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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0화 죽음

그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고 서로를 제외한 모든 게 모자이크로 보였다.

한유라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살아 숨쉬는 심강열을 빤히 바라보았다.

기분이 좋았다.

비행기에서 상상하고 또 상상했던 게 현실이 되었다.

그녀는 과거의 자신이 참 다채롭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순간에야 제대로 보였다. 결혼한 뒤로 자신이 얼마나 안정감 있는 삶을 살았는지.

그들은 서로를 시험하다가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호감이 커져서 사랑이 되었다.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올라오는데 큰 소리로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입을 열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옆을 보니 다시 중심을 잡은 방시혁이 사람들을 제치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녀와 심강열은 3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방시혁이 총을 들었다.

한유라는 다시 몸을 돌려 방시혁이 총을 겨눈 방향을 향해 뛰었다.

탕!

아찔한 비명소리가 현장에 울렸다.

도망치는 사람,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이 도망치면서 방시혁의 시야를 가렸다.

다시 총을 쏘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는 없었다.

공항을 지키던 형사들이 달려와서 방시혁을 제압했다.

바닥에 쓰러진 한유라는 눈을 크게 뜨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심강열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상처를 보듬었다.

피가 쉬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

정말 아픈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는데, 좀 부딪히고 까져도 아프다고 울고 짜증을 부리던 사람이었는데 그를 대신해 총을 맞았다.

심강열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유라야, 정신 차려. 의사가 곧 도착할 거야. 조금만 참아.”

그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렸다.

한유라는 눈을 깜빡이다가 스르르 눈을 감았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죽기 전에 말을 정말 많이 하던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아쉽고 한탄스러웠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안아보고 싶었고 내일은 뭐 할지 의논하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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