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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미쳤었지

소은정은 차갑게 웃으며 박예리를 바라보았다.

“박예리 씨, 설마 그런 얘기를 하면 내가 슬퍼할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요. 창피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오히려 당신, 그리고 당신의 그 잘난 집안이에요. 며느리를 하인처럼 부려먹은 게 뭐가 그렇게 자랑이라고 떠벌리는 건데요?”

“그건 네가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니까 그런 거잖아! 아까도! 어떻게든 우리 오빠한테 다시 들러붙으려고 아주 생쇼를 하더구만? 내가 모를 줄 알아?”

박예리는 방금 전 두 사람의 키스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소은정은 뭐가 저렇게 당당한 걸까? 그리고 그녀의 오빠는 왜 오히려 저딴 여자의 편이나 들고 있는 걸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박예리 씨는 내가 그쪽 오빠를 일부러 유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소은정이 피식 웃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유혹?

방금 전, 키스로 인해 그녀가 느낀 가장 큰 감정은 놀라움도 쑥스러움도 아니라 분노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은 그녀가 박수혁을 유혹하고 있는 거라고 의심하게 될 테니까.

그 의심의 싹을 자르기 위해 소은정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3년 전엔 내가 미쳤었죠. 저딴 남자한테 목을 매다니. 하지만 이젠 달라요. 유혹이요? 그쪽 말대로 내가 정말 남자를 유혹해 등골이나 빨아먹는 여자라고 쳐요. 그렇다고 해도 그쪽 오빠는 건드릴 일 없으니 안심해요.”

숨이 턱턱 막히는 3년의 시간들은 이미 그녀에게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 죽는 한이 있어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소은정의 차분하지만 단호하고 차가운 눈빛에 박예리도 흠칫 놀라고 말았다. 지금 그녀 앞에 있는 이 여자가 3년 전, 고개도 못 들고 말도 제대로 못하던 그 소은정이 맞긴 한 걸까?

탁.

소은정은 와인잔을 크리스털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성강희도 박수혁, 박예리 두 남매를 매섭게 노려본 뒤 그 뒤를 따랐다.

한편, 박수혁은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소은정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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