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이내 박수혁이 있는 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걸어오는 이한석과 마주쳤으며 이한석은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갑자기 회사에 나타난 박시준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작은 도련님, 여긴 어떻게 왔어요?”박시준은 이한석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딱히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아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걸어갔고 이한석이 다급하게 그를 막아섰다.“작은 도련님, 대표님 만나러 오셨어요? 대표님은 지금 사무실에 안 계세요. 회의 중이라 만나고 싶으면 잠깐 기다려야 해요.”박시준은 고개를 들어 이한석을 힐끔 쳐다보다가 방향을 바꿔 회의실로 향했고 이한석의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으며 박시준의 뒤를 따라가려고 하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선생님, 시준 도련님이 왜 갑자기 혼자 학교에서 나온 거죠? 네? 고모요? 시준 도련님의 고모라고요?”전화를 끊은 이한석의 표정이 확 굳어졌지만 박시준은 이미 회의실 문을 열고 회의실에 들어섰다.회의실 분위기는 엄숙하고 진지했고 회사 관리자들은 분기 보고를 하고 있었다. 문이 갑자기 열렸고 박시준이 모든 걸 내려놓은 표정으로 박수혁에게 다가갔고 박수혁은 차갑고 싸늘한 눈빛으로 자리에 앉아 다가오는 박시준을 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이한석, 밖에 있는 직원들 다 그만두고 싶은 거야?”박수혁이 정적을 깨고 입을 열자 다급하게 걸어오던 이한석이 흠칫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작은 도련님을 모시고 휴게실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말을 하던 이한석이 박시준의 손을 잡은 순간, 박시준이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쳤으며 어린아이에게서 느껴지는 강한 힘에 이한석이 화들짝 놀란 듯했다.박시준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박수혁 앞에 다가가 고집스럽고 원망 섞인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박수혁은 갑자기 예의 없게 행동하는 박시준을 보며 화가 나기 시작했다.“뭐 하고 싶은 거야. 말해 봐.”박수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보며 최대한
아이의 말에 박수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 치다가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그 여자가 네 엄마인 건 맞는데 내 아내는 아니야. 나랑은 절대적인 원수 사이야. 내가 어떻게 그런 여자와 결혼을 하겠어?”망연자실하던 박시준은 이내 차분한 얼굴로 다시 한번 물었다.“엄마가 죽은 거 맞죠? 아빠가 죽였다고 고모가 그랬어요!”박수혁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박시준을 보며 낮게 깔리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여자가 죽을 짓을 저지른 거야.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어. 너랑 난 아직 할 말이 남아있지 않아? 넌 그 여자가 윤이영으로 위장해서 나에게 접근한 걸 진작 알고 있었지?”박수혁의 물음에 아이는 입술을 꽉 깨문 채 고집스럽고 뜨끔한 표정이었다.“맞아요. 엄마는 우리와 함께 살고 싶다고 했어요.”박수혁은 헛된 꿈을 꾸고 있는 아이를 비웃듯 코웃음을 쳤고 이한석은 곁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역시 아이가 어려서 쉽게 속아넘어간 것이다. 박수혁이 자신의 아들에게도 냉정하고 차가운데 그들 모자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그래서 네가 아프다고 병원에 입원한 것도 다 거짓말이고 연기한 거네?”박수혁이 냉랭한 목소리로 묻자 박시준은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으며 박수혁이 갑자기 말을 돌려 그에게 책임을 물을 줄은 몰랐다.옛날 일들은 아이에게도 악몽이었다. 모든 건 안진이 박수혁의 눈길을 끌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또한 그녀가 박시준에게 무능하다고 욕설을 퍼붓는 핑계였다.순간, 박시준의 얼굴에는 난감함과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아이가 안진에 대한 감정은 매우 복잡했다. 그녀가 늘 아이를 때렸기에 아이는 그녀가 무서웠지만 그녀가 아이의 엄마였기에 아이는 그녀를 용서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안진이 박시준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박시준은 그녀가 멀리 떠나서 다시는 그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행복하게 살길 바랐을 뿐이지 절대 그녀의 사망 소식을 바란 건 아니었다.박시준에게 안진의 죽음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박수혁은 박시준이 아무 말도 하지
박예리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지만 오늘부터는 박수혁의 방해가 없을 것이기에 더 이상 소은정이 두렵지 않았다.눈앞의 소은정만 없었다면 박예리는 절대 지금처럼 비참한 모습으로 살진 않았을 것이다. 여우 같은 저 여자가 박수혁을 꼬시고 옆에서 부추긴 탓에 그가 자신의 여동생에게 이토록 잔인했던 것이 분명했다.박예리의 모든 원망은 박수혁과 소은정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기에 저 두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박예리가 소은정에게 따지려고 2층으로 향하려던 순간, 소은정 맞은편에 있던 남자를 보게 되자 발걸음을 멈추었다.전동하였다. 그는 싸늘하고 경고의 눈빛으로 박예리를 쳐다보고 있었고 윤재수가 누구에게 패배를 당했는지 잘 알고 있기에 박예리는 덜컥 겁이 났다.박수혁은 단지 윤재수를 죽게 만든 마지막 칼날일 뿐, 진정으로 그 칼을 휘두른 사람은 전동하였다.어차피 앞으로 복수할 기회는 많을 거라고 생각한 박예리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서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카페를 나섰다.하지만 밖에 나서던 순간, 낯선 남자 몇 명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박예리 씨, 저희와 같이 갑시다.”“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감히 날 건드려? 당신들 누가 보낸 거야?”표정이 확 굳은 박예리의 물음에 남자가 덤덤하게 대답했다.“박 대표님이 보냈습니다. 가시죠.”“우리 오빠… 우리 오빠 사고 난 거 아니었어요?”흠칫 놀란 박예리가 다급하게 물었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박예리 씨, 가시죠.”동공이 심하게 흔들리던 박예리는 이내 차분해졌다. 만약 박수혁이 다치지 않았으면 구급차가 왔을 리가 없었기에 박수혁이 죽기 전에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것일 수도 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박예리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다시 의기양양한 얼굴이었으며 이왕 이렇게 된 거 따라가서 박수혁의 죽기 전 비참한 모습이라도 구경하고 싶었다.박예리는 가슴을 쫙 펴고 남자들을 따라갔고 커피숍 2층에서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른 박예리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으며 눈빛에는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원망과 한이 서려 있었고 드디어 오늘 뼛속까지 박혀 있던 원망을 속 시원하게 내뱉은 것이다.그녀의 말에 흠칫 놀란 이한석은 이내 가엽고 할 말 잃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다시 싸늘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박예리 씨, 당신은 대표님을 이토록 원망하고 그 일들에 한을 품고 있으면서 대표님이 없으면 당신이 어떻게 살았을지 생각해 봤어요? 대표님이 없었다면 박예리 씨가 이렇게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회사에 박예리 씨보다 어린 여자애들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합니다. 대표님이 박예리 씨를 혼낸 것도 박예리 씨가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일 뿐인데 그 마음을 그렇게 원망해요? 당신 뱃속에 있던 아이는 박 씨 가문의 원수의 아이입니다. 그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나중에 어떻게 되고 박 씨 가문은 그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앞으로 영원히 다른 남자 안 만날 거예요? 더군다나 박 씨 어르신은 윤재수 손에 목숨을 잃으셨어요. 어르신이 박예리 씨를 그렇게 사랑해 주고 예뻐했는데 그건 다 잊은 거예요?”이한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예리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그만해요! 할아버지는 지영준 손에 목숨을 잃은 거예요! 그게 윤재수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그때 윤재수와 지영준이 손잡고 저지른 짓이에요…”이한석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박예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며 그녀는 그런 악랄한 거짓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윤재수의 말만 믿었다.“그래서 뭐요? 내 뱃속의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잖아요! 오빠는 안진의 아이마저 받아주면서 왜 제 아이는 지워버린 건가요? 제가 만만하고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잖아요!”박예리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하며 사무실 창문 쪽으로 다가가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창밖을 쳐다보며 이한석에게 말을 이어갔다.“이한석 씨, 이런 쓸데없는 얘기 이제 하지 마요. 어차피 오빠는 죽었고 당신에게는 두 가
박수혁은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들어 창밖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처럼 그의 마음에도 감정 변화가 없이 잔잔했다.지금 이 순간, 박예리는 진심으로 겁이 났다.박수혁은 돌아서서 이한석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사무실을 나섰고 이한석이 차가운 눈빛으로 박예리를 쳐다보며 말했다.“박예리 씨, 나가주세요.”박수혁이 눈앞의 여동생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으니 이한석도 더 이상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박예리는 예전부터 멍청하게 여기저기 사고를 치면서도 박수혁 곁에 있는 이한석을 무시하고 만만하게 여긴다는 걸 이한석도 잘 알고 있기에 그녀를 위해 박수혁을 설득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박예리는 밀려오는 창피함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치마를 아래로 잡아당겼지만 생리 현상으로 젖은 부분은 가려지지 않았다.그녀가 평생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창피함에 또다시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흘렀고 차가운 표정을 한 이한석이 그녀를 잡아줄 생각도 없어 보이자 더욱 서럽고 짜증이 났다.짧은 몇 분 사이에 그녀의 계획이 전부 물거품이 된 것이며 박수혁이 떠난 지금도 그녀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겨우 휘청거리며 바닥에서 일어나 옆에 있던 의자에 기댔고 이한석은 그런 박예리를 쳐다보며 역겨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뭔가 생각난 듯 표정을 숨겼다.“옷을 갈아입고 싶으면 직원한테 탈의실로 안내하라고 할게요.”이한석은 박예리에게 절대 박수혁 사무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벽증이 있는 박수혁은 절대 그걸 참을 수 없을 것이다.“오빠가 저한테 왜 이래요?”박예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이한석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대표님은 더 이상 박예리 씨 오빠가 아닙니다. 박예리 씨가 대표님을 죽이려고 계획을 세우던 순간부터 박예리 씨는 오빠가 없게 되었습니다.”“난 그저 잠시 원망에 이성을 잃은 거예요. 저도 잘못을 깨달았다고요. 저희는 친 남매예요. 오빠가 저를 평생 원망하진 않을 거예요.”움찔한 박예리가 다급하게 하는 말에
직원들은 너도나도 말을 보태며 이한석을 둘러쌌지만 이한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궁금해요?”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이한석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궁금하면 대표님께 직접 물어봐요! 근무 시간에 일과 전혀 상관이 없는 수다를 떨기나 하고! 여기 있는 모든 직원들, 오늘 근무 시간 두 시간 연장입니다. 수다 떤만큼 보충하고 가세요.”자리에 있던 직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 대표님은 박 대표님보다 더 박 씨 가문 사람 같네!”한편, 소 씨 가문 저택에서.문지웅은 회사를 전문적인 사람에게 맡기긴 했지만 어쨌든 그의 가족이 아니었기에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매달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서 회사로 찾아갔다.문준서는 소찬식 곁에 남았다. 새봄이 어린이가 요즘 울트라맨에 빠져 있기에 문준서는 매일 울트라맨 분장을 해서 새봄이를 즐겁게 해줬지만 언젠가부터 울트라맨으로는 만족되지 않았다.새봄이는 문준서를 한 방에 쓰러트릴 수 있었고 주먹을 휘두르기만 하면 문준서를 울릴 수도 있었으며 울고 난 문준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새봄이에게 사과까지 했다.그래서 그런지 새봄이는 이토록 약한 울트라맨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문준서에게 괴물 역할을 시키기에는 또 자격 미달인 것 같았다.하루 종일 힐을 신은 소은정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힐을 여기저기 벗어던졌고 뒤따라 들어온 전동하도 피곤해 보였지만 그래도 표정은 밝았다.소찬식은 같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두 사람 놀러 나간 거 아니었어?”“네, 그런데 거기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바람에 또 일 얘기를 했거든요. 은정 씨가 기분이 안 좋아져서 일찍 들어오게 됐어요.”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차피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낼 만큼 보냈기에 놀든 안 놀든 중요하진 않았다.전동하는 손에 들고 있던 크고 작은 쇼핑백들을 옆에 내려놓았고 힘이 풀린 소은정은 소파에 누워 일어날 수가 없었다. 새봄이는 소은정을 보자마자 들뜬 표정으로 달려와 그녀의
새봄이의 이마가 빨개졌다. 물론 아이가 조심하지 않아서 부딪친 거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어린 아이를 탓할 수는 없기에 박수혁은 아이의 부모에게 인사를 하면서 슬쩍 아이 교육을 제대로 하라고 말할 생각이었다.물론 사과의 표시로 돈을 지불할 생각도 있었다.“그럼 네 아빠가 누구야? 이름이 뭔데?”“우리 아빠는 울트라 아버지! 빛의 나라의 국왕이야!”새봄이가 자랑스럽게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소리를 지르자 박수혁은 할 말을 잃었으며 이 아이의 머리에 뭐가 든 건지 궁금해졌다.하지만 아이의 말투도 그렇고 표정도 왠지 눈에 익은 듯한 느낌에 마음이 살짝 움찔했다.그러던 중, 옆방에서 나온 이한석은 한 여자아이를 안고 있는 박수혁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대표님, 오셨네요… 전새봄 양?”이한석은 경악에 찬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으며 박수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는 애야?”이 바닥에서 전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전새봄이라면 소은정과 전동하의 딸일 것이다.박수혁은 착잡한 표정으로 품에 안은 아이를 쳐다보았으며 왜 자꾸 낯이 익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이 아이는 모든 면에서 소은정과 똑 닮아 있었다. 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복잡한 표정으로 박수혁을 쳐다보았고 박수혁이 소은정을 여태껏 잊지 못하고 있기에 그녀 주변 사람들의 소식조차도 알고 싶지 않았다.때문에 새봄이 얼굴도 몇 번 본 적이 없었고 이렇게 만나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새봄 양이 몰래 도망 나온 것 같은데 제가 데려다줄까요?”이한석이 손을 뻗으며 말했지만 박수혁은 아이를 품에 꼭 안은 채 새봄이를 빤히 쳐다보았다.“넌 나를…”잠시 머뭇거리던 박수혁은 마음이 씁쓸했으며 만약 그때 모든 게 순조로웠다면 이 아이는 그의 딸이었을 것이고 그는 전동하보다 이 아이에게 더 잘해줄 자신이 있었으며 아이가 이 세상을 갖고 싶다고 하면 그는 두말없이 이 세상을 아이 손에 쥐여줄 것이다.안타깝게도 새봄이는 그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통통
문지웅은 저택 근처에 고가의 별장을 하나 샀고 주변 환경도 너무 좋았으며 평생 소 씨 가문 사람들과 이웃으로 살 생각이었다.문준서도 얼마 전부터 이 별장으로 이사를 왔고 학교까지 정해 놓은 상태였기에 새봄이는 이제 홀로 남게 되었으며 소은정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보낼 수 있는 학교를 찾아 나섰다.소지혁이 다니는 학교는 새봄이에게 맞지 않았기에 그 학교를 피해서 다른 곳으로 알아봤고 오랜 수소문 끝에 소지혁이 다니는 학교와 500미터 정도 떨어진 학교를 찾아냈다.이는 지금까지 본 학교 중에서 제일 괜찮은 학교였고 새해가 지나면 아이를 여기로 보낼 생각이었다. 연말이 다가오고 소지혁도 방학을 해 문준서와 함께 새봄이와 놀아줄 수 있기에 그렇게 급하게 학교에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한편, 전동하가 시간을 쪼개서 소은정의 곁을 지켜 소은정도 회사 업무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똑같은 시간에 퇴근했으며 전동하는 소은정을 데리러 회사에 갔다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갔다.이날, 퇴근한 소은정이 전동하가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데스크 직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소 대표님, 대표님 앞으로 택배가 배달됐는데 지금 올려드릴까요?”그 말에 소은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뭘 샀던 기억은 없었기에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사람 보낼게요.”소은정은 우연준에게 택배를 가져오라고 부탁했고 5분 뒤 우연준이 힘들게 택배 박스를 안고 나타났다.“대표님,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무거워요?”“저도 몰라요. 이게 뭐죠?”소은정이 눈살을 찌푸리자 우연준이 박스를 그녀 앞에 올려놓으며 말했다.“검사해 봤는데 위험 물질은 없었어요. 금속이 들어있다고 하던데 대표님 혹시 액세서리를 사셨어요?”우연준의 말에 소은정은 더욱 어안이 벙벙했다. 액세서리를 샀다고 해도 이렇게 허술하게 배송하지는 않을 것인데?“됐어요. 여기에 놔두세요. 동하 씨가 산 걸 수도 있어요.”고개를 끄덕인 우연준이 돌아서서 사무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