소은정은 눈을 들고 박수혁을 바라보며 "어서 가요."라고 말했다.이렇게 단호하게?박수혁은 조금 상처받았다.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담담한 눈빛 마이크를 바라보았다."그럼 눈 감고 먹으면 안 보일 거야."마이크에게 말을 다하고 바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우리 안 본 지 오래됐는데 나 안 보고 싶었어?"소은정은 아주 가볍게 웃었다. "내 곁에 너만 있는 것도 아닌데 보고 싶을 게 뭐가 있어?"박수혁의 눈빛은 금방 어두워졌지만, 그는 애써 감정을 억제했다.소은정은 자신을 자극해서 화나게 하고 알아서 물러서라는 뜻이라는 걸 박수혁은 알고 있다.그럴 리가!"그 사람들은 다 나보다 못해. 내가 최고야."그의 눈매가 무거워 보였고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소은정은 침묵했고 결코 아이 앞에서 그에게 심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식사하는 동안, 그녀는 말을 잘 하지 않았으며 그도 말을 안 하고 그녀가 천천히 먹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정말 예쁘다!그의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표범 같았고 꾹 참고 자제하면서도 욕심이 났다.눈 속에는 소유욕밖에
소은정 저택.마이크의 나쁜 기분은 끝내 사라지고 소호랑과 즐겁게 놀고 있었다.소은정은 씻고 서재에서 주식을 보고 있었다.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데 말 안 해도 소은해인 것을 알 수 있다.그는 손에 작은 박스를 들고 있었다."은정아, 바빠?""알면서."소은해는 웃으며 박스를 그녀 앞에 놓았다."내일, 이것 좀 그녀에게 전해줘.""누구?"소은정은 궁금해 물어보면서 그 박스를 열었다.물방울 모양의 옥팔찌가 그 안에 그대로 누워 있어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은 것 같다.처음에 사분오열된 모습에 돌이킬 수 없는 것 같았는데, 소은해가 실제로 해내다니?그냥 자세히 봤을 때 약간의 하자가 있긴 하지만 무시해도 된다.소은해는 정말 모처럼 한 가지 일에 이렇게 마음을 쓰는구나!소은정은 눈을 들고 "오빠, 직접 전달해 주면 하늘이 엄청 좋아할 텐데."라고 말했다.하지만 소은해는 한숨을 내쉬었다."하늘씨는 나를 만나고 싶지 않을 거야."소은정은 단호하게 박스를 오빠의 앞으로 다시 되돌려주었다. "아니야. 하늘이 좋아할 거야. 오빠가 직접 전달해주면 더 좋아할 거야."이렇게 좋은 기회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니, 소은정은 당연히 기회를 뺏을 수 없었다!소은해는 조금 망설이는 거 같아서 소은정은 생각을 해봤다. "내일 강서진의 파티에 하늘도 갈 테니까 오빠가 나랑 같이 가"그러면 그녀는 그 망할 놈의 남자 박수혁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두 사람은 서로 맞장구를 치다가 유쾌하게 각자 방으로 들어가 잤다.다음날, 소은정이 회사에서 회의가 끝나자 우연준이 디자이너에게 저녁 파티 때 입을 드레스를 준비해 놓으라고 해야 하는지 그녀에게 물었다.소은정은 갑자기 강서진의 파티도 수상하다는 것이 생각났다.재결합?강서진이 언제 이혼했는지 그녀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하지만 이런 재벌 가족의 결혼은 대부분 이익에 얽매여 있고, 일단 발표를 하면 주가 변동을 크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가족들은 외부에서 아무리 추측해도 이
우연준은 뒤에서 소은정 대신 차 뒷문을 열어주었고 마이크는 한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파티에 가서 수호천사가 될 것이다.소은정은 허리를 굽혀 한 발 먼저 딛고 차에 타려고 했을 때, 갑자기 큰 손이 그녀의 팔을 꽉 잡고 그녀를 뒤로 잡아당겼다.상대방의 그 차갑고 매서운 분위기에 소은정은 단번에 누군지 알 수 있었다."박 대표님…."우연준은 좀 의아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소은정을 보호하고 싶었으나 그의 손에서 소은정을 당겨올까 말까 망설였다.하지만 박수혁은 소은정을 자신의 품에 꼭 안은 채 강한 태도를 보이면서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목소리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내가 데리러 오기로 했잖아? 누가 감히 너를 데리고 가?"그는 진노의 모습을 티 내지 않고 단지 얼굴이 흐렸지만 말속에는 극도의 냉담함과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그가 애써 억누르던 감정에서도 안하무인의 거만함이 쏟아져 나왔다.소은정은 그의 품에 갇혔지만 힘들게 발버둥 치려고 하지 않았고 그가 마음대로 하게 놓아버리고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박수혁은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간질거렸다.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있으며 두 사람의 호흡은 매우 가까웠다.그는 고개를 숙이면 바로 밤낮으로 그리웠던 향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또 이렇게 행동했다.박수혁은 살짝 고개를 숙여 그녀의 감미로운 입술에 닿을 것 같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눈에는 담담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왜, 다른 사람이 알까 봐 그래?이 마이바흐를 모는 재벌 2세가?박수혁의 눈동자에는 순식간에 광풍과 소나기가 몰아쳤다.그의 손은 그녀의 턱을 잡고 기어코 강제로 그녀에게 뽀뽀하려고 했다.이 순간 바로 차 안의 재벌 2세가 차에서 내렸으며 목소리는 차갑고 비꼬았다."박 대표님, 내 사람도 감히 건드리는가?"박수혁의 눈동자에는 날카롭고 위험한 느낌이 스쳐갔지만, 순간 그는 멍해졌다.소은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거기에 서서 입가에는 냉
그는 돌아서서 차에 탔다.강서진 집안에서 이 파티를 위해 거액의 돈을 물 쓰듯 쏟아부었으며 아주 사치스럽다고 해도 과하지 않았다.강서진은 이 파티장을 위해 호텔을 통째로 빌렸고 호화로운 장식은 마치 신혼처럼 성대했다.입구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소은정은 소은해의 팔짱을 끼고 들어왔다.입구에는 강서진과 신부의 결혼사진이 진열되어 있었다.하얀 슈트와 드레스를 입었고 강서진은 생기가 넘치고 얼굴빛이 환하게 보이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신부 추하나는 매우 예쁘며 생김새는 매우 부드럽고 달콤한 타입이다. 다만 웃음이 약간 굳을 뿐, 아마도 사진사 문제일 것이다.소은정은 전에 이 신부에 대해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고 추하나 집안 배경이 없는 것 같지만 강씨 집안의 어르신과 사이가 좋다고 들었다.소은해는 그 사진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추하나가 강서진과 결혼할 때 집안이 부도나기 직전이었는데 강서진과 결혼하고 나서 완전 부도났어."소은정은 잠깐 멈추더니 의아해서 하마터면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이런 결혼은 모두 무너져가고 있는 집안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어떻게 강서진의 정략결혼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인가?소은해는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강서진은 당시 이혼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지만 모두 강회장님이 숨겨버렸거든. 나중에 추하나가 알게 되어서 무사히 이혼을 했는데 이렇게 재결합할 줄은 몰랐네.”소은정은 어이가 없어서 눈을 부릅뜨고 정말 드라마틱한 인생이네. 여자가 정말 재수 없네!강서진과 추하나는 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했고 강서진은 유난히 밝게 웃었으며 얼굴에는 한 송이 꽃이 필 정도였다.그러나 옆에 있는 여자 추하나는 옅은 미소만 지었고, 한 손으로 팔짱을 낀 모습을 보니 잘 어울리는 부부였다.두 사람은 앙금이나 원한 같은 것이 전혀 없으며 늘 평범하고 행복한 듯 보였다."대표님, 도련님, 정말 영광입니다."강서진이 다가와 손을 내밀자 소은해는 웃으며 그와 악수를 나누며, 즉시 아무것도
박수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는 너는 왜 안 바꿨는데?”강서진이 웃었다.“얼마나 달래기 쉬운데. 조금만 잘해주면 또 곧장 돌아오는 여자거든. 너의 그녀, 소은정 아가씨랑은 다르지. 은정 씨는 네가 태한 그룹을 통째로 준다고 해도 널 본체만체할걸.”박수혁은 입을 다물었다.“......”그가 정말로 준다고 해도 아마 그녀는 싫다고 할 것이다...강서진이 연회장 내부를 가리켰다.“봐봐, 얼마나 예뻐. 이 결혼식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요구했던 건 재혼 식장을 자기 손으로 직접 꾸미는 거였어. 여기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지. 그녀가 즐거우면 그걸로 된 거야. 여자한테 선물을 주더라도 꼭 그녀가 원하는 걸 찾아서 줘야 돼.”그럼 소은정이 원하는 건 대체 뭘 까?그녀의 속을 알리 없는 박수혁의 얼굴색은 더욱 어두워만 져갔다.강서진이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수혁아, 내 와이프가 이따 무슨 이벤트를 준비한 것 같거든? 그때 내가 어떻게든 너희 두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 줄게.”강서진은 자신은 재혼까지 성공했는데 박수혁이 여전히 혼자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을 친구로서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박수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더 이상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건데 설마 아직도 자만하고 있는 건가?마이크는 소은정의 뒤를 따라 연회장에 들어왔었다. 아무도 옷차림이 비범한 이 꼬마를 저지하지 않았기에 그는 맘껏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은정과 소은해가 다른 사람과 웃고 떠들 때 마이크는 얌전하게 테이블에 앉아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순백의 하얀색을 기본 바탕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갖춘 결혼 식장은 한눈에 보아도 많은 심열을 기울였다는 것이 느껴졌다.소은해가 소은정을 잡아끌며 구석 쪽으로 향했다.“저기 하늘이가...”소은정은 대답 없이 그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김하늘은 곁에 있던 여자에게 뭐라 말하더니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그녀의 곁에 있던 여자는 신부인 추하나였다. “하늘아.
식장에는 마치 핵폭탄이라도 떨어진 것 같았다.수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잔을 나누며 떠들썩하게 웃고 떠들던 장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가라앉았다.커다란 연회장 내부에서 감히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거기에 연회장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산뜻하고 발랄한 음악까지 더해지니 분위기는 한층 더 기괴해져갔다.이상을 느낀 강서진의 얼굴이 확 굳어지더니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그는 미친 듯이 달려들어가며 소리쳤다.“멈춰. 누가 저런 사진을 튼 거야. 당장 바꾸지 못해!”자세히 듣다 보면 그의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당황감을 느낄 수 있었다.그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스크린에서는 여전히 사진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 행복해 보였던 그의 결혼 생활의 어두운 밑 그림자가 낱낱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모두를 기만하는 행위였다.결혼 식의 민낯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드러나게 되었다. 아마 그 누군가는 어떻게든 사람들 앞에서 이 남자의 추태를 까발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강서진의 재혼을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의 축하 인사는 도리어 우스갯소리로 전락하고 말았다.강서진은 필사적으로 무대 뒤 켠으로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추하나가 이 장면을 목격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무대 뒤에 도착하기도 전에 또다시 관중들의 기함 소리가 들려왔다.뒤돌아 보니 스크린 앞에 펼쳐진 레드 카펫 위로 각양각색의 명품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우르르 등장하고 있었다.그들은 하나같이 예쁘게 단장하고 마치 런웨이를 하는 것처럼 드레스 끝자락을 잡고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더욱 충격적인 건 런웨이를 하는 여자들의 정체가 방금 전 스크린에 펼쳐진 강서진과 함께 있던 여자들이라는 것이었다.누가 봐도 경악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들의 얼굴을 확인한 강서진의 낯빛이 추할 정도로 하얗게 질려버렸다.공포와 당혹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좋지 않은
불과 한 달 만이었다. 강서진은 그녀가 없는 생활이 적응되지 않았다. 또한 몇 년간 강 씨 가문에서 곱게만 자란 그녀가 다른 사람 밑에서 눈웃음치며 일할 모습은 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그는 다시 화해하기를 원했고 세 번을 찾아간 끝에 그녀가 그를 받아주었다.결국 그녀도 그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는 생각했다.그는 이제 앞으로 그녀에게 잘해만 줄 것이라고 다짐했었다.하지만…지금 자신과 마주 서있는 추하나의 눈빛은 얼음장같이 차갑기만 했다.우뚝하니 서있던 강서진은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추하나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더니 2미터 남짓한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강서진 도련님, 이분들은 다들 당신의 옛정인들인데 당연히 당신 결혼식에 초대를 해야죠. 안 그래요?”강서진은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 향을 느꼈다. 그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지금 그의 두 눈에는 온통 그녀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가 애원하며 말했다.“내가 잘못했어 자기야, 정말 잘못했어. 그때의 나는 사람 구실을 못하는 놈이었어. 하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잘해 줄게. 너한테만 잘해 줄 거야!”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할 수 있었고 또한 평생 그 맹세만을 지키며 살 것이라 다짐했다. 단지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그렇게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지만 않으면 그걸로 족했다.그는 불안했다.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천하의 바람둥이였던 강 씨 가문의 도련님한테도 오늘 같은 날이 오다니.하지만 이미 굳게 마음을 먹은 추하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그녀는 곧바로 카펫 위의 여인들을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매 여러분들 수고했어요. 제가 사람을 시켜서 한 분씩 안전하게 댁까지 모셔다 드리라고 일러둘게요.”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드디어 런웨이를 멈추고 곧장 연회장 밖으로 달려나갔다.소란스러워야 할 연회장은 순식간에 싸늘한 정적만 맴돌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