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꼬는 건지, 진담인 건지 알 수 없었다.박수혁은 말을 마친 후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는 돌아서서 떠났다.박예리는 그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다시 울고 불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 사람을 돌려줘 오빠, 나 진짜 그 사람 좋아해. 왜 나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거야. 어려서도 그렇고 지금까지 나 무시하고, 다른 사람 때문에 나 괴롭히더니, 이젠 내가 좋아하는 사람까지 해치려고 하잖아...”박수혁은 귀찮다는 듯 그녀를 뿌리쳤고, 그녀의 멱살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너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넌 멍청한 척하는거냐, 아니면 천박한 거냐? 저 자식들이 아버지를 베고 할아버지를 죽였어. 너랑 어머니를 데려가 나를 협박까지 했는데, 넌 아직도 저딴 원수랑 연애를 하고 싶니?”박수혁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표정은 차가웠고 매서웠다.“내가 하나만 묻자. 엄마가 저 자식들 손에 있지 않았다면, 내가 너 생사 따위를 신경 썼을 것 같아?”그는 쓰레기봉투 버리듯 그녀를 바닥에 내팽개쳤다.박예리는 무릎을 찧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널브러졌다.박수혁은 고개를 숙인 채 옷소매를 정리했다. “그놈은 곧 죽을 거야. 네가 저놈 때문에 죽는 다 해도 난 상관없어. 오늘부터 네가 죽든 말든, 박 가와는 거리를 둬.”그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말을 마친 후, 그는 주저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정 국장은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칫하였다.“대표님, 저....”박수혁의 말투는 담담했고, 미간은 약간 찌푸려져 있었다.“머릿속에 연애로 가득 찬 얼간이 일뿐입니다. 윤재수 일이라면 사리분별 못하는 애예요. 알아서 자멸하게 내버려 두죠.”정 국장은 고개를 숙이고 몇 초간 침묵하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체면을 생각해, 저희가 예리 씨를 피해자로 지정하겠습니다.”공범이 아닌, 피해자.그렇지 않다면 오늘 잡혀갈 사람은 박예리였을 것이다.정 국장은
왠지 모르게 안진의 말을 듣고, 그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뭔가 있는 것 같았다. 파헤쳐 봐야 한다.이런 느낌은, 윤재수를 잡았을 때 보다 더한 쾌감이었다.도대체 뭘까?박수혁은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안진 역시 개의치 않았다.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고, 약간의 잔혹함과 따뜻함을 담고 있었다. “내가 당신 위해서라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데, 왜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을 몰라주니?”“너 어디 아파?”“지금은 예전이랑 달라. 이 세상에 윤재수는 사라졌지만, 안진은 계속 있을거야.”그녀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박수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계속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전동하가 안진을 돌려보냈다. 어떤 거래를 한 걸까?그는 당시 배에서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어떻게 그녀를 놓아줄 수가 있나?무엇이 전동하가 안진을 놓아주게 했을까?만약 그가 이 답을 알 수 있다면, 모든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박수혁은 화가 나서 휴대폰을 던졌다.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정말 끝이 보이지 않았다.박대한의 장례식은 이달 말로 예정되었다.이한석은 매우 성대하게 준비했고, 박대한의 생전 취향과도 잘 맞았다.소은정과 전동하는 소찬식의 전화를 받고 미리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박대한은 업계에서 명망이 높았다.만약 그들이 참석하지 않는다면 말이 되지 않았다.더구나 두 집안의 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어 한번 자리를 빠지면 외부로부터 불필요한 추측들이 생길 것이다.그렇기에 소은정도 무조건 돌아가야 했다.전동하는 그녀가 요 며칠 산 물건들을 사람을 시켜 모두 들고가라고 했다.전용기라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또 한번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소은정은 집에 돌아왔고, 집사 아저씨는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여행 하시느라 바빠 따님이 있으신 줄도 잊으신거죠?”비록 잔소리를 들었지만 소은정은 여전히 기뻤다.그녀는 전동하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 웃으며 집사 아저씨를 돌아보았다.“새봄이가
카펫은 두껍고 날카로운 부분이 부드러운 막으로 덮여 있어 넘어져 다칠 일이 전혀 없었다.새봄이의 DNA에는 끈기가 심어져 있었다.울지도 않고 엄마와 아빠를 따라 계단을 한 계단씩 내려놨고, 안정적이었다.소찬식은 눈앞의 두 사람을 노려보더니 달려가 새봄이를 품에 안았다. “우리 새봄이 참 대단하네, 이렇게 어린 나이에 계단을 내려오다니, 천재예요!”전동하는 멈칫하였다. 이 말, 어딘가 익숙하다!김하늘은 달려와 소은정을 안았다.“드디어 돌아왔구나, 휴가를 너무 갑작스럽게 가서 가는 줄도 몰랐어!”확실히 갑작스럽긴 했다.소은정이 웃었다. 하지만 어떤 일은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이거 너랑 오빠한테 둘만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거잖아.”소은해는 거실 소파에 나른하게 앉아 고개를 젖혔다.“아이고, 고양이 쥐 생각하시네.”김하늘은 혀를 찼고, 소은해는 입을 다물었다.소은정은 웃었다. 쌤통이다.모두 모이니 소은정이 새봄이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그래서 김하늘과 밖에 있는 화방에 가서 차를 마셨다.김하늘은 그곳에서 식탁보를 정리하다 소은정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그동안 별 일 없었어?”“응, 보다시피. ”김하늘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외국에서 치료하는 동안 동하 씨가 줄곧 좋은 소식만 들려줬어. 잠깐 나도 모르게 그 사람 속임수에 빠졌지. 모두 걸러진 소식만 듣고 있었어.”김하늘은 순간 몸이 굳었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치료? 어디 다쳤어?”그녀는 한 발자국 다가왔다. 눈빛은 의아함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소은정이 웃었다. “다 나았어, 그냥 작은 상처일 뿐이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우리 아빠가 알게 되면 또 걱정하시니까.”김하늘은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그래? 너 휴가간 거 아니었어? 어떻게 다칠 수 있지?”소은정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렇게 큰 일 아니야. 이제 걱정할 거 없어, 윤재수도 잡혔는 걸.”김하늘은 침묵했다.소
위층에서 내려오던 전동하가 이를 듣고 웃으며 말했다.“형님, 새봄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해요. 학교에서도 다시 돌려 보낼텐데, 2년만 더 기다리세요.”소은호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래. 지혁이 하는거 보면 앞으로 새봄이 지켜주는 데는 문제없을 거야.”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그는 생각에 잠긴 듯 한숨을 내쉬었다.불쌍한 지혁이!소은정이 급히 걸어왔다.“아까 아빠가 서재에서 뭐라셨어요?”전동하가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매는 옥처럼 온화했고, 옅은 그림자를 띠고 있었다. “맞춰볼래요?”그의 담담한 모습에 소은정은 그의 생각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그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전동하는 입술을 오므리고 그녀의 귓가에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못 맞추면 벌 받아야 할거예요.”그의 목소리가 마치 소은정의 심장을 전류처럼 뚫고 갔다.그녀는 손을 들어 웃으며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냥 벌 받을래요.”두 사람은 꼭 붙어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다.소은호는 그곳에서 보지 못한 듯 기침을 한 번 하고는 그들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망치려고 했다.한시연은 웃으며 그를 힐끗 보고는 돌아서서 아들을 달래러 갔다.소지혁은 등교 문제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어차피 유치원에 다닐 나이에 초등학교 3학년 과정을 마쳤고, 소은호의 엄격함은 그에게 있어 받아 줄만한 정도였다.다만 그는 엄마와 떨어지는 게 아쉬웠다.얼마 뒤.전동하와 소은정은 새봄이를 데리고 오빠 부부네랑 함께 소지혁의 등교길에 나섰다.가는 길에 소은호가 위로한 것은 자신의 아들이 아니였다.오히려 소지혁이 위로한 사람은 한시연이었다.한시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뒤에 앉아 있었고, 소은호는 옆에서 부드럽게 그녀를 달래주었다.소지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자 조수석에 앉아 그들을 돌아보았다. “엄마, 엄마가 학교 가는 것도 아니고, 제가 울어야 맞죠!”한시연은 눈물을 닦았다. “엄마는 너가 너무 걱정돼. 반에서
새봄이는 울지 않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아이는 손이 다 까졌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지혁이 달려왔고, 다가와 새봄이의 치마를 털어주고는 그제야 맞은편에 서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해, 내 동생이 고의로 그런 건 아니야. 얘가 아직 뭘 모르거든. 괜찮아?”소지혁이 맞은편에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남자아이는 아주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혼혈처럼 보였는데 피부가 희고 의젓했다.그리고 매우 내성적이었다.아이는 소지혁과 새봄이를 번갈아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하얀 솜사탕을 닮은 새봄이는 정말 예쁘고 귀여운 공주님 같았다.아이는 참지 못하고 몇 번 더 힐끔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다친 손을 몸에 아무렇게나 문지르고 돌아서 떠나려 했다.소지혁은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너 다쳤잖아. 내가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할까?”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을 뿌리쳤다.소지혁은 아이가 아파서 말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아이의 팔목을 붙잡았다.그러고는 새봄이를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새봄이도 따라와.”소지혁은 아이를 데리고 화원 중심의 분수대 근처로 갔다.작은 분수에는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는데, 디자인이 매우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바닥에는 얕은 물이 고여 있었다. 오빠들을 따라온 새봄이의 눈이 빛났다.소지혁은 물가로 가서 아이의 손을 깨끗이 씻겨준 후,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아 주었다.그리고 아이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미안해, 내 동생은 아직 사과할 줄 몰라. 내가 대신 사과할 게.”아이는 잠시 멍하니 소지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괜찮다고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소지혁은 아이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이는 주머니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천천히 적었다. “괜찮아.”소지혁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그들에게 화가 나서 말을 안 한 게 아니라 아예 말을 못하는 애였다니!소지혁의 엄마인 한시연은 늘 예의를 갖추라고 아들을 가르쳤다.
소은호와 한시연은 마음이 뒤숭숭해 그곳에 앉아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소지혁은 다소곳하게 다가가서 새 친구를 소개했다.“엄마, 저기는 시준이라고 새로 사귄 친구야. 새봄이가 밀쳤는데도 화도 내지 않았어...”소은호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딸을 안고 있는 전동하를 바라보았다.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교장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아,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남학생이네요. 말을 할 줄 몰라요. 박수혁 대표님의 아드님이죠.”소은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얼굴빛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한시연도 눈썹을 꿈틀거렸다.“박수혁의 아들? 그 애가 어떻게 여기에 있죠?”얼마전 돌아왔다는 아이가 다시 기숙학교에 버려졌다니?교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습니다. 아이가 내성적이긴 해도 꽤 똑똑해요. 그런데 박 대표님은 한 번도 얼굴을 비추신 적이 없어요. 다른 사람이 대신해 입학 절차를 처리했고 학교 규정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씩 귀가합니다.”소은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방금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꼬마가 박수혁과 안진의 아들이라고?어쩐지 익숙하다고 느꼈는데 괜한 착각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박수혁과 꽤나 닮았다.전동하는 담담하게 다가가 말했다.“형님, 새봄이 옷 갈아입혀야 해서 저희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한시연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가봐요, 애 감기 걸리겠어요.”소은호는 웃으며 다가가 새봄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외삼촌한테 인사해야지?”새봄이는 칭얼거리며 전동하의 목을 껴안았고 물놀이를 더 하러 가고 싶다고 했다.소은호와 전동하는 실소를 터뜨리다가 소은호가 소지혁을 보고 말했다.“고모랑 고모부께 인사드려.”소지혁은 공손하게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고모, 고모부 안녕히 가세요.”전동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온화하게 대답했다.“씩씩이 다음에 보자.”소은정이 다가가서 그의 이마에 뽀뽀를 했다.“우리 귀여운 아가, 다음에 보자…”소지혁은 어른들이 자신을 너무 애처럼 대한다는 생각에 뚱
이정재 부부는 서둘러 먼저 현관으로 나갔다.맨 마지막에 떠나던 이상준이 소은정에게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말했다.“미안해요, 은정 씨.”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사과는 받겠지만 제가 용서한다고 해서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안전하게 돌아온 건 잘된 일이니 건강 조심하세요.”이상준을 응징할 생각도 없지만 친분을 맺을 생각도 없었다.이상준은 그녀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현관으로 나가다가 다시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지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문설아는 잘 있나요?”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성강희랑 결혼했어요. 벌써 신혼여행도 갔으니, 잘 지내죠.”이상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눈빛이 흔들렸고,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해외에서의 그의 생활은 항상 위험천만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다.그래서 부모님도 그가 신경 쓸까 봐 문설아에 관한 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는 자신이 국내에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그 두 사람,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진짜로 결혼했다니!소은정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돌아섰다.전동하는 옷을 갈아입고 내려와서 아무도 없는 거실을 쳐다보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소은정은 그곳에 서서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았다.“너무 그렇게 티 내지 말아요. 환영은 못하더라도 인사치레는 할 수 있잖아요?”전동하가 웃으며 손을 벌렸다.“미안해요. 그래도 쫓아내지는 않았잖아요. 나도 나름 예의를 차린 거예요. 장인어른은 아예 집을 비웠잖아요?”소은정은 코웃음을 쳤다. 소찬식을 방패로 삼을 줄이야?그녀는 그를 힐끗 보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전동하는 멈칫하다 다가가서 그녀의 허리를 살며시 껴안았다.“화났어요?”소은정은 노려보다가 자세를 고쳐 앉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잡지를 들었다. “아니요.”전동하는 잡지를 빼앗고 그녀의 얼
소은정은 목이 잠겼고, 화가 난 듯 눈을 치켜뜨고 그를 보았다.전동하는 웃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내가 잘못했어요. 그래도 이해해 줄 거죠? 매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내 눈앞을 맴도는데, 내가 어떻게 내 자신을 통제할 수 있겠어요?”입에 발린 말에도 그녀의 화는 잘 풀리지 않았다.그녀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불만을 표했다.전동하는 얼른 그녀를 욕실로 데리고 들어가 씻겨주었다.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내가 대신 약속을 취소해 줄까요? 몸이 아파서 잠들었다고?”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피곤해하니 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은정은 단단히 오해했다.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천천히 일어나서 샤워 가운을 걸치고 서둘러 옷방으로 갔다.“안 돼요, 이번엔 당신 도움 필요 없어요. 들어오지 말아요.”전동하는 가볍게 웃으며 자신의 옷 매무새도 정리하기 시작했다.준비를 마쳤을 때쯤,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그를 새침하게 노려보았다.이미 한 시간 가까이 늦었다.김하늘이 짜증이 슬슬 치밀 때쯤, 소은정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미안, 일이 생겨서 늦었어.”김하늘은 그녀를 힐끗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동하 씨가 못 가게 했어?”소은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변명했다.“무슨 소리야. 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야.”김하늘은 쓴 웃음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목에 남은 키스마크를 가리켰다.“새로 생긴 거 같은데, 계속 못 본 척해줄까?”거울을 꺼내 확인한 소은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당황했다.집을 나설 때 너무 급한 나머지 자세히 확인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전부 전동하 때문이야!김하늘은 씩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새봄이한테 벌써 동생이 생기려나?”소은정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덤덤하게 컨실러를 꺼내 거울을 보며 키스마크를 가렸다.“쓸데없는 소리.”김하늘은 눈썹을 꿈틀거렸다.“지켜보겠어.”소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