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의 그런 극한의 차가움과 극한의 부드러움은 완벽하게 어우러져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주었다.정말 그의 말처럼 계속했더라면 박수혁은 죽을 수도 있다.간호사는 이런 남자가 왜 목숨을 걸고 수혈해 주려는 지 알 수 없었다.응급실의 불은 네다섯 시간 동안 켜져 있었다.이한석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그는 경찰서에서 당시 운전자가 본인이 아니었음을 CCTV를 통해 입증했다.비록 박수혁이 신호를 위반했지만 이한석은 본인이 박수혁의 주의를 분산시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CCTV를 확인한 결과, 비록 그들이 차로 여자를 치긴 했지만, 여자가 파란불이 켜지기도 전에 도로로 달려 나가면서 사고가 생기게 되었다.게다가 박수혁이 제때에 브레이크를 밟았기에 여자는 그저 쓰러졌을 뿐 날아가지 않았다.왜 여자가 그렇게 피를 흘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수혁을 깨끗하게 떼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남은 건 그들이 여자와 사적인 협상을 하는 것이다.드디어 이한석이 병원에 도착했고,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밖에서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어와 사람을 소름 돋게 했다.이한석의 술기운도 말끔히 사라졌다.응급실 앞에는 사람이 없었다.이한석은 박수혁에게 전화를 걸었고 벨 소리는 옆 병실에서 들려왔다.이한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갔다.부스스한 머리로 의자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속눈썹을 가볍게 떨고 있는 박수혁의 모습은 왠지 아련해 보였다.박수혁의 창백한 얼굴에는 혈관이 선명하게 보였다.바늘구멍을 제때 막지 않은 탓에 팔에는 피가 배어 나와 굳은 피가 가득했다.이한석은 왠지 섬뜩해졌다.그는 동공이 흔들리며 감히 박수혁을 깨울 엄두도 나지 않았다.하지만 발걸음 소리와 벨 소리에 박수혁은 이미 깨어났다.박수혁은 눈을 비스듬히 뜨더니 쌀쌀한 눈빛을 보냈다.이한석은 심장이 철렁해서 바로 보고했다.“대표님, 다 처리했어요. 여성분이 깨어나고 합의를 보면 될 것 같아요. 피곤하시면 먼저 들어가 쉬세요. 제가 병원에 있을게요.”박수혁은 어두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
이 시간에 기사는 아마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니까 하는 수 없이 대리기사를 불러야 한다.박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망설임 없이 걸어 나갔다.차 안의 피비린내에 박수혁은 속이 울렁거렸다. 사실 심하게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출혈도 많았고 갈비뼈도 부러졌다.어쨌든 모두 그의 잘못이니 인정해야 한다.대리기사는 15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박수혁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대리기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운전에만 집중했다. 그는 이런 고급 차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운전대도 처음 잡아본다.별장에 도착했다.거실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박수혁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아직도 방에 들어가지 않은 박시준을 무거운 경고의 눈길로 노려보았다.박시준은 입술을 오므리며 박수혁을 향해 다가와 조심스럽게 머리를 쳐들었다.“아빠, 소은정 아줌마 보셨어요? 지혁이가 그러는데 동생이 백일이래요. 저도 지혁이 동생한테 선물 주고 싶은데, 그래도 돼요?”박시준의 하얗고 보들보들한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혼날까 봐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꼭 이 말이 하고 싶었다.박시준은 드디어 메이드와 함께 그곳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박수혁과 함께 살게 되었다.비록 대부분 시간은 출장 중이거나 집에 없지만 가끔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박시준은 너무 즐거웠다. 박시준은 친한 친구가 소지혁뿐이다. 소지혁은 동생을 아주 예뻐하기에 박시준도 소지혁의 동생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하지만 박시준의 물음에 박수혁은 차가운 눈길로 한참을 침묵했다.박시준은 실망한 듯 고개를 떨구고 입술을 오므렸다. 박시준에게 용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선물하고픈 인형을 사기에는 돈이 조금 부족했다. 보아하니, 포기해야 한다.그런데 이때, 박수혁은 옷깃을 당기며 담담한 말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차에 준비해 뒀으니까 가져다줘.”말을 끝낸 박수혁은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박시준은 놀랍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전동하는 소은정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으며 그녀가 아픈 건 더 싫었다.하여 조그마한 위험도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 소은정은 전동하와 함께 있을 때 모든 게 정상이고 예전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하지만 전동하가 두려운 것은 소은정의 옆에 없을 때, 그녀에게 위험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특히 매번 팔에 상처를 볼 때마다 전동하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졌다. 그는 늘 가슴을 졸이며 자기 자신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전동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고 두 사람은 모두 우울증이 불러오는 위험성을 최대한 무시하는 척했다.전동하는 정말 무시하는 게 아니다.소은정은 고집을 부리지 않고 온수를 가져왔다. 전동하는 약을 찾아 소은정에게 주었고 그녀가 먹는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되었다.마지막으로 전동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착해요.”전동하는 몸을 돌려 컵을 내갔다.전동하가 돌아왔을 때, 그는 소은정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윤이한이 알려준 사실을 말했다.소은정은 아주 놀라웠다.“인터뷰요? 어떤 인터뷰? 만약 엔터 쪽이면 됐어요.”전동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아마도 경제 뉴스 인터뷰일 거에요. 하지만 자극성을 위해 우리 사생활도 묻겠죠. 그래서 일단은 미뤘어요.”“그걸 왜 미뤄요? 컴백하고 아직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인터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성강희가 촬영한 사진뿐이잖아요. 직접 나서지 않으면 사람들 마음속의 동하 씨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소은정은 인터뷰에 꽤 관심을 보였다. 전동하는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그래요, 그러면 같이할까요?”“그때 다시 얘기해요.”소은정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SC그룹의 이번 시즌 신상이 곧 출시하니 같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다음 날 오후,병원.이한석은 병상에 누워있는 남유주를 지키고 있었다. 드디어 그녀가 깨어났다.의사는 환자가 깨어나기만 하면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도리가 없는 이한석이 스스로 말을 걸었다.“남유주 씨, 오후부터는 메이드가 돌봐 드릴 거예요. 이건 제 연락처니까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남유주는 이한석의 명함을 빤히 쳐다보더니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비서님한테 얘기해도 소용없을 테니 박수혁 씨 연락처 주세요.”이한석은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죄송하지만 대표님의 연락처는 함부로 드릴 수 없어요.”“좋아요, 그렇다면 경찰서에 연락해서 어떻게 양형할지 여쭤볼게요.”남유주의 한 마디는 이한석의 정곡을 찔렀다.이한석은 소름이 돋았다.그는 이제야 남유주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도대체 얼마를 원하려고 저러는 거지?’이한석은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대표님은 왜 하필이면 이 여자를…’다행히 남유주는 이미 가정을 이루었다. 아니면 혹시라도 박수혁에게 빠지면 큰일이다.이한석은 박수혁이 한동안 실패한 사랑의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어쩌면 이한석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이한석은 결국 박수혁의 명함을 건네주었다.“여기 우리 대표님 명함이에요. 평소에 많이 바쁘시다 보니 전화를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이한석은 그녀에게 예방주사를 놓았다.남유주는 피식 웃더니 두 사람의 명함을 함께 두었다.이한석은 점점 남유주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메이드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메이드가 도착하니 이한석은 더는 이곳에 머무를 필요가 없게 되었다.‘이 기회에 대표님한테서 크게 받아내려는 게 분명해. 그러니까 여러 번 생각해 봐야겠지.’이한석은 메이드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병실을 떠났다.태한그룹.병원에서 나온 이한석은 집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바로 회사로 나왔다.이한석은 SC그룹의 우연준이 휴게실에 있을 줄 생각도 못 했다.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급히 우연준에게 다가갔다.“우 비서님?”우연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입니다, 이 사장님.”이한석은 쑥스러운
직접 코디한 주얼리 세트도 그녀가 신중하게 고른 것이다.전동하도 같은 시리즈의 손목시계로 포인트를 강조했다. 두 사람은 언뜻 보기에도 티키타카가 잘 맞아 보였다.전동하의 정장은 한 치의 구김도 없었지만 상태는 아주 평온했다. 그는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전동하의 고급스러운 외모에서는 차가움이 풍겼지만 눈빛은 온화했다.옆에 놓인 지팡이가 아니었다면 그는 예전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다.전동하는 손목시계를 힐끗 보며 만지작거리더니 소은정의 귓가에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귓속말했다.“왜 인터뷰하겠다고 했는지 알겠어요. 그 투철한 직업정신은 아무도 못 따라올걸요!”소은정은 입꼬리를 올리고 살며시 웃었다. 그녀의 모습은 아주 생기발랄해 보였다. 검은색의 긴 생머리를 찰랑이며 환하게 웃는 그녀는 너무나도 눈부셨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면 됐어요. 이번 시즌 주얼리는 반드시 대박 날 거라 모델도 따로 필요 없어요. 집에 가면 맛있는 거 해 줄게요.”전동하는 눈썹을 치켜뜨더니 눈빛이 사악하게 변하며 손가락을 비볐다. 그는 이 순간 마이크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미소를 지으며 봄비같이 촉촉한 목소리로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거?”전동하의 말은 백스테이지의 모든 사람에게 이어폰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다들 순식간에 어리둥절해졌다.어디 그것뿐일까? 모두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시선을 소은정에게 돌렸다.소은정은 손을 뻗어 가만히 전동하의 허리를 꼬집었다. 전동하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옆구리에 힘을 가득 주었다.소은정과 전동하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두 사람의 꽁냥거리는 모습에 사람들은 갑자기 부러움을 느꼈다.그것은 가식이 아니고 연기가 아닌 정말로 아무도 끼어들 자리가 없는 진짜 사랑이다.전동하는 문뜩 마이크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소은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소은정은 이내 안색이 변하며 미소를 거두었다.진행자도 뻘쭘한 표
이한석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폭행이요?”‘예리하고 날카로운 말투로 봐서는 전혀 맞으면서 살 것 같지 않았는데!’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몸도 성치 않은 그녀가 맞서 싸울 힘이 어디 있겠는가?이한석은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했다.“그래요, 알겠어요.”이한석은 바로 차를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박수혁에게 전화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중에 마침 박수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우리 엄마가 아프시대. 나 가봐야 하니까 큰일 없으면 전화하지 마.”사실 박수혁은 핑계를 대고 도망가고 싶었다.하지만 이민혜가 아프다는 말도 사실이다.박수혁은 사람을 보내 이민혜를 단속했다. 처음에는 소란을 피웠지만 박수혁이 전혀 물러서지 않으니 이민혜는 소란을 피울 힘도 사라졌다.박대한은 사망하고 박예리도 어디에 던져졌는지 알 수 없다.그녀는 박봉원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고, 게다가 지금은 박봉원이 침대에 누워 움직일 수도 없으니 굳이 보모가 되어 시중을 들려고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민혜는 너무 외롭다. 또 전처럼 멋대로인 삶을 살지 못하니 괴롭기도 했다.메이드들은 박수혁이 직접 갈 줄 몰랐다.이한석은 가볍게 대답하고 남유주에 관해 말하려고 했다.“대표님, 병원에 계시는 남유주 씨……”하지만 이한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남유주는 박수혁에게 아무것도 아니다.하여 굳이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이한석은 다시 전화하지 않았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만약 남유주에게 큰일이 생기면 박수혁도 연루될 수밖에 없기에 이한석은 진심으로 남유주가 빨리 회복하길 바랐다.그런데 남편에게 폭행을?‘이형욱, 쯧……’이한석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남유주는 이미 응급실에서 나왔다.VIP 관찰 병실 입구, 메이드는 손에 땀을 쥐고 병실 안을 힐끔힐끔 들여다보았다.이한석을 발견하자 그제야 메이드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급히 말했다.“비서님, 오셨어요.”이한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어떻게 된 일이죠?”메이드는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전동하는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당신만 좋다면 나도 좋아요.”두 사람은 서로를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마침 엘리베이터 앞에서 통화 중이던 성강희는 두 사람의 꽁냥거리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성강희는 기침을 한 번 하고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안 나와요?”두 사람은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전동하는 손을 내밀었지만 성강희는 전동하를 덥석 끌어안고 어깨를 두드렸다.“살아서 돌아온 걸 환영해요, 동하 씨!”전동하도 성강희의 어깨를 두드렸다.“고마워요.”성강희는 소은정을 힐끗 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하늘이 이미 도착했어. 그리고 한 사람 더, 강열 씨도 왔어.”소은정은 잠시 멈칫했다.“아직 안 갔어?”성강희의 눈빛은 갑자기 슬퍼졌다.“곧 유라 기일이야.”소은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침묵을 지켰다. 전동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일단 들어가요.”룸 내부의 조명은 아주 어두컴컴했다.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마침 문설아가 시원하게 삑사리를 냈고 김하늘은 영혼을 담아 박수를 치고 있었다.그들이 들어오자 룸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성강희가 먼저 축사를 들었다.“자, 다들 잔부터 드세요. 전동하 씨의 컴백을 위하여!”전동하는 다들 이렇게 열정적으로 자기를 반겨줄 줄 생각도 못 했다. 그는 그저 그들이 자기의 명분으로 모임을 조직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하여 전동하는 저도 모르게 뻘쭘해졌다.소은정은 전동하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소은정과 전동하는 와인을 들고 모두에게 잔을 부딪쳤다. 전동하는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기울여 소은정에게 귓속말을 했고, 소은정은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도 환하게 웃었다.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그들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술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어느새 소은정은 취기가 오른 눈으로 성강희
전동하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입을 열어 말하려고 했지만 소은정이 먼저 말했다.“그 사모님은 아주 센스가 좋았어요. 날 도와서 전화도 걸어 주셨고요. 근데 내가 동하 씨 연락처 이름을 확실하게 저장하지 않아서 조우태 선생님에게 연락을 했더라고요. 다행히도 선생님은 날 실망하게 하지 않았어요. 아니면 괜히 그 많은 술을 마시게 된 거잖아요!”소은정은 술을 마신 탓인지 마치 여린 장미꽃처럼 몸을 완전히 전동하에게 기대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했다.소음은 고막을 울리고 뒤편 룸에서는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가끔 어렴풋이 들려왔다.두 사람은 이곳에서 한참 동안 조용히 서로를 껴안았다.그러다 전동하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 이내 그들의 코끝은 서로 닿았고 따뜻한 숨결이 서로의 얼굴을 감싸주었다.전동하의 얼굴은 마치 조각같이 부드럽고 빛났다.그윽한 눈동자는 반짝이는 빛을 가득 머금었다.전동하는 가볍게 그녀의 말랑한 입술에 입을 맞췄고 두 사람의 숨결은 이내 뒤섞이기 시작했다. 전동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새봄이가 나한테 소원을 얘기했어요.”소은정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어떤 소원요?”“새봄이 동생이 갖고 싶대요.”말을 끝낸 전동하는 바로 그녀에게 키스했다. 따뜻한 입술은 어느새 뜨거워졌고 그들은 온몸이 타오를 것 같았다.멀리서 이 장면을 발견한 사람들은 환호를 질렀다.소은정은 쑥스러운 듯 전동하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마음이 녹는 것 같았다.멀지 않은 곳에서,맨 안쪽 룸 앞에는 얼음 같은 남자가 서 있었다. 얼마나 오래 지켜보았을까, 남자는 여전히 강렬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눈동자에는 어둠이 가득했고 담배는 벌써 다 타버린 지 오래다.강서진이 룸에서 나와 남자의 어깨를 두드렸다.“수혁아, 너 담배 너무 오래 피는 거 아니야? 들어가자.”말을 끝낸 강서진은 박수혁의 팔을 당겨보았지만 박수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강서진의 시선은 박수혁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낯선 사람이라면 웃어넘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