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 총탄이 빗발치고 매캐한 탄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한유라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여기서 죽고 싶지 않았다.민하준은 든든하게 그녀의 전방을 지키고 있었다.이렇게 빨리 위험이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사람이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조금 전까지 총을 들고 적과 대치하던 어린 청년이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져 시체로 나뒹굴었다.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후방을 바라보았다.곽현은 최전방으로 달려나가 길을 트고 있었다.하지만 유경한의 인원들은 집요하게 민하준을 잡으려는 듯, 포위망을 점점 좁히고 있었다.민하준은 영감이 보냈다는 것을 직감했다.하지만 그래서 뭐?여기까지 오면서 도덕과 양심은 이미 개나 줘버렸다.그는 무자비하게 총을 갈겼고 적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한유라는 구석에 숨어 온몸을 떨고 있었다.그녀는 멍하니 민하준의 귓가로 총탄이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지금 민하준의 등을 떠밀면 총 맞고 죽지 않을까?이 인간만 죽으면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닐까?그러면 힘겹게 증거를 수집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거래 시간을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민하준만 죽는다면.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민하준을 잡고 있던 손을 빼려고 힘을 썼다.그리고 그 동작을 민하준도 눈치챈 건지 잡고 있는 손에 힘을 꽉 주며 그녀에게 말했다.“유라 겁먹지 마.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말을 마친 그는 계속해서 총을 쏘았다.한유라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전방에 있던 곽현이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바라보다가 소리쳤다.“뒤 조심해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총성이 울렸고 이어서 한유라의 자지러진 비명소리가 저택을 울렸다.놀라운 점은, 한유라의 등을 노리던 총탄에 민하준이 맞았다는 점이었다.그는 순식간에 몸을 놀려 자신의 몸으로 한유라를 감쌌다. 총탄을 맞은 그의 어깨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곽현의 눈빛이 복잡해졌다.노경우가 어디서 난 건지 수많은 인원들을 데리고 전장에 뛰어들었다.유경
그 말을 들은 곽현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눈물을 질질 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의지는 확고했다.그녀의 시선은 집요하게 민하준을 쫓고 있었다.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를 엄청 걱정하고 안쓰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내뱉은 말은 칼 같고 단호했다.곽현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어차피 그녀의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충분했다.그는 민하준이 한유라를 구하다가 다친 일 때문에 그녀가 혹시라도 마음이 약해져서 계획이 틀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한유라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민하준을 더 증오하고 있었다.바깥.민하준은 음침한 눈빛으로 유경한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아저씨, 그만 나와요.”차 뒤에 숨어 있던 유경한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서서히 일어났다.“하준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졌어. 앞으로 네가 하는 일에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한테 투항하는 건 모양새가 빠지지만 일단은 목숨을 부지하는 게 우선이었다.유경한은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하준아, 나도 선동에 당한 거야. 사실은 말이지….”민하준은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부하들에게 눈짓했다. 유경한은 질질 끌려 나와서 쓰러진 노경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유경한은 시체를 보고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우리 애들도 많이 죽었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자.”“웃기는 소리 하네! 내 남자를 죽인 주제에 자기는 살겠다고 넘어가자고?”2층에서 눈물범벅이 된 여자가 뛰어나오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녀는 총격전이 시작했을 때부터 2층에 숨어 있었기에 다치지 않았다.하지만 노경우가 쓰러지는 모습을 봤을 때, 가슴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몰려왔다.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쓰러진 사람에게서 권총을 빼앗아 유경한의 머리를 겨누었다.“죽여 버릴 거야!”그렇게 소리치는 그녀의 눈빛에 깊은 절망이 담겼다.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노경우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도 일
잠시 후, 의사가 도착했다.민하준은 출혈과다로 기절했다.부하들이 그를 침실로 옮겼다.주변에 온통 그의 부하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한유라는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다.그녀는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귀를 막았다.아직도 총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악몽이었다.예전에 소은정이 사고를 당할 뻔한 경험을 이야기할 때, 그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항상 평화주의를 외치고 다녔다.그런데 정작 자신이 이곳에 와보니 여태 알았던 세계관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소은정은 아마 그녀에게 경험담을 말할 때도 잔인한 장면은 숨기고 말했을 것이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정신은 말짱한테 괴로웠다.“다 나가세요. 환자는 지금 휴식이 필요해요!”의사는 잔뜩 긴장했으면서도 단호하게 사람들을 내쫓았다.부하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의사를 쏘아보았다. 마치 실수라도 하면 당장 목을 치겠다는 태세였다.언젠가부터 민하준에게도 힘이 생겼다.부하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 곧 그의 힘이었다.주방장이 나서서 그들을 바깥으로 내보냈다.“다 나가. 여기서 버티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긴장해서 진료를 못 보잖아. 여긴 나랑 한유라 씨가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들 하지 마!”부하들 중 한 명은 구석에서 떨고 있는 한유라를 힐끗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형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저 여자를 못 믿겠어서 그러죠. 저 꼬라지 좀 보세요.”부하들은 너도나도 한유라를 비웃었다.유독 곽현만 웃지 않았다.주방장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살생을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누군들 안 무섭겠어? 게다가 여자야. 형님이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몰라? 이러다가 형님 깨면 한유라 씨가 너희들이 자기 비웃었다고 고자질하면 어쩌려고 그래?”부하들은 분노한 눈빛으로 방시혁을 쏘아보았다.“이거 너무한 거 아니오?”주방장은 힘껏 사람들을 밖으로 밀었다.“다 나가! 의사 선생님 진료 끝나면 다시 부를 테니까 가서 샤
한유라는 그들의 소리를 들으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서 죽을 끓이기 시작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주방장이 안으로 들어오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맛있는 냄새가 나서 와봤더니 유라 씨가 있었네요. 형님이 이 사실을 알면 아마 사발도 씹어 드실 겁니다!”한유라는 최대한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날 구하다가 다쳤잖아. 이런 거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주방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었어요. 형님이 한유라 씨를 데려온 과정이 좀 과격하기는 해도 결국엔 미련을 놓지 못해서잖아요. 그러니까 형님한테 잘해줘요. 목숨 걸고 자신을 지켜준 남자잖아요!”한유라는 슬픔을 머금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다 지나간 일인걸. 이거로 우리 서로 빚진 거 없는 거야. 이제 과거로 돌아가지도 못하잖아. 사람들이 심해그룹 사모님이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하면 다들 비웃을 거야. 아마 그 집에서도 나를 받아주지 않겠지.”주방장은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한유라 씨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이해할 거예요. 우리가 하는 일이 떳떳하지 못한 일인 건 알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아무도 한유라 씨를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한유라 씨가 원하는 건 형님이 다 해주실 거고 형님 신변에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내조자가 필요하죠. 서로 원하는 걸 얻었으니 된 거죠, 뭐. 우리가 하는 일이 범죄 행위이긴 하지만 그건 국내 한정이고 해외에서는 아무도 이런 일을 신경 쓰지 않아요.”말을 마친 주방장은 그녀에게 가서 쉬라고 하고 자기가 가스레인지 앞에 마주섰다.그는 형님과 이 여자가 더 가까워지기를 바랐다.그녀가 독을 타거나 그런 걸 걱정한 건 아니었다.어차피 그녀의 일거일동은 전부 민하준의 통제 범위 안에 있으니 독을 타려고 해도 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한유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준이가 너무 위험한 일을 하고 있어서 걱정돼. 노경우도 허무하게 갔잖아.”주방장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그는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곽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그럼 우리한테 불리하잖아요. 우리가 여기를 먹은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아직 고객과의 신뢰도 쌓지 못했는데 영감님 쪽에서 손을 쓰면 주도권을 빼앗기는 게 아닌가요?”민하준은 매서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곽현은 평소와는 다르게 조급한 기색을 내비쳤다.“형님, 우리도 미리 대비를 해야 합니다. 저쪽에서 움직이면 승산이 거의 없어요. 유일한 방법은….”“그게 뭔데?”“독사를 우리 고객으로 만드는 거죠. 동남아에서는 꽤 탄탄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만약 그쪽이랑 손을 잡으면 영감님 쪽에서 먼저 공격해 올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한유라는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그녀는 신중한 표정으로 곽현의 눈빛을 살폈다.겉으로 보면 모든 게 민하준을 위해서, 걱정해서 이러는 것 같았다.민하준도 그를 엄청 신임하고 있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한유라는 숨을 죽이고 그들의 대화를 기다렸다.민하준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독사를 만났어. 생각처럼 교활한 놈이더라고. 말하는데 빈틈을 주지 않아. 영감님하고 오래 거래하기도 했고. 그쪽보다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한, 우리 쪽으로 완전히 넘어올 것 같지는 않아.”“일단 손해보는 장사부터 시작해야겠군요.”민하준은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쪽에 사람을 보내서 시간과 장소 확인하고 내가 직접 나갈 거야.”곽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썼다.“직접 가신다고요? 너무 위험해요. 그런 건 제가….”민하준이 그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이번에는 내가 직접 가야 해. 걱정하지 마. 여긴 국내도 아니고 지키는 사람이 몇 없어. 그쪽이랑 장소만 잘 확인하면 안전할 거야.”곽현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같이 가겠습니다.”“그래.”민하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창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유경한 시체는 어떻게 처리했어?”“아직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여자한테 총 맞아 뒤지는 종말이라니. 찌질하긴 해도 본인
옆에 있던 부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한유라는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떴다.여기 오기 전까지 겪었던 일이 아니었으면 민하준의 이런 배려에 감동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사실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민하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주방에서 요란하게 요리를 준비하던 주방장이 한유라를 반기며 말했다.“한유라 씨, 어서 먹어요. 이건 형님이 특별히 부탁하신 특제 메뉴인데 맛있어요.”한유라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아 식사에 집중했다.현지 요리는 그리 맛이 없었다. 다행히 주방장이 요리를 잘해서 다른 반찬은 먹을만했다.그녀는 별장에서 하루를 보냈다.민하준은 다음 날에 같이 데이트나 나가자고 했다. 정말 데이트가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들을 따라 나온 자는 곽현과 주방장 둘뿐이었다.그녀는 곽현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기회가 없었다.그들은 하루종일 현지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여가를 즐겼다.그렇게 2주가 흐른 어느 날.쇼핑을 하다 지친 한유라는 크루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잠시 낮잠을 자는데 민하준이 그녀를 깨웠다.한유라가 인상을 쓰자 그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어르고 달랬다.“가자. 중요한 자리에 가기로 했어.”한유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어디 가는데?”“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민하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밖에는 차가 이미 대기 중이었다.평소처럼 나들이가 아닌 검은색 제복으로 무장한 민하준의 부하들과 수십 대의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한유라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별장에서 안면을 텄던 사람들은 아니었다.온몸에서 살기를 내뿜는 것이 잘 훈련된 용병 같았다.민하준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손을 잡고 차량을 향해 걸어갔다.방탄복으로 갈아입은 주방장이 평소보다 근엄한 표정으로 차 문을 열어주었다.한유라는 그를 힐끗 보고는 긴장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움직인다는 건 일반 행사는 아닌 것 같았다.
차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한유라는 휘청거리며 의자를 잡았다.한유라의 다리에 자그마한 가방 하나가 나타났다.그녀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번 거래, 저쪽에서 널 지목했어. 안 그러면 우리를 못 믿겠대.”한유라는 불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손이 뜨끔했다.“이게 무슨….”남자는 건조한 손으로 그녀의 귓불을 살짝 꼬집었다.온몸에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걱정하지마. 나랑 시혁이가 뒤에서 엄호해 줄게. 그리고 우리가 데려온 애들도 있는데 뭐가 두려워? 내가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게.”부드럽지만 단호한 말투였다.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한유라를 더러운 지옥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한유라는 독사가 숨통을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이제는 조금 믿어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가지고 계산질이나 하고 있었다니.처음부터 자상하게 대한 것도, 그녀를 위해 총을 맞은 것도 연기로 보였다.한유라는 굳은 표정으로 방시혁이 하는 말을 조용히 들었다.“한유라 씨, 어차피 이제 형님 사람이잖아요. 뭔가를 증명해야 애들이 한유라 씨를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장민이도 한유라 씨가 못 미더워서 싸가지 없게 대한 것 아닙니까?”“한유라 씨가 직접 물건을 거래하고 오면 앞으로 다들 형수님이라고 불러드릴 거예요. 모두가 형수님 말을 형님 말처럼 믿고 따르게 될 거라고요!”한유라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누가 그런 걸 바란대? 난 처음부터 너희들과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이 아니었어. 그런데 범죄에 날 끌어들이겠다고? 내가 언제 너희들 인정이 필요하다고 했어?”민하준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한유라, 별거 아니야. 정말 간단한 거야. 몇 분만 딱 참으면 끝나. 다른 의도는 없어. 어차피 널 놓아줄 생각도 없으니 내 옆에서 마음 편히 살아. 하지만 애들에게도 뭔가는 보여줘야 하잖아? 노경우 애인이 왜 애들한테 인정을 받았는지 알아?”한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민하준을 노려보았다
민하준은 피식 웃고는 방시혁에게 눈짓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방시혁은 경계 태세를 취하며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그들은 폐공장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맨 끝에 있는 방까지 도착했다.구조가 복잡해서 몸을 숨기기 완벽한 구조였다.안으로 들어서자 강한 휘발유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뒤섞여서 불쾌한 냄새가 났다.한유라가 인상을 쓰며 코를 막자 옆에 있던 민하준이 그녀를 끌고 남쪽 계단으로 향했다.한유라가 거세게 반항했지만 민하준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위층으로 올라가자 민하준이 앞장섰다.한유라는 그 뒤에서 걸었고 그녀의 뒤에는 방시혁이 있었다.겉으로 보기에는 그녀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여도 한유라는 기분이 불쾌했다.그녀는 괴이쩍은 눈빛으로 방시혁을 노려보았다.방시혁은 그녀가 긴장한 줄 알고 웃으며 말했다.“너무 겁낼 거 없어요. 위험한 거래였다면 형님도 한유라 씨 데리고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한유라는 목소리를 깔고 차갑게 대꾸했다.“그냥 요리만 할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사실 진정한 2인자는 너였구나!”이런 장소에 방시혁만 데리고 온다는 건 굉장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었다.방시혁이 말했다.“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죠. 곽현이는 성격이 너무 직설적이에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큰일난다고요.”그냥 핑계일 뿐이었다.곽현은 아마 위장용 장소로 지정된 곳으로 출발했을 것이다.만약 거기서 경찰이 나타난다면 곽현이 스파이로 지목될 수 있었다.곽현까지 잡히면 한유라는 여기를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긴장감속에서 머리를 굴렸다.성패는 오늘에 달렸다.그녀는 긴장을 풀려고 귀를 만졌다.위층으로 올라가자 캐주얼한 복장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그는 싱글싱글 웃으며 그들을 맞아주었다.“반가워요, 민 사장님.”민하준도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독사는 왔나요?”“물론이죠. 우리 형님도 이번 거래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답니다.”그 남자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민하준의 뒤에 있는 한유라를 힐끗 보았다.“이분이 애인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