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전동하가 이렇게까지 어른들한테 좋은 인상을 남기는 재주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문지웅의 말 편하게 하란 말은 전동하를 완전히 인정한 거나 다름없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꽤 엄격했던 문지웅의 마음을 이리도 수월하게 사로잡았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전동하는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네!”그런 전동하를 바라보던 문지웅은 빙그레 웃다가 갑자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나한테 너 같은 사위가 있다면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텐데. 아깝군……”문지웅은 한숨을 쉬더니 이내 말을 돌렸다.“은정아, 너희 아빠 계속 혼자시니?”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아빠는 본인을 생각하시기보다 우리 남매를 위해 바쁘게 사셨어요.” 문지웅의 눈동자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래도 네 엄마가 남자 보는 눈이 있구나!”소은정은 과거의 일을 명백히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고, 웃으면서 집사 아저씨를 불렀다.“아저씨, 오빠 좀 불러주세요. 오랫동안 뵙지 못한 것도 있고, 이제 올 때도 됐어요.” 집사는 소은정의 분부대로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문지웅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역시 네가 철이 들었구나.”문지웅은 한숨을 쉬더니 일어서며 말했다.“난 객실로 가서 좀 쉴 테니까 준서 좀 돌봐 줘. 나이가 들어서인지 좀 힘드네?”“알겠어요.”문지웅이 걸어가려다 잠시 걸음을 멈췄고,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두 장의 블랙카드를 꺼내며 말했다.“선물이야.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 얼른 받아.”소은정은 얼른 카드를 받아 들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저희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죄송해서 어떡해요? 감사해요.”전동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은정의 눈짓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감사합니다.”문지웅은 온화한 미소를 짓더니 전동하를 가리키며 말했다.“우리 은정이한테 잘해야 해. 아니면 가만 안 둘 거야!”농담처럼 들렸지만, 조금의 협박도 담겨있는 듯했다.그러나 전동하는 문지웅의 의미심장한 말을 알아듣고 공손히
문상아는 얼굴빛이 변하더니 차가 있는 쪽을 향해 소리쳤다. “은정 씨——”차 안에 있던 ‘소은정’의 얼굴빛도 몇 번이나 달라졌다. 문상아가 몇 발짝 앞으로 걸어와서는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여긴 왜 왔어요? 내가 우스운 꼴을 보러 온 거예요? 똑똑히 들어요. 손재은이랑 구태정 다 죽었으니까 나머지 재산은 모두 나랑 내 아이 거예요.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고요!”차 안의 ‘소은정’은 음침한 눈빛으로 문상아를 응시 하고 있었다.어두운 불빛 아래, 차 안에 있는 이의 얼굴 반쪽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매섭게 밖을 내다보는 눈초리가 한기를 뿜을 뿐이었다. 그녀는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래요. 그들 모두 죽었죠. 다음은 당신이에요.”문상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왜 나를 협박하는 거예요? 내가 첩이긴 했지만 은정 씨 가정을 파탄 낸 것도 아니잖아요!”차 안의 ‘소은정’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협박? 난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에요. 구태정이 어떻게 죽었는지 잊었어요?”문상아는 멍한 얼굴로 그녀의 입술을 응시하더니 소리쳤다.“자살했다고 들었어요. 그 남자가 어떻게 죽었든 나랑 상관없는 일 아니에요?”차 안의 ‘소은정’이 생각이 복잡한 듯 눈썹을 찡그리며 문상아를 쳐다보았고, ‘소은정’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스치는 것 같았다.“무섭지 않아요? 직접 본 거 아니에요?”문상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무슨 헛소리예요. 본 적 없는데요.”차에 탄 사람은 조용히 그녀를 한 번 보았고, 문상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방금 무슨 소리가 났는데, 대체 뭐예요? 은정 씨, 내려서 똑바로 말해줘요.”그녀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차에 탄 사람도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차창을 올리고 운전대를 잡은 이에게 분부했다.“갑시다.”차는 즉시 문상아를 뒤로 하고 시동이 걸렸고, 차에 탄 사람은 약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동하 씨가 의심하기 시작한 건 아니겠지? 안 돼. 여기 계속
전동하가 담담하고 가볍게 말하자, 소은정은 놀라서 눈이 똥그래지며 더듬거렸다.“그게…… 그게 가능해요?”전동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최면술로 소은정에게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다.전동하는 피식 웃었고, 그 웃음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당연히 가능하죠. 다 잊어버리면 누군가 아무리 윽박질러도 은정 씨를 지목하진 못할 거예요. 그 둘의 죽음이 은정 씨랑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게 밝혀지면 우리는 작전에 성공한 거예요.” 소은정은 전동하의 일 처리에 감탄했고, 그녀의 눈빛에는 그를 향한 존경이 가득했다.“여보,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고, 얼굴을 사랑스럽게 비볐다. 전동하는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오늘 한 일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했다.그 순간, 위층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은 마지못해 서로한테서 떨어졌다.문지웅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그 둘을 쳐다보더니 말했다.“둘이 껴안고 무슨 난리야!”전동하는 조금 당황했고 문지웅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소은정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내 남편을 내가 껴안겠다는데, 봉건시대도 아니고 뭘 그래요?”문지웅이 눈을 크게 치켜뜨고 소은정을 바라보고 있는데 소찬식이 뒤에서 웃으면서 내려왔다.“어른이 말하는데 뭐라고 하는 거야?”문지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은정을 가리키더니 말했다.“너 혼날 줄 알아. 감히 나한테 대드는 거야?”소은정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제가 잘못했어요.”문지웅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말했다.“넌 정말 10여 년 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소찬식도 한마디 거들었다.“성질머리 하고는!”전동하가 웃으며 일어나더니 입을 열었다.“혹시 어디서 주무실 예정입니까? 가까운데 인터내셔널 호텔이 있는데 로열 스위트 룸을 예약해 뒀어요. 거기서 주무시는 게 어때요?”문지웅은 미소를 지었고, 소찬식은 전동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럴 필요
‘시준이의 생일 파티에 새봄이를 초대한다고?’소은정은 이한석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하려 입을 열었다. “새봄이 아직 두 살밖에 안 됐어요. 도련님이 어떻게 생긴 지도 모른다고요!”더군다나 소은정은 박 씨 네 사람들이 새봄이와 접촉하는 것이 꺼려졌다. 그녀가 속이 좁은 것이 아니라 늑대 소굴과 다름없는 박 씨네 집안에 한 번 들어갔다가는 무슨 해를 당할지 모른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시준이를 아꼈지만,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은 아니었기에 생일 파티 따위 안 가면 그만이었다.이한석이 웃으면서 공손하게 말했다.“아가씨, 박 대표님이 이번에 출장을 가게 되셔서 이번 생일 파티는 학교 선생님이 준비하신 거예요. 저희는 그저 금전적으로 좀 보탠 것뿐이에요. 놀이터를 통째로 빌렸고, 학교 친구들이 오고 다른 사람은 안 오니까 안심하세요. 경호원도 다 준비되어 있고 외부 인원은 절대 들어올 수 없게 준비했어요.”소은정은 이한석의 말을 딱 잘라 말했다.“그렇게까지 저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요. 저와 박씨 집안 일을 모르시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애들이라 해도 너무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아요.”이한석은 소은정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시준이의 그 가련한 눈빛을 생각하면 그녀를 설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골똘히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주머니에서 물건을 감싼 손수건 하나를 꺼내 소은정한테 건넸다.“아가씨가 도련님을 구한 거에 대해서 도련님은 아주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어요. 이 귀걸이 아가씨가 떨어뜨린 거죠? 도련님이 잘 간직하고 있다가 꼭 드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박씨 집안과 무슨 일이 있었어도 작은 도련님을 봐서 새봄이를 데려오시면 안 될까요? 새봄이한테 아무런 위험도 없게 하겠다고 약속드릴게요. 사람들을 모아서 주변을 경호하게 할 테니까 도련님 생일 파티에 와주세요.”손수건에 싸여 있는 물건은 바로 그녀가 병원에서 잃어버렸던 그 귀걸이였다. ‘시준이가 이 귀걸이를 주었다니……’내색은 안 했지
놀이공원에 도착한 소은정은 이곳이 박수혁이 투자하여 건설한 놀이공원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놀이공원 출입문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은정이 문 앞에 도착하자 누군가 그녀를 알아보고 걸어왔다. 이한석이었다.“은정 씨가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네요!”소은정이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말했다.“우리 딸이랑 지혁이, 준서 다 도착했어요?”“네, 이미 도착해서 놀고 있어요. 외부인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요!”행여나 소 씨 집안의 아이들이 다치기라도 할까 봐 이한석은 심의를 기울여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박시준을 하루나마 기쁘게 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생일 파티를 며칠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 멀리서 박우혁이 윤이영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박우혁은 늘 그렇듯 한량처럼 거들먹거리며 다가와 소은정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누나, 공주님은 정말 말괄량이 같더군요, 자기보다 훨씬 더 큰 애들을 구워삶았어요.”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말했다.“머리털 한 오락이라도 상하면 너 대머리로 만들 거야.”그 말을 들은 박우혁이 멈칫 놀라더니 머리를 긁적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윤이영은 조심스레 소은정에게 다가가 인사했다.“환영합니다, 공주님이 활달하고 귀여워 친구들이 무척이나 좋아해요. 이미 다들 모여서 놀이 중이에요.”소은정이 그제야 웃음을 띠었다. 윤이영도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방에서 기다리시죠, 아이들이 거기에 다 모여있어요.”소은정이 멈칫하더니 말했다.“그냥 가서 얼굴만 볼게요. 오늘이 시준이의 생일이기도 해서 인사를 나눠야 할 것 같아요. 여기 선물도 준비했는걸요!”그녀는 말하면서 백에 넣어두었던 선물상자를 꺼냈다. 집에서 포장을 뜯지 않은 장난감을 들고 집을 나선 것이다. 다행히 장난감이 많아 하나쯤 없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윤이영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애써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같이 가실까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성문도 그녀의 뒤
윤이영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다정하기도 하고 순진해 보이기도 했다. “사실 저한테 이런 일자리를 찾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행운스러운 일이에요. 도련님도 잘 따라주고요, 오빠를 찾게 된다면 여기서 떠날 거예요.”소은정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요, 도련님 착하죠...”박시준을 만난 적은 몇 번 되지 않지만 착한 아이라는 것을 느꼈다. 소은정은 멀리서 새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지는 않았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윤이영은 소은정과 몇 마디 나누다가 일을 보러 떠났다. 시터인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많았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면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볼 수도 있었다. 소은정이 잠시 서 있을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전동하였다. 전동하도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았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놀게 하고 바로 데려와요, 너무 오래 있지는 말아요.”소은정은 웃으면서 말했다.“알고 있어요, 좀 이따 아빠한테 데려갈 거에요.”“알겠어요, 호랑이굴에 제 발로 간 게 마음에 걸려서 전화했어요.”소은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누가 호랑이예요? 당신 딸이 여기서 호랑이에요!”몇 마디 나눈 그들은 전화를 끊었다.소은정은 웃으면서 새봄이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해달이 있는 구역에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고 그쪽으로 뛰어갔다. 윤이영이 새봄이를 안고 뛰어나오는 것을 발견한 소은정은 놀라 윤이영에게 다가갔다.“무슨 일이에요?”그녀는 날카로운 말투로 물었고 새봄이를 그녀의 품에 안았다. 새봄이의 온몸이 물에 젖은 채 울먹이며 소은정의 목을 꽉 쥐면서 안겼다. 순간 소은정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소은정은 새봄이를 달래며 말했다.“괜찮아, 무슨 일이야? 엄마한테 말해줄래?”새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물을 뚝뚝 떨궜다. 소은정의 마음이 무너지는 듯했다. 윤이영도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가씨가 실수로 물에 빠졌어요. 다행히
소은정의 말로 분위기가 삽시간에 사늘해졌다. 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소은정은 윤이영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이영 씨, 감사의 표시로 선물 보내드릴게요, 받아주세요.""아니에요, 새봄이 같이 귀여운 아이를 다치게 할 수는 없어요."윤이영은 진실한 눈빛으로 새봄이를 보면서 말했다. "괜찮으면 됐어요."소은정도 진심으로 윤이영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처음 윤이영을 봣을때 있었던 긴장이 사라지고 편안해지는 듯 했다. 소은정은 그녀에게서 눈을 거두고 새봄이를 안고 준서를 보며 말했다."집에 가자."문준서는 박시준과 윤이영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는 몸을 홱 돌려 소은정에게 뛰어갔다. 이한석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윤이영을 보고 말했다."수고했어요, 이영 씨."윤이영이 웃으면서 답했다."아닙니다."박시준만이 멍하니 서서 소은정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쓸쓸함이 서려 있었다. 윤이영이 박시준에게 일부러 밀라고 했지만 박시준은 밀지 않았다. 새봄이가 물에 떨어졋을때 오히려 새봄이를 구해주려 손을 뻗었다. 소은정과 아이들이 차에 앉고 새봄이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니 소은정의 마음이 아팠다."새봄이 어디 불편한 데 있어? 뭐 갖고 싶어? 엄마가 다 줄게!"새봄이가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울트라맨..."문준서가 새봄이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여기 내 것 줄게!"새봄이의 표정이 그제야 밝게 빛났다. 조수석에 앉은 소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소은정은 새봄이의 일 때문에 자책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지혁아, 새봄이 이제 괜찮아, 새봄이랑 얘기해 볼래?"소지혁은 빨개진 눈으로 소은정을 보았다."고모, 죄송해요... 새봄이를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요."소지혁의 말에 소은정의 마음이 불편해졌다. "새봄이가 아직 어려서 데리고 놀고 싶어도 어른과 동행해야해. 지혁이도 아직 어려서 고모한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데리고 나가면
테이블에 놓인 조사자료를 보던 전동하의 눈에 윤이영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전동하는 어두운 표정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윤이한이 전동하를 보고 말했다."대표님이 찾으라고 하신 윤이영 씨 조사내용입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것이 맞고 몇 살 많은 오빠가 있는데 반년 전에 길거리에서 싸움에 연루되어 맞아 죽었는데 시골까지 소문이 번지지 않아 윤이영 씨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고 합니다." 전동하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물었다."어릴 적 사진은 있어요?"윤이한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윤이영 씨 고향은 고립된 섬마을로 교통도 힘들고 인터넷도 잘 들지 않는 곳입니다. 어릴 때 다녔던 학교에도 졸업사진은커녕 생활기록부조차 남아 있지 않아 사진을 찾지 못했습니다."전동하는 윤이한을 무표정인 얼굴로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윤이영이 진짜로 윤이영인지 아닌지, 증명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거네요?"윤이한이 당황하더니 말했다."지금 그녀를 의심하는 건가요? 하지만 임재준 씨 얘기로는 안진 씨가 동남아에서 조용히 지낸다고 하지 않았나요?"전동하의 눈동자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조용히요? 철창에 갇힌 늑대가 늘 고분고분하다던가요?" 전동하의 한마디에 윤이한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혹시 윤이영이 안진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전동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늘 윤이영에게서 기분 나쁜 익숙한 느낌이 풍겨 나왓다. 사람 목숨을 갖고 노는 것.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은정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소은정은 오늘 있었던 일을 전동하에게 얘기했다. 전동하의 낯빛이 변하더니 말했다. "알겠어요, 지금 갈게요."전동하는 바로 옷을 챙겨서 소은정에게로 향했다."대표님, 어디 가십니까?""은정 씨 본가에."누군가 그의 딸을 다치게 했는데 어떻게 사무실에서 앉아있을 수 있겠는가! 소은호는 소지혁을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소은호의 성격이라면 소지혁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다행이 새봄이는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