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영이 박시준을 돌본다고?이한석은 본인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대표님, 그건...”차라리 아이 돌봄 전문가를 찾는 것이 훨씬 낫다!박시준은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주 괴롭힘을 당한다.학교에서도 박시준만 주시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박시준의 정신 건강을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전학을 간다. 학교 환경을 바꾸면 박시준의 성장에도 도음이 될 것이다. 둘째, 방과 후에 학교에 남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다. 외롭게 혼자 학교에 남아있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성격도 바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박시준은 정말 무너져버릴 것이다. 박수혁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보아하니 박수혁은 골칫거리인 박시준을 윤이영에게 떠넘긴 것 같다. 하지만...이한석은 마음속으로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확고한 박수혁의 눈빛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박수혁에게는 윤이영과 박시준 모두 골칫거리이다. 두 골칫거리를 묶어놔야 문제가 해결된다. 불쌍한 작은 도련님!이한석은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네, 대표님.”“대표님, 걱정 마세요. 제가 작은 도련님을 잘 돌보겠습니다." 윤이영은 눈을 반짝이며 웃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후, 윤이영과 이한석은 함께 사무실에서 나왔다. 이한석은 학교에 전화해 박시준을 데리러 간다고 말했다. 또한 선생님에게 윤이영의 사진을 보냈다. 이한석은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윤이영에게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저기...”“제 이름은 윤이영입니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다.”“윤이영 씨,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작은 도련님만 잘 보살펴 주시면 됩니다. 앞으로 도련님 등하교는 윤이영 씨가 맡아서 하시면 됩니다. 이외에 다른 일은 없습니다. 참, 윤이영 씨 사는 곳이 어디십니까?”“저... 집이 없어요.” 윤이영은 머뭇거리다 난처한 표정으로 이한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혁 도련님이랑 같이 사는 거 아니었습니까?” 이한석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랑
“시준아, 이모가 다음에 다시 시준이 만나러 올게...” 임유경은 허리를 숙이고 박시준을 쳐다보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본 예의를 차리는 박시준은 임유경에게 손을 흔들었다. 임유경은 웃으며 돌아갔다. 윤이영은 웃으며 박시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시준아, 우리 집에 갈까?”윤이영은 박시준의 책가방을 대신 들어주며 손을 잡고 차에 올라탔다. 운전기사는 윤이영이 박시준을 세심히 돌보자 기분이 좋았다. 박시준은 얌전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밖을 보다가 제일 친한 친구인 소지혁을 보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낯익은 여자도 보았다.여자는 바로 그날 불속에서 박시준을 구해준 사람이다. 순간 흥분한 박시준은 유리창에 바짝 달라붙어 창밖을 쳐다봤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박시준은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예쁜 이모가 소지혁에게 뽀뽀를 하자 소지혁이 피해 다녔다. 두 사람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은 거짓이 하나도 없었다. 박시준은 소지혁이 본인에게 뽀뽀하는 예쁜 고모가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그 고모가 저 사람인가?박시준은 부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옆에 있던 윤이영도 소지혁을 보았다. 그 순간, 윤이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뭐 보고 있어? 시준아, 앞으로 이모가 너를 돌봐줄 거야.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언제든 이모한테 말해.” 윤이영은 박시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때, 운전을 하고 있던 운전기사가 말했다. “윤이영 씨, 아직 잘 모르시겠지만 작은 도련님은 말을 못 하니 그런 얘기는 하지 마세요. 글씨는 쓸 줄 압니다.”깜짝 놀란 윤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박시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 되나니... 참 안쓰럽구나. 시준아, 괜찮아. 이모가 박 대표님의 기대에 저버리지 않게 반드시 너를 잘 보살펴 줄게!”운전기사는 윤이영의 말을 듣고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됐으니
윤이영은 더욱 죄책감을 느끼며 말했다. “박 대표님 오세요? 제가 작은 도련님을 잘 돌보지 못했다고 혼내시지는 않겠죠?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작은 도련님이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어요!”이한석은 윤이영의 강경한 태도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윤이영 씨가 작은 도련님을 제때 병원에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까?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뇌까지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해요.”박시준은 정말 위험할 뻔했다. 박시준이 바보가 된다면 박수혁이 어떻게 할지 모른다. 윤이영은 코를 훌쩍 거리며 말했다. “이 비서님, 어디 가지 마시고 저 좀 도와주세요. 앞으로 작은 도련님을 더 세심하게 보살피겠습니다.”이한석은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박 대표님의 말씀을 들어봐야죠.”이한석은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수속 절차를 밟으러 갔다. 이한석이 떠나자 윤이영이 담담한 표정으로 응급실 문을 쳐다본 후 의자에 앉았다. ......그 시각, 소은정은 밤늦게 서류를 들고 병원에 도착했다. 병실에 들어가자 손재은이 졸린 눈으로 소은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은정 씨,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9시에 오라고 했잖아요, 지금 새벽 1시에요!소은정은 피곤한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운전기사가 일을 보러 가서 남편 올 때까지 기다렸어요.”“소은정 씨는 운전 못 해요?”“선녀가 운전하는 거 봤습니까?”손재은은 말했다. “아... 남편은 밑에 있어요? 왜 같이 안 올라왔어요?”소은정은 잠시 말이 없었다. 전동하가 손재은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밑에서 기다려야죠.” 소은정은 돌려서 말했다.손재은은 침대에서 일어나 서류를 살펴봤다. 그리고 별문제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사인을 했다. “걱정 마세요. 내일 변호사한테 공증 받으면 구태정의 모든 재산은 제 것이 될 거예요. 그리고 제 것이 곧 손재은 씨의 것이죠.”손재은은 정신없이 바쁠 구태정을 생각하니 매우 기뻤다.소은정
전화를 끊고 나서도 소은정은 한참을 넋이 나가 있었다. 분명 몇 시간 전에만 해도 만났던 사람인데, 자신이 실패한 혼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났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이젠 죽었다고? 그녀는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냉기가 자신을 휩쓸고 간듯한 느낌이었다. 전동하는 그녀를 안아서 소파에 앉히고는 어깨를 가볍게 토닥거렸다. “미안해요, 어젯밤에 같이 갔었어야 했는데.” 어젯밤에 분명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저 소은정이 너무 피곤해서 그 일에 신경 쓰지 못했을 뿐. 그는 소은정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당신이 한 일이 아니라는 거 전 알고 있어요. 사실대로 잘 말하면 돼요. 그 외의 일들은 제가 다 커버할게요.” 소은정의 낯빛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녀는 그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잠시만요, 혹시 전에 우리 집에 들이닥친 그 사건과 관련 있는 거 아니에요? 손재은은 절 아니까, 절 노리고 온 거 아닐까요?”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를 자신에게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이 그녀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전동하는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그녀가 천천히 진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 “너무 마음 쓰지 마요. 다 우연의 일치일 뿐 당신이랑 아무 상관도 없어요. 곧 이혼할 사람이니 남편분이 재산을 노리고 벌인 짓일 수도 있잖아요. 너무 두려워하지 마요.” 전동하의 목소리가 무척 부드러웠다. 덕분에 소은정도 점차 진정돼가고 있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 “두려워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냥 조금 괴롭네요. 어젯밤만 해도 만났던 사람인데...” “알아요, 저도 그 마음 다 알아요.” 얘기 중에 갑자기 소은정의 전화가 울렸다. 우연준에게서 온 전화였다.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반대쪽에서 우연준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이미 SC그룹의 변호사를 대기시켜 놨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은정은 그 말에
소은정의 질문에 전동하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다가 대답을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 무엇도 확신하긴 힘들죠.” 말 안에 뼈가 있는 느낌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조사에 필요한 층들 말고는 다 정상적으로 개방되어 있었다. 필경 병원이 일반적인 공공장소는 아니니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지장을 줄 수는 없었다. 소은정이 무거운 마음을 안고 걸어 들어갔다. 그녀가 손재은에게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가련함이었다. 비록 모든 불행은 그녀가 자초한 것일 테지만 그래도 그녀의 처지가 불쌍한 건 변함이 없었다. 불쌍한 처지지만 구원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책망할 수는 없다. 소은정은 가려는 층수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이상했다. 전동하는 미리 원장님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한숨을 쉬고 있는 원장님도 방금 경찰서에서 나오는 길이셨다. “아이고, 두 분이 여기까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전 아가씨가 결백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경찰분들이랑 잘 설명하셨죠?” 소은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장님, 혹시 cctv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경찰 측에서 원본을 가져갔고요, 제 쪽에는 복구해 놓은 게 하나 있습니다.” 원장이 말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쉽게 내놓지 않았을 텐데 다 아는 사람들인 데다가 소은정은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니 원장도 cctv를 보여주는 거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소은정과 전동하는 눈을 한번 맞추고 그대로 원장님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원장님이 cctv화면을 보여주자 소은정은 화면을 집중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화면은 손재은이 병원에 들어서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오후 다섯 시가량에 병원에 들어왔고 몸에 아무런 이상도 없었으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영양제를 맞았다. 그리고는 변호사와 재산을 이전시킨 후 어떻게 안전하게 재산을 보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대화가 너무 길어져 소은정이 영상을 건너뛰려는데 전동하가 뒤에서 말렸다. “잠시만요..
원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동하가 말했다.“이건 병원에 큰 타격을 줄 사건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병원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요?”그는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했다.하지만 원장은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만약 박수혁이 나서준다면 해결이 빠를 수도 있다.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전동하와 소은정이 가진 세력으로 이 사건을 은폐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박수혁을 끌어들이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걸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았다.전동하가 방향을 제시했으니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소은정과 전동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은정이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경찰이 현장에 왔을 텐데 무슨 단서는 나왔나요? 몸싸움을 한 흔적은 있나요?”원장은 움찔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경찰들이 이렇게 요란스럽게 사인을 파고든다는 건 단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몸싸움을 한 흔적이 있다는 건 손재은이 죽기 전에 누군가가 접근했다는 의미였다.타살이었다.두 사람은 바래다준다는 원장을 뒤로하고 조용히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손재은이 사고가 난 층은 이미 봉쇄가 되어 있었다.그 층에 있던 환자들은 모두 아래층으로 옮겼다.병원에 사람이 많으니 엘리베이터 안에도 사람들로 붐볐다.전동하는 어쩔 수 없이 소은정을 감싸안고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결국 밀려났다.소은정은 한숨을 내쉬었고 전동하는 웃으며 팔을 마사지했다.“어르신들이 힘이 장난이 아니네요.”소은정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버스나 지하철 타면 막 밀치고 들어오시는 분들이니까요.”다시 엘리베이터를 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아니면 계단으로 갈까요?”소은정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그렇게 손을 잡고 계단으로 향하는데 차갑지만 말랑한 손이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소은정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가 순간 당황했다.“너구나….”박시준,
박시준은 부모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아이는 차츰 그렇게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오히려 박수혁의 비서인 이한석이 더 관심을 주었다.이한석은 박수혁이 그렇게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라고 했다.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성인이 될 때까지 무사히 자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소은정이 아이 옆에 앉은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전동하가 담당의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눈을 뜬 박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불쌍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정이 망설이자 전동하가 웃으며 다가가서 아이의 손을 빼고 잡아주었다. 그는 소은정이 앉았던 위치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애 재우려고요? 이런 건 내가 잘하니까 나한테 맡겨요.”소은정은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동하 씨가 해요.”그녀는 전동하의 육아 실력을 믿었다.새봄이 같은 말괄량이도 전동하에게만 가면 순한 양이 되는데 다른 아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박시준은 살짝 겁에 질린 얼굴로 손을 빼려고 했다.하지만 전동하는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손에 조금 힘을 주고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침대에 누운 아이를 바라보았다.그는 아이의 생각을 쉽게 읽어냈다.“자. 삼촌은 네가 잠들면 갈게. 네가 안 자면 삼촌도 계속 여기 있을 거야.”박시준은 반항을 포기하고는 애절한 눈빛으로 의사와 대화 중인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소은정은 아이가 눈을 감은 것을 확인하고 의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전동하는 그것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이 물었다.“여기 지키는 사람도 없나요?”의사가 말했다.“조금 전에 돌봐주기로 한 베이비시터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곧 도착한대요. 간호사 한 명은 남겨서 지키게 해야 했는데 저희가 좀 소홀했어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애들이 자꾸 앓으면 너무 불쌍하죠.”“시준이는 감기인 것 같아요. 찬물에 씻은 것 같은데 갑자기 열이 나
윤이영은 입꼬리를 비틀며 앞으로 상체를 쭉 내밀었다.그녀는 서늘했던 눈빛이 부드러워지더니 아이의 얼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별로 감정은 담기지 않았다.“시준아, 엄마는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너도 우리 가족이 세 명이서 같이 살기를 바라잖아? 아빠랑 잘 될 수 있게 엄마를 도와주면 우리 같이 살 수 있어.”박시준은 경직된 채, 침대에 누워 애써 잠든 척, 눈을 감았다.아이는 윤이영의 말을 못 들은 척했지만 윤이영은 의외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그녀는 가볍게 박시준의 손을 터치했다.하지만 많이 놀라서였을까, 박시준은 움찔하며 손에 쥐고 있던 귀걸이를 떨어뜨렸다.윤이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것을 바라보더니 점차 차가운 눈빛으로 돌변했다.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이건 아까 소은정이 했던 것과 똑 같은 귀걸이였다.윤이영은 냉랭한 눈빛으로 박시준을 쏘아보았다.박시준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아이는 귀걸이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다시 달라고 할 용기가 없었다.윤이영은 자상한 연기도 하기 싫었는지 냉랭한 시선으로 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너 소은정 만났어? 그 여자 물건이 왜 네 손에 있지? 너 소은정이랑 연락해?”박시준은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두려움에 떠는 눈빛이 아이의 마음을 대변했다.이성을 잃은 윤이영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말해. 너 금방 태어났을 때 울기도 하고 소리도 치고 그랬잖아. 왜 벙어리인 척하는 거지?”박시준은 입을 꾹 다물고 눈물을 글썽였다.윤이영은 손에 쥐고 있던 귀걸이를 패대기치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양심도 없는 자식!”방 안의 공기마저 차가워졌다.그런데 바깥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문을 노크했다.윤이영은 금세 표정을 바꾸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박시준이 덮고 있는 이불을 여며주었다.그 순간 문이 열리더니 박예리가 임유경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시준아, 고모 왔어. 너 아프다며? 지금은 좀 괜찮아?”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병실 안에 있는 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