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따가 시간 맞춰서 사람 보낼 테니까 그거 타고 와요. 근데 차는 어쩌고, 혼자 갔어요?""네?" "차가 우리 회사 아래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데, 그래서 근처에 있는 줄 알았거든요. 차는 어쩌고, 거길 그냥 갔어요?"박수혁의 질문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남유주는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고요한 침묵이 몇초간 흘렀고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 누구 만나러 나갔다가 깜빡하고 그냥 돌아왔어요."박수혁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온화하게 말했다."누굴 만났기에 차 끌고 간 것도 까먹고 그냥 가요?""성미려 씨요."순간, 조용해졌다. 박수혁은 웃음기를 감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여자는 왜 만났어요?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죠?""물론이죠. 그냥 나더러 스파이가 되어달라고 하더라고요. 프로젝트 원본 계약서를 훔쳐와 달라고, 그렇게 해주면 성안그룹의 주식을 나한테 넘기겠다고 하던데... 게다가 카드까지 주겠다고 하더라고요."남유주는 성미려가 한 말을 그에게 거짓 없이 다 말했다.박수혁은 일분 간 침묵을 유지했다. 그의 숨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들려왔다. 그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대범하기도 해라, 당장 부도가 날 판에 주식을 준다고 했다고요?""그러니까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거절했어요.""당신 생각보다 그리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네요." 박수혁은 만족스러운 듯 그녀를 칭찬했다. "잘했어요."남유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어떻게 보상할 건데요?""아, 잘했으니까 선물을 달라고요?""네, 설마 안 줄 거예요?""저녁에 경매회가 있는데, 거기에 마음에 드는 물건 있으면 말해요, 선물할게요. 이러면 되겠죠?"박수혁의 목소리에 따뜻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남유주가 밝게 말했다. "통장 탈탈 털릴 준비 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박수혁은 끊겨버린 휴대폰을 쳐다보며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다. 오늘 밤에 있을 경매회가 기대되었다.전화를 끊은 남유주는 자리에
이한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대표님, 오래만..."남유주는 디저트 몇 조각을 먹은 뒤 샴페인 한잔을 손에 들고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 한 모금 마셨다. 마실수록 정신이 또렷해졌다.창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진 등불은 평범했지만 아름다웠다. 애석하게도 어느 하나, 그녀의 것은 없었다.그녀의 감정은 정식적으로 카운트다운 되기 시작했다. 그녀보다 더 빠른 사람은 없을 것이다.옆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낯선 여자였고 매우 아름다웠다. 한눈에 봐도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고, 우아함이 뿜어져 나왔다."안녕하세요, 박 대표님 여자친구세요?"남유주는 순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었다."네, 무슨 일이세요?""전 CK 그룹의 천유희라고 합니다. 박 대표님께 프로젝트 협업에 대해 문의를 드리고 싶은데, 혹시 만나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여자의 말에는 어떤 조롱이나 비아냥도 없었다. 그녀는 남유주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남유주는 이 낯선 사람이 박수혁과 너무 닮은 느낌이 들었다.남유주는 여자와 박수혁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저희가 아는 사이도 아닌데, 소개는 못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수혁씨는 돈이 되는 사업에 언제나 진심이니 수혁씨를 직접 찾아가 제안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결코 거절할 사람이 아니에요."여자는 남유주의 직설적인 말에 잠시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저도 대표님을 처음 보는지라, 어떤 것을 선호하실지 몰라 이렇게 찾아왔어요. 조언대로 제가 직접 찾아가볼게요."여자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몸을 돌려 박수혁에게 다가갔다. 남유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같이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생각보다 두 사람은 잘 어울렸다.여자는 다른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박수혁 같은 사람만이 그녀와 어울렸다.남유주는 손에 든 샴페인을 훌쩍 들
남유주에 대한 신비감이 더 증폭되었고, 사람들은 남유주의 존재에 대해 더욱 궁금해했다.경매가 끝났다.박수혁은 이한석에게 차에 낙찰받은 물품들을 옮기게 했다. 그리고 남유주와 함께 밖에서 대기했다.그는 남유주의 손을 잡고 깍지까지 낀 채 내내 놓지 않았다.이런 동작은 팔짱을 끼는 것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하지만 박수혁은 다른 사람의 시선은 조금도 의식하지 않은 채 완강했다."먼저 탈까?"그는 남유주가 혹시나 찬바람에 감기가 들까 걱정되어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또 누가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기다리는 게 어때요?"박수혁이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연 그 순간, 그의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대표님..."남유주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던 박수혁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질투하는 거였네."그의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몇 갈래로 갈라진 것처럼 심장이 쿵쿵 뛰었다.그저 기분이 좋았다.천유희가 그를 쫓아오든 말든, 박수혁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그는 단지 CK 그룹과 협력할 의사가 확실히 있었고, 그래서 굳이 매몰차게 굴지 않은 것이었다. 천유희는 박수혁과 그의 옆에 있는 남유주를 번갈아 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직 안 가셨네요. 대표님, 연락처가 필요해서요, 앞으로 회사 협력 건에 대한 연락은 전부 제가 주관할 거예요."박수혁은 천유희를 덤덤하게 쳐다보았다."이 비서한테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그의 말에 천유희는 박수혁의 거절을 단번에 알아들었다. 그녀는 남유주를 향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제 직급으로 대표님과 직접적으로 협력에 대해 상의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네요, 제가 나중에 저희 아버님께 말씀해서 직접 연락하게 할게요."박수혁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천유희를 쳐다보았다.CK 그룹 같은 재벌가에서 직접 비즈니스를 위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아주 의외였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회사의
남유주는 몸을 돌려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나른하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좋아요. 진짜 당신은 볼수록 예쁜 짓만 하는 것 같네요."박수혁이 웃음을 터트리자, 남유주는 허리에서 손을 풀고 고개를 들었다."근데, 이 집 수혁씨 명의예요?"박수혁이 말했다. "직원한테 시킨 거라 잘 모르겠네, 당신 명의로 하고 싶으면 내일 가서 말해둘게."그는 이런 것까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누구의 명의이든 그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아니에요, 공짜로 이런 집을 제가 어떻게 받아요. 그냥 앞으로 이런 부동산 투자는 하지 말라고요, 현금화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선물하고 싶으면 현금으로 줘요."박수혁은 잠시 당황하더니 고개를 숙여 웃었다."그러니까... 내가 준 돈이 부족했던 거네? 카드는 어쩌고?" 남유주는 아무렇지 않게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당신이 준 카드를 마음대로 쓰기 불편해요. 그냥 내 카드로 정기적으로 입금해 줘요, 그럼 쓰기도 편하고 불편한 관계도 되지 않을 것 같아요."박수혁은 서서히 웃음을 멈추었다.방안에는 침묵이 몇초 간 흘렀다.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다시 웃었다."아직도 기분이 안 좋아? 천유희 그 여자는 단지 협력사의 관계자일 뿐이야. 일 얘기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질투하는 거야?"남유주는 박수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박수혁의 눈빛은 차분했다."와인바 며칠 뒤면 인테리어가 끝나요, 그럼 다시 거기로 돌아갈게요."박수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거기서 편하게 쉴 순 없잖아."아주 잘 쉬었어요. 거기서 자는 게 내 마음이 더 편해요."박수혁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 내일 이 집 명의는 당신 이름으로 돌려놓을 거야. 여기도 이제 당신 집이야."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남유주를 달랬다.남유주에게 다가가 그녀의 옆에 털썩 앉은 박수혁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우리 관계를 간단한 관계처럼 말 하지 마."그는 그들
한 사람의 일방적인 사랑은 욕구불만을 더욱 상승 시켰다.그녀는 박수혁에게 맞지 않는 여자라는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생겨난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칼로 물을 베는 격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머릿속에서 이 생각을 지우고 싶었다.자기의 마음을 평생 남에게 알리지 않고 숨길 자신이 없었다.박수혁을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 채 그의 곁에 머무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녀는 살아 숨 쉬었고 자기를 보호해야 했다.남유주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박수혁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자신이 방금 한 말이 그녀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는지 알고 있었다.눈동자로 후회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여기서 그만 멈춰주길 바랐다.남유주는 그의 몸에서 억압적인 기운을 느꼈다.그녀가 내린 사형 선고에 맞서는 것 같았다남유주는 피식 웃더니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진짜 결혼할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에요. 다만 나 혼자 감정을 쏟는 게 달갑지 않았어요, 당신은 고고하게 날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싫었어요. 한 번만 말할게요, 우리 진짜 끝내요. 다시는 날 찾으러 오거나 하지 말아요. 날 그런 식으로 협박한다면 난 언론에, 당신이 내 스폰서였다고 폭로할 거예요."박수혁의 얼굴이 심하게 굳었다. 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남유주의 예쁜 입에서 이런 험한 말이 나올 줄 몰랐다.남유주는 오히려 당당하게 듣기 싫은 말을 내뱉었다."난 두려울 게 없어요. 솔직하지 못하다고 비난받아도 돼요.하지만 이 소문이 당신 회사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지 모르겠네요. 재혼보다 더한 스킨들이 될 텐데, 어차피 난 상관없는 몸이라."그녀는 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버렸다.박수혁은 멍하니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의 눈빛이 음침하게 변했다. 마음속에서 분노가 차올랐다.남유주는 그의 감정을 요동치게 했다. 남유주는 영원히 통제되지 않을 것 같았다그의 곁에 남는 그녀를 보면서 자신의 수완이라 여긴 것은 박수혁의 착각이었다. 전부 남유주가 원했기에
한수근의 질문에 남유주는 혀를 차며 물었다."도대체 누구 편이에요?""사장님이죠.""그럼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와인바로 얼른 가요. 저녁에 공사도 안 하니까 그럭저럭 잘 수 있을 것 같은데."남유주는 별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가슴이 막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진짜 절 죽일 작정이세요? 바람도 들어오는 곳에서 어떻게 주무신다는 거예요? 그냥 우리 집으로 가요, 마침 애인이 출장을 가서 집에 아무도 없어요.""고마워요."사실 그녀는 한수근이 이 말을 해주기를 기다렸다. 한수근은 다른 남자보다 훨씬 믿음직했다.박수혁은 냉정함을 되찾은 뒤 현실을 직시했다.자기가 파 놓은 함정에 깊이 빠진 바람에, 자기 여자에게 꼬투리가 잡힌 꼴이 되었다.그는 그렇게 대답하지 말았어야 했다. 비록 연애하기 위해 만난 것이었지만, 둘 관계가 돈독해지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게 결혼이었다.하지만 둘은 결혼까지 가지 못할 것 같았다.박수혁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는 사실 단 한 번도 남유주와 결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무엇으로 보든, 남유주는 그의 배우자로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도 그녀를 향한 마음을 통제할 수 없었다.사랑이란 감정은 가장 가치 없는 것이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의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없었다. 그는 대국적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결국 박수혁은 남유주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일주일 뒤, 남유주의 와인바가 재오픈했다. 새로운 간판과 새로운 인테리어, 정교하고 값비싼 내부 장식들은 사람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한수근은 국내외의 여러 유명 술집들의 모든 장점을 종합해 가장 싼 비용으로 가장 화려한 와인바를 탄생시켰다.남유주는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침실은 위층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200제곱미터가 넘는 공간을 그녀 혼자 사용할 수 있다. 비록 박수혁이 준 집만큼 비싸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남유주는 이미 이것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서재와 게스트룸까지 가지고 있었다, 개인 공간
좋은 아이디어성미려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준서를 쳐다보았다. 사실 그녀는 준서가 다른 사람의 아이인 줄 알았다.조사에 의하면 전동하에게 아들은 없었고 딸 하나만 있다고 나왔기 때문이다.전동하는 준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타일렀다."제대로 앉아, 아이스크림 다 녹겠다."그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성미려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그쪽이 무슨 짓을 하든, 박 대표가 내 아내에 대한 마음은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내가 알기론 박 대표 곁에 이미 다른 여자가 있는 걸로 아는데, 그 둘의 관계가 진전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거든요."성미려의 입꼬리가 악랄하게 올라갔다."며칠 전에 수혁 씨가 자기 입으로 한 말이에요. 옆에 다른 여자가 있더라도 은정 씨를 향한 마음은 전혀 변치 않았다고 그러더라고요. 대표님도 남자니까 아시잖아요, 대부분 남자는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것을."전동하는 차분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성미려는 자기가 한 말이 먹혔다고 여기고 계속해서 말했다."만약 수혁 씨를 완전히 단념시키지 않는다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요. 만약 수혁 씨가 다른 여자한테 질려 다시 은정 씨게 접근해 두 분의 사랑을 깨트리면 어떡해요?"전동하는 차분한 눈빛으로 성미려를 바라보았다. 그는 미소를 살짝 지었다."그래서 미려 씨는 저한테 어떤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건데요?"성미려가 눈꼬리가 휘게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박수혁을 죽이면 전부 끝나는 거 아니에요?"전동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성미려의 잔인함에 살짝 놀랐다."죽이면 된다니... 미려 씨는 농담도 잘하시네요.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곧 영주권을 얻게 될 시민한테 그런 불법적인 것 저지르라고 하다니요. 그리고 어린애가 보고 있는데,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닙니다."그는 천천히 옆에 있는 준서의 머리를 만졌다. 준서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며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희 할아버지가 나쁜 짓 하면 안
여유로움 속, 며칠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남유주가 또 생각난다.연락 한 번조차 하지 않은 그녀.전보다 더 대담해진 것 같다.박수혁은 깊은숨을 내쉬더니 핸드폰을 탁자 위로 던졌다. 화가 나 가슴이 아플 정도다.며칠 동안 내버려 두려고 한 건데 왜 아무 소용이 없지?시간을 올려다보니 오후 5시 반이었다.그는 핸드폰과 외투를 챙겨서 나갔다.그러다 때마침 서류를 들고 있는 이한석과 마주쳤다.“박 대표님, 이따 화상회의도 있는데 어디 가세요?”박수혁은 머뭇거리더니 손목시계를 보았다. 그러더니 그의 눈빛이 차갑게 굳어졌다.“5시 반인데 퇴근해야지, 왜 자꾸 야근을 시키는 거야?”이한석은 침묵에 잠겼다.“......”이게 사람이 할 말인가?그룹 고위층이 제시간에 퇴근한 적이 있었나?이한석은 거의 회사에서 살다시피 지낸다.박수혁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뒤돌아섰다.“회의는 내일로 미뤄.”그는 바로 가버렸다.정말 가버렸다...이한석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 자리에 서있었다.박수혁 맞아?아직 저녁 7시도 채 안 됐지만 하나 둘 사람들이 와인바에 모이기 시작했다.룸에 갈 사람들은 룸으로 가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조용한 구역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오히려 술집 같지 않은 분위기이다.하나도 떠들썩하지 않았다. 그저 수다를 떨며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감상하는 정도였다.아마 시끌벅적할 시간이 되지 않아 다들 한가롭게 앉아 있는 걸 지도.한수근과 몇 명의 웨이터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남유주는 문을 등지고 바 의자에 앉아 개업 후의 주류 명세서를 보고 있었다.보면 볼수록 만족스럽다.비록 주류 가격은 보편적으로 인상되었지만 할인 혜택을 받아 실제 가격은 낮아진 것과 같았다.하지만 와인바는 조금도 밑지지 않았다.그녀는 네이비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아름다운 몸매가 드러났고 머리카락은 느슨하게 묶여져 있었다. 부드러운 눈썹과 약간 올라간 입꼬리, 부드럽고 산뜻한 기품이 느껴진다.박수혁이 와인바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예쁜 남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