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는 살기가 느껴지는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직도 인정을 안 하네? 사실 네가 인정하든 안 하든 결과는 같아. 내 아내는 네 손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고 넌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하니까.”안진은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처절한 울음을 터뜨렸다.“정말 저 아니에요. 제발 믿어줘요!”전동하는 피식 웃으며 냉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말했다.“풀어줘? 그렇게 쉽게는 안 되지. 왜 내 아내를 바다에 빠뜨렸는지 이유를 말하라니까? 사랑 때문에? 박수혁을 가지고 싶어서? 그건 아닐 거야. 정말 박수혁을 그렇게 가지고 싶었으면 네 아버지가 붙잡히고 너 혼자 한국을 떠날 때 그렇게 순순히 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럼 이유가 뭘까?”목소리는 낮았지만 말투에서 비아냥이 느껴졌다.마치 이미 답을 알고 있는데 그녀를 압박하는 것 같기도 했다.안진은 사실을 얘기하지 않으면 영원히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박수혁은 이미 떠났어. 떠날 때 너에 관해서는 묻지도 않더라. 그 인간은 어쩔 수 없지 풀어줬지만 넌 아니잖아?”전동하는 음산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네 아들이 곧 박수혁의 곁으로 간다지? 나도 곧 귀국하는데 어떻게 할까?”안진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힘겹게 버티고 있었던 건 누군가가 구해주러 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박수혁은 가면서 그녀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고 한다.아마 그녀가 여기서 죽었다고 해도 관심 한번 주지 않을 것 같았다.그녀는 그에게 귀찮기만 한 존재였으니까!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안진은 온몸을 떨며 애원했다.“아들은 건드리지 마세요. 제발요.”전동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난 무고한 사람은 건드리지 않아. 네 아들이 박수혁의 핏줄이 맞는지 아닌지는 관심 없어. 그건 박수혁 본인도 관심 없을 거야. 내가 네 아들 데려가면 박수혁이 나한테 고맙다고 할지도 모르지.”“물론 박수혁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생각은 없지만 내가 진짜 화나면
전동하는 전혀 동요하거나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안진이 이런 제안을 해올 줄 미리 알고 있은 듯했다.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제안이었다.안진은 간절한 표정으로 전동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목에 난 손자국이 섬뜩해 보이기까지 했다.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전동하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좋아. 그럼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일단 네 오빠부터 해결하고 생각해 보자고.”안진은 주먹을 꽉 쥐고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오빠는 다시 재기할 수 없을 거예요. 국내나 해외 세력들이 전부 오빠를 주목하고 있는데 오빠 자신만 그걸 모르거든요.”그녀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에 전동하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안진이 윤재수보다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는 건 조금 의외였다.여동생 손에 삶을 마감할 오빠라… 꽤 괜찮은 그림이었다.그는 조용히 방을 나섰고 안진은 안도의 숨을 토해냈다.전신이 땀에 푹 젖은 상태였다.하지만 드디어 살아남았다.밖으로 나온 전동하는 임재준과 대화를 나누는 소은정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무슨 얘기를 나누는 건지 임재준은 굉장히 흥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부드럽게 물었다.“무슨 얘기해요?”소은정은 그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재준 씨한테 어떤 일을 맡길지 의논하고 있었어요.”전동하의 시선이 느껴지자 임재준은 바로 자세를 바로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임했다.전동하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래서 결정했어요?”그는 휠체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말했다.“네. 홍보팀에 보내려고요.”전동하는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이유가 뭐죠?”소은정은 임재준을 힐끗 보고는 다시 전동하에게 시선을 돌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잘생겼으니까요. 잘생긴 외모가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죠.”전동하는 허탈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다가 입
그 말을 들은 전동하는 피식 웃고는 소은정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그들이 사이 좋은 남매인 줄 알았어요?”말을 마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모든 남매가 소씨 가문 사람들처럼 화목한 건 아니다.대부분 재벌가의 형제들은 자신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소은정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피를 나눈 남매잖아요!”게다가 어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단결력이 남다르다고 하는데 무슨 이유로 남매끼리 칼을 겨눈단 말인가?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진은 처음부터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 여자는 아버지에게 선택된 조폭 후계자였죠. 윤재수는 능력을 증명하지 못해 버려진 아들이고요. 지금은 존재감이 없어 보여도 사실은 그 아버지나 윤재수보다 더 똑똑한 여자예요.”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소은정은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안진의 일에 깊게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죽을 뻔했는데 쉽게 풀려났다는 사실이 조금 찝찝한 것도 사실이었다.그냥 경찰에 넘겨도 되는데.전동하는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그 여자는 윤재수 옆에 있는 게 경찰에 잡히는 것보다 더 위험하니까요. 두 사냥개가 서로 물어뜯는 거죠. 이것도 복수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소은정은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그녀는 모든 걸 전동하에게 맡기기로 했다.그는 언제나 믿음직한 남편이었다.두 사람은 리비아에서 꽤 한적한 시간을 보냈고 전동하는 일부러 국내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녀에게 전하지 않았다.사실 바깥 세상은 곳곳에서 사건이 터지고 있었다.윤재수는 아지트와 세력을 대부분 잃었고 빈번히 테러를 당했다.그는 그제야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아지트는 반이나 사라졌지만 도대체 누가 공격한 건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다행인 점은 돈세탁 사업이 꽤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윤재수는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다가 나중에는 과감하게 투자를
소은정을 위협했던 인물을 이 정도로 몰아붙일 사람은 전동하밖에 없었다.소은정이 곧 그의 명줄이니까.소은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윤재수가 반격할 수도 있으니까 저택 경비를 강화해야겠어.”“네.”태한그룹강서진의 전화를 받은 박수혁은 짜증이 치밀었다.“무슨 일이야?”“형, 우리 안 본지 오래됐지? 나와서 술 한잔하자.”“시간 없어.”“아줌마가 돌아오셨다면서? 오늘 들었는데 예리도 오늘 귀국했대. 축하파티 해야지!”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문을 열고 나온 그가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뒤에서 터벅터벅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그는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그의 무릎까지 오는 어린 남자아이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박수혁은 이한석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 인상을 썼다.그 아이….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이의 손길을 뿌리치고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누가 널 여기로 데려온 거야? 당장 돌아가.”그는 이 아이를 처음 봤을 때 남았던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윤기까지 나던 검은색 피부, 딱 봐도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확신했다.물론 그 당시에 안도했던 마음도 있었다.자기 핏줄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그런데 지금 여기 나타난 아이가 자신과 이렇게나 닮아 있을 줄이야!아이는 그와 안진을 꼭 닮았다.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아이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안진이 진짜 아이를 여기로 보낼 줄이야!그런데 전동하에게 붙잡혀 있는 그녀가 무슨 수로 아이를 여기까지 보냈을까?전동하가 풀어줬나?박수혁의 얼굴에 불쾌한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다.아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그의 손을 잡더니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박수혁은 안진이 닮은 아이를 데려와서 또 자신을 속이는 게 아닌지 짜증만 치밀었다.그는 다시 아이의 손을 뿌리치고 차갑게 말했다.“여기서 잠깐 기다려.”그는 그 길로 이한석의 사무실을 찾았다.업무를 보던 이한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대표님.”“저
박예리는 하얗게 질려서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의식적으로 배에 힘을 주어 나온 배를 가리려고 했다.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박수혁의 시선은 처음부터 그녀의 배를 향하고 있었다.몸에 딱 달라붙은 슬립을 입고 있어서 더 선명하게 보였다.박수혁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동생을 쏘아보다가 이를 갈며 말했다.“박예리! 넌 정말… 답도 없어!”박예리는 움찔하더니 배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오빠, 내가 잘못했어….”박수혁은 냉랭한 얼굴로 그녀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었다.“우리 가문에서 범죄자의 아이는 태어날 수 없어. 지우러 가자.”박예리는 겁에 질린 얼굴로 저항하기 시작했다.“안 돼. 내 아이야!”박수혁은 참고 있던 분노가 순간적으로 폭발했다.“박예리, 너 때문에 내가 무슨 대가를 치렀는지는 알아?”그는 푸르뎅뎅한 얼굴로 동생을 노려보았다.박예리가 아니었으면 윤재수와 타협할 일도, 그 계획에 참여할 일도 없었고 소은정에게 또 상처줄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그는 차라리 상처입은 사람이 자신이기를 바랐다.모든 이유가 박예리 때문이었다.하지만 이 멍청한 동생은 지금 상황에서도 윤재수의 아이를 낳겠다고 주장하고 있었다.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박예리는 흐느끼면서도 배를 손으로 감싸고 말했다.“오빠, 두 사람 사이 좋았잖아? 그 사람은 나를 감금한 적이 없어. 엄마도 찾았잖아. 과거에 너무 연연하지 마.”박수혁은 섬뜩한 표정으로 동생을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넌 어떻게 돌아오게 된 거야?”그에게서 참을 수 없는 살기가 느껴졌다.“네가 임신했는데 윤재수가 널 보냈어?”그 말을 들은 박예리가 크게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게… 내가 임신한 상황에서 집에 다른 여자를 데려와서 그짓을 하는 거야. 마침 내가 그걸 보고 화가 나서 돌아왔어. 하지만… 돌아오면서 오빠 아들도 데려왔잖아!”그녀는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가련한 표정으로 오빠를 올려다보았다.그 말을 들은 박수혁은 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네
그는 단 1초라도 더 기다리기 싫었다.박예리의 배속에는 생명이 아니라 시한폭탄이 자라고 있었다.윤재수가 망한 뒤에 박예리가 이 아이를 낳는다면 그의 가문은 비난과 비웃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그는 다른 사람의 아이를 키워줄 정도로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이한석은 전화를 받고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박예리를 지키는 경호원들에게 연락했다.“아가씨 집에 있지?”“네. 외출은 하지 않았어요.”이한석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바로 병원으로 가서 대기했다.박예리는 순순히 병원으로 따라왔고 오는 내내 울지도 않았다.체념한 것 같았다.그녀가 수술실로 들어가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수술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약 30분 정도, 이한석은 경호원들을 쉬게 하고 자신이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다.그리고 박수혁에게는 수술 끝나는 시간에 맞춰 연락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수술실로 들어간지 10분도 안 돼서 안에서 물건을 집어 던지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이한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수술실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의사가 밖으로 뛰쳐나왔다.“박예리 씨가….”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를 감싸고 한 손에는 메스를 든 박예리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안에서 나왔다.이한석은 인상을 쓰며 그녀를 말리려 했다.“예리 씨….”박예리가 흐느끼며 절규했다.“난 내 아이를 지킬 거야. 이 아이가 없으면 윤재수가 다시는 나한테 돌아오지 않을 거니까!”그녀는 이를 꽉 악물었다.날카로운 메스 때문에 아무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겁에 질린 의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이한석은 조용히 그녀를 달래려고 했다.“예리 씨, 일단 진정해요. 지금 당장 대표님께 연락할게요.”박예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든지 말든지 상관없어. 어차피 오빠는 자기만 생각하니까!”그녀는 메스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누가 지키고 있을까 봐 우려한 그녀는 바로 계단으로 뛰었다.하지만 한 층도 채 내려가지 못해서 발목을 삐끗했고 다리에 힘이 풀려
여직원도 집에 아이가 있는 워킹맘이었기에 아동 문제에 대해 아주 민감했다.아이가 많이 불안해하고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느끼고 있었다.옆에 있던 남자직원이 다가와서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 어젯밤에 기숙사에서 같이 잠을 자는데 처음에는 엄청 걱정했어. 애가 울고 떼를 쓸까 봐. 밤까지 새울 마음의 준비까지 마쳤는데 애가 스스로 씻고 알아서 자더라고. 다음 날에 내가 잠에서 깨니까 애도 같이 깨더라고. 이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철이 들었어. 저런 아이가 내 아이였으면 정말 행복했을 것 같아.”“일단 여자친구를 만나야 애를 낳지!”옆에 있던 동료들이 농담을 하는데 박수혁이 음침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이한석은 경고의 의미로 헛기침을 했다.직원들은 즉시 웃음을 멈추었다.박수혁은 말없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얌전히 의자에 있던 아이는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더니 의자에서 내려 조용히 박수혁에게 다가갔다.아이는 여전히 어제 입던 옷을 입고 있었는데 많이 구겨진 상태였다.아이는 기대에 찬 눈으로 박수혁을 바라보다가 가방에서 메모지와 펜을 꺼내 글자를 썼다.“아빠.”박수혁은 말없이 아이를 노려보기만 했다.아이는 계속해서 써내려 갔다.“아빠도 저를 버릴 건가요?”아이는 메모지를 들고 조심스럽게 박수혁의 눈치를 살폈다.참 안쓰러운 모습이었다.박수혁은 조금 죄책감이 들었지만 아이 엄마를 생각하니 그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는 취조하는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름이 뭐야?”안진에게서 아이의 이름을 들은 적은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아이는 표정을 풀고 바로 자신의 이름을 메모지에 적었다.“박시준이요.”박수혁은 어린 아이가 글자를 이렇게 정확하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아이의 상태를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이 배운 게 틀림없었다.박씨라….안진이 집요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벙어리야?”박시준은 순간 고개를 떨어뜨리고 뭔가 크게
박수혁은 박예리에게 시선을 돌렸다.박예리는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증오로 가득한 눈으로 박수혁을 노려보고 있었다.그 순간 박수혁은 모든 걸 알 것 같았다.그는 냉랭한 시선으로 윤재수를 쏘아보며 말했다.“어차피 당신에게 예리는 이용할만한 도구일 뿐이잖아요. 내 동생을 이용해서 우리 집안 전체를 통제할 생각 아닌가요?”윤재수가 잔인한 미소를 짓더니 정색하며 말했다.“박수혁,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 동생도 네 아이를 낳았는데 네 동생이 내 아이를 낳겠다는 게 뭐가 문제가 되지?”박수혁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아이는 데려가도 좋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재수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박수혁을 노려보며 말했다.“이거 정말 독한 놈일세. 자기 아들을 버리려 하다니. 그 아이, 안진이랑 며칠 같이 생활하지도 않았어. 계속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생활했지. 동남아 학교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 아마 학대나 괴롭힘도 많이 당했을 거야. 안진이도 애가 세 살이 되어서야 말을 못한다는 걸 알고 집으로 데려왔어.”박수혁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가련한 모습으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옆에 있던 박예리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유산된 자신의 아이가 떠올랐던 것이다.윤재수는 짜증스럽게 그녀를 노려보다가 다시 박수혁에게 시선을 돌렸다.“박수혁, 내 동생이 아이를 너한테 보냈으면 잘 보살펴야지. 애한테 무슨 일 생기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박수혁은 피식 웃고는 섬뜩한 표정으로 말했다.“윤재수 씨, 자신의 실력을 너무 믿지 마세요.”그는 이미 참을만큼 참았다.윤재수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박수혁, 너 설마 내 돈에 손댔어?”그는 전문가까지 보내서 박수혁을 감시했으니 돈은 안전할 거라고 자신했다.그런데 묘하게 바뀐 박수혁의 태도가 의심스러웠다.박수혁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어떻게 했을 것 같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