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라는 거리낌 없이 민하준의 흉을 보았다.도대체 이 여자들은 뭘 보고 민하준 같은 남자에게 목을 매려는 걸까?만약 그가 했던 짓을 전부 알게 된다면 아마 혼비백산하며 도망갈 게 뻔했다.설리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한유라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얼굴은 반반하게 생겨서 그 정도로 짠돌이였어? 역시 남자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니까!”한유라도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설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같은 호텔에서 진행하는 파티지만 정말 분위기가 다르다. 그거 알아? 오늘 SC그룹 소찬식 회장 생신잔치도 여기서 하잖아. 능력 있는 여자들은 아마 다 거기 갔을걸?”한유라는 화들짝 놀라며 그녀에게 물었다.“방금 누구라고 했어?”“SC그룹 회장님. 못 들어봤지? 아까 아래층에서 올라오다가 들었어. 그쪽도 VIP 통로로 들어온 거라 우리 같은 사람은 얼굴도 못 봐. 게다가 초대장 가지고 온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대. 그 사위가 장인어른 체면 세워준다고 25층, 26층을 풀로 대여했나 봐. 소은정은 참 복도 많지….”한유라는 일렁이는 감정을 추스르느라 안간힘을 썼다.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그쪽으로 건너갈 수만 있다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한유라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오늘 내로 도망칠 수 있을까? 어떻게 나가지?그녀는 저도 모르게 민하준이 있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자리에 있어야 할 그가 보이지 않았다.한유라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찰나의 순간, 그녀는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설리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한유라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별거 아니야. 누구 좀 찾아보고 올게.”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신속히 주변을 살폈다.민하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이런 걱정도 들었다. 이것도 함정이 아닐까?만약 함정이라면 도망치는 게 맞을까?하지만 함정이 아니라면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리는 게 아닐까?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출입
그러다가 다시 밖에서 문을 닫은 뒤, 천천히 문을 잠가버렸다.“얼른 가세요.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여기를 잠가야 해요. 이렇게 해야 시간을 끌 수 있어요.”말을 하던 미연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물쇠를 굳게 잠갔고 다행이라고 느껴야 할 한유라는 왠지 모르게 느낌이 좋지 않았으며 자꾸 마음이 불안했다.26층, 이를 꽉 깨문 한유라는 계속해서 아래층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소찬식 생일의 구체적인 날짜는 생각나지 않았지만 기억을 되짚어보면 이 계절이 맞는 듯했다.한유라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두 층 정도 뛰어 내려가던 그때, 한 남자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고 흠칫하던 한유라는 온몸이 굳어진 채, 손발은 얼음장 마냥 차가워졌다.“한유라 씨, 오랜만이네요. 제가 이곳으로 쫓겨나서 경호를 담당한 뒤로부터 계속 한유라 씨만 기다리고 있었어요.”남자는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한유라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전혀 놀라지도 않고 그녀를 향해 사악하게 웃었으며 그 남자가 바로 전에 민하준 곁을 지키던 멸치남 장민이었다.장민의 행동과 눈빛은 양아치와 다름없었기에 한유라는 평소에도 이 사람을 매우 싫어했는데 이곳에서 이렇게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위험을 감지한 한유라가 돌아서서 위층으로 달려갔지만 안전통로 입구에 도착해 보니 문이 잠겨 있었다. 조금 전에 자물쇠를 잠근 미연이 생각나자 한유라는 충격을 받아 마음이 순식간에 차가워졌으며 머릿속은 백지장 마냥 하얗게 변해버렸다.일부러 말을 걸면서 은근슬쩍 소찬식이 아래층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흘린 설리부터 시작해서 적극적으로 한유라에게 문을 열어주면서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게 도운 미연까지, 이 모든 건 한유라가 장민 손에 잡히게 만들기 위한 계획적인 행동이었나?한유라는 그제야 모든 걸 깨닫게 되었고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으며 뒤에 들려오는 여유로운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복도에 있던 검은 복장을 입은 남자는 그녀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고 굳게 잠긴 문은 그녀의 실낱
미친 듯이 발버둥 치던 한유라가 장민의 손을 힘껏 깨물었고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장민이 그녀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한유라의 한 쪽 뺨은 순식간에 퉁퉁 부어올라 저리기까지 했지만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끝까지 경계심에 찬 눈빛으로 장민을 노려보면서 소리를 질렀다.“감히 날 때려? 민하준이 나를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난 아직 이용 가치가 남아있어. 감히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한유라는 자신의 처지가 아무리 비참하고 보잘것없어도 절대 아무한테나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며 더군다나 양아치에게 놀아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게 만들 것이다.혀를 깨물고 죽는 한이 있어도 한유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장민은 손을 움켜쥐고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으며 악에 받친 표정으로 한유라를 쳐다보며 웃음이 더욱 사악해지고 있었다.“가만두지 않겠다고요? 내가 이 자리에서 한유라 씨와 잠자리를 가져도 형님은 절대 저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이 청렴한 미연까지 나에게 줬는데 한유라 씨는 더 말할 것도 없죠! 그리고 형님이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당신이 먼저 나를 꼬셨다고 말하면 돼요!”장민은 이를 악물고 한유라를 향해 덮쳤고 그의 손이 한유라의 어깨에 닿은 순간, 한유라가 비명을 지르며 손톱으로 장민의 얼굴을 할퀴었으며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 핏자국이 생겼다.기분이 언짢아진 장민은 거칠게 한유라의 옷을 찢어버리려고 했지만 얌전히 있을 리가 없는 한유라가 붉어진 눈시울로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으며 역겨운 기분이 들어 연신 헛구역질까지 했다.장민이 그녀를 구석으로 끌고 갔고 한유라가 살려달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바로 이때, 그들 뒤에서 굉음이 들렸고 장민이 고개를 돌려보니 누군가가 밖에서 굳게 잠긴 문을 부숴버린 것이다.부서진 문을 밟고 걸어 들어온 민하준은 벌겋게 충혈될 두 눈으로 온몸에서는 얼음장 마냥 차가운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으며 순간, 흐르던 공기마저 멈춰버린 듯한 정적이 흘렀다.한유라는 파랗게 질
물론 장민도 벌받아 마땅하지만 옷은 한유라가 직접 갈아입은 것이고 도망도 그녀가 원해서 저지른 일이며 장민에게 속은 것도 그녀가 멍청했기 때문이었다.이런저런 생각에 한유라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고 공포가 온몸을 둘러싸자 한유라는 너무 두려운 마음에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민하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서서 엉망진창이 된 장민을 쳐다보며 추호의 동정도 머뭇거림도 없었고 곁에 있던 부하들도 늘 보던 모습인 듯이 다들 평온한 얼굴이었다.장민은 민하준이 여자를 위해서 동생을 버릴 리가 없다고 확신했지만 그가 민하준 마음속에서의 위치를 너무 높게 생각한 듯했다.민하준이 한유라를 곁에 둔 이유가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고 해도 그녀를 세뇌시키는 단계에서는 그녀의 말을 들어야 했고 그녀의 말을 듣는 전제가 바로 다른 사람은 절대 그녀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한유라는 평정심을 되찾기 시작했으며 아직 이용 가치가 있는 자신이 적어도 지금 바로 죽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장민을 해결한 민하준은 한유라의 손을 잡고 연회장으로 향했고 아무것도 묻지 않는 민하준을 보며 한유라는 왠지 불안했다.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가 한 여인을 꽉 잡고 있었고 그 여인이 바로 설리였다. 설리는 한유라의 눈을 슬쩍 피하면서 경악에 찬 표정으로 민하준을 쳐다보았다.한유라는 그 순간 민하준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유라가 입을 열지 않아도 알아낼 방법이 다 있는 민하준을 보며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민하준의 능력은 그녀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기에 한유라는 과연 자신이 이 사람을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설리는 민하준의 기세에 눌려 덜덜 떨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민하준 씨, 저 아니에요. 제발 저를 풀어주세요. 미연 언니가 저에게 돈을 주면서 민하준 씨 곁에 있는 여자를 속이라고 시켰어요. 전 잠시 돈에 눈이 멀어서 그랬던 것뿐이에요. 잘못했습니다!”민하준은 싸늘하게 입꼬리를 살짝
민하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기가 얼어붙은 것만 같았고 흠칫하던 유경한은 화가 나서 볼이 빵빵해졌다.“민하준, 너…”유경한이 민하준에게 욕설을 퍼부으려고 하던 순간, 어르신이 굳은 표정으로 버럭 화를 냈다.“그만해, 두 사람 오늘 싸우러 온 거야?”어르신은 두 사람에게 언짢아졌기에 코웃음을 쳤지만 그래도 단호하게 미연을 가리키며 민하준에게 말했다.“사람은 데려가도 되는데 나도 조건이 있어.”“어르신, 편하게 말씀하세요.”민하준이 눈썹을 들썩이며 대답하자 어르신은 시선을 한유라에게 돌리며 실눈을 살짝 뜬 채,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저 여자를 내 곁에 한동안 남겨둬.”민하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고 한유라마저 깜짝 놀란 얼굴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에 민하준을 빤히 쳐다보았으며 그가 혹시라도 어르신의 조건에 동의할까 봐 너무 겁이 났다.이때, 곁에 있던 유경한이 코웃음을 쳤다. 어르신이 그의 체면을 고려해 주지 않았지만 민하준의 체면도 똑같이 구겨버린 것이다.미연은 차갑고 질투 가득한 표정으로 한유라를 쳐다보며 웃음거리가 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그녀는 그렇게 장난감처럼 너무도 쉽게 버려진 것이다.잠시 고민하던 민하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럴 수는 없습니다.”어르신은 압박에 찬 눈빛으로 민하준을 빤히 쳐다보며 슬쩍 웃었다.“따라 들어와.”어르신은 돌아서서 병풍 뒤에 있는 휴게실로 향했고 한유라는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민하준을 빤히 쳐다보았다.어르신은 양보하는 척하면서 모든 행동이 계획된 듯, 민하준을 유도하고 있었고 한유라는 그저 저 두 사람이 두는 바둑 한 알에 불과했다.한유라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긴장한 마음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으며 어느새 눈시울까지 붉어졌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그녀의 걱정을 눈치챈 민하준은 마음이 약해져서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다독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걱정하지 마.
민하준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한유라에게 다가갔으며 마음속의 절망과 발버둥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는 하얗게 질린 한유라의 입술과 흐트러진 웨이터 복장을 보며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한유라는 이제 절대 그를 떠나지 않겠다고 그녀 입으로 약속했기에 민하준은 그녀가 한 달 뒤에도 그 약속을 지켜주길 바랐다.민하준이 한유라를 보며 가볍게 미소를 보이자 한유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편안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우리 이제 가도 돼? 나 이곳이 너무 싫어. 앞으로 다시는 안 올 거야.”민하준은 오랜 노력 끝에 겨우 그녀의 웃음과 다정한 말투를 되찾았는데 이제 그녀는 다시 그를 뼛속까지 원망하고 미워할 것이다.한유라가 민하준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민하준은 자리에서 굳은 채로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그는 미안하고 잔인한 눈빛으로 한유라를 쳐다보았다.그 순간, 한유라는 그제야 모든 걸 깨달은 듯, 입가의 웃음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그의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한유라는 순진하게 민하준이 절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녀의 인생을 망친 이 남자에게 또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한유라는 민하준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서 뒷걸음질 쳤으며 물건처럼 다른 사람에게 쉽게 팔린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다.마음이 약해진 민하준은 그런 한유라를 보며 자신의 결정이 후회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선택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었다.그는 영원히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바둑알이 아니라 바둑을 두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며 그래야만 앞으로 그의 사람을 빼앗기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기에 일단은 한유라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결정을 바꿀 수는 없기에 민하준은 마음속으로 잠시 발버둥을 치다가 이내 평온해졌다.그는 한유라에게 다가가 그녀를 꽉 껴안았으며 발버둥 치는 그녀의 허리를 꽉 잡으며 말했다.“유라야, 날 믿어줘. 난 너에게 진심이야.
잠시 머뭇거리던 한유라가 어르신의 말에 대꾸했다.“전 충분히 사람 볼 줄 알아요. 민하준이 어떤 놈인지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당신들도 그놈과 같은 편이니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요!”한유라의 말에 어르신이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전 달라요. 한유라 씨, 하준이는 당신을 망쳤지만 전 당신을 지켰죠. 한유라 씨는 저에게 고마워해야 해요.”한유라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어르신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찻잔을 내려놓았으며 말을 이어갔다.“이렇게 하죠.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제가 제 생일 소원을 한유라 씨에게 양보할게요. 당신이 소원을 빌면 제가 그 소원을 이뤄드릴게요. 어때요?”어르신의 말에 흠칫하던 한유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 어르신은 범죄자 두목 아닌가? 왜 갑자기 이렇게 상냥한 얼굴로 이런 제안을 하지?한유라가 여전히 경계심에 찬 눈빛으로 어르신을 빤히 쳐다보자 어르신이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한유라 씨가 거절하고 싶다면 없던 일로 할게요…”“제 소원은 저의 집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것도 가능한가요?”한유라가 입술을 깨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한유라는 지금까지 살면서 다이아몬드와 가방, 그리고 명품 옷들까지 모든 걸 갖췄으며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손을 벌려 선물을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더군다나 한유라에게 지금 이 순간 가장 간절한 건, 자유였다.한유라를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던 어르신이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가능해요.”“진짜요?”한유라는 깜짝 놀랐다. 어르신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다른 사람을 대하던 냉정함과 차가움은 온데간데없었으며 눈빛에는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자상함과 관심이 가득했다.조금 전까지 시무룩한 표정이었던 한유라는 순간 들뜬 얼굴로 살짝 웃으며 밖을 쳐다보았다.“그럼 저 진짜 가요?”“잠시만요. 연회가 끝나면 그때 가요. 지금 나가면 다른 사람 눈에 띌 거고 그러다가 민하준 귀에 들어가면 한유라 씨는 다시 하준에게 잡혀올 거예요!”어르신
어르신이 그녀를 직접 데려다주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하지만 어르신에게 이런 요구까지 할 수 없었다.한유라는 어르신 뒤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한 번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만약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면 그는 바로 거절할 거고 정말로 중요한 사람이라면 그녀의 요구에 승낙할 것이다.어르신은 한유라를 잠시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좋다, 같은 방향이니 내가 함께 가지.”한유라는 살짝 놀랐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그의 뒤에 있는 사람은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어르신이 직접 나서자 옆에 있던 사람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 사람은 한유라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어르신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거리로 나가자 오가는 차들이 적었다.어르신의 전용 리무진이 도착하자 그들은 함께 차에 올랐다.차에 오른 한유라는 긴장한 듯 경직되어 있었다.어르신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더니 좌석에 기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그녀는 낯설지 않은 길거리를 말없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차가 멈춰 섰다.한유라는 자기를 심강열과 함께 사는 집이 아닌 본가로 데려다준 어르신을 의외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어르신을 바라본 한유라는 조직 보스라는 공포심보다 오히려 고마움이 훨씬 컸다.조직의 보스라 해도 그는 정이 깊은 사람 같았다.“감사합니다, 어르신. 안에 들어가셔서 차 한잔하실래요? 집에 좋은 차 많아요.”자기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녀의 얼굴에 어르신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됐다. 나 같은 사람이 네 집에 들어가면 가족들이 얼마나 놀라겠냐?”김현숙은 겁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조직 보스 또한 본 적 없었기에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지 한유라도 예측할 수 없었다.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차에서 내리며 어르신에게 인사를 전했다.“고맙습니다! 저 그럼 들어가 볼게요!”노인은 고객을 끄덕이며 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한유라는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