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야?"임춘식은 조심스운 얼굴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그는 갑작스러운 박수혁의 태도에 적응하지 못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차가운 얼굴로 경고하던 박수혁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실례지만, 대표님 친구세요?"그들의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춘식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드 롱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남유주는 이혼을 한 뒤 자유로워졌다. 그녀는 더는 평온하고 진중한 삶을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옷도 화려한 색으로 골랐다. 평범한 사람은 감히 입을 수 없는 과감한 배색을 선택해 입었다. 그녀는 화려한 색감의 원피스와 벨트를 하고 있었다. 차가운 듯하면서도 열정적인, 성숙한 느낌이 들면서도 허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예쁘면서도 순수한 분위기는 그녀의 어여쁜 얼굴과 환한 피부, 맑은 눈매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더욱 신비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줬다.임춘식은 멍하게 남유주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예의 없이 다른 사람을 쳐다본 적이 없었다.박수혁이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다 이내 참지 못하고 테이블 아래로 그의 다리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그는 비명을 지르며 자기 다리 부여잡고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섰다. "나예요."박수혁의 담담한 목소리에 임춘식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박수혁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임춘식이 인상을 찌푸렸다. 남유주가 깜짝 놀란 듯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두 손으로 박수혁에게 술을 건넸다. 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이네요. 어쩐지, 와인바가 환하게 밝아진 것 같더니, 역시나 대표님이 와서 그런 거였어요.왜 위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에 있어요? 이렇게 탁 트인 곳은 대표님 취향 아니지 않아요?"남유주는 박수혁을 치켜세워주는 건지, 놀리는 건지 모를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박수혁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남유주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순수한 얼굴로 임춘식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임춘식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박수혁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눈치챘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날리 수 없었기에 일부러 계속 물었다."그래요? 사장님 이상형은 뭐예요?"웨이터는 그들이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저희 사장님은 여태 아무도 받아주지 않으셨어요. 여기 오신 손님 중 사장님을 추종하지 않는 손님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 사장님은 누구를 유혹할 생각이 없다고 하셨고 오로지 술만 판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사장님을 향한 사심이나 할인받을 마음은 넣어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장사만 합니다."웨이터의 말에 임춘식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안경을 치켜세웠다. 그가 박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재미있네요. 사장님 정말 매력적인 분이세요."박수혁이 차갑게 말했다."네 식견이 너무 좁은 거야."웨이터가 입술을 깨물었다. '사장님은 제일 예쁘고 제일 아름다운 분이신데, 당신들이 사람 보는 눈이 너무 없는 거야!'"그런데 어떻게 둘이 아는 사이야? 내가 외국에 가 있는 동안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거야? 내가 모르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닌 것 같은데.""당연한 거 아니야?"박수혁은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 칼칼한 술이 목구멍에 스며들었고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박수혁은 남유주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특히 어떤 남자가 남유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자 그의 시선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저 사람 낯이 익은데, 자주 오나요?"박수혁은 웨이터에게 질문했다."아, 저분은 저희 사장님 추종자 중 한 분이세요. 소탈한 분 같지만 뜻밖에 통이 크신 분이라 통 큰 선물 여러 번 했는데 사장님께서 계속 거절하시는 바람에 여러 번 술주정을 부렸었죠. 그런데도 아직 마음을 접지 못하고 이렇게 찾아오니... 사장님이 뭐라고 하든 듣지 않고 심지어 울기까지 해서...."임춘식은 경악한 얼굴로 남유주를 바라보았다. '그 정도로 매력 있다고?'임춘식은 고개를 돌려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박수혁이 그 둘에게 다가갔다.
박수혁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일 얘기하러 온 거야. 너랑 의도가 달라. 먼저 가, 내일 아침에 회사로 와."박우혁의 입꼬리가 서서히 굳었다.'스스로 욕먹으러 찾으러 오라는 거야?'하지만 박수혁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박수혁은 집안에서 지위가 높았다.박우혁은 한숨을 쉬며 머리를 헝클어뜨린 뒤 와인바를 벗어났다.박수혁은 박우혁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박수혁은 시선을 거둔 뒤 생각에 잠긴 얼굴로 앉아 있는 남유주를 바라보았다남유주는 고개를 살짝 올린 뒤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붉혔다."대표님, 제 대답 마음에 드시죠?"박수혁이 말했다. "우리 둘 관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네요?"남유주가 입을 삐죽거렸다. "진작에 들은 얘기라, 둘째 삼촌이 태한 그룹의 대표님이라고 말했었거든요. 이미 패를 까고 왔는데 내가 왜 이상하게 여겨요?"박수혁이 눈썹을 찌푸렸다. "이미 알고 있었다고요? 그런데 왜 말하지 않은 거예요?”"허... 내가 아이 보모도 아니고, 대표님 조카까지 감시해야 하는 거예요? 조카분 곧 서른 살이에요. 자기주장은 할 수 있는 나이라고요."남유주는 위아래로 박수혁을 한 번 훑어보며 말했다. 술집은 소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박수혁은 남유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는 말에 그녀가 무슨 말을 참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몇 초 동안의 침묵이 흘렀고 박수혁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혁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에요. 중구난방으로 뛰어다녔었죠. 어떤 여자랑 사귄 지 1년이 되던 해에 그 여자가 전 남편과 재혼을 하는 바람에 우혁이 멘탈이 완전히 털렸어요. 그러니까 우혁이가 하는 사탕 발린 말은 모두 거짓말이니까 믿지 마요."애초에 박우혁과 추하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추하나가 나중에 원치 않는 임신으로 강서진과 다시 재혼한 사실까지도.박우혁은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잘 지내지 못했고 추하나와 헤어진 뒤로 옆에 여자가 끊이질 않았다. 박수혁이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남유주에게 경
남유주는 순간 테이블로 찾아온 걸 후회했다. 당장에라도 양주를 그의 머리에 부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2,000만 원 상당의 고가의 양주를 그의 머리에 부어버리기엔는 건 양주가 너무 아까웠다.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임춘식이 웃음을 터트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실례하는 거 아니에요. 유주 씨, 저희 그냥 일 얘기 간단히 하던 중이라, 중요한 얘기는 아니거든요. 무슨 일 있어요?"남유주의 얼굴이 순간 부드럽게 변했다. 그녀는 임춘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이 저희 가게 단골이기도 하고 게다가 이렇게 새로운 손님도 모시고 와주셔서 감사의 의미로 이 양주를 드리고 싶어요..."임춘식은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짓더니 양주를 건네받았다."고마워요. 여기 박 대표와 내가 이 술을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이걸 특별히 갖고 왔어요?"순간 어리둥절한 얼굴로 변한 남유주가 박수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네?"임춘식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알고 계셨던 건가요?"남유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닌데!'임춘식은 박수혁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유주 씨의 성의에 감사드려요. 오늘 헛걸음한 건 아니네요. 이렇게 자상하고 섬세한 유주 씨를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네요."간결한 말이었지만 남유주를 향한 칭찬이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박수혁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그는 눈썹을 고르며 미소를 지었다. "다르긴 하지."'욕할 땐 누구보다 말이 많지!'남유주는 자리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혹시나 이성을 잃고 사고라도 칠까 봐 걱정되었던 그녀는 술이라도 아끼기 위해 결국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카운터로 향했다.오정민은 아직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충격적인 표정으로 남유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유주는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흥겹게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남유주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저기...""남유주 씨."누군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남유주는 고개를 돌렸
전동하의 생일이 아직 며칠 남았지만 소은정은 그날까지 기다릴 수 없었기에 모두를 데리고 스위스로 향했다.스위스의 스키장을 봐둔 그녀는 그걸 전동하의 생일 선물로 결정했다. 스위스의 공기는 쌀쌀하면서도 고요했다. 전동하는 두꺼운 외투를 입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한 손에는 소은정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소은해와 김하늘이 새봄이와 준서의 손을 잡고 따라오고 있었다.네 사람은 마치 한가족 같았다.운전기사가 시간에 맞춰 데리러 왔다. 히터를 미리 틀었던 탓에 따듯했다. 전동하는 차에 준비해뒀던 핫팩을 소은정에게 쥐여주며 그녀의 손을 감쌌다."아직도 추워요?"소은정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옅게 내쉬었다."몇 년 전에 왔을 땐 이 정도로 춥지 않았는데, 올해 유난히 추운 것 같아요."소은해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이 들어서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거야!""닥쳐!"소은정과 김하늘이 동시에 소은해를 꾸중했다. 여자 앞에서 나이 얘기는 금기였다. 순간, 차 안은 몇 초간 고요해졌다.얼마 뒤,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 번에 터져버렸다. 전동하는 소은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완전 아기 같은데 어디가 늙었다고."소은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흐뭇하게 전동하를 바라보았다."오빠 빼고 우린 영원히 안 늙을 거예요."19살 청춘의 소은정과 지금의 소은정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주름 하나 없었고 여전히 피부가 탱탱했다. 눈빛은 투명했고 맑았다. 마치 소은정만 세월을 비껴간 것 같았다.유일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금 덜 여리고, 덜 온화해졌다는 것이다. 전동하 때문에 생긴 변화 같았다. 소은해는 뒤에서 불만스러운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은 아주 빨리 별장에 도착했다.소은해는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외투를 벗고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고용인은 이미 실내의 온도를 다 조절한 덕에 화로의 장작불이 한창 잘 타고 있었다. 바깥의 눈이 겹겹이 쌓여 온 세상이 다 하얗게 느껴졌다. 마당에 우뚝 솟은 소나무 몇 그루와 마른
여기서 심강열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듣는 바로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중서부 시장 점유율을 완성한 데다가 비즈니스 판도까지 확장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위기감을 가져다주었다고 했다.그가 자신의 모든 정력을 사업에 쏟아부었다고 소은정과 전동하가 언급한 적이 있다.한유라가 없는 심강열은 앞으로 돈은 많지만 외로운 노인네가 될 것이다.하지만 언젠가는 한유라를 잊고 돈도 있고 외롭지도 않은 노인네가 될지도 모른다.어쨌든 모두가 그를 존중할 것이고, 가능한 도와줄 것이다.그들은 모두 한유라와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유독 심강열만이 한유라가 떠난 후의 끝없는 고통을 떠맡았다.그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면서 한유라가 출장간 것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심강열은 그렇게 할 수 없다.특히 전동하 사건을 겪은 소은정은 가슴이 찢어지는 그런 아픔을 잘 알고 있었다.사람이 통째로 껍질 한 층이 벗겨지는 것보다 백배 더 고통스러우며 인생의 아찔함은 한참을 지나야 비로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전동하는 심강열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살도 많이 빠졌고 거의 뼈만 남은 채 버텨내고 있었다.지난번 김하늘 생일 때는 그래도 건강하고 정상적이었다. 비록 룸 구석에 앉아서 말이 없었다지만.전동하는 한숨이 나왔다. 위로의 말이 입가까지 나왔지만 뱉을 수가 없다.그런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고, 게다가 더 이상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으니까.하지만 심강열의 눈썹과 눈 사이는 매서움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씁쓸함이나 고통은 없었는데 마치도 필연에 가까운 초탈과도 흡사했다.그는 긴 바지와 반팔을 입고, 여기에 서서,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곳을 보고 있었다. 뭔가와 결별하는 괴리감이 있는 것처럼.이는 전동하로 하여금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전동하의 말을 듣고 그는 그저 웃었을 뿐,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참 이런 우연이 있다니요. 얼마전까지 일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전동하는 그녀의 기분이 별로임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껴안고 바깥 경치만 보았다.사실 소은정은 심강열을 보는 순간 기뻤다. 그가 빠져나오려고 시도했다는 자체에.하지만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를 보자 순간 당황했다.그래서 저녁에 바비큐로 다 같이 즐기자고 제안했던 거다. 그가 혼자 있는 것보다 낫을 것 같아서.어느 순간, 그녀는 심강열의 몸에 배인 적막을 이해할 수 있었다.인생에 대한 아무런 희망 없이 그저 전력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젠 곁에 없고, 하물며 그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죽었다. 그래서 그가 지금 아무렇지 않은 듯 숨을 쉬어도 그게 다 말할 수 없는 고통들이었다.저녁 무렵, 노을빛이 약간 차가웠다.광선이 두꺼운 구름을 뚫고 틴들 효과를 형성하였는데 매우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장관이었다.그 환경에서 바비큐를 준비하고 있었다.전동하와 소은정은 옷을 갈아입고서야 느릿느릿 내려갔다.새봄이가 심강열을 둘러싸고 서성거렸다. 심강열이 옥수수를 굽고 있었고, 향이 벌써 진동했다. 그도 캐주얼한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바람이 불어 부풀어 오를 만큼 옷이 헐렁하다.바깥에서 찬바람이 들어오자, 소은해가 다가가 창문을 닫았다.밑에서 좀 냄새가 났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였다.심강열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해졌고 김하늘이 옆에서 거들다가 소은정과 전동하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다가와 말을 건넸다.“두 신령께서 드디어 내려오셨네요. 얼른 와서 도와줘요. 은정아 주방에서 소스 좀 가져올래?”“그래.”낮은 포니테일을 하고 있는 소은정이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녀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눈매에는 투명하고 부드러움이 배어 있었다.소스를 가져오자, 김하늘은 다급하게 심강열이 구워 놓은 것의 일부를 꺼내 양념을 뿌리고는 나머지에는 소스를 묻혔다.심강열의 손에 있던 옥수수에는 케첩을 바른 뒤 옆에서 고분고분 기다리고 있던 새봄이에게 건넸다.새봄이가 좋아하며 눈을
소은정이 웃었다.“당신이 취한 줄로만 알고 술주정 부리는 걸 보려고 했는데?”전동하가 눈을 내리깔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안 취했어요. 술 취한 남자 시중, 내가 당신한테 시킬리가요.”점잖은 그녀가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지.소은정이 돌아서서 막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약간 핏발이 서려있는 그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은 것을 발견했다.약간 멈칫하던 소은정이 손을 뻗어 그의 눈썹을 쓰다듬었다.“왜 그래요?”전동하는 그윽한 그녀의 눈빛이 암담한 것을 발견하고 얇은 입술을 일직선으로 오므렸다.“아니요. 고생했어요. 쉴까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때 전동하는 침대 위의 눈부신 녹색을 보고 갑자기 얼굴색이 갈색으로 변했다.소은정은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빨래를 들고 세면장으로 갔다.“나 씼을게요.”전동하가 입술을 오므렸다.“이 색상은......”소은정이 뒤돌아서 힐끗 보더니 말을 내뱉었다.“색상이 왜요? 마음에 안 들어요?”“네, 마음에 안 드네요.”전동하의 눈빛이 약간 그윽해졌다.생각해보니 오늘 김하늘이 물었던 질문에 그녀가 아직까지 답하지 않은 것 같다.진짜 질린 건가?전동하는 갑자기 속이 벌컥 뒤집히면서 마음이 복잡한 나머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소은정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마디 던졌다.“마음에 안 들어도 참아요. 내가 엄청 어렵게 바꾼 건데.”이불 색깔에 대해 그렇게 까다로운 건 예전에도 없었던 일이다!전동하는 입을 벌렸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소은정은 이미 샤워하러 들어갔다.전동하가 혼자 나가더니 새로운 이불 세트 하나를 찾아왔다. 진홍색의 이불 세트.얼마나 경사스러운 색상인가.그들이 결혼할 때 덮었던 이불이랑 너무 똑같았다!전동하는 아주 만족스러웠다.그리고 그는 탁자 위의 물 한 잔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면서 머리를 닦고 있던 소은정이 침대 위의 변화를 보고 깜짝 놀라했다.“뭐죠?”너무나도 눈을 자극하는 빨간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