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에 도착한 소은정은 이곳이 박수혁이 투자하여 건설한 놀이공원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놀이공원 출입문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은정이 문 앞에 도착하자 누군가 그녀를 알아보고 걸어왔다. 이한석이었다.“은정 씨가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네요!”소은정이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말했다.“우리 딸이랑 지혁이, 준서 다 도착했어요?”“네, 이미 도착해서 놀고 있어요. 외부인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요!”행여나 소 씨 집안의 아이들이 다치기라도 할까 봐 이한석은 심의를 기울여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박시준을 하루나마 기쁘게 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생일 파티를 며칠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 멀리서 박우혁이 윤이영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박우혁은 늘 그렇듯 한량처럼 거들먹거리며 다가와 소은정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누나, 공주님은 정말 말괄량이 같더군요, 자기보다 훨씬 더 큰 애들을 구워삶았어요.”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말했다.“머리털 한 오락이라도 상하면 너 대머리로 만들 거야.”그 말을 들은 박우혁이 멈칫 놀라더니 머리를 긁적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윤이영은 조심스레 소은정에게 다가가 인사했다.“환영합니다, 공주님이 활달하고 귀여워 친구들이 무척이나 좋아해요. 이미 다들 모여서 놀이 중이에요.”소은정이 그제야 웃음을 띠었다. 윤이영도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방에서 기다리시죠, 아이들이 거기에 다 모여있어요.”소은정이 멈칫하더니 말했다.“그냥 가서 얼굴만 볼게요. 오늘이 시준이의 생일이기도 해서 인사를 나눠야 할 것 같아요. 여기 선물도 준비했는걸요!”그녀는 말하면서 백에 넣어두었던 선물상자를 꺼냈다. 집에서 포장을 뜯지 않은 장난감을 들고 집을 나선 것이다. 다행히 장난감이 많아 하나쯤 없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윤이영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애써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같이 가실까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성문도 그녀의 뒤
윤이영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다정하기도 하고 순진해 보이기도 했다. “사실 저한테 이런 일자리를 찾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행운스러운 일이에요. 도련님도 잘 따라주고요, 오빠를 찾게 된다면 여기서 떠날 거예요.”소은정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요, 도련님 착하죠...”박시준을 만난 적은 몇 번 되지 않지만 착한 아이라는 것을 느꼈다. 소은정은 멀리서 새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지는 않았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윤이영은 소은정과 몇 마디 나누다가 일을 보러 떠났다. 시터인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많았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면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볼 수도 있었다. 소은정이 잠시 서 있을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전동하였다. 전동하도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았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놀게 하고 바로 데려와요, 너무 오래 있지는 말아요.”소은정은 웃으면서 말했다.“알고 있어요, 좀 이따 아빠한테 데려갈 거에요.”“알겠어요, 호랑이굴에 제 발로 간 게 마음에 걸려서 전화했어요.”소은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누가 호랑이예요? 당신 딸이 여기서 호랑이에요!”몇 마디 나눈 그들은 전화를 끊었다.소은정은 웃으면서 새봄이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해달이 있는 구역에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고 그쪽으로 뛰어갔다. 윤이영이 새봄이를 안고 뛰어나오는 것을 발견한 소은정은 놀라 윤이영에게 다가갔다.“무슨 일이에요?”그녀는 날카로운 말투로 물었고 새봄이를 그녀의 품에 안았다. 새봄이의 온몸이 물에 젖은 채 울먹이며 소은정의 목을 꽉 쥐면서 안겼다. 순간 소은정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소은정은 새봄이를 달래며 말했다.“괜찮아, 무슨 일이야? 엄마한테 말해줄래?”새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물을 뚝뚝 떨궜다. 소은정의 마음이 무너지는 듯했다. 윤이영도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가씨가 실수로 물에 빠졌어요. 다행히
소은정의 말로 분위기가 삽시간에 사늘해졌다. 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소은정은 윤이영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이영 씨, 감사의 표시로 선물 보내드릴게요, 받아주세요.""아니에요, 새봄이 같이 귀여운 아이를 다치게 할 수는 없어요."윤이영은 진실한 눈빛으로 새봄이를 보면서 말했다. "괜찮으면 됐어요."소은정도 진심으로 윤이영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처음 윤이영을 봣을때 있었던 긴장이 사라지고 편안해지는 듯 했다. 소은정은 그녀에게서 눈을 거두고 새봄이를 안고 준서를 보며 말했다."집에 가자."문준서는 박시준과 윤이영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는 몸을 홱 돌려 소은정에게 뛰어갔다. 이한석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윤이영을 보고 말했다."수고했어요, 이영 씨."윤이영이 웃으면서 답했다."아닙니다."박시준만이 멍하니 서서 소은정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쓸쓸함이 서려 있었다. 윤이영이 박시준에게 일부러 밀라고 했지만 박시준은 밀지 않았다. 새봄이가 물에 떨어졋을때 오히려 새봄이를 구해주려 손을 뻗었다. 소은정과 아이들이 차에 앉고 새봄이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니 소은정의 마음이 아팠다."새봄이 어디 불편한 데 있어? 뭐 갖고 싶어? 엄마가 다 줄게!"새봄이가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울트라맨..."문준서가 새봄이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여기 내 것 줄게!"새봄이의 표정이 그제야 밝게 빛났다. 조수석에 앉은 소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소은정은 새봄이의 일 때문에 자책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지혁아, 새봄이 이제 괜찮아, 새봄이랑 얘기해 볼래?"소지혁은 빨개진 눈으로 소은정을 보았다."고모, 죄송해요... 새봄이를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요."소지혁의 말에 소은정의 마음이 불편해졌다. "새봄이가 아직 어려서 데리고 놀고 싶어도 어른과 동행해야해. 지혁이도 아직 어려서 고모한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데리고 나가면
테이블에 놓인 조사자료를 보던 전동하의 눈에 윤이영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전동하는 어두운 표정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윤이한이 전동하를 보고 말했다."대표님이 찾으라고 하신 윤이영 씨 조사내용입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것이 맞고 몇 살 많은 오빠가 있는데 반년 전에 길거리에서 싸움에 연루되어 맞아 죽었는데 시골까지 소문이 번지지 않아 윤이영 씨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고 합니다." 전동하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물었다."어릴 적 사진은 있어요?"윤이한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윤이영 씨 고향은 고립된 섬마을로 교통도 힘들고 인터넷도 잘 들지 않는 곳입니다. 어릴 때 다녔던 학교에도 졸업사진은커녕 생활기록부조차 남아 있지 않아 사진을 찾지 못했습니다."전동하는 윤이한을 무표정인 얼굴로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윤이영이 진짜로 윤이영인지 아닌지, 증명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거네요?"윤이한이 당황하더니 말했다."지금 그녀를 의심하는 건가요? 하지만 임재준 씨 얘기로는 안진 씨가 동남아에서 조용히 지낸다고 하지 않았나요?"전동하의 눈동자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조용히요? 철창에 갇힌 늑대가 늘 고분고분하다던가요?" 전동하의 한마디에 윤이한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혹시 윤이영이 안진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전동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늘 윤이영에게서 기분 나쁜 익숙한 느낌이 풍겨 나왓다. 사람 목숨을 갖고 노는 것.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은정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소은정은 오늘 있었던 일을 전동하에게 얘기했다. 전동하의 낯빛이 변하더니 말했다. "알겠어요, 지금 갈게요."전동하는 바로 옷을 챙겨서 소은정에게로 향했다."대표님, 어디 가십니까?""은정 씨 본가에."누군가 그의 딸을 다치게 했는데 어떻게 사무실에서 앉아있을 수 있겠는가! 소은호는 소지혁을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소은호의 성격이라면 소지혁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다행이 새봄이는 아무
"조심해요, 은정 씨!"전동하가 재빨리 차 문을 열었다. 소은정의 눈빛이 날카로워지고 등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소은정은 재빨리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 몸으로 날아오는 물건을 피했다. 문상아는 놀라 뒷걸음을 치다 뒤에 있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배를 부둥켜안은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배에서 몰아치는 고통을 느꼈다. 순간! 소은정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가 손에는 액체가 담긴 병을 들고 소은정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 소은정은 재빨리 바닥에서 돌멩이를 쥐고 그쪽에 뿌려 병을 깨버렸다. "악!"비명이 들리고 소은정에게 뿌리려고 하던 액체가 자기 머리에 쏟아졌다. 그 사람은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누워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버렸다.손에 쥐고 있던 병이 바닥에 떨어져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졌다. 보아하니 산성이 강한 용액 같아 보였다. 소은정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을 때 최성문이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들게 하였다. 전동하는 재빨리 그녀에게 뛰어가고 그의 눈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전동하는 먼저 소은정을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고 그 여인을 바라보았다. 직감적으로 손재은과 구태정 사망의 내막이 파헤쳐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멀리 서 있던 문상아는 배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고 그녀의 하반신은 이미 피로 범벅이 되었다. 그녀는 제발 살려달라 울부짖고 있었다. 소은정은 문상아를 잠깐 보다 전동하를 보았다. 전동하는 일부러 문상아를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염산을 들고 있던 여자에게 한 걸음 다가가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물었다."누구야, 너?"바닥에 쓰러진 여자는 최성문에 의해 고개를 들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녀의 오관이며 느낌이 한여자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바로 소은정, 소은정을 너무 닮았다. 소은정은 그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전체적인 이목구비는 비슷했지만, 실리콘을
경찰은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서 단 번에 고개를 끄덕였고 소은정과 전동하는 그곳을 떠나 주차장으로 향했다.“동하 씨, 왜 저는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죠? 모든 게 말이 되면서도 왠지 모르게 어딘가 이상한 거 같아요.”차에 탄 소은정은 전동하를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전동하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 은정 씨가 느낀 게 맞아요. 일이 지금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우리가 이제 막 사건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범인이 갑자기 알아서 굴러 들어온 게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히잖아요?”전동하가 진지하게 말하자 소은정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당신도 안 믿어요?”“사람을 둘이나 죽였으면 보통 숨어 다니기도 바쁘죠. 잡히지도 않았는데 왜 자수를 하겠어요?”전동하가 웃으며 대답했고 그의 말에 소은정이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동하 씨 말이 맞아요!”“지금 상황으로 보면 상대방은 두려운 거예요. 혹시라도 저희가 그를 찾아낼까 봐 급하게 아무 사람이나 자수하게 만들어서 시선과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인 거 같아요.”말을 하던 전동하의 목소리가 점점 차갑게 변해갔고 들을수록 들뜨기 시작한 소은정은 그의 말에 머리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그럼 그 사람들이 알아서 빠져들게 함정을 만들어 놓을까요?”“함정에는 미끼가 필요해요.”전동하가 소은정을 힐끔 쳐다보며 대답하자 그녀는 자신의 가슴팍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제가 있잖아요!”소은정도 희생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곁에 그녀를 지키는 사람이 많았기에 절대 사고가 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으며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겪고도 멀쩡한 자신에게 자신감이 있었기에 하루빨리 이번 일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안 돼요.”잠시 고민하던 전동하가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하자 소은정이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아예 쓸모가 없는 병풍은 아니에요. 제가 위험에 빠질 거라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이곳은 저희 구역이니까 아무리 위험해도 전 무섭지 않아요.
역시나 한유라가 한숨을 내쉬며 착잡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런데 그쪽 문제가 지금 민하준의 전 와이프 가문과 엮여 있어.”“가지 마, 진짜 가지 마.”소은정이 진지한 얼굴로 한유라를 말리자 한유라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다시 접촉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거 나도 알아. 근데…”한유라가 착잡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었고 잠시 말이 없던 소은정이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심강열은 이 일을 알아?”한유라가 고개를 젓자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그럼 그 사람이랑 의논하고 결정해. 혼자서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마. 사업도 중요하지만 네가 정말로 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 참을성에 도전하지 마.”소은정을 멍하니 쳐다보던 한유라는 그녀에게 자신의 생각을 들킨 것 같아서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조금 전까지 한유라는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소은정의 말을 듣고 나니 조금 망설여졌으며 저지를 가치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한유라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커피숍을 나서자 소은정도 그제야 회사로 돌아갔다. 연이어 회의를 몇 차례나 진행한 소은호가 퀭한 얼굴로 회의실을 나서자 마침 지나가던 소은정이 그에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안색이 많이 안 좋네?”“너도 연속으로 열몇 시간 넘게 일해 봐. 살아있는 게 대단한 거야!”소은호가 그녀를 노려보며 대답했다.“이렇게 일하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어! 오빠가 있어서 너무 든든해!”“사탕 발린 소리 하지 마. 나 그딴 거에 안 넘어가. 앞으로 제시간에 출퇴근해. 안 그러면 월급에서 다 까버릴 거야.”소은호가 콧방귀를 뀌며 말하자 소은정은 순식간에 얌전해졌고 곁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우연준이 입술을 씰룩씰룩하면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를 힐끔 쳐다본 소은정은 살짝 머뭇거리다가 결국 돌아서서 사무실로 들어갔다.쌓여 있던 급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고 갑자기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소은정 때문에 부하 직원들 등만 터지고 있었다. 평소에
며칠 뒤, 소은정은 간만에 소지혁을 학교에 데려다주었고 그가 학교에서 적응을 잘하는지 궁금한 소은정이 학교 가는 게 재밌냐고 물을 때마다 소지혁의 대답은 늘 똑같았다.“재미없으면 안 가도 돼요?”안 된다는 소은정의 단호한 거절에 소지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으며 앙탈을 부리는 모습을 보니 학교생활이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닌 듯했다. 학교에 도착하자 소은정은 소지혁의 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는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감개무량한 듯이 말했다.“네가 영원히 이렇게 어리고 귀여우면 얼마나 좋을까?”소은정의 말에 소지혁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대답했다.“이모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넌 진짜 우리 오빠 친 아들이 맞구나!”“네.”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웃음이 터졌다. 이때, 소은정의 뒤쪽을 쳐다보던 소지혁의 두 눈이 반짝거리더니 힘껏 팔을 흔들었다.“시준아!”무거운 가방을 메고 달려오던 박시준은 소지혁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다가 소은정을 보자마자 살짝 들떠 있다가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저번 생일 파티 때, 새봄이가 하마터면 사고나 날 뻔한 뒤로부터 박시준은 계속 자책에 빠져 있었기에 이렇게 소은정을 다시 보게 되자 그는 기분이 들뜨면서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이와 반대로 전에 있었던 일을 진작에 까먹은 소은정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조심스럽게 그녀를 쳐다보는 박시준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시준이는 오늘 개학인데 기분이 좋아 보이네?”소은정에게 전혀 원망의 뜻이 보이지 않자 박시준은 그제야 웃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고 시간을 확인하던 그녀는 소지혁에게 가방을 건네며 말했다.“씩씩아, 무슨 일 생기면 고모한테 전화해. 나 먼저 간다.”“안녕히 가세요, 고모.”소지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고 곁에 있던 박시준도 환하게 웃으며 펜과 종이를 꺼내 뭔가를 빠르게 적고 있었지만 갑자기 바람이 분 탓에 손에 들고 있던 종이가 날아가 버렸다. 박시준이 다급하게 종이를 쫓아가다가 지나가던 학생과 정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