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 속에 소은정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늘이 무너질 듯한 절절한 울음소리와 비명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다. 무릎을 꿇고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극도의 두려움에 하얗게 질려있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들이 느끼는 슬픔은 말로 형용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보이지 않는 벽이 그녀를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창백한 얼굴을 한 그녀가 눈앞의 폐허 더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장욱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구조를 도왔던 그는 온몸이 먼지투성이여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녀를 응시하던 그는 뭔가를 말하려다 도로 삼켰다. 그의 처진 눈에는 많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지진이 시작되면서 바닥이 갈라졌고 제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마침 여기에 서 계셨던 전 대표님과 3명의 일행분들이 모두 아래로 떨어졌어요.”너무 가혹한 말이었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었다.소은정의 얼굴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저 사라진 단면 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그곳은 여전히 약간의 흔들림이 남아있었고 많은 사람으로 둘러싸여 있었다.조금 전까지도 그는 멀쩡했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따스하게 안아줬었다. 그의 따뜻했던 온기를 아직 느낄 수 있었다.어찌 이럴 수 있는가?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녀는 도무지 어떤 단어로 자신의 기분을 형용해야 할지 몰랐다.표현하기 어려운 슬픔이 온몸을 휘감았다. 급기야 공포로 점점 변했다. 작디작은 신경 세포까지도 모조리 마비시키며 그녀를 아프게 했다.그것은 마치 목을 조르며 생명을 위협하는 것 같아 그녀는 숨쉬기조차 어려웠다.재차 확인하려 그곳으로 걸음을 옮긴 그녀를 장욱이 막았다.“안 돼요. 아직 여진이 남아있으니 위험해요.”머릿속이 하얀 백지가 된 그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더 가까이에 가서 상황을 보고 싶었다. 혹시라도 전동하가
“대표님...”“사모님...”“엄마...”자신을 부르는 무수히 많은 소리에 그녀의 귀가 먹먹해졌다.그 소리들은 한 층의 창문을 통해 들리는 것처럼 희미했고 계속해서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소은정은 극심한 고통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그녀는 씩씩하게 이겨내고 싶었다.하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전동하가 진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될가봐 두려웠다.그가 없는 그녀의 인생은 영원히 생기를 잃게 될 것이다.얼마나 지났을까.주위가 조용해지고 드디어 고요함을 되찾았다.그녀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등산했던 일은 꿈을 꾼 것 같이 자극적이고 스릴넘쳤다.그렇게 많던 사체도, 비명도 없었다. 땅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으며 사방을 뒤덮었던 자욱한 안개도 없었다.......어둠속.의사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다시 밖으로 나갔다.훤칠한 키의 한 남자가 창문앞에 서있었다. 그는 어둠으로 드리운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한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여기에서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는 가까이 다가가 그녀 옆에 앉았다. 그는 섬세하게 그녀를 눈에 담았다. 그녀의 하나하나가 모두 익숙한 것들이었다.미련이 남아 욕심났지만 꾹꾹 참아냈다.그 누가 사랑은 놓아주는 거라고 했는가?그리고 또 어느 누가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다고 했는가?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조금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그는 열심히 일을 하며 자신을 마비시켜도 보고 소은정이 위험천만한 그의 곁으로 돌아오면 안 된다고 수시로 되뇌이기도 했다. 그는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틈만 나면 그녀가 보고싶었다.그의 머릿속은 온통 그녀였다.평생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더라도 그녀만 행복하면 된다며 그래야 자신도 편안해 질수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끝내 설득을 시켰다.이것이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전부이자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이다. 그는 그녀를 존중하기로 했다.당당하게 그녀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그는 지금 이 순간에 마음껏 몰
소은정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한 치의 흐트러짐도 찾아볼 수 없었다.얼굴에 조금 남아있는 창백함을 빼면 한 남자 때문에 꿈속에서까지 실성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비록 약간의 불편함을 느낀 박수혁이지만 이내 꼭꼭 숨겼다.그는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괜찮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의사 선생더러 다시 한번 검사 해달라고 해야겠어.”손에 휴대폰을 집어 든 그는 의사를 호출하려 했다.하지만 짜증 섞인 소은정의 말에 제지당했다.“도대체 그 지진은 어떻게 된 거야. 정말 꿈이야? 그럼, 동하 씨는?”그는 왜 나타나지 않는 건가.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슬픔을 굳이 더 최악의 상황으로 이끌고 싶지 않았다.박수혁은 그녀를 바라보다 낮게 대답했다.“꿈 아니야. 우리가 그곳을 지날 때 구조요청을 받았고 도착해 보니 거기에는 네가 쓰러져 있었어. 그리고 여기로 데려왔지. 함께 있던 다른 아이는 너의 두 비서가 데려갔고 새봄은 여기에 남아 너의 곁을 지키도록 했어. 여기는 지진 재해 구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내 건물이야. 병원은 이미 환자로 넘쳐나기도 했고 구조대가 육속 도착했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울 것 같아 너희는 여기에 남아야 한다고 내가 주장했어.”그의 말투는 담담했다.울먹이는 그녀의 눈시울이 빨개졌다.“그래서 동하 씨의 생사를 모른다는 거야?”그녀 역시 박수혁이 발 벗고 나서서 전동하를 구할 거라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박수혁은 잠깐 멈칫했다.“그는 이미 죽었어. 살아 있을 확률이 너무 낮아. 너도 알다시피 몇천 미터의 높이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떨어졌다면 생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이야.”“안 믿어.”소은정이 입술을 깨물었다.한참 말이 없던 박수혁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두 시체 일부분은 찾았어. 심지어 시체라고도 할 수 없어. 4명의 혈액샘플을 찾아 분석하고 DNA 검사 결과 신분이 그들과 일치했어. 관련 부문에서는 불필요한 공황을 초래하게 될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지?’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하인을 바라봤다.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 사실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제일 안전해요. 이 저택은 지진 방지 기능이 되어 있어 집이 무너진다고 해도 사람이 다치지 않을 거예요. 외부와 연결하려면 아마도 내일이나 더 늦어야 될 겁니다.”그 말에 소은정은 가슴이 서늘해졌다.‘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지만 전동하가 기다려 줄까?’1분1초가 시급한 상황에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만일 전동하가 어디선가 구조해 주길 기다린다면 반드시 구하러 가야 한다.소은정의 안색이 창백하기 그지없었다.주먹을 너무 세게 쥔 탓에 신경마저 팽팽해졌다.‘근데 연락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앉아서 죽길 기다려야 하나?’시선을 들어 박수혁을 바라봤다.“나 좀 도와줘.”“알았어.”박수혁은 가슴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비록 자신이 이득 보는 도움이 아니지만 소은정이 처음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니 거절하지 않았다.“내게 사람 몇 명 붙여줘. 수색 팀을 만들어도 되고 절벽 아래에 내려가서 사람 찾아야겠어.”박수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너도 알잖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가망이…”“그래. 알아. 안다고. 근데 믿어지지 않아. 살았든 죽었든 직접 봐야겠어. 그깟 혈액 검사 도움이 안 돼. 만약 근처에서 다치고 피를 흘리고 있다면 살아 있을 수도 있잖아?”눈물이 글썽해서 현실을 애써 부정하려는 소은정의 모습에 박수혁은 가슴 한 구석이 숨막히듯 조여왔다.안쓰러워 죽을 지경이었다.“알았어. 내가 사람 불러서 찾으라고 할게.”박수혁은 심호흡을 했다.어쨌든 살아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했다.‘죽은 사람에게 인자하게 대하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소은정이 입술을 오므렸다.“나도 갈 거야.”“안 돼. 네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어.”“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이가 중요해. 나 꼭 가야겠어.”소은정은 상의할
박수혁이 소은정을 구해줬다고 속박할 자격은 없었다.어둠 속에서 박수혁의 눈빛이 심오하게 굳어지더니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소은정, 객관적으로 볼 때 넌 여자로서 체력과 인내심이 저기 사람들보다 많이 떨어져. 만약 여진이라도 와서 사고가 난다면 우린 또 너를 돌봐야겠지. 그렇게 되면 사람을 구조할 시기를 미루게 되잖아.”어둡기도 했고 소은정의 마음이 다른 곳에 있어 미처 박수혁의 눈가에 스친 걱정과 긴장을 보지 못했다.소은정이 침묵하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박수혁이 타협했다고 생각했을 때,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차라리 잘 된 거지. 구하지 마.”박수혁의 심장이 비틀리는 듯이 아파왔다.‘전동하가 그렇게 좋아?’이런 느낌은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더는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누군가 옆으로 다가왔다.“아가씨가 가고 싶다면 가세요. 하지만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됩니다. 아니면 정말 한 눈 팔게 되니까요. 수색대원을 따라가서 구조에 참여해도 되세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성큼성큼 걸어갔다.박수혁은 쓸데없이 참견한 사람을 차갑게 노려보았다.그 사람이 눈치를 채고 말소리를 낮췄다.“박 대표님. 저도 여러 상황을 겪어서 압니다. 이렇게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가족은 드물어요. 만약 아가씨가 직접 찾지 못하게 막는다면 며칠 밤을 잘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보내세요. 지치면 잠도 잘 오고 나중엔 다 지나간 일이 되겠지요.”박수혁은 목이 타 들어가는 것 같았다.상대방 손에서 손전등을 앗아오며 말했다.“내가 따라갈 테니까 당신들 할 일이나 하세요.”“알겠습니다. 박 대표님.”박수혁이 바로 뒤를 따랐다.소은정은 앞에 수색대원이 호미를 들고 갈라진 틈에서 흙을 파내는 걸 지켜보았다.왜 파는지 궁금해하자 수색대원이 이렇게 설명했다.“지진이 일어나면 사람이 가끔 틈새로 말려들 때가 있거든요. 지면에서 찾지 못하니 혹시나 옷이라도 있는지 보려는 거예요.”그 말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굴이
대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처럼 양측으로 우뚝 솟은 산봉우리는 마치 노련한 장인이 깎아 만든 것처럼 험준했다.이렇게 가파른 곳에서 떨어졌다면 즉사할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은 순간 가슴이 콱 하고 막혔다.어슴푸레한 달빛에 조각조각 반짝이는 수면을 바라보던 그녀는 가슴이 미어져 말이 나오지 않았다.당장 울음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그녀를 위로해 줄 사람이 곁에 없었다.그때.그녀의 어깨 위로 외투가 걸쳐졌다.살짝 고개를 돌리니 박수혁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가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감기 걸리니까 입어.”소은정이 옷을 벗어 그에게 건넸다.“괜찮아. 안 추워.”말을 마친 그녀가 왔던 방향으로 돌아갔다.그녀는 그가 있을 법한 위치를 어림잡아보았다. 위에서 떨어졌으니 물에 빠졌을 가능성이 희박했다. 두 곳 사이는 꽤나 멀었으니까.혹시 그녀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거라면?“소은정, 그렇게나 내가 미워? 내 사람도 싫고, 하다못해 이젠 내 옷까지 싫어? 만약 오늘 지진이 나지 않았다면, 아마 넌 이렇게 된 것도 내가 설계한 거라고 생각했겠지. 내가 그 자식을 증오하다 못해 죽어버렸으면 하니까.”그녀는 박수혁의 말투에서 그가 충분히 참고 화가 났음을 알 수 있었다.소은정이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당신 자유지만, 그걸 나한테 덮어 씌우지 마.”“그 말은 내가 억측이라도 했다는 거야?”박수혁의 말에서 그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박 대표님, 나 당신과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아. 이런 쓸모없는 말다툼으로 시간 낭비하고 싶은 마음 없어.”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미 살짝 짜증이 나 있었다.박수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쓸모없다.그녀는 자신과 나눈 모든 말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제 그녀는 전동하한테서 의미를 찾았다.그는 이미 그녀를 잡기 위한 수많은 기회를 놓져버렸다.이제 그 기회들을 무엇으로 보충할 수 있을까?
언제부턴가 소은정은 울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녀는 오직 그가 수색대를 철수시키고 더 이상 전동하를 찾지 않는다는 것만 인식했다.그는 전동하가 죽기만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것이다!독기를 품은 그녀가 히스테릭하게 소리 질렀다.“도와줘? 날 지옥에 처넣는 게, 그게 당신이 가장 잘 하는 수법이잖아? 박수혁 당신은 지난 몇 년 동안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 당신은 그냥 어떻게든 그 사람을 죽이고 싶은 거야!”박수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는 알 수 있었다. 하루 종일 긴장하고 있던 그녀가 이제 곧 무너져내리려 하고 있었다.지금은 그녀와 도리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그가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달래듯이 말했다.“그래. 네 말이 다 맞아. 그러니까 일단 지금은 나랑 돌아가. 여기 사람들은 철수 시키지 않아. 날이 밝으면 계속 찾을 거야.”“안 믿어. 거짓말하지 마. 내가 어떻게 당신 말을 믿어!”소은정은 당연히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어떻게든 이곳에 남아있어야 했다. 이곳에 있어야만 전동하를 구하러 나설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다치려 하자 그녀가 그를 밀쳐내며 피했다.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한걸음 앞으로 다가가 도망치려는 여자의 발을 걸었다.소은정은 그의 손만 피하려고 했지, 그가 이런 얕은수를 쓸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순간 방심한 그녀가 넘어지려고 했다.박수혁이 곧바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그러더니 강제로 그녀를 차에 태우고 싸늘한 말투로 기사한테 지시를 내렸다.“운전해.”그녀가 원하는 대로 밤새 휘둘려줬으면 충분했다.소은정이 발버둥 치며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내릴 거야. 당장 여기서 내릴 거라고. 당신 도움 필요 없어. 당신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위선자일 뿐이야!”그때, 박수혁이 어디에선가 주사기를 꺼내더니 그녀의 팔에 꽂
이한석의 소리가 너무 낮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박수혁도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다.그가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말에 대답했다.“이해해 줄 거야.”이한석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도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었다. 여자친구와 금방 사귀었을 때에는 온갖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런 실수를 거듭하고 나서야 지금의 그가 있게 되었다.하지만 박수혁은 그의 특수한 신분 때문에, 모든 여자들이 그에게 큰소리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때문에 그는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에 대해 몰랐다.경험이 너무 적었다.“참, 태한 그룹 명의로 물품과 돈을 기부해. 액수는 네가 알아서 정하고. 난 잠시 동안은 소은정 곁에 머물 거야. 이런 때에 내가 없어서는 안 되지.”이한석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그는 이럴 때 아무리 박수혁을 말려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럼 20억으로 하죠. 저희 회사에서 매년 지불하는 자선기금으로 내겠습니다. 참, 소은정 씨 혼자 그곳에 남은 겁니까? SC 그룹에서는 아무도 안 갔나요?”박수혁이 미간을 문질렀다.“길을 통제해서 오늘은 못 들어올 거야. 아마 내일이며 비슷할 것 같아.”이한석이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습니다. 몸조심하시고, 원하시는 일 이루시길 바랍니다.”소 씨 가문 사람이 갔다면 박 대표가 소은정 씨 곁에 시시각각 붙어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두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간격이 생겨야만 생기는 정도 있는 법이다.다만 박수혁은 그 도리를 절대 모르겠지만.전화를 끊은 뒤, 박수혁은 기분이 좀 나아진 것을 느꼈다.그가 서랍을 열고 새 휴대폰을 꺼냈다.술잔에 담긴 술을 단번에 들이켠 그가 새 휴대폰을 들고 소은정의 방으로 향했다.가사도우미가 다가가 문을 열었다.“대표님, 소은정 씨 옷은 다 갈아입혔어요. 깊게 잠드셨는지 중간에 한 번도 깨지 않으셨어요.”박수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비켜섰다.“가서 쉬세요. 아침에 그녀가 몸보신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