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에서 내려오던 전동하가 이를 듣고 웃으며 말했다.“형님, 새봄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해요. 학교에서도 다시 돌려 보낼텐데, 2년만 더 기다리세요.”소은호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래. 지혁이 하는거 보면 앞으로 새봄이 지켜주는 데는 문제없을 거야.”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그는 생각에 잠긴 듯 한숨을 내쉬었다.불쌍한 지혁이!소은정이 급히 걸어왔다.“아까 아빠가 서재에서 뭐라셨어요?”전동하가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매는 옥처럼 온화했고, 옅은 그림자를 띠고 있었다. “맞춰볼래요?”그의 담담한 모습에 소은정은 그의 생각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그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전동하는 입술을 오므리고 그녀의 귓가에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못 맞추면 벌 받아야 할거예요.”그의 목소리가 마치 소은정의 심장을 전류처럼 뚫고 갔다.그녀는 손을 들어 웃으며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냥 벌 받을래요.”두 사람은 꼭 붙어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다.소은호는 그곳에서 보지 못한 듯 기침을 한 번 하고는 그들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망치려고 했다.한시연은 웃으며 그를 힐끗 보고는 돌아서서 아들을 달래러 갔다.소지혁은 등교 문제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어차피 유치원에 다닐 나이에 초등학교 3학년 과정을 마쳤고, 소은호의 엄격함은 그에게 있어 받아 줄만한 정도였다.다만 그는 엄마와 떨어지는 게 아쉬웠다.얼마 뒤.전동하와 소은정은 새봄이를 데리고 오빠 부부네랑 함께 소지혁의 등교길에 나섰다.가는 길에 소은호가 위로한 것은 자신의 아들이 아니였다.오히려 소지혁이 위로한 사람은 한시연이었다.한시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뒤에 앉아 있었고, 소은호는 옆에서 부드럽게 그녀를 달래주었다.소지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자 조수석에 앉아 그들을 돌아보았다. “엄마, 엄마가 학교 가는 것도 아니고, 제가 울어야 맞죠!”한시연은 눈물을 닦았다. “엄마는 너가 너무 걱정돼. 반에서
새봄이는 울지 않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아이는 손이 다 까졌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지혁이 달려왔고, 다가와 새봄이의 치마를 털어주고는 그제야 맞은편에 서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해, 내 동생이 고의로 그런 건 아니야. 얘가 아직 뭘 모르거든. 괜찮아?”소지혁이 맞은편에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남자아이는 아주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혼혈처럼 보였는데 피부가 희고 의젓했다.그리고 매우 내성적이었다.아이는 소지혁과 새봄이를 번갈아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하얀 솜사탕을 닮은 새봄이는 정말 예쁘고 귀여운 공주님 같았다.아이는 참지 못하고 몇 번 더 힐끔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다친 손을 몸에 아무렇게나 문지르고 돌아서 떠나려 했다.소지혁은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너 다쳤잖아. 내가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할까?”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을 뿌리쳤다.소지혁은 아이가 아파서 말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아이의 팔목을 붙잡았다.그러고는 새봄이를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새봄이도 따라와.”소지혁은 아이를 데리고 화원 중심의 분수대 근처로 갔다.작은 분수에는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는데, 디자인이 매우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바닥에는 얕은 물이 고여 있었다. 오빠들을 따라온 새봄이의 눈이 빛났다.소지혁은 물가로 가서 아이의 손을 깨끗이 씻겨준 후,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아 주었다.그리고 아이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미안해, 내 동생은 아직 사과할 줄 몰라. 내가 대신 사과할 게.”아이는 잠시 멍하니 소지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괜찮다고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소지혁은 아이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이는 주머니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천천히 적었다. “괜찮아.”소지혁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그들에게 화가 나서 말을 안 한 게 아니라 아예 말을 못하는 애였다니!소지혁의 엄마인 한시연은 늘 예의를 갖추라고 아들을 가르쳤다.
소은호와 한시연은 마음이 뒤숭숭해 그곳에 앉아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소지혁은 다소곳하게 다가가서 새 친구를 소개했다.“엄마, 저기는 시준이라고 새로 사귄 친구야. 새봄이가 밀쳤는데도 화도 내지 않았어...”소은호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딸을 안고 있는 전동하를 바라보았다.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교장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아,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남학생이네요. 말을 할 줄 몰라요. 박수혁 대표님의 아드님이죠.”소은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얼굴빛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한시연도 눈썹을 꿈틀거렸다.“박수혁의 아들? 그 애가 어떻게 여기에 있죠?”얼마전 돌아왔다는 아이가 다시 기숙학교에 버려졌다니?교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습니다. 아이가 내성적이긴 해도 꽤 똑똑해요. 그런데 박 대표님은 한 번도 얼굴을 비추신 적이 없어요. 다른 사람이 대신해 입학 절차를 처리했고 학교 규정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씩 귀가합니다.”소은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방금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꼬마가 박수혁과 안진의 아들이라고?어쩐지 익숙하다고 느꼈는데 괜한 착각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박수혁과 꽤나 닮았다.전동하는 담담하게 다가가 말했다.“형님, 새봄이 옷 갈아입혀야 해서 저희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한시연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가봐요, 애 감기 걸리겠어요.”소은호는 웃으며 다가가 새봄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외삼촌한테 인사해야지?”새봄이는 칭얼거리며 전동하의 목을 껴안았고 물놀이를 더 하러 가고 싶다고 했다.소은호와 전동하는 실소를 터뜨리다가 소은호가 소지혁을 보고 말했다.“고모랑 고모부께 인사드려.”소지혁은 공손하게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고모, 고모부 안녕히 가세요.”전동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온화하게 대답했다.“씩씩이 다음에 보자.”소은정이 다가가서 그의 이마에 뽀뽀를 했다.“우리 귀여운 아가, 다음에 보자…”소지혁은 어른들이 자신을 너무 애처럼 대한다는 생각에 뚱
이정재 부부는 서둘러 먼저 현관으로 나갔다.맨 마지막에 떠나던 이상준이 소은정에게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말했다.“미안해요, 은정 씨.”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사과는 받겠지만 제가 용서한다고 해서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안전하게 돌아온 건 잘된 일이니 건강 조심하세요.”이상준을 응징할 생각도 없지만 친분을 맺을 생각도 없었다.이상준은 그녀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현관으로 나가다가 다시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지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문설아는 잘 있나요?”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성강희랑 결혼했어요. 벌써 신혼여행도 갔으니, 잘 지내죠.”이상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눈빛이 흔들렸고,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해외에서의 그의 생활은 항상 위험천만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다.그래서 부모님도 그가 신경 쓸까 봐 문설아에 관한 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는 자신이 국내에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그 두 사람,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진짜로 결혼했다니!소은정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돌아섰다.전동하는 옷을 갈아입고 내려와서 아무도 없는 거실을 쳐다보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소은정은 그곳에 서서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았다.“너무 그렇게 티 내지 말아요. 환영은 못하더라도 인사치레는 할 수 있잖아요?”전동하가 웃으며 손을 벌렸다.“미안해요. 그래도 쫓아내지는 않았잖아요. 나도 나름 예의를 차린 거예요. 장인어른은 아예 집을 비웠잖아요?”소은정은 코웃음을 쳤다. 소찬식을 방패로 삼을 줄이야?그녀는 그를 힐끗 보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전동하는 멈칫하다 다가가서 그녀의 허리를 살며시 껴안았다.“화났어요?”소은정은 노려보다가 자세를 고쳐 앉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잡지를 들었다. “아니요.”전동하는 잡지를 빼앗고 그녀의 얼
소은정은 목이 잠겼고, 화가 난 듯 눈을 치켜뜨고 그를 보았다.전동하는 웃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내가 잘못했어요. 그래도 이해해 줄 거죠? 매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내 눈앞을 맴도는데, 내가 어떻게 내 자신을 통제할 수 있겠어요?”입에 발린 말에도 그녀의 화는 잘 풀리지 않았다.그녀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불만을 표했다.전동하는 얼른 그녀를 욕실로 데리고 들어가 씻겨주었다.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내가 대신 약속을 취소해 줄까요? 몸이 아파서 잠들었다고?”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피곤해하니 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은정은 단단히 오해했다.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천천히 일어나서 샤워 가운을 걸치고 서둘러 옷방으로 갔다.“안 돼요, 이번엔 당신 도움 필요 없어요. 들어오지 말아요.”전동하는 가볍게 웃으며 자신의 옷 매무새도 정리하기 시작했다.준비를 마쳤을 때쯤,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그를 새침하게 노려보았다.이미 한 시간 가까이 늦었다.김하늘이 짜증이 슬슬 치밀 때쯤, 소은정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미안, 일이 생겨서 늦었어.”김하늘은 그녀를 힐끗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동하 씨가 못 가게 했어?”소은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변명했다.“무슨 소리야. 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야.”김하늘은 쓴 웃음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목에 남은 키스마크를 가리켰다.“새로 생긴 거 같은데, 계속 못 본 척해줄까?”거울을 꺼내 확인한 소은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당황했다.집을 나설 때 너무 급한 나머지 자세히 확인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전부 전동하 때문이야!김하늘은 씩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새봄이한테 벌써 동생이 생기려나?”소은정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덤덤하게 컨실러를 꺼내 거울을 보며 키스마크를 가렸다.“쓸데없는 소리.”김하늘은 눈썹을 꿈틀거렸다.“지켜보겠어.”소은정은
김하늘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랬구나.”소은정은 덤덤한 미소만 지었다. 외부인들에게는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편집장이 웃으며 말했다.“이번 촬영 여자 모델은 문상아예요. 요새 별다른 행보가 없었지만 이상준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 사장님 체면을 생각해 여자 모델로 문상아를 낙점했죠.”소은정은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문설아가 빨리 이혼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저들의 역겨운 행각을 계속 지켜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소은정은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촬영 준비가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촬영 장소는 간이로 지어진 컨테이너로, 임재준은 그곳에 서 있었다. 말하기가 입 아프게, 몸매는 정말 업계에서 보기 힘든 야성미가 넘치는 체형이었다.그리고 그는 일부러 만들어진 터프함과는 달랐다.그는 젊고 여리지만 눈매에서는 끈기가 느껴졌고, 경력 있는 남자 스타들이 갖지 못한 강직함도 갖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눈빛에서 시시각각 느껴지는 냉철함이었다.문상아는 촬영할 옷을 갈아입고 활짝 웃으며 세트장으로 갔다.비록 임재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지만, 신인이라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그의 화제성을 시기했지만, 그 신인을 저도 모르게 무시하고 있었다.문상아는 임재준을 보고 살짝 비웃음을 짓고는, 촬영 소품 의자 위에 앉았다.촬영을 맡은 사진 작가가 입을 열었다.“문상아 씨, 의자에는 재준 씨가 앉을 거예요. 상아 씨는 옆에 서 계시면 됩니다.”문상아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다 꾹 참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번 표지는 여자 모델 위주로 간다고 했는데, 제가 뒤에 서 있으라고요?”뒤에 서면 그녀의 섹시한 몸매가 가려지지 않나?사진 작가는 서글서글하게 설명했다.“맞아요, 이번에 저희는 상아 씨를 돋보이게 할 겁니다. 뒤에 서서 재준 씨를 서포트 하시면…”문상아는 듣다 보니 촬영이 임재준 위주라는 것을 눈치챘다.갑자기 기분이 언짢아졌다.그러던 중에 옆에 있던 매니저가 긴장한 얼굴로 그녀에게
기자가 오기 전에 전동하의 차가 먼저 도착했다.김하늘은 재빨리 차에 탔고 전동하는 그녀를 회사까지 데려다 주었다.소은정은 따라 내리고 싶었지만, 김하늘이 그녀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오후 티타임은 끝났어. 이제 돌아가렴.”전동하는 정중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소은정이 먼저 임재준이 어쩌다 연예인이 된 건지 묻기도 전에, 전동하가 입을 열었다.“여보, 우리 본가에서 이제 나올까요?”소은정이 멈칫했다.마음속으로 바로 그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있엇다.비록 본가에서 사는 게 좀 불편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새봄이가 여기저기 기어다닐 수 있다는 점이었다.“장인어른도 지혁이를 돌봐주고 픽업하기로 했잖아요? 우리가 먼저 며칠 새봄이를 데리고 나가서 적응 시키는게 어때요?”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승낙했다.중요한 건 새봄이가 본가를 너무 좋아한다는 점이다.전동하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를 힐끗 보고는 핸들을 꺾었다.그들의 아파트 방향이었다.소은정은 이렇게 쉽게 승낙한 것을 후회했지만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SC그룹.소은호는 프로젝트 관계자들에게 긴 휴가를 주어 푹 쉬게 했다.그 더러운 돈이 SC그룹 손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그들도 아슬아슬하게 피해간 셈이다.소은정은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출근했다.우연준은 마치 몇년 못 본 사람처럼 반가워하며 커피를 타고 간식을 챙겨주었다.사무실 안.소은정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우연준에게 물었다.“우 비서님, 야근하라는 뜻인가요?”우연준은 커피잔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긁적였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돌아오셔서 너무 기뻐서...”소은정은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우연준의 커피 기술은 웬만한 바리스타보다 더 수준급이었다.“은호 오빠랑은 잘 지냈죠?” “그럼요. 그런데 대표님, 일이 꽤 밀리셨던데, 언제부터 시작하실 건가요?”소은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작 말하시지, 빨리 가져와요.”“알겠습니다.”잠시 뒤, 소은정은 서류에 완전히
소은정은 영국에 있을 때부터 경매 파티의 초대를 받았다.그녀의 기분 전환을 위해 소은호가 특별히 그녀에게 양보한 행사이기도 했다.남은 초대장은 없었지만 소은정이 SC그룹 대표라는 건 다들 아는 자명한 사실이었으므로 소은정은 남는 초대장을 엄지환에게 전해 주었다.며칠이 지나고...경매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전동하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소은정은 그녀의 몸매를 잘 부각시켜주는 베이지색 드레스를 착용한 모습이었다.게다가 단아한 모습의 앞 부분 디자인과는 달리 날개뼈를 포인트로 잡아주는 섹시한 등 노출까지, 그녀의 화려한 패션과 외모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오고 가는 사람들 모두 소은정을 향해 인사를 건넸고 그녀도 차례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전동하는... 노출이 있는 등 부분이 신경 쓰이는지 보디가드처럼 소은정의 뒤를 밀착 가드했다.‘이렇게 이쁘게 입고 올 줄은 몰랐네... 앞으로는 드레스 피팅에도 내가 좀 관여를 해야겠어.’오늘 경매의 특이한 점은 바로 하이라이트인 보석 경매를 파티 다음으로 배치했다는 것이다. 대충 인사를 마친 소은정이 주위를 둘러보았다.역시나 저 멀리에서 엄지환의 얼굴이 보이고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네. 엄지환... 기회를 잡을 줄 아는 남자야.’전동하가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소은정은 술잔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마침 엄지환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도 소은정과 안면이 있는 대표라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소은정은 생각했다.바로 그때, 소은정은 엄지환 곁에 또 다른 사람이 한 명 있는 걸 발견했다.박수혁, 마침 기둥에 가려 멀리서 봤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리고 소은정의 발걸음도 점점 더 느려졌다.“저도 사실 엄 대표님 회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희 태한그룹이 투자할 테니 H 프로젝트 함께 하시죠.”이에 멈칫한 소은정이 눈을 흘겼다.‘하, 박수혁. 이 자식이 상도덕도 없이 대놓고 내 사람을 빼앗아?’다행히 엄지환은 그녀