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은 담배를 입에 물고 생각에 잠겼다.며칠 전 보여줬던 밝은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음침하고 냉철하며 진한 살기마저 느껴졌다.사람들은 호텔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녔지만 남유주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결국 그는 담배를 비벼끄고 호텔 지배인에게 시선을 돌렸다.“호텔에 비밀통로가 있나요?”지배인이 벌벌 떨며 대답했다.“그런 건 없습니다….”박수혁의 싸늘한 시선이 날아왔다.경호원이 달려와서 지배인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지배인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경호원이 그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처박았다.박수혁은 다리를 꼬고 앉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얘기하고 내 아내한테 아무 일 없으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 주지. 하지만 집사람이 사고를 당했다면 이 호텔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할 거야.”지금의 박수혁은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그는 상처 입은 맹수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지배인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대표님, 제가 일부러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요. 저도 이제 생각난 거고 예전에 대표님이 사람을 보내 고찰을 오셨을 때도 발견하지 못한 통로라서 말씀을 못 드린 겁니다.”“그러니까 지금 말하라고.”박수혁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시간이 흐를수록 남유주의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그는 그녀가 지금 어떤 처지에 처했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벌레가 심장을 물어뜯는 것처럼 쓰리고 아팠다.담당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옷방에 있는 옷장에 밖으로 통하는 통로가 하나 있습니다.”박수혁은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경호원도 지배인을 끌고 그를 따라 옷방으로 들어갔다.박수혁은 남유주가 쓰던 옷장 문을 열었다.아니나 다를까, 안에 작은 동굴 입구가 하나 나타났다.그 순간 그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었고 온몸이 경직되었다.지배인이 말했다.“사모님께서 호기심에 들어가셨을 수도 있어요. 이 통로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깐요.”박수혁이 싸늘하게 말했다.“지금 들어가 보지.”경호원이
설마 며칠 째 어딘가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남유주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원래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다가 공중에 매달려 왔다갔다 하는 유리 가림막과 입을 쩍 벌리고 자신을 기다리는 식인어를 보고 있자니 등골이 오싹했다.아득한 공포감에 그녀는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할 수 없었다.남연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겁에 질린 그녀의 얼굴을 감상했다.그녀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겁에 질린 남유주가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팔다리가 모두 묶여 있었기에 그녀는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남연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마치 영혼을 악마에게 빼앗긴 것처럼 온몸으로 악의를 뿜어대고 있었다.가림막이 사라지자 남유주는 그대로 물에 빠졌다.그녀는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사냥감을 발견한 식인어가 그녀를 향해 헤엄쳐 왔다.추락하던 순간, 남유주는 누군가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하지만 수영장으로 추락한 순간 외부의 모든 소리가 차단되고 숨이 막혀왔다.식인어 한마리가 달려들어 그녀의 발목을 물어뜯었다. 극심한 통증에 그녀는 온몸을 떨었다.다른 한 마리도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물어뜯었다.상처에서 피가 흘러 수영장 전체를 뻘겋게 물들였다.그녀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점점 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었다.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식인어들은 맛있는 요리가 앞에 보이자 미친듯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안으로 쳐들어온 박수혁은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남유주가 수영장으로 추락한 순간, 남연은 주체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박수혁이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쳤다.“박 대표님….”박수혁은 바로 달려들어 그녀의 가슴을 걷어찼다.바닥에 쓰러진 남연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박수혁이 수영장에 뛰어들었다.다른 경호원들이 달려와서 남연을 제압했다.일부는 박수혁을 도우려고 수영장에 뛰어들었다.박수혁이 여자를 품에
의사의 설명을 다 들은 박수혁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주먹에 힘을 풀었다.다행이었다.세상을 다 잃은 것 같았는데 그냥 운명의 짖꿎은 장난이었을 뿐이었다.의사가 그의 팔에 항생제를 투여하고 상처를 소독했다.경호원은 유리 가림막을 다시 수영장에 덮었다.고개를 든 박수혁은 싸늘한 시선으로 수영장 방향을 노려보았다.경호원이 남연을 끌고 그에게 다가왔다.박수혁은 분노를 담아 그녀의 옆구리를 힘껏 걷어찼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그녀의 갈비뼈가 부러졌다.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신사적인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곧장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그는 여자라고 해서 봐주는 법이 없었다.누구든 그를 도발하면 그는 사정없이 반격하는 사람이었다.남연은 그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렸다.남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겁에 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박수혁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거대한 압박감에 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하듯 말했다.“대표님, 죄송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의사도 유주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냥 겁만 주려던 것뿐이에요.”그녀는 울며 고통스럽게 기침했다.박수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겁만 주려고 했다고? 그렇다면 너도 똑 같은 방법으로 당해봐야지.”그의 말을 알아들은 경호원이 남연의 목덜미를 잡고 수영장으로 끌고 갔다.남연이 다급히 소리쳤다.“이러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목숨만 살려주세요….”하지만 현장에 있는 아무도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지금 당장 그녀를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남유주가 수영장으로 추락하고 식인어가 그녀의 살을 물어뜯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 그는 당장 배후를 끌어내서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그냥 발로 걷어차는 걸로 끝냈다.남유주를 구하는 게 먼저였기 때문이다.이제 남유주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범인을 응징할 차례였다.경호원은 남연의 아우성을 들은 척도 하지
“뭐라고?”박수혁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남유주의 친부?그는 남유주의 과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가족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가 혈육을 찾아주겠다고 했을 때도 그녀는 거절했었다.그 뒤로 박수혁은 그녀의 반감을 살까 봐 두려워 그녀의 가족을 수소문하지는 않았다.딸이 갑부를 만나 잘살면서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자 화가 난 걸까?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친딸에게 이런 짓을 한 아버지라니!박수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그게 누구지?”“그 여자의 말을 들어보면 누가 먼저 남연 그 여자에게 연락했고 돈을 줘서 사모님을 처리하라고 했답니다. 조사를 해봤는데 조심성이 많은 놈이에요. 돈은 달러로 남연의 계좌에 입금했더군요. 그 전화번호에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없는 번호라고 나왔습니다.”경호원은 초조한 얼굴로 박수혁의 눈치를 살폈다.남연이 남유주를 질투해서 벌인 짓인 줄 알았는데 배후에 친부가 얽혀 있을 줄은 몰랐다.“초대한 손님 중에 범인이 있을 수도 있었겠군. 내가 경솔했어.”박수혁은 피곤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마사지했다.“호텔 측에 말해서 CCTV를 다 조회해 봐. 그 여자가 전화를 받을 때 통화 중이었던 사람은 한 명도 놓치지 말고 전부 조사해. 그리고 이번에 섬에 방문한 손님 리스트를 다시 정리하고 그 사람들의 배경을 알아내서 최대한 빨리 용의자를 특정하도록.”박수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향했다.그렇게 오전이 되자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비쳐들어왔다.남유주는 새벽에 열이 내렸지만 고통은 여전했는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었다.날이 다 밝은 뒤에야 그녀는 고통이 덜했는지 조금 편하게 잠을 잤다.의사는 두 사람에게 진통제를 주사했다.고통에 시달리는 남유주와는 달리 박수혁은 독소에 몸이 마비되지도 않았고 열도 나지 않았다.아마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분인 것 같았다.점심 때가 되자 남유주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그
박수혁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넌 유주의 친아버지를 만난 적 있지?”그는 단도직입적으로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남유주는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 인간이 누구지?”박수혁이 다시 물었다.남연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어릴 때 만난 게 전부예요. 지금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기억이 안 나? 그런데 너한테 연락한 사람이 그 인간인지 어떻게 바로 알았지? 너 확인도 안 했잖아?”박수혁은 싸늘한 목소리로 압력을 가했다.남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오기 전에 바닷가에서 그 사람이랑 비슷한 인상을 가진 사람을 봤어요.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좀 이상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래서 믿게 됐어요. 하지만 그 사람을 찾아내라고 하면 잘 모르겠어요. 그때 사람이 너무 많았고 스치듯 봤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아서….”남연은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대답했다.박수혁의 말투로 보아 남유주의 친부를 찾기 전까지는 절대 풀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그래서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그 사람이 먼저 연락해서 계좌를 조회해 보라고 했어요. 돈이 입금되었더라고요. 그래서 그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수영장에 있던 식인어는 제가 준비한 게 아니에요. 제가 갔을 때 이미 그곳에 있었어요.”“대표님, 저 좀 풀어주세요. 제가 아는 건 이게 전부예요. 유주 언니한테 가서 사과할게요….”박수혁은 담배연기를 길게 빨아들이고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시간은 그렇게 일분일초 흐르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고개를 들어 보니 남유주가 창백한 얼굴로 입구에 서 있었다.박수혁은 가슴이 철렁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더 자지 왜 일어났어? 배 안 고파? 어디 불편해?”남유주는 싸늘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남연을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 내 친부가 널 사주해서 날 죽이라고 했단 말이야?”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네가 자초한 일.비행기 안.남연은 묶인 채로 비행기에 올랐다. 양옆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지키고 있어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박수혁과 남유주가 그녀의 존재를 떠올리고 그대로 태평양에 던져버릴까 봐 두려웠다.남유주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잠이 들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잠에서 깼다.그녀가 눈을 떴을 때, 박수혁은 다른 곳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화상회의 중 같은데 그녀가 잠자는 것을 방해할까 봐 멀리 간 듯했다.남유주는 멍하니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다가 남연에게 다가갔다.경호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인사했다.“사모님.”남유주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얘랑 할 얘기가 좀 있으니 저쪽으로 가서 기다려요.”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비켜주었다.남연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남유주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테이프를 그대로 제거했다.남연이 아파서 인상을 찌푸렸다. 얼굴 반쪽이 테이프 자국이 커다랗게 나 있었지만 남연은 아픈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남연이 물었다.“나한테서 무슨 얘기가 듣고 싶은 거야?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네 친부가 누군지 찾아낼 수 없게 되잖아. 나만 그 사람을 봤으니까.”그녀는 용기를 쥐어짜내서 말했다.지금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건 남유주의 친부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는 사실뿐이었다.남유주는 피식 비웃음을 터뜨리며 냉랭한 시선으로 남연을 쏘아보았다.창백한 얼굴에 서늘한 눈동자는 보고만 있어도 간담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남연은 그녀의 낯선 모습에 어깨를 움찔했다.남유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뭘 그렇게 겁에 질렸어? 전에는 그렇게 날 무시하더니?”“남유주, 나만 탓할 게 아니라 탓할 거면 그 사람을 탓해. 나도 사주를 받고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니까. 원망할 거면 네 아버지를 원망하라고!”남연은 어떻게든 그녀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다.남유주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렇지. 둘 다 용서하지 않
전동하와 박수혁 사이에는 원한관계가 있으니 그가 배후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남유주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그녀의 직감이 그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소은정과 이 일이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였다.이한석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전 대표는 아닐 겁니다. 그날 밤 아주 기분 좋게 술을 마셨잖아요. 대표님을 대신해서 술을 마시고 새봄이를 케어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사람을 시켰을 수도 있지.”박수혁이 싸늘하게 말했다.이한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SC그룹은 오너 일가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왔어요. SC그룹 진한 지사의 소찬학 대표도 초대를 받고 왔으니까요. 비록 소은정 씨 가족들이랑 같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사람도 분명히 SC 사람입니다.”그 말을 들은 박수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그는 소찬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전부인 심청하가 전에 소은정에게 자주 시비를 걸었었는데 가문에서 쫓겨난 걸로 알고 있었다.실권이 없는 소찬혁 일가는 SC그룹에서 거의 투명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매년 주주로써 가져갈 수 있는 이윤만 취할 뿐,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물론 소찬혁의 능력에 비하면 그것마저 감지덕지였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박수혁의 결혼식에 얼굴을 내민 걸까?이한석도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소찬혁을 지목했다.“대표님, 비록 우리가 초대 손님들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했다지만 이 소찬혁이라는 사람은 SC의 친척이고 그때 당시에는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았을 겁니다. SC라는 큰 배경이 있으니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대했을 거고요. 제 추측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남유주는 허리를 곧게 펴고 박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더 직접적인 방법이 있어요.”“그게 뭐야?”“초대 손님들을 다시 자리에 부르는 거예요. 남씨 가문 사람들도 함께요. 그러면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괜찮은 아이디어였지만 위험부담이 있었다.
소은정이 자리를 뜨자 호텔 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다가왔다.남유주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리고 재채기를 했다.박수혁은 다급히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직원에게 싸늘하게 굳었다.“아무도 꽃을 시키지 않았는데 이건 뭐지?”직원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CK그룹에서 온 손님이 두분 결혼을 축하드린다고 꽃다발을 보내왔어요.”박수혁은 사납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가져가. 사모님은 꽃가루 알러지가 있으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네.”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박수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집사람이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은데 꽃가루 알러지가 심해요. 꽃가루가 들어간 술 같은 거 마시면 호흡곤란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파티장에도 생화는 설치하지 않았어요.”옆에 있던 한 기업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러지가 심하면 조심해야죠.”소찬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결혼식장에는 전부 생화로 장식했었잖아요. 사모님은 특정한 꽃에 알러지가 있으신가요?”“그건 아니고요. 그때 항공기로 운반해 온 꽃들은 특수 약품으로 처리해서 꽃가루가 날리지 않거든요. 이번 일로 남편이 공을 많이 들였어요. 저는 그냥 조화를 쓰자고 했는데 이 사람이 꼭 생화여야 한다고 고집해서요.”박수혁도 웃으며 말했다.“결혼식에 조화를 쓸 수는 없죠. 앞으로 내가 선물한 꽃은 절대 꽃가루가 날리지 않을 거야.”두 사람은 서로를 애정을 담아 바라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기업가가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떴다.소찬혁이 웃으며 말했다.“두 분은 사이가 참 좋아 보이네요.”남유주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말씀 나눠요. 저는 저쪽에 좀 가볼게요.”박수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소찬혁에게 말했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 말씀해 보세요.”소찬혁은 쑥스럽게 웃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대표님, 지금 SC와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거로 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