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웅은 저택 근처에 고가의 별장을 하나 샀고 주변 환경도 너무 좋았으며 평생 소 씨 가문 사람들과 이웃으로 살 생각이었다.문준서도 얼마 전부터 이 별장으로 이사를 왔고 학교까지 정해 놓은 상태였기에 새봄이는 이제 홀로 남게 되었으며 소은정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보낼 수 있는 학교를 찾아 나섰다.소지혁이 다니는 학교는 새봄이에게 맞지 않았기에 그 학교를 피해서 다른 곳으로 알아봤고 오랜 수소문 끝에 소지혁이 다니는 학교와 500미터 정도 떨어진 학교를 찾아냈다.이는 지금까지 본 학교 중에서 제일 괜찮은 학교였고 새해가 지나면 아이를 여기로 보낼 생각이었다. 연말이 다가오고 소지혁도 방학을 해 문준서와 함께 새봄이와 놀아줄 수 있기에 그렇게 급하게 학교에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한편, 전동하가 시간을 쪼개서 소은정의 곁을 지켜 소은정도 회사 업무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똑같은 시간에 퇴근했으며 전동하는 소은정을 데리러 회사에 갔다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갔다.이날, 퇴근한 소은정이 전동하가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데스크 직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소 대표님, 대표님 앞으로 택배가 배달됐는데 지금 올려드릴까요?”그 말에 소은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뭘 샀던 기억은 없었기에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사람 보낼게요.”소은정은 우연준에게 택배를 가져오라고 부탁했고 5분 뒤 우연준이 힘들게 택배 박스를 안고 나타났다.“대표님,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무거워요?”“저도 몰라요. 이게 뭐죠?”소은정이 눈살을 찌푸리자 우연준이 박스를 그녀 앞에 올려놓으며 말했다.“검사해 봤는데 위험 물질은 없었어요. 금속이 들어있다고 하던데 대표님 혹시 액세서리를 사셨어요?”우연준의 말에 소은정은 더욱 어안이 벙벙했다. 액세서리를 샀다고 해도 이렇게 허술하게 배송하지는 않을 것인데?“됐어요. 여기에 놔두세요. 동하 씨가 산 걸 수도 있어요.”고개를 끄덕인 우연준이 돌아서서 사무
결국 마이크는 예쁜 누나의 품에 안기지 못했다. 하지만 예쁜 누나는 더 이상 예전에 봤던 그 누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예전의 소은정은 차갑고 도도한 커리어 우먼이었으며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 물론 지금도 너무 예쁘지만 그녀에게는 이제 다정하고 상냥한 부드러움이 더 많아 보였기에 아무래도 전동하가 그녀를 잘 보살 핀 것 같았다.마이크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전동하에게 안겼으며 옆에 있던 소은정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이때, 새봄이와 문준서가 잔뜩 긴장하고 기대에 찬 얼굴로 다가와 고개를 든 채 말했다.“아빠, 나도 안아 볼래요…”새봄이가 팔을 뻗자 전동하는 마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했으며 역시 아들보다는 딸이 낫다고 생각하며 마이크에게서 손을 떼고 새봄이를 안으려고 했다.하지만 전동하가 허리를 굽히던 순간, 새봄이가 홱 돌아서서 마이크에게 와락 안겼다.“오빠 안아줘요…”마이크가 새봄이를 가볍게 품에 안았고 새봄이는 그제야 이까지 보이면서 환하게 웃었으며 곁에서 지켜보던 전동하는 할 말을 잃었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소은정은 조금 전보다 더 큰소리로 웃었고 이때, 문준서도 팔을 뻗으며 새봄이 흉내를 냈다.“형아, 안아줘요…”마이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이를 쳐다보자 소은정이 마이크에게 소개를 해주었다.“이 아이는 문준서라고 해. 잠시 이곳에서 살고 있고 너보다 여섯 살 어려.”문준서는 새봄이보다 두 살 많았지만 새봄이보다 더 말랐다.마이크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준서의 머리를 톡톡 쳤다.“남자아이는 안아달라고 하는 거 아니야.”마이크의 말에 문준서가 실망한 얼굴로 팔을 내렸고 마이크가 새봄이를 내려놓자마자 문준서가 달려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새봄이를 꽉 껴안았다.전동하는 이를 보며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마이크가 안아주지 않는다고 그의 딸에게 달려가 저렇게 꽉 껴안다니. 새봄이는 문준서에게 보호 의식이 강했기에 문준서의 손을 잡고 마이크에게 다가가 한 번만 안아달라고 부탁했고 마이크는 전동하의 강압적인 눈빛에 눌려
소은정은 고개를 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그의 얕은 숨소리가 느껴졌다.그가 아직 자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죠?”그녀 역시 상상도 하지 못할 테러를 경험한 적 있다.그래서 주변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모두가 그녀처럼 운 좋게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전동하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차갑게 말했다.“그쪽에서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이모라는 사람은 눈썰미가 아주 뛰어난 자죠. 그렇지 않았으면 홀로 가문을 그렇게 오래 이끌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래서 아이를 우리 옆에 오래 둘 수 없어요.”마이크는 이제 나이를 먹었고 자신만의 주장이 확고했다.소은정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아니면 애를 해외로 보내지 않을 수는 없나요?”“지금 마이크가 공부하는 영역은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영역이죠. 오랜 시간과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고요. 유럽에 가장 좋은 선생님이 있으니 그곳에 가야 더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전동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많이 지쳐 보였다.“자요. 어차피 성인이 되기 전에는 떠나지 않을 거예요. 성인이 된 후에는 나도 그 아이를 계속 통제할 수는 없어요.”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잠시 후, 그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며칠이 지났다.소은정과 전동하는 낮에 집을 비우니 소찬식도 기력이 딸렸기에 사람을 시켜 아이들을 돌보게 했다.다행히 아이들은 마이크를 아주 잘 따랐다. 햇병아리가 어미 닭을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과 흡사하달까.집사는 고용인들 몇 명을 아이들 노는데 따라가게 했다.마이크는 동생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갔다.소지혁도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흥분한 기색을 보였고 준서는 새봄이의 손을 꼭 잡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마이크는 맏이로서 고용인들을 시켜 설비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안전을 확보한 뒤에 아이들을 올려보냈다.놀이공원을 독단적으로 빌리지는 않았기에 새봄이와 소지혁은 이렇게
그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그 아이의 부모님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마이크를 바라보았다. 금발에 벽안을 가진 아이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새봄이와 준서는 옆에서 손뼉을 쳤다.박시준도 멍하니 마이크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놀이공원 사장이 현장에 도착했다.사장이 직접 나섰기에 일은 조용히 마무리되었다.아이들은 서로 사과하지 않았다.그리고 아이의 부모도 이 일을 끝까지 따지지 않았다. 사장은 그들에게 만족스러운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번에 놀이공원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전부 면제해 주겠다는 조건이었다.아이 부모는 만족스럽게 아이를 안고 돌아갔다.일을 다 처리한 사장은 식은땀을 훔치며 직원들에게 말했다.“앞으로 저 가족들은 블랙리스트야. 나중에 또 오면 들여보내지 마.”“네.”사장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사장실로 좀 가자. 전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셔.”새봄이는 신이 나서 준서의 손을 잡고 달려나갔다.소지혁은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마이크에게 물었다.“형, 왜 고모부는 현장에 안 나왔을까요?”마이크는 동생을 힐끗 보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런 인간들 처리하는데 아빠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지. 넌 아직 너무 어려서 몰라!”“그래요?”박시준은 그들을 따라가야 할지 주저했다.어차피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이라서 가야 할 것 같은데 전동하가 박시준을 초대하지는 않았다.아이가 머뭇거리는 사이 소지혁이 다가와서 아이의 손을 잡았다.“시준이 너도 같이 가자. 고모부는 아주 친절한 분이셔. 애들을 엄청 좋아하시거든!”박시준은 그 말을 듣고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는 사장 사무실에서 느긋하게 아이들을 기다렸다.그는 사실 저런 시정잡배들을 굳이 직접 상대하기 귀찮았다.하지만 사랑하는 딸이 괴롭힘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그래서 직접 놀이공원 사장 사무실을 방문했다.문이 열리고 새봄이가 활짝 웃으며 들어오더니 달려와서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아빠….”전동하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
민하준은 한유라의 턱을 잡고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잘지내는 거 보니까 자꾸 네가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나더라고. 그런데 계속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어. 우린 분명 서로 사랑했는데 왜 갑자기 마음이 변한 거지? 왜 나한테 기회조차 주지 않은 거야? 한유라,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어?”한유라는 숨 넘어갈 듯이 울었다. 평소의 깔끔하고 화려한 인상은 온데간데없었다.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초라한 몰골이었다.홀로 안연시에 갔을 때도 이처럼 무섭지는 않았다.심강열의 생사는 확인할 길이 없고 그녀 자신도 살아서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과거의 그녀는 여러 남자를 만났지만 만날 때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특히나 민하준에게는 각별한 감정을 주었다.그런데 정작 민하준 본인은 그녀가 이별을 고한 게 괘씸하고 그 자체에 굴욕감을 느낄 줄은 몰랐다.그는 그때 느낀 수치심 때문에 복수하러 온 것이다!한유라는 벌받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울다 지쳐 대답할 기력조차 없었지만 민하준은 그녀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절망한 그녀의 모습이 민하준의 흥분을 더 자극했다.민하준은 성난 늑대처럼 그녀의 옷을 찢고 위에 올라탔다. 한유라는 힘껏 몸부림쳤지만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민하준은 취한 듯, 그녀의 숨결을 들이마셨다.그는 한 손으로 한유라의 목덜미를 꽉 잡고 으르렁거렸다.“남편 살리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 한유라.”그러자 한유라의 몸부림이 멈추었다.머리 위에서 벼락이 내리치는 느낌이 들었다.이미 미쳐버린 민하준을 상대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그는 과격한 행위로 그녀의 인생을 망치려 하고 있었다.그는 사실 아파트 아래에서 한참을 대기했다.그리고 심강열이 그녀의 집을 드나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아무도 그의 아픔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가슴이 찢기는 것 같은 고통은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그녀는 심강열을 위해 반항을 포기하고 인형처럼 축 늘어졌다.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정열적인 여자인지
심강열은 거의 생기도 없이 미약한 숨만 내쉬고 있는 상태였다.얼굴은 멍으로 뒤덮이고 몸에도 여러군데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참혹한 장면이었다.한유라는 온몸에 한기가 느껴지면서 고통스럽게 그의 이름만 불렀다.하지만 그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그녀는 처음으로 영혼이 이탈될 것 같은 느낌을 경험했다.그녀는 심강열과 같이 죽고만 싶었다.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절망감이었다.그녀의 세상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민하준은 절망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약간 양심이 찔리기도 했다.하지만 걱정되거나 두려운 감정은 아니었다.그는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침실에 들어가 있는 사이 그들이 폭행을 계속했던 걸까?부하들은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변명했다.“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저 인간이 나약해서 몇 번 걷어차기만 했는데 정신을 잃더라고요. 그래도 숨은 붙어 있어요. 어떻게 할까요, 형님?”그들은 이런 일에 아주 익숙했다.그들은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생각하는 자들이었다.민하준은 한유라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한유라의 얼굴이 한층 더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심강열의 머리를 끌어안고 증오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민하준은 시간을 확인하고 주저없이 다가가서 그녀를 일으켰다.“가자. 곧 새 해의 종이 칠 거야. 여기서 낭비할 시간 없어.”한유라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위태롭던 끈나시 한쪽이 흘러내렸다.그 모습을 본 부하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민하준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던졌다.“이거 입고 나랑 가자.”남편이 다 죽어가는데 더 이상 이들과 타협할 필요가 있을까?그녀는 옷을 바닥에 던지고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꺼져. 이런 거 필요 없으니까 당장 내 집에서 꺼져. 민하준, 너 벌받을 거야. 차라리 날 죽여. 귀신이 되어서라도 너 죽이러 찾아갈 테니까!”그녀는 다시는 물러서지 않기로 다짐했다.명절 밤에 집에 쳐들어와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민하준이 증
한유라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저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다.모든 게 걱정되었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그녀가 다시 의식을 차렸을 때는 완전히 낯선 방에 있었다.어젯밤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낯선 환경이 더 큰 불안감을 조성했다.그녀는 침대를 내리려다가 뭔가에 걸려 바닥에 넘어졌다.고개를 숙이고 보니 발목이 하얀 끈으로 묶인 상태였다.그녀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으로 끌려가고 있는 심정이었다.오싹한 공포가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손에 닿는 것 중에 뾰족하거나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희망을 잃은 그녀는 냅다 비명을 질렀다.드디어 누군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민하준이 냉소를 띄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깼어? 이따가 아침 가져다줄게.”“지금 뭐 하자는 거야? 돈도 다 가져갔잖아? 금고도 다 털었고. 나한테 다른 적금이 있는데 그것도 다 줄게. 그러니 나 좀 풀어줘!”한유라는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에게 애원했다.민하준의 부하들이 금고를 열었을 때 번뜩이던 눈빛을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이 돈을 위해 왔다고 판단했다.하지만 민하준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그녀에게 말했다.“돈? 그런 거 필요 없어. 나한테 필요한 건 너야, 한유라.”또다시 절망감이 음습했다.“왜지? 내가 그렇게 미웠어?”한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서투르게 끝냈던 사랑이 이렇게 심각한 결말을 가져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민하준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왔다.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밉지. 너 잘사는 거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어. 넌 모르겠지만 헤어지고 네 행방을 계속 쫓았어. 하지만 넌 무슨 쓰레기 내치듯이 날 밀어내고 무시하더라고. 한유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우린 같은 세상을 사는
그 순간, 민하준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더니 고개를 번쩍 들었다.옆에 있던 사람들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말실수한 자의 헤드락을 걸며 장난을 쳤다.“너 요즘 긴장 좀 풀렸다? 저 여자 네가 만난 업소녀들이랑 달라. 그렇게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큰형님이 알아서 하실 거니까 넌 관심 꺼!”그자도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냥 장난 좀 친 거죠. 곱게 자란 재벌이라 좀 신선하기도 하고… 큰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형님이 싫증 나서 버리지 않는 이상 절대 건드리지 않을게요!”민하준은 그제야 표정을 풀고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쫄기는. 출신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 어차피 지금은 포로 신세잖아? 오늘은 다 같이 업소 한번 가자. 거기 예쁜 애들 더 많아.”그제야 부하들도 표정을 풀고 함박웃음을 지었다.“고맙습니다, 형님!”민하준은 핸드폰을 확인하며 말했다.“난 나가봐야 하니까 이따가 저 여자 감시할 사람이 올 거야.”옆에 있던 부하가 말했다.“미연이 부르려고요? 걔가 말을 좀 잘 듣기는 하죠. 한유라 잘 설득할 것 같기도 하네요.”민하준은 말없이 차키를 건넸다.“걔 연락하고 이따가 직접 가서 데려와. 난 일이 있어서 좀 나가야겠어.”“네.”민하준이 밖으로 나가자 아까 한유라에게 욕심을 부렸던 부하가 입맛을 다시며 일어섰다.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그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큰형님이 싫다고 하잖아. 관심 꺼!”“그냥 어떻게 지내나 한번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너도 아까 들쳐메고 올 때 몰래 만졌잖아?”“이상한 소리 지껄이지 마!”한편, 한유라가 있는 방은 아주 고요했다.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마저 들었다.한유라는 멍한 상태로 방안을 둘러보았다.뾰족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지만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핸드폰은 당연히 없었다.밖에서 차가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흠칫하며 정신을 차렸다.민하준에게 유린당하느라 옷은 거의 안 입는 것보다 못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