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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0화 방 좀 바꿔줘

민하준은 집요하게 한유라의 눈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에서 과거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을 찾으려는 것 같았다.

그걸 바라고 자존심 상하는 과거를 털어놓은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해명했는데 조금은 믿어주지 않을까?

한유라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그거 나 안 믿어.”

그녀는 손을 빼려고 했지만 민하준은 손아귀에 힘을 꽉 주었다.

분노가 그의 머리를 지배하고 정신은 거의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진실이라고 달라질 게 있을까?

이 남자 옆에서 같이 타락해야 할까?

그녀는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건 작년의 마지막 날 밤에 그가 자신의 집으로 침입해서 했던 만행이었다.

흔들림?

그런 건 없었다.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남자에게 굴복하고 싶지도 않았다.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일지라도.

그녀는 오로지 그를 감방에 처넣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민하준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가슴은 칼에 찔린 것처럼 아프고 숨이 막혔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한유라, 많이 컸네. 이제 잘 속지도 않아.”

그는 다시는 자신의 마음을 그녀 앞에서 드러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믿지 않아도 곁에 남아 있으면 언젠가는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한유라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과거랑 똑 같은 수법이잖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미연이랑 어떤 일이 있었든 다른 여자랑 어쨌든 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그녀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녀가 꿈꾸는 미래에는 오직 한 사람, 심강열뿐이었다.

민하준? 지옥에나 가라지!

곽현이 밀크티를 들고 차에 올랐다.

“한유라 씨, 이거 맞아요?”

한유라는 익숙한 테이크아웃 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그녀는 컵에 빨대를 꽂고 입에 물고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민하준이 밀크티를 가로채더니 한입 마시고 다시 돌려주었다.

“맛없네.”

입 안이 온통 쓴맛이었다.

한유라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차가 출발했다.

그녀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창밖에서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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